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비극의 씨앗 (4)
드디어 결혼 협정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냈다. 눈이 녹아 거대한 진창으로 변하기 전에 모스크바에 도착하려면, 12월 10일에는 수도에서 출발해야 했다. 제국과 루스의 국경 도시인 비엘리치카에 남은 사절단 일부는 마차를 수리하고, 식량을 준비하고 있었다.
"잘 다녀오거라, 아들들아."
황제 요제프 3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었고, 엘리자베트 황후는 아들을 한 명씩 꼭 껴안아주었다. 출발 일주일 전, 올가 콘스탄티노브나와 결혼이 확정된 프란츠 요제프는 어머니의 시녀인 드 이자벨 보포르-스포르탱과 대리결혼을 했다.
보조크는 튼튼한 썰매 위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구조물을 붙이고, 이것을 끄는 것은 썰매개 중 하나인 치누크다. 일반적인 교통수단 중 하나인 마차에 비해 흔들림이 매우 적었고, 식사나 용변을 제외한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낮에는 풍경을 즐기기 위해 천천히 다녔고, 모두가 잠드는 밤에는 더욱 빨리 달렸다.
"제국에선 썰매 위에 구조물을 올린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마차보다는 안락하게 다닐 수 있겠군요."
보리스의 여동생인 빅토리야는 출발 준비가 완벽하게 될 때까지 비엘리치카에 머무르는 일주일 동안, 보조크에 루스와 북부 아라비아에서 쓰이는 주전자인 사모바르를 설치했다. 식량을 넣는 보조크 안에는 육포에 곡류를 넣고 간 것을 지방과 함께 뭉친 페미컨을 가득 쌓고, 도시에 들를 때마다 고기와 채소를 사기로 했다.
"비엘리치카에서 크라스니스타프까지 마차로는 나흘 정도 걸릴텐데, 30시간밖에 안 걸리다니, 확실히 보조크는 빠르군요."
프란츠 요제프보다 열 다섯 살 어린 카를 요제프는 그저 감탄했다. 밤에 달리는 치누크들은 해가 뜨면 쉬고, 밤에 충분히 쉰 치누크들이 낮에 달리는 것을 반복하니, 성탄절을 이틀 앞두고 모스크바 근처의 작은 마을인 스몰렌스크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일행은 해가 바뀔 때까지 며칠 쉬면서, 마차를 점검하고 재정비하기로 했다.
"스몰렌스크의 영주는 알렉세이 그리고리예비치 바그라티온-그루친스키 공이지요. 그는 가족과 함께 주로 모스크바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흔쾌히 영지의 저택을 빌려주었지요."
스몰렌스크의 그루친스키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프락신 가문의 하인들이 시중을 들었는데, 이는 타국의 통치 군주나 귀족을 대한 적이 없는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사실 연말연시엔 귀족들도 대부분의 하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지요. 남자는 상관이 없지만, 여자는 영주의 집에서 일했으니 예의범절을 착실히 배웠을 거고, 이는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상대와 결혼할 수 있으니까요."
보리스 블라디미로비치는 프란츠 요제프와 매일 두 시간 이상 루스 어로 대화했다. 이미 크라스노다르의 스미르노프 공작과 대리결혼한 차리나는 프란츠 요제프와 정식으로 결혼하겠지만, 차리나의 여동생인 베라 콘스탄티노브나는 프란츠 요제프의 동생들 중 한 명을 남편으로 선택해야 했다.
"결혼이란 것은 자신의 맘에 드는 배우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 서로에게 맞춰가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지만, 이 의견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의견은 아니죠."
멋진 기사가 아름다운 귀부인을 고결하게 지키는 궁정 연애를 좋아하는 여동생들은 자신의 남편도 멋진 기사처럼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항상 민담의 마지막은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그 속에 숨겨진 현실은 남편이 정부를 들이거나, 아내들은 목숨을 걸고 아이를 낳다 죽거나, 태어난 아이들도 병이나 사고로 일찍 죽거나, 기타 등등 헤아릴 수 없다.
"밤이 늦었습니다. 그만 쉬시죠. 내일은 제국 식으로 성탄절을 치뤄야 할 것이고,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1월 7일에는 루스 식으로 치뤄야 할 것이 아닙니까. 티모페이에게 달콤한 구바디야와 차를 올리라고 하겠습니다."
보리스 블라디미로비치는 조용히 나갔다. 창문 밖에는 또다시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