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18화
1)
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뜬다.
시간은 6시 좀 전.
창 너머의 하늘은, 재를 바른 것처럼 온통 흐린 하늘이었다.
준비를 끝내고 방을 뒤로 한다.
「----왔군. 준비는 됐나?」
「----물론.」
캐스터의 물음에 당연한 듯 대답한다.
린은 캐스터 옆에 서있는 에미야와 세이버를 보며,
「알겠어? 우리들이 향하는 건 교외의 숲.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외, 아직 사람 손이 닿지 않은 광대한 수해야.
오래 인간의 개입을 거부해 온 만큼, 숲은 깊고 넓어.
1년에 몇 명인가, 아무 준비도 없이 발을 들여놨다가 조난 당했다는 이야기, 알고 있지?」
「--------」
둘은 아무 말 없이 끄덕인다.
목적지는 그 숲의 어딘가에 있는 아인츠베른의 별장이다.
그 소녀, 이리야와의 교섭이 결렬되어 전투가 된 순간, 우리들의 운명은 결정돼 있다.
도움 따위 부를 수 없고, 탈출하는 것도 어렵겠지.
버서커를 쓰러뜨리지 않는 한, 살아서 숲에서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슬슬 가자.
철야해서 있을 만한 곳은 짚어 놨으니까, 잘만 하면 한나절 정도로 찾을 수 있을 거야.
우선 국도까지는 차를 쓸 테니까, 택시비 준비해 둬.」
척, 하고 무언가 여러 가지 들어찬 보스턴 백을 들고 걷기 시작한다.
「----음」
그 뒤를 캐스터와 세이버들이 쫓는다.
2)
---도시로부터 자동차로 이동하기를 1시간.
쭈욱 계속되는 국도를 달려, 몇 개인가 산을 넘어서 숲의 입구에 도달했다.
물론, 숲에는 포장된 길 따위 없다.
고속도로와 그리 다르지 않은 국도에서 벗어나,
잡목림을 1km 정도 걸어서, 드디어 숲의 입구에 도착했다.
「--------」
쉽게는 안 되겠지 하고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 실제로 눈앞에 두면 기가 죽어버리는지 에미야의 어깨가 움츠려졌다.
숲은 낮인데도 어둡다.
하늘을 덮을 정도로 울창한 가지는 햇살을 가로막아,
숲은 그 끝은커녕, 10여 미터 앞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잠깐 캐스터. 앞으로 가 봐.」
「-----------」
린의 말에 캐스터는 숲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러자.
----파지직
전기 같은 것이 일어난다.
「---역시. 식별뿐이겠지만,
숲 전체에 관리가 빈틈없이 되고 있는 모양이네.」
「에---그러면 안 좋은 거 아니에요?
방범 장치에 걸렸다는 거잖아요.」
에미야의 말에 린이 대답한다.
「상대는 '아이츠베른'이야, 이정도 방범은 당연히 예상했어.」
그렇게 말하며 린이 숲으로 들어가려 한다.
「조심하도록. 찌릿하고 오는 것이니까.」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캐스터가 하는 거 봤으니까----」
당부하는 캐스터의 말에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당당히 숲으로 발을 들여놓는 린.
그 순간.
「우캬 - - - - !」
라는, 유쾌한 기성을 지르며 린은 뛰어서 물러났다.
「우와아.........」
탁탁 하는 소리.
린의 발 밑,
그곳에 쌓였던 낙엽이 타서 눌어붙은 것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개인차가 있는 경보였던 모양이군. 나는 인사 정도였던 것 같은데.」
캐스터가 냉정하게 상황을 해설한다.
「크----크크, 크크크----」
그러나, 그 말은 린에게는 닿지 않았던 듯 하다.
「제법 하잖아, 그 꼬마----! 지금 웃은 거, 분명히 들렸어------!」
쿠아-, 하고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고함치는 린.
그 행동에 캐스터가 어깨를 으쓱였다.
3)
숲을 간다.
이 무한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나무들 속.
짐승의 숨소리도 없고, 겨울 초목은 시체처럼 생기가 없다.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펼쳐져 가는 나무들의 바다는,
끝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위구를 항상 품게 한다.
숲에 들어오고 나서, 이미 3시간.
정오는 이미 지나고,
열려가는 풍경의 변화조차 알지 못하게 되기 시작했을 무렵.
「----찾았어.
.....근데, 듣고는 있었지만 어이없네.
진짜로 이런 데에 저런 걸 세우다니.」
린의 시선.
그 끝에 있는 것은 검은 어둠이다.
나무들 사이.
무언가,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다.
「성....... 인가?」
캐스터가 어의없다는 듯이 말한다.
그 정도로 끝이 없었던 숲은, 깨끗이 없어져 있었다.
아니, 여기만 거대한 숟가락으로 떼어낸 것처럼,
숲의 흔적이 소실되어 있을 뿐이다.
회색 하늘은 둥글고, 다 올려다볼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거대한 원형 공간.
그것은 광장이라고 하기보다, 땅속 깊이 함몰된 왕국 같았다.
그것이, 이리야의 거처였다.
숲 속에 세워진 낡은 성.
그 소녀가 살기에는 너무 넓은 숲의 고성(孤城).
「--------」
린은 심상치 않은 얼굴로 성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 얼굴은, 적과 대치했을 때와 같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눈치챘나?」
「......응. 우리들 이외에 누가 있어.」
캐스터의 말에 린이 대답한다.
둘의 대화를 듣던 에미야가 말한다.
「그거야 여기는. 이리야라는 애랑 버서커의 거처니까...」
「그게 아니라, 그 이외의 누군가 말이야. 에미야 씨, 이쪽에서 들어가자.」
「에----자, 잠깐, 토오사카 씨!?」
에미야가 말릴 틈도 없이, 린은 벽 가의 거목까지 달려갔다.
그러고는 그대로 가지에 손을 대고, 솜씨 좋게 올라가 버렸다.
「--------」
에미야가 멍하니 올려다본다.
그런 에미야의 시선을 신경 쓰지도 않고,
린은 두리번두리번 성을 둘러보고, 그대로---
성 2층에, 날아차기를 날리고 있었다.
쨍그랑, 하는 소리.
유리창은 멋지게 채여서 깨지고, 붉은 모습이 성 안으로 사라져 간다.
「자, 빨리.......! 진짜로 이상해, 이 성.......!」
「에, 하지만...」
에미야가 올라가지 못하는 듯 망설이자,
세이버가 그녀를 안고 뛰어 오른다.
그 뒤를 캐스터가 영체화 해서 따라 올라가고.
침입한 방에서 복도로 나온다.
그 지나친 호화로움에 눈을 크게 뜨기 전에,
린이 말한 "이상"이 느껴진다.
울려오는 소리는, 틀림없이 전투의 소리다.
검과 검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하지만---이런, 폭풍 같은 검극이 있을 수 있을까.
세이버와 버서커의 대결조차, 이런 소리는 내지 않았다.
모두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내달렸다.
소리는 아래에서 울려온다.
들어올 때 확인한 위치관계로 보건대,
싸움은 성의 중심--- 로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익숙하지 않은 성을 달려나간다.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계단을 내려간 그 앞은 2층 복도였다.
처절한 검극은, 바로 근처에서 행해지고 있다.
「됐어. 여기, 로비의 2층 높이 허공에 이어져 있어.」
통로 앞을 확인하는 린.
복도는 T자로 나눠져 있고, 각각이 로비 양측 테라스로 통해 있는 듯 했다.
「여기서 갈라지자. 나와 캐스터는 이쪽에서 상황을 볼 테니까,
에미야 씨와 세이버는 그 쪽을 부탁해.」
뭉쳐있는 것보다 흩어지는 편이 낫다.
린은 동쪽 복도로 발걸음을 옮긴다.
「--------」
끄덕이고, 세이버와 에미야는 반대에 위치하는 서쪽 복도로 나아간다.
크게 돌아서 로비의 테라스로 나온다.
같은 타이밍에 도착한 두 그룹은 숨으면서 눈 아래의 상황을 엿본다.
그 순간, 동시에 목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시, 신지----!? 어째서 저 녀석, 이런 데에.....!?」
잔해 위. 로비 구석에서, 신지는 즐거운 듯이 상황을 보고 있다.
아니, 아니다.
놀라야 할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지금, 정말로 인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신지가 바라보고 있는 "싸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