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2화
1)
소녀는 예의 바르게 스커트 자락을 들어올리고,
어처구니 없이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를 한다.
「처음 뵙겠어요, 린. 나는 이리야.
이리야스필 = 폰 = 아인츠베른이라고 하면 알겠죠?」
「아인츠베른---」
토오사카의 몸이 미미하게 흔들린다.
그런 토오사카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소녀는 기쁜 듯이 웃음을 흘리고,
「----그럼 죽일게. 해치워, 버서커」
노래하듯이, 등뒤의 거인에게 명령했다.
거구가 난다.
언덕 위에서 여기까지, 수십 미터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낙하해 온다---!
「----츠키, 물러나요.....!」
달 아래.
유성 같은 수백 줄기의 "바람"이, 낙하해 오는 거구를 연발로 맞춘다....!
고속으로 낙하하는 거구를 꿰뚫어 가는 은색 빛은,
틀림없이 "마술"에 의한 공격이었다.
아니, 마술이라고 부르기도 우습다.
귀가 멍멍해질 정도의 폭사,
그것도 하나 하나의 일격은 강판조차 뚫을 지도 모른다.
---그것이 수백.
이것은 분명, 폭풍 혹은 허리케인이라고 부르겠지.
하지만,
「거짓말, 안 먹혀----!?」
검은 거인에게는, 아무런 효과를 가지지 못했다.
격돌하는 검과 검.
"바람"을 그 몸에 맞으면서도 낙하한 버서커의 대검과,
그 낙하지점까지 달려간 세이버의 검이 불꽃을 튀긴다......!
「훗........!」
서로 부딪치는 검과 검.
버서커의 검에 밀리면서도,
세이버는 그 검의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는다.
---어둠에 달리는 은색 빛.
뚜렷이 힘에서 밀리고 있을 터인 세이버는,
그러나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는다.
선풍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거인의 대검을
받아내고, 튕기고, 정면에서 베어서 무너뜨려간다.
「--------」
숨을 삼키는 소리.
버서커의 마스터인 소녀도,
멍하니 세이버를 바라보고 있는 토오사카도,
그 모습에 넋을 잃고 있었다.
「......윽! 캐스터, 원호.....!」
순간적으로 외치는 토오사카.
거기에 응하여, 다시금 어디선가 녹색 빛이 쏘아진다.
녹색 빛은 용서 없이 거인의 관자놀이에 직격한다.
대기를 꿰뚫으며 나는 캐스터의 마술은, 전차의 포격에 필적한다.
그걸 관자놀이에 맞고 멀쩡할 리가 없다.
---보통 서번트라면 말이다.
「----이겼다.............!」
지체 없이 보이지 않는 검을 후려치는 세이버.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흉악한 일격에 의해, 몸과 함께 튕겨졌다.
「큭.....!?」
날려져, 아스팔트를 미끄러지는 세이버.
그것을 추격하는 검은 선풍.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캐스터가 마술을 날린다고 하더라도,
저 거인은 멈추지 않는다.
휘둘러지는 대검을, 세이버는 순간적으로 검으로 받아낸다....!
「세이버......!」
버서커의 일격을 받은 세이버는,
그야말로 공처럼 튕겨 날아가---텅, 하고 언덕 중간쯤에 낙하했다.
「----!」
세이버는 지면에 무릎을 꿇은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끝이네. 뭉개버려, 버서커」
소녀의 목소리가 울린다.
검은 거인은, 악몽 같은 스피드로 세이버에게로 돌진한다.
후려쳐지는 거인의 대검.
그것을.
늠름한 시선인 채 검으로 받아내고,
세이버는 두 번째로, 크게 튕겨져 날아갔다.
---언덕 위, 수십 미터나 날아간다.
세이버는 일직선으로, 언덕길에서 벗어난 거친 땅에 때려 박혔다.
검은 선풍이 이동한다.
이미 승패는 결정됐는데도, 아직 질리지 않은 것인지.
버서커라고 불린 거인은, 포효를 지르며 언덕 위의 황무지로 돌진한다.
「세이버----!」
에미야가 거칠어진 땅에 달려 들어간다.
거기에 기다리고 있었던 광경은,
에미야의 예상을 크게 배반하고 있었다.
묘석이 난다.
포효를 지르며 거인이 대검을 한 번 번뜩일 때마다,
거짓말처럼 무거운 묘석이 양단되어 간다.
---그 안.
난무하는 묘석 위, 용감히 질주하는 기사가 있었다.
거칠게 부는 부검의 일격.
쾅쾅 하고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묘석.
그 안에서, 아까와 같은----
아니, 그 이상의 힘으로, 세이버는 버서커와 대치하고 있었다.
「--------」
둘의 입장은, 여기에 와서 역전되어 있다.
버서커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체구인 그녀의 이점.
장애물에 가로막히는 버서커와,
장애물 따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세이버.
버서커에게는, 이 정도 장해 따위 사소한 일이겠지.
하지만, 그것은 결코 제로가 아니다.
전장으로서는 사소한 차이기는 하지만,
그 약간의 차야말로, 길항하는 둘의 천칭을 기울이고 있다---
「이쪽.....! 앞에 나가 있다가는 괜히 말려들어!」
「엣, 잠.....!?」
에미야를 끌어서 나무 그늘에 숨으며,
토오사카는 묘지의 상황을 엿본다.
둘의 싸움에 변화는 없다.
버서커의 일격은 전부 허공을 가르고, 태풍처럼 주위를 파괴할 뿐이다.
그 사이.
휘둘러지는 선풍과 날아오르는 흙덩어리,
절단되어 가는 묘석의 빗속,
세이버는 갑옷조차 더럽히지 않고 파고들어, 버서커에게 일격을 선사한다.
「..............」
미친 듯이 춤추는 검무.
닿으면 한 순간에 고기덩어리가 되는 선풍 속에서,
주저하지 않고 적에게 덤벼드는 금색 기사의 모습.
「.....과연. 수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버서커의 검을 맞은 건 일부러 그랬던 건가」
불쑥, 하고.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토오사카는 중얼거린다.
「......그건, 버서커를 여기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잘 아네. 차폐물이 없는 장소에서 저거랑 싸우는 건 자살행위야.
그렇기에, 세이버는 전장으로 이곳을 골랐어.
그것도 자연스럽게, 에미야 한테서 버서커를 멀리하면서,
어디까지나 궁지에 몰린 척 하면서 말이지」
「--------」
.......그렇다고 한다면.
세이버는 언덕길을 걷고 있었던 시점에서,
이 장소가 전투에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물론, 이런 싸움이 되면 원호는 기대할 수 없어.
하지만 상대는 캐스터의 그런 엄청난 마술조차 무효화시키는 괴물인걸.
원호 따위, 처음부터 무의미한 거야.」
'아아, 세이버를 뽑았으면...' 이라고 토오사카는 중얼중얼 중얼거리면서,
세이버와 버서커의 싸움을 관찰한다.
「그것은 실례되는 말이군.」
「「에!?」」
어느새 다가온 건지, 캐스터가 둘을 향해 말한다.
「나에게도 저 괴물을 '죽일' 방법이 있다.」
「에? 정말!?」
「그렇다.」
단언하는 캐스터의 목소리에 린과 에미야가 놀란다.
「하지만, 그것은 굉장히 위험한 마술.
일정 범위를 피아 구별없이 '즉사' 시키는 마술이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소리인가,
린의 숨을 삼키는 반응에 에미야 또한 그 대단함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아니, 에미야 씨. 피아 구별이 없는 범위 마술이라면,
세이버가 휘말릴 수도 있어.」
「그말대로이다. 뭐, 나로서는 저 괴물이나 세이버라는
강대한 적을 동시에 격파 할 수 있기에 더할 나위 없지만,
우리의 의리 깊은 마스터께서는 분명 반대하겠지.」
캐스터가 어깨를 으쓱인다.
「덧붙여서, 이것은 발동 시간이 다른 마술에 비해 길다.
발동 되기 전에 버서커가 피한다면, 도리가 없지.」
말을 맞친 캐스터가 세이버와 버서커가 싸우는 곳을 본다.
버서커의 공격을 흘리며, 간간히 반격하는 세이버.
그러나 그 반격으로는 버서커에게 타격을 줄 수 없다.
아무리 묘석 덕분에 호각을 이룬다고는 하지만,
그 묘석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다.
그러니, 이런 균형도 금새 끝나겠지.
「단 5초. 그 시간만 버서커의 발을 묶어 놓으면 된다.」
캐스터의 말에 린과 에미야는 서로를 본다.
그 시간동안 버서커를 멈출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에미야와 린이 아무런 말도 없자, 캐스터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세이버와 버서커, 둘다 죽인다.
2)
보이지 않는 검과 거대한 검이 부딪힌다.
그 충격에 튕겨 나가는 세이버.
그녀는 묘석 중 하나에 발을 대며 다시 돌진한다.
전장은 이미 묘석이 드문드문 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계속 이 상태로라면 필패.
「..........!」
세이버의 입술이 앙 다물어진다.
남은 방법은 단 하나, 보구 뿐.
캐스터에게 기대는 방법도 있겠지만,
캐스터는 자신의 마술이 더이상 통하지 않자 포기했는지,
더 이상의 원호는 오지 않았다.
세이버가 보구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때,
「나에게도 저 괴물을 '죽일' 방법이 있다.」
그녀의 좋은 청각에 흐릿하게나마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괴물, 버서커를 '죽일' 방법.
그것의 조건은 5초간 버서커를 멈추도록 하는 것.
하지만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세이버의 목숨마저 가져가 버린다.
「@@@@@@@@@@@@!!!!!!」
버서커의 표호가 울린다.
저 괴물을 막는 방법은 이제 2가지.
다른 한가지의 방법은 미지수이지만.
아무리 마술이 통하지 않는 다고는 해도,
자신의 대마력을 넘는 마술을 무영창으로 날리는 캐스터라면,
그것은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정체가 들키면서 위험해진다.
자신의 정체를 지키면서 위험해진다.
둘 모두는 승리를 전제로 한다면....
---답은 이미 나왔다.
또다시 버서커의 부검에 튕겨 나갔다가
묘석을 딛고 버서커에게 돌진한다.
그 찰나에 세이버는 캐스터에게 시선을 보냈고,
캐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앙!!!
온 힘과 상당수의 마력을 담아 버서커의 검을 튕겨낸다.
1초 ---- 캐스터가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그러고는 세이버는 곧바로 몸을 숙여 버서커의 다리를 베어간다.
2초 ---- 그것은 캐스터의 '진정한' 보구인가.
버서커의 다리가 베인다.
3초 ---- '그것'이 사용되자, 캐스터 주위의 마력이 '깨진다'.
기우뚱하며, 자세를 잃는 버서커.
4초 ---- 버서커와 세이버가 서있는 대지에 불길한 마술진이 생긴다.
세이버는 마력을 분사해, 로켓처럼 전장에서 이탈한다.
5초 ---- 마술진에서 나온 마력이 정점에 달한다.
「------------」
발동하는 마술진.
검은색 마력이 음울한 빛을 뿌리며 버서커를 감싼다.
가까스로 이탈한 세이버가 그 모습을 멍하니 본다.
저..주..
그런 레벨의 마술이 아니다.
저것은 악(惡) 그자체.
보통 사람이라면 보는것 만으로도,
아무런 반응도 없이 즉사할 그런 악이였다.
「@@@@@@@@@!!!」
그 불길함을 버서커가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검은 마력이 소리없이 버서커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버서커는 말 그대로 '즉.사.' 했다.
「---------!!」
버서커가 죽음으로서 이 지역에 시끄럽게 울리던 소리가 그친다.
들리는 것은 숨을 삼키는 마술사[린, 에미야, 이리야]들의 소리와
보구로 여겨지는 '그것'을 집어 넣는 캐스터의 움직임 뿐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저것은 마술, 아니 대마술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그것을 캐스터는 영창도 없이 5초만에 행한 것이다.
「.....흐,흐응. 다시 봤어, 린. 제법이잖아, 네 캐스터.」
고요를 깬것은 이리야의 목소리였다.
당혹감을 다스린 소녀는 자신의 거인[버서커]에게 말했다.
「좋아, 돌아와, 버서커.
시시한 일은 처음에 끝내려고 생각했지만, 조금 예정이 바뀌었어.」
그런 소녀의 모습에 에미야는 고개를 저었다.
저 버서커는 죽었을 테니까.
그러나,
검은 거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소녀의 곁으로 간다.
「----그런!」
캐스터를 제외한 모두가 버서커의 생존에 경악한다.
방금 그 '마술'은 세이버조차 살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할 것.
그것을 버서커는 이겨낸 것인가!
「아하하, 당연 하잖아.
내 버서커는 말야, 그리스 최대의 영웅이니까.」
「.....!? 그리스 최대의 영웅이라니, 설마---」
「그래. 헤라클레스. 다시 봤어요, 린 그리고 캐스터.
설마 한 번이라도 버서커를 죽이다니.
하지만 안 됐군요?. 버서커는 그 정도로는 사라지지 않아.
그 녀석은 열두 번 죽지 않으면 죽을 수 없는 몸이니까.」
「....열두 번?」
이리야의 말에 중대한 비밀을 읽은 것인지.
아연해하고 있던 토오사카의 눈이, 약간의 후회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렇, 구나.
이 녀석의 보구는 물건이 아닌 거야.
영웅 헤라클레스의 심볼은, 그.」
「그래, 육체 그 자체가 헤라클레스의 보구인 거야.
너도 알고 있잖아, 헤라클레스의 열두 난행을.
그리스의 영웅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열두 번이나 되는 모험을 극복하고,
그 보답으로 "불사"가 되었어. 이 의미, 너라면 알겠지?」
「......생명의 스톡....소생마술을 겹쳐 건, 거네」
「그래. 그래서 그 녀석은 간단히는 죽을 수 없어.
과거 자신이 극복한 만큼의 시련죽음은 살아남아 버리는,
신들에게 걸린 불사의 저주.
그게 내 버서커의 보구, "열두번의 시련[God hand]"이니까.」
「알았어? 버서커는 지금 걸로 죽어버렸지만, 그것은 1번.
후후, 아까웠어, 린. 네 캐스터의 마술 말이야.
거기다, 버서커는 한번 당했던 방법으로는 더이상 죽지 않아.」
이리야가 웃는다.
그녀의 말에 담긴 의미에 세이버도 린도 에미야도 경악을 표했다.
그녀의 말은 즉,
더이상 방금의 마술은 통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그들이 아연해 하던 말던 이리야는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럼 바이바이. 또 놀자, 언니들.」
그렇게 말을 남기고, 이리야는 사라져 갔다.
「............」
원래 대화에 끼지 않던 캐스터를 제하고서도,
넷은 아무런 말도 없이 에미야邸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