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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용의 대격전


투고 | 문학소년

미리님의 나리심




나리신다, 나리신다, 미리[龍]님이 나리신다. 신년(新年)이 왔다고, 무진(戊辰)년의 신년이 왔다고 미리님이 동방 아시아에 나리신다.

태평양의 바다에는 물결이 친다.

몽고의 사막에는 대풍(大風)이 인다. 태백산 꼭대기에는 오색 구름이 모여든다. 이 모든 것의 모두가 미리님이 내리신다는 보고다.

미리님이 내리신다는 보고에 우랄산 이동의 모든 중생들이 일제히 머리를 들었다. 부자와 귀한 사람은 물론 미리님의 입에 맞도록 중국요리·서양요리 등 갖은 음식을 장만하며 미리님의 귀에 흐뭇하도록 ​거​문​고​·​가​야​금​·​피​아​노​ 등 모든 음악을 대령한다. 그러나 가련하게 헐벗고 굶주린 빈민들은 미리님께 정성을 드리려 하나 아무 가진 것이 없다. 가진 것은 그 빨간 몸뿐이다.

이에 하릴없이 피를 뽑아 술을 빚고 눈물을 짜 떡을 만들어 장엄한 제단 위에 창피하게 모양 없이 벌리어 놓고 미리님의 내리심을 기다린다.

1월 1일 상오 2시 첫 닭이 홰를 치자 아무 기별도 없이 구름의 비행기를 탄 미리님이 닥치셨다. 일반 ​부​귀​자​(​富​貴​者​)​들​은​ 노래하며 춤추며, 거룩하신 미리님을 맞이하는데, 모든 빈민들은 일제히 땅에 엎어져 운다. 울면서 미리님께 빈다.

“님이시여, 님이시여, 미리님이시여. 금년에는 세납(稅納)이나 많이 안 물리도록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도조(賭租)나 많이 안 달라게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감옥 구경이나 않게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생활난에 철도 자살이나 없게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타국 타향에 비렁거지나 안 되게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이 흥왕하게 하여 주옵소서.”

하면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그러나 그 비는 소리가 미리님의 귀에는 들리지도 안하고 다만 그 가련하고 모양 없는 제물만 미리님의 눈에 띄었다. 그래서 미리님이 골을 잔뜩 낸다.

“이 놈들! 정성을 내지 않고 행복을 찾는 놈들 죽어 보아라”

하고 아가리를 딱 벌린다.

아이구 어머니, 그 아가리가 놀부의 박이던가. 그 속에서 똥통 쓴 황제이며, 쇠가죽 두른 ​대​원​수​(​大​元​帥​)​며​,​ 이마가 반지러운 재산가며, 대통이 뒤로 달린 대지주며, 냄새 피우는 순사나리며, 기타…… 모든 초라니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와서는 모든 빈민들을 모조리 잡아먹는다.

피를 짜 먹고, 살을 뜯어먹고, 나중에는 뼈까지 바싹바싹 깨물어 먹는다. 먹히지 않으려면 탄알의 받이요, 감옥의 책임이다. 아, 지옥의 세계! 가련한 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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