트와일라이트 0 4화 혼란
피가 땅을 적셔가며 어느새 내 발에 도달한다.
내 눈 앞에 있는 요정이 뭐라고 하는 것 같지만 내 귀에 닿지 않는 것 같다.
시체와 피, 지금 내 눈 앞에 널부러진 그것들은 어떠한 이벤트 오브젝트같은 것이 아닌 현실이였다.
그리고 베여진 단면에서 보여지는 것은 보건실의 인체모형에는 없는 괴이함과 현실감이 느껴지며 그것을 이해하자 코드가 뽑힌 TV처럼 눈 앞이 새카매졌다.
어둠 속에서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남자의 허리를 중심으로 상반신과 하반신이 떨어져나간다.
목을 중심으로 머리와 상반신이 떨어져나간다.
머리는 바닦으로 떨어져 마치 공과 같이 굴러간다.
영상을 확대하는 것처럼 그 머리 쪽으로 내가 이동한다.
가지 마! 이 이상 보기 싫어!
내 속의 외침같은건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머리로 이동해 그것을 들여다본다.
산발머리에 충혈된 붉은 눈동자가 원망스럽다는 듯이 나를 보고있었다.
“헉!”
어느새 눈 앞의 모습은 그 남자의 머리가 아니라 천장이였다.
“시온? 괜찮아요?”
「마스터!」
곧 금발의 여성과 적갈색 머리의 요정이 시야에 들어왔다.
“크, 크리스?”
「전 무시하는건가요?!」
“이름을 아직 안정했잖아...”
“시온?”
크리스가 내 말에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봐온다.
“아... 아무것도 아냐”
“정말 괜찮은건가요?”
「마스터!!」
화난 표정의 요정을 무시하며 상체를 일으키자 크리스가 살짝 물러난다.
“괜찮...아”
“실전은 처음이시니 이해해요”
...이해?
그 단어를 듣자 몸 안에서 검은 감정이 들끓는다.
이해한다고?
“...........다고?”
“네?”
“아 응?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지금 날 이해한다니 웃음밖에 안나온다.
내가 어떤 기분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무슨 상황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시, 시온? 정말 괜찮으신건가요?”
“괜찮아 응 난 괜찮으니깐 잠시 혼자 있게해줘 이해하지?”
“아.. 네”
내 말에 크리스가 걱정되는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향한다.
“시온 저... 너무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크리스가 나갔다.
“......”
「마스터!」
요정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가 멈춘다.
“큿...”
「마, 마스터?」
내 모습에 놀란건지 요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뭔가 두려워하는듯한 표정을 짓는다.
“............젠장”
속이 들끓으며 화가 치밀어오른다.
답답해 미칠것만 같다.
“좋아! 그래 어디 네 이름부터 한번 정해보자”
신경질 내며 침대에서 일어나 나무 의자에 걸터앉는다.
「마, 마스터 죄..죄송해요 화 푸시고 천천히 생각해주세요」
행군 중에 그렇게 성가시게 굴던 녀석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해온다.
그에 갑자기 찬물을 맞은 것처럼 죄책감이 들어온다.
머릿 속이 혼란스럽다.
정말 울고싶은건 오히려 나다.
「죄송해요...」
내 침묵이 아직도 화난걸로 받아들여진건지 울먹이며 사과를 해온다.
“......이제 됐어...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마스터...?」
그래 생각해보면 이녀석은 내 무기의 요정, 좋건 싫건 앞으로 항상 같이 있을 녀석이다.
“미안하지만 혼자 생각하게 해줄래? 그럼 네 이름도 정하고 쿠키도 사줄게”
「정말요?!」
...이녀석 좀 전까지 울먹이던게 거짓말 같이 환한 얼굴을 한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