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님이 안출(案出)한 민중 진압책
이와 같이 상제께서 반역성을 품은 인민에 대하여 무수히 걱정하시다가 한숨을 후― 쉬며
“인세(人世)에 백년의 장책(長策)이 없거든 천세(天世)에 어찌 만년의 장책이 있으랴. 술이나 마시고 고기나 먹고 그러구러 해를 보낼 일이지 걱정이 쓸데 있으랴”
하고
“천황당(天皇堂) 앞 뒤 뜰이 무너진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엉켜진들 어떠하리.”
하는 후렴 없는 시조 한 장을 부르신다. 미리가 앞으로 나와 부복(俯伏)하고 여쭈오되
“상제는 존엄하사 억만 중생이 첨앙(瞻仰)하는 바이올시다. 어찌 이같은 불상(不祥)한 말씀을 하시나이까? 지상의 인민들이 비록 반역성을 가졌으나 이를 진압하여 영원한 활지옥(活地獄)에 가둘 수 있습니다.”
상제가 가라사대
“오, 미리야, 너는 지혜와 용기가 겸비한 귀물(鬼物)이니 장책이 있거든 말하여라.”
미리가 다시 여쭈오되
“지상의 민중을 대개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으니, 일은 강국의 민중이요, 또 일은 식민지의 민중이올시다. 강국의 민중은 아주 그 타성적인 애국심을 가진 동시에 나라를 지배계급의 나라로 오인하여 그 지배계급의 세력을 확장 증진케 하는 일을 애국으로 오신(誤信)하여 그 애국심이 거짓된 애국심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즉 강국의 민중에게는 얼마큼 보통선거의 권리 같은 것, 노동임금의 증가 같은 것이나 허락하여 주고, 일면으로 그 거짓된 애국심을 장려하여 약소국의 민중을 정복케 하며, 식민지의 민중을 압박케 하여 지배계급―자본주의―의 선봉이 되게 하면 그들의 고픈 배가 다시 이 이익 없는 허영에 불러져 우리가 비록 몇십 년 동안 그들의 피를 빨아먹어도 아픈지를 모를 것이요, 식민지의 민중은 그 고통의 정도가 다른 민중보다 만 배나 되지만 매양 그 허망한 요행심을 가져 굶어죽는 놈이 요행의 포식(飽食)을 바라며, 얼어죽는 놈이 요행의 난의(暖衣)를 바라며, 교수대에 목을 디민 놈이 요행의 생을 바랍니다. 그래서 반항할 경우에도 반항을 잘 못합니다. 그런즉 식민지의 민중처럼 속이기 쉬운 민중이 없습니다. 철도·광산·어장·삼림·양전(良田)·옥답(沃畓)·상업·공업…… 모든 권리와 이익을 다 빼앗으며 세납과 도조(賭租)를 자꾸 더 받아 몸서리나는 착취를 행하면서도 겉으로 ‘너희들의 생존 안녕을 보장하여주노라’고 떠들면 속습니다. 가죽채찍·철퇴·죽침질·단근질·전기뜸질, 심지어 입에 올리기도 참악(慘惡)한 ○○○ ○○○ 같은 형벌을 행하면서도 군대를 출동하여 부녀자 찢어 죽인다, 소아를 산 채로 묻는다, 온 마을을 도륙(屠戮)한다, 곡속(穀粟)가리에 방화한다……하는 전율할 수단을 행하면서도 한두 신문사의 설립이나 허가하고 ‘문화정치의 혜택을 받으라’고 소리하면 속습니다. 학교를 제한하여 그 지식을 없도록 하면서도, 국어와 국문을 금하여 그 애국심을 못 나도록 하면서도, 저들 나라의 인민을 이식하여 그 본토의 민중을 살 곳이 없도록 하면서도, 악형과 학살을 행하여 그 종족을 멸망토록 하면서도, 부어터질 동종동문(同種同文)의 정의(情誼)를 말하면 속습니다. 〈건국〉〈혁명〉〈독립〉〈자유〉 등은 그 명사까지도 잊어버리라고 일체 입과 글에 오르지도 못하게 하지만, 옴 올라갈 자치·참정권 등을 주마 하면 속습니다. 보십시오. 저 망국제를 지낸 연애문단에 여학생의 단 입술을 빠는 청년들이 제 세상을 자랑하지 않습니까! 고국을 빼앗기고 쫓김을 당하여 천애(天涯) 외국에서 더부살이하는 남자들이 누울 곳만 있으면 제2 고국의 안락을 노래하지 않습니까?” 공산당의 대조류에 독립군이 떠나갑니다. 걸(乞)아지 정부의 연극에 대통령의 자루도 째집니다. 속이기 쉬운 것은 식민지의 민중이니, 상제시여, 마음 노십시오. 세계 민중들이 다 자각한다 하여도 식민지 민중만은 아직 멀었습니다. 우리가 식민지의 민중만 잡아먹더라도 몇십 년 동안은 아무 걱정 없을 것이올시다.“
상제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아이고, 요 내 자식놈아. 나도 악독하지만 너는 나보다도 더 악독하구나. 네가 아니면 내가 어찌 이 자리를 보전하랴.”
하시며 미리의 등을 툭툭 두드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