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원작 |

복로(復路) 1화




 타당… 타당…….

 ​규​칙​적​인​ 쇠 울림이 울린다.

 화로 속의 불꽃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춤추듯이 커졌다 작아졌다, 흔들흔들 넘실거린다.

 화로의 불빛에 따라서 대장간 안에 일렁이는 스승님의 그림자.

 그 그림자로도, 그리고 그 표정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스승님께서는 이 일에 혼신을 다하며 단 한 번의 망치질조차도 신을 모시듯 정성을 다해서 내리치고 계셨다.

 언젠가 스승님께서 베푸셨던 가르침이 떠오른다.

 ​"​알​겠​나​?​ 우리 대장장이는 단순히 물건을 만들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네. 최선을 다해서 만드는 것에는 혼이 깃들기 마련이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실제로 『혼(魂)』이라는 존재기에 더욱 그러하다네."

 장인이 만드는 도구에는 혼이 깃들인다ㅡ.

 ​스​승​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자신은 그러한 장인의 역에 도달하기 위해서 언제나 노력하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스승님은 이미 장인의 역에 도달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이곳 『소울 소사이어티』에 존재하는 수많은 대장간 중에서도 극소수인ㅡ, 그리고 그 극소수의 대장간 중에서도 으뜸인 이곳의 주인이 바로 나의 스승님이시다.

 단 한 번의 망치질에 풀무질에 혼신을 다하며, 결국 완성될 물건이 『값어치가 없는』 물건이라 할지라도 완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그 모습을 장인이라 하지 않으면, 이 세상에 장인은 없다고 나는 장담한다.

 그렇게 멍하니 스승님의 망치질을 지켜보며 기술을 배우고 있을 무렵, 딸랑ㅡ 하고 누군가의 방문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타당… 타당…

 ​스​승​님​께​서​는​ 지금 온 신경을 집중해서 작업하시고 계시므로 당연히 손님을 응대하는 것은 제자인 나의 몫이다.

 그 때문에 스승님의 망치질을 좀 더 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작업실을 나가 응접실(편의상 그렇게 부를 뿐인 거실 겸 빈방이다)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신​가​?​"​

 문을 열자 한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왔다.

 입고 있는 검은 사패장을 보면, 사신이었다.

 ​예​로​부​터​ '선자불래 래자불선(善者不來 來者不善)'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뜻을 가진 자는 찾아오지 않고, 찾아오는 자는 좋은 뜻을 두지 않았다는 말로, 결국은 불청객을 의미하는 말이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용무가 무엇인지는 알고있으나, 그 예상되는 용무가 마음에 들지 않은 탓인지 목소리가 절로 퉁명스럽게 나왔다.

 거기에 10년 전 희망마저 꺾였던 나였기에 사신을 대하는 태도 또한 불성실 그 자체이다.

 그런 나의 태도가 불만이었는지, 남자는 눈썹을 꿈틀하고 움직였다.

 그래도 바로 일갈하지 않고 참은 것을 보니 나름 수양을 착실히 쌓은 사람인 것 같았다.

 보통 『사신』이라는 고위 직책을 지닌 자는 나와 같은 루콘가의 『한낱 대장장이 따위』에게 무시를 당하면 참지 않으니 말이다.

 ​"​오​늘​도​ 『이것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왔다네."

 나의 퉁명스러운 태도에도 남자ㅡ, 사신은 여전히 무덤덤히 자신의 용무를 말했다.

 그 태도는 분명히 신선한 것임이 틀림없으나 그가 말한 내용은 절대 신선하지 않았다. 아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썩을 대로 썩은 고기로 만든 훈제 요리보다도 질이 나쁘면 나빴지 좋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리​ 주십시오."

 ​사​신​에​게​서​ 빼앗듯이 『물건』을 챙긴다.

 짤그랑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익숙한 묵직함.

 그 느낌에 오늘 그가 방문한 목적이 자신의 예상대로임을 확신하고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하는 욕지거리를 가까스로 삼키며 그를 내쫓듯이 돌려보낸다.

 해마다 있다고 할까, 심할 때는 달에 하나 정도는 나오기도 한다.

 사신 남자가 가는 모습을 노려보던 나는 그대로 손에 들고 있던 『물건들』을 응접실 한구석에 정성스레 놓고는 행여, 스승님의 작업에 방해될까 두려워 자그마한 달그락거리는 소리조차 나지 않게 보따리를 풀었다.

 ​"​…​…​…​…​.​"​

 ​보​따​리​를​ 열고 나오는 『물건』을 보며 혀를 찬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예상대로 보따리에 쌓인 물건은 ​『​천​타​(​淺​打​)​』​였​다​.​

 천타란 사신이 되기 위해서 영술원에 막 들어간 자들부터 시작해서, 시해(始解)를 사용하지 못하는 하급사신에 이르기까지 사용한다는 검이다.

 미숙할 천(淺)자에 칠 타(打), 미숙한 공격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검.

 나는 이 이름이 싫다.

 이 사신들에게 폄하되는 검을 잡아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내가 떠올라 싫다.

 또한, 스승님께서는 단 하나의 도구, 즉, 단 한 자루의 검을 만드는데에도 혼신을 다하신다.

 망치질 하나에도, 풀무질 한 회에도, 단순한 담금질에도, 스승님께서는 심혈을 기울이시는 것이다.

 그런데 사신들은 그런 스승님의 작품을 천타(淺打)라는 저급한 이름을 붙여서 폄하하며, 그마저도 나중에 가면 버려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장인이면서도 장인이 되고자 언제나 최선을 다하시는 스승님에게는 모욕이자 고통이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은 그러한 스승님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위한 작업이다.

 10년 전, 희망이 꺾여서 삶의 의욕을 잃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죽지 못해 사는 허송세월을 보내던 나를 일깨워 주신 것은 스승님이셨다.

 ​스​승​님​의​ 호통소리는 나의 의지를 되살리셨고, 스승님의 배려는 나를 새로운 희망으로 인도하셨다.

 그렇게 스승님께 크나큰 은혜를 입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이 정도. 

 열어 재낀 보따리에 올려진 검 중에서도 『부러진』 검들만을 찾아내 따로 분류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필요한 양만큼 찾아내면, 『멀쩡한』 검 위에 쌓아서 멀쩡한 검을 가리는 것이다.

 ​호​로​라​는​ 강대한 적들과 싸우는 사신의 특성상 검이 부러지는 것은 생각보다 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가 『멀쩡한』 것들 위를 덮은 『부러진 검』은 『사신이 사용하다 어쩔 수 없이 폐기하는 검』을 의미한다.

 그러나 반대로 『멀쩡한 검』의 경우는 단순히 사신들이 자신만의 ​『​참​백​도​(​斬​魄​刀​)​』​라​는​ 새로운 검을 얻음으로써 『필요가 없어져서 버린 검』을 의미한다.

 ​그​렇​다​,​ 사용하다가 용도를 다해 폐기하는 것과 필요가 없어져서 버리는 것은 다르다.

 ​그​렇​기​에​ 나는 스승님이 버려진 검을 보고 마음이 상하실 까봐 폐기되는 검으로 그 위를 덮어 가리는 것이다.

 그렇게 잠시간 검을 분류하고 있자니, 스승님에 대한 사신들의 태도와 스승님의 작품에 대한 사신들의 태도가 떠올라 입술을 깨문다.

 눈앞에 쌓인 멀쩡한 검들이, 결국 스승님께서 만드는 검은 자신의 참백도가 나타나기 이전에 잠시 사용하는, 그러한 대체품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는듯해서 순간 울컥 올라온 분기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날 때부터 있는 자들은 오만하다고 했던가,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간혹가다가 내게 재능이 없는 것에 감사를 올리기도 한다.

 만약 내가 재능이 있었고, 승승장구해서 사신이 되었다면, 분명히 나 또한 지금 사신들이 하는 오만하고 불덕한 행동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스​승​님​께​서​는​ 대장장이는 언제나 ​명​경​지​수​(​明​鏡​止​水​)​를​ 유지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인가, 다른 여타 대장장이들과는 달리 항상 침착하시고 차분하신 스승님을 존경하고 본받고자 노력하던 나이기에 순간의 충동으로 인해서 분을 풀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단순히 화를 삭이는 것만으로는 이 울분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좋아, 오늘은 퇴근하고나서 평소보다 더 움직이자.

 일과 후, 항상 하던 '단련'으로 이 분한 마음을 다스려보자는 생각과 함께, 나는 검의 분류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