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이계 퇴마사ㅡ염라의 현신.





서초패왕(西楚霸王). (8)


 “벌써 죽진 않았지?”

 신아가 설레는 투로 검을 늘어트리고 다가갔다. 파앙!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진 건물의 잔해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 중심에 이전보다 더 커진 한 마리의 대호, 선욱이 서있었다. 선욱은 신아를 보자 뒷다리에 힘을 주고 땅을 박차 달려들었다.

 “크롸아아앗!”

 선욱의 두 눈에는 이성의 빛이 사라져있었다. 오직 살의만이 가득했다.

 “호오, 이성을 버린 대가로 힘을 얻은 건가? 두 번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지는 못하겠군.”

 신아의 눈에 흥미가 비쳤다. 검은 호랑이는 주먹을 내질렀다.

 사기― 풍호권(風虎拳).

 주먹 주위에 강력한 풍압이 함께 하며 주먹이 지나가는 경로의 모든 것을 휩쓸었다. 한 마리의 호랑이처럼 거침없이 주변의 모든 것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친위대원들도 황궁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아도 풍호권에 맞서 주먹을 내질렀다.

 신기― 귀염(鬼炎).

 신아의 주먹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불꽃은 한 마리의 뱀이 되어 호랑이와 격돌했다.

 “하하하핫! 아하핫!”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황궁을 완전히 뒤집어 놨다. 땅이 뒤집히고 건물이 무너지고 친위대원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 충격파의 중심에서 신아가 웃었다. 광기인지, 순수인지 모를 미소를 만면에 띠우고 진심으로 즐거운 듯 웃었다.

 선욱은 죽음을 직감했다. 이성이 사라지고 본능이 육체를 움직이니, 본능이 그 무엇보다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죽음을 감지해 냈다. 선욱의 본능은 말하고 있었다. 이 주먹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고. 눈앞의 소년은 네가 상대할 만한 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이성이 사라졌다한들 그의 본능의 인간의 것 이전의 짐승의 것이었고, 짐승의 것보다 더 이전에 악령의 종복으로서의 것이었다. 그는 군인이며 악령의 종복이다. 그가 섬기는 존재는 악령, 그가 믿은 미덕은 상명하복. 그의 주인이 명했다. 적을 배제하라고. 그렇다면 그는 그렇게 하면 된다.

 설령 여기서 죽는다 해도.

 ​“​으​롸​라​아​아​아​아​!​”​

 선욱이 울부짖었다. 그 포효가 신아의 고막을 때렸다.

 “아, 귀 아파. 너 입 좀 닫아라.”

 신기― 언령(言令).

 만물을 지배하고 복종시키는 신의 언어가 지상에 현현했다. 신이 명령하니 사나운 맹수의 포효가 잦아들어, 종래에는 완전히 입을 닫았다.

 “~~! ~!”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지 못하는 것인지, 아님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지 못하는 건지, 선욱은 말을 하려고 했으나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선욱은 이것이 눈앞의 적이 벌인 농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선욱은 눈을 뾰족하게 떴다. 고양잇과 특유의 세로로 찢어진 눈이 신아를 노려봤다. 신아는 그 시선을 마주치고 씩 웃었다. 그 순간, 신아와 선욱의 팽팽한 대치에 이변이 일어났다.

 도술―공(攻), 염(炎), 폭화(爆火).

 퍼어엉!

 신아의 주먹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기 혹은 마나의 폭발은 선욱의 풍호권을 간단히 무마시켰다. 선욱은 폭발에 휘말려 뒤로 날아갔다. 그러면서도 원통한 듯 말을 할 수 없는 입을 강제로 열려고 하고 있었다.

 “아, 이제 말해도 돼.”

 신의 허락이 있자 언령이 해제됐다. 곧이어 짐승의 입에서 고통와 원한과 분노의 포효가 나왔다.

 “크아아아아!”

 선욱의 오른팔을 불에 타 검게 그을렸다. 생물이 겪는 가장 큰 고통스러운 죽음은 불에 타는 죽는 것이라고 했던가. 선욱은 방금 죽음을 경험했다. 기로 이뤄진 위험한 불길은 그의 팔을 태우고 그의 정신까지 침투했다. 자칫 잘못하면 선욱의 삶은 여기서 끝날 뻔했다.

 저 작은 적과 자신의 앞을 막은 이들만 아니었다면.

 신아 또한 갑자기 난입한 이들을 알아챘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그들은 기로 이뤄진 불을 잠재우고 죽이기 위했던 일격을 단순한 화상으로 바꿔놓았다.

 ​‘​·​·​·​·​·​·​귀​찮​네​.​’​

 자연히 신아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신아는 그들을 살폈다. 그들 중 하나는 신아도 아는 이였다. 황색의 갑옷을 입은 노장, 상장군 이곽승. 다만 전에 봤을 때보다 좀 더 젊어 보였다. 회춘이라도 한 것인가?

 “너, 시간을 돌려받았군― 아니, 이 경우엔 시간을 뺏은 건가?”

 신아가 물었다. 곽승은 웃었다.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웃었다. 그럼에도 신아의 인상은 좋아지지 않았다. 신아는 그에게서 죄업의 향기를 맡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저 늙은이는!

 “빼앗다니, 말이 너무 심하군. 나는 되찾았을 뿐이다. 나의 시간을 훔쳐간 그놈들에게서.”

 그의 말에는 감정의 고저가 없었다.

 ‘미쳐도 얌전하게 미칠 것이지. 차라리 저 짐승놈처럼 아예 지랄을 하면 더 편할 것을.’

 곽승은 신아의 생각을 안다는 듯이 웃었다. 그의 입은 쫙 찢어져 입꼬리는 귀에 닿았고 입안에는 상어와 같은 이빨들이 가득했다.

 신아의 추측대로 곽승은 시간을 빼앗았다. 그는 항우에게 자신의 청춘을 버리도록 강요했던 가문과 부모를 바쳤고 원치 않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게 했던 부인과 자신을 업신여기고 위협하는 자식들을 바쳤고 원치 않는 전장에 서는 것을 강요했던 황족들을 바쳤다.

 인륜을 거스르고 그는 악령의 종복이 되었으며 15년이라는 시간을 되찾았다. 수많은 이들을 바친 것치고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제물이 더 필요했다.

 “멍청한 것. 흘러간 강물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나? 악령이 네게 한 것은 그저 네 육체를 젊게 만들어 준 것 뿐이다.”
 ​“​·​·​·​·​·​·​닥​쳐​라​.​”​

 가면에 미세한 금이 간 곽승이 낮게 읊조렸다. 그것은 짐승의 경고와 같았다.

 “너의 육체는 결국 정해진 삶을 살다 무(無)로 돌아갈 것이고, 네 영혼은 평생토록 악령의 양식이 되어 고통 받을 것이다.”
 ​“​·​·​·​·​·​·​닥​치​라​고​ 하였다.”

 사기― 초절단(超絶斷)

 곽승은 손잡이 양쪽 끝에 외날검 형태의 칼날이 역방향으로 달린 쌍날검을 휘둘렀다. 검기가 날아와 신아의 옆에 있던 모든 것을 절단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었다. 뒤에 있던 친위대원, 시신, 건물들, 그리고 공간마저도 절단되었다.

 절단된 단면으로 회색의 빛이 새어나왔다.

 “하아아아.”

 신아가 탄식했다. 공간을 절단시켜 만든 구멍에서 새어나오는 빛들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기괴한 형태가 되어 빛에 의해 사라졌다. 특히 시신 같은 경우는 온몸이 일그러져 뼈와 장기가 부서지고 흘러나오고 피가 튀었다. 그러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종이 싸그리 다 미쳤구나. 이런 힘을 준 놈이나 이 힘을 아무렇게나 쓰는 놈이나.”

 천기(天技)― ​천​위​복​원​(​天​爲​復​原​)​.​

 신아가 갈라진 공간을 다시 꿰매듯이 한 땀 한 땀 복구하며 말했다.

 “―이러면 둘 다 죽여야 되잖아.”
 “이노오옴!”
 “어차피 다 죽일 거지만.”

 곽승이 노호를 질렀고 그것을 신호삼아 주위에 있던 이들이 신아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을 살펴보니 그들 모두 악령의 종복이 된, 선욱과 같은 케이스들이였다.

 신아는 왼편에는 찔러 들어오는 창을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서며 피하고 아래에서 위로, 대각선으로 베어 들어오는 검을 뒤로 한 걸음 물러나 피하고 오른편에서 연사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춤을 추듯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했다.

 그 세 명은 경악을 감추며 신아와 거리를 벌렸다. 신아의 주위에는 세 명의 강자가 일격을 날린 흔적은 있었지만 상대를 죽이거나 부상을 입힌 흔적 따위는 없었다.

 “미리 충고 하나 할게. 나랑 싸울 거면 저기 있는 고양이는 돼야 할 거야.”

 고양이? 그들이 신아가 가리키는 고양이를 돌아봤다. 그 고양이는 한 쪽 팔을 잃은 선욱이었다.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곽승이 먼저 달려들었다. 쌍날검은 매서운 기세로 신아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하늘을 찔러? 내가 하늘인데, 그 누가 내게 대항한다는 것이지?”

 쌍날검과 사인검이 부딪혔다. 신아가 힘을 주자 사인검은 쌍날검을 두부 자르듯이 매끄럽게 베고 지나갔다. 곽승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쌍날검과 함께 목도 잘려나갔을 것이다.

 신아는 즉시 다음 동작으로 들어갔고 곽승은 그것을 놓치고 말았다. 곽승이 봤을 때, 신아는 이미 그의 옆을 지나고 있었다.

 “크윽!”

 순간 옆구리에서 뜨거운 고통이 느껴졌다. 어째서, 곽승이 이를 악물었다. 악령의 종복의 육체가 너무 쉽게 뚫렸다. 거기에 느껴져선 안 될 고통이 느껴졌다. 불꽃이 상처의 틈으로 들어온 것 같은 고통이었다.

 신아는 뒤로 돌아 사인검을 휘둘렀다. 거기에는 곽승의 목이 있었다. 곽승은 허무한 죽음을 예감했으나 화살이 날아와 신아와 곽승의 거리를 벌렸다.

 쾅! 화살이 하나 박힌 자리에서 난 소리였다. 화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폭발음이었다.
 
 사기― 천살(千虄).  

 천 개의 화살이 신아를 덮쳤다.

 “하······, 뭐 이런 잡기로.”

 신기― 천망(天網).

 하늘이 만든 빛의 그물이 신아를 보호했다. 화살들은 그물을 통과하지 못하고 모두 부서졌다.

 신아의 뒤를 거구가 기습했다. 그는 두 주먹을 한데 모아 신아에게 내리찍었다. 쾅! 거구의 뒤에 나타난 신아는 그의 머리를 발로 찼다. 꼴사납게 몇 바퀴를 굴러 간 그는 신아를 보며 으르렁 거렸다.

 그 또한 선욱처럼 인간은 아니었다. 온몸을 뒤덮은 갈색의 털, 힘을 상징하는 두꺼운 팔과 근육들, 날카로운 이빨까지. 인간을 포기한 짐승이었다.

 사기― 야수화(野獸化), 웅(熊).

 “지랄들을 하는구나.”

 신아가 먼저 짐승에게 달려들었다. 눈으로 확인하기 불가능한 속도로 달려간 신아는 곰의 얼굴을 잡았다. 얼굴을 잡아 그대로 땅에 박았다. 머리가 땅에 박히고 곰의 하제가 그 반동으로 공중으로 떠올랐다. 신아는 이번에는 곰의 다리를 잡아 그대로 패대기쳤다.

 ​“​으​르​르​·​·​·​·​·​·​!​”​
 일어나려는 곰의 다리를 잡은 신아가 곰을 황궁의 건물로 추정되는 건축물에 던졌다. 육중한 짐승의 거구와 부딪히며 건물을 무너지기 시작했다.

 신아의 양옆으로 공격이 들어왔다. 목을 넘어 온몸을 반으로 가를 듯한 기세였다. 하지만 곽승의 쌍날검과 종복의 검은 신아의 양팔을 베지 못했다. 

 “날 죽이고 싶으면 변신이라도 하라니까.”

 신아가 팔을 휘두르자 강력한 풍압이 주변을 휩쓸었다. 그들은 살을 베는 바람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퍽. 퍽. 움직이지 못하는 곽승을 비롯한 종복들의 얼굴에 주먹이 꽂혔다. 그 충격으로 허공으로 떠오른 그들을 맞이한 것은 살을 베고 찢는 바람이었다.

 “크아아악!”

 신아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곽승과 종복 하나가 피를 흩뿌리며 땅으로 추락했다. 이 일대에 이제 신아 외에는 서있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전투불능이 되어 버린 것이다.

 ​“​·​·​·​·​·​·​끝​이​네​.​”​

 하아, 신아가 숨을 들이셨다. 신아의 입에서 녹색의 연기가 나오며 땅을 흩듯이 퍼져나갔다.

 마기(魔技)― 히드라의 ​숨​결​(​H​Y​D​R​A​’​s​ Breath).

 히드라의 숨결은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퍼지며 닿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곰이 숨결에 닿자 곰의 신체가 천천히 변했다. 색깔이 점점 탁해지며 신체가 썩어가며 붕괴되어 결국은 완전히 녹아 사라졌다.

 “네놈! 어찌 이런 사술(邪術)을!”

 곽승이 소리쳤으나 신아는 코웃음을 쳤다.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신조차 두려워하는 맹독은 이제 이 일대를 완전히 잠식했다.

 “끄아아악! 싫어어어! 죽기 싫어어어!”

 선욱이 소리쳤다. 독이 닿은 모든 부분이 붕괴되고 있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고통 속에서 선욱은 살고자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가장 먼저 다리가 무너졌다. 다리의 뼈가 녹았고 살이 썩었고 근육이 갈라졌다. 다리 다음에는 몸통이었다. 선욱의 두 눈은 비로소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

 독기는 결코 쉽고 빠르게 죽이지 않았다. 천천히, 하나하나 해체하고 부수어 죽음을 선사했다.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다! 내가 어떻게 다시 얻은 시간인데! 이렇게 끝낼 ​수​는​·​·​·​·​·​·​!​'​

 곽승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두 다리는 이미 썩고 녹아 사라진 뒤였다.

 “크윽!”

 곽승은 독이 상처를 통해 몸 안을 헤집어 놓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이대로 끝낼 것 같으냐!”

 쿠오오오. 하늘에 검은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하아. 왜 자꾸 일이 ​복​잡​해​지​냐​·​·​·​·​·​·​.​”​

 항우가 일을 벌였다.

 하늘에 구멍이 났다. 검은 먹구름 속에서 난 구멍은 빛을 내며······ 악령을 쏟아냈다. 항우와 같은 십이 악령이 아니라 급이 낮은 하급 악령들이었으나 하급도 모이면 무시 못 할 전력이 된다.

 ​“​물​량​전​이​냐​·​·​·​·​·​·​.​”​
 ‘그런데 좀 이상하네. 항우가 이렇게 머리를 쓰는 ​놈​이​었​나​·​·​·​·​·​·​.​’​

 둥지가 완성되지 않았을 때면 모를까, 둥지가 완성된 시점에서 항우라면 ‘내가 다 작살을 내버리겠다!’ 이러면서 가장 먼저 튀어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안전한 곳에 숨어서 물량전으로 상대가 힘을 허비하게 만들고 있다.

 “뭔가 ​있​긴​·​·​·​·​·​·​.​”​

 신아는 말을 하다 말고 멍하니, 곽승을 쳐다봤다. 아니, 지금 보고 있는 것이 곽승이 맞는 건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썩고 녹은 두 다리는 복구되었으나 온몸이 탁한 비늘로 덮여 있었고 두 손에는 날카로운 검은 손톱이 길게 자랐고 머리에는 흉측하게 변형된 사슴의 뿔이 자라있었다. 두 눈은 검었고 입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생겨났다.

 인간이 아니었다. 저건······.

 마기― 환수화(犱獸化), 악룡(惡龍).

 용이었다. 아주 사이한 용이었다.

 “미쳤구나. 악령과 결합을 하다니.”

 곽승은 말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인간으로도 종복으로도 남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복수, 오직 복수만을 위해 악령에게 몸을 바치고 악령의 흡수했다.

 곽승이 신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끼에에엑!”

 악령들이 일제히 신아에게 달려들었다.

 “하. 이 잡것들이!”

 신아가 팔을 휘둘렀다. 그 순간 불길이 일어나 하늘을 갈랐다.

 도술―공(攻), 염(炎), 홍염(紅焰).

 불길은 마치 파도처럼 거침없이 나아가 악령들을 태웠다. 영혼을 태우는 불길은 하늘을 가득 메웠고 어떤 악령들도 그 불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악령들은 구멍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둥지 안에서 싸우는 만큼 신아도 홍염을 무한히 유지하지 못한다.

 악령은 황궁 곳곳에 흩어진 시신들에게로 향했다. 악령에게 지배당한 시신들이 일어났다. 그들의 피부는 검었고 두 눈은 붉었고 온몸에서는 시체 썩은 내가 가득했다.

 검은 탁룡(濁龍)이 신아에게 달려들었다.

 인간도 짐승도 아닌 괴물이 되어버린 용의 주먹과 죽음의 붉은 검이 부딪혔다. 그것을 시작으로 악령들이 움직였다.

 검처럼 길어진 용의 비늘과 살을 뚫고 나와 검이 된 뼈가 신아를 몰아붙였다.

 그 속에서 신아의 눈이 위험하게, 그리고 어둡게 빛났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