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화
아팟치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밤거리를 떠돌며 추억을 떠올렸다.
고3 때 예술적으로 자는 방법을 연구했던 기억부터 중학생 때 PC방에서 담배냄새 맡으며 망겜에 인생 올인했던 일, 대학교 때 공부는 안하고 힉식 먹고 만화카페에 박혀있었던 일…
내 꿈은 무엇이었나? 중학생 때까지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리고 내가 생각보다 머리가 나쁘다는걸 깨닫고 공부를 손에서 놓은 것도 중학교 때 일이었다.
대신 책도 많이 읽고(주로 철학계통), 게임도 열심이하고, 바둑이나 마작 같은 것도 배워보는등 오히려 더 열심히 살았던거 같기도하다.
성적이 안 좋았으니 고등학교는 변두리의 작은 학교를 나왔고 거기서 오목을 열심히 뒀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수시보다 수능이 중요했던 시절 별 생각 없이 넣었던 영남권 국립대가 천운으로 붙었다.
반농반진담으로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말을하곤했지만 속으로는 시큰둥했다.
그야 철학서를 끼고 살긴했어도 진지하게 철학도를 꿈꾸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국립대 철학과 합격은 그저 떨떠름했을 뿐이었다.
다만 학교에서 잠을 잘자는 법을 연구하는 계기가되었을 뿐이다.
대학생활은 별다른 추억이 없다.
설렁설렁다니다가 아쓸아쓸하게 졸업했다.
그리고 독서량이 줄고 대신 만화와 커피를 제일 많이 접한 시기기도하다.
군대는 공익으로 빠졌다. 척추측만증 때문이었는데 일상에는 딱히 지장이 없어서 잊고 살고 있었던지라 소리 없이 환호했다.
내 손으로 대학졸업장을 쥐게된 이후로도 나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대학원을 가서 연구자의 길을 걷기에는 열의가 없었고 취업을하기에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향에 돌아가 빌붙어 살기도 뭣했기에 근처 고시원에 세들어 살며 비정규직을 전전했다.
돈을 모아 원룸으로 이사갔지만 결국 30을 넘어서도 반 백수, 안정적인 수입이 없으니 불안하기만하다.
중학교 때 꿈은 포기했으니 대신 초등학교 때 꿈을 떠올리며 글을 끄적이고 공모전에도 넣어봤지만 출판은 개뿔 6년동안 예선도 넘긴적이 없다.
그렇게 작가는 아무나하는게 아니라는 교훈을 얻고나니 문득 이런 충동이 들기 시작했다.
'죽고싶다.'
빈말로라도 말하지 않았던 것을 어느새부터 진심으로 원하게되었다.
목을 매달까?
죽을 때 죽더라도 똥오줌을 지리고 싶지는 않있다.
손목을 그을까?
나는 심각한 쫄보라서 실행하기 싫었다. 아프기만하고 안죽을거 같아.
뛰어내릴까?
이 근처에는 초등학교도 있다. 얘들이 보고 까무라칠 수 있으니 먼곳으로 가자.
그렇다고 낙동강 다이빙을하기에는 멀어서 귀찮으니 폐건물에 올라가자.
얘들도 없고 어중간하게 다치지 않고 한방에 죽을 수 있는 높이인 그 곳으로.
그래서 나는 한밤중에 주머니에 추억을 가득 우겨넣고 보름달 아래 잠에 취해 술 마신 것처럼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여기서 끝인가? 끝이네. 바닥을 바라보며 잠시 감상에 졌었다.
"다음 생은 덜 X같길 빌며 원찬스 다이빙!"
뭐, 윤회나 사후세계 같은걸 믿었다면 이런 짓을 안하겠지만 갈 땐 가더라도 유쾌하게 가기위해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려 외쳤다.
몸을 기울여 아래로 내려갔다.
안전장치 하나 없이 위에서 아래로 바람을 가르는 경험은 상당히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이제 끝이다.
…끝인가?
어느새 땅바닥에 누워있는 몸을 일으켜 세우니 텅 빈 공간에 묘령의 여인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형설화(邢雪花)씨 맞으신가요?"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시나요?"
희성에 여자이름 조합. 동명이인과 헷갈릴리는 없다.
"안녕하세요 형설화씨, 사후세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당신은 방금 불행하게도 숨을 거드셨습니다."
젠장 사후세계 있는거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