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로(復路) 13화
우노하나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있다고는 하지만, 실력 자체는 외팔이 되기 전에 비해서 떨어져있다.
그도 그럴것이, 아무리 아는것이 없어서 막 휘둘렀을 뿐이지만 물경 10년의 세월간 멀쩡한 육체로 끊임없이 단련해온 것에 비교하면, 아무리 뛰어난 검술을 배우고 있을지라도 3개월이라는 짧은 세월에 외팔이인 상태이기에 그런것이다.
"10년간 단련해온 탓인지 왼팔의 근력 자체는 나쁘지 않는듯하군요. 하지만 외팔이라는 것이 과거에 비해서 커다란 균형감각의 차이를 만들어내기에 거의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수련을 하도록 하지요."
10년의 세월동안 검을 휘둘렀기에 빼앗긴 오른팔 뿐만이 아니라 왼팔도 나름 단련되어 있었던 것이 행운이라면 행운이랄까, 신장에 비해서 약간 길다라고 느껴지는 스승님께서 주신 '천타'를 휘두르는데 근력적인 불편함은 없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역시 양손으로 휘두를때에 비하면 힘도 속도도 나오지 않아서 배수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손으로 검을 휘두르기 때문에 양손에 비해서는 힘과 속도가 떨어집니다. 그러니 그것을 보충해줄 검술의 형을 배우는 것이 좋겠군요. 검의 길이가 길다는 점도 있으니 그것을 이용할 방법으로 나아가지요."
원심력ㅡ 이라고 했다.
호를 그리며 휘둘러지는 검에 부여할수있는 일종의 물리력.
양손으로 휘두를때에 비해서 부족한 힘과 속도를 큰 동작으로 원을 그리며 휘두르는 것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방법.
그러기 위해서는 어깨를 비롯해서 팔꿈치와 손목, 그리고 허리등도 전부 이용해서 검을 휘둘러야 한다.
또한, 흘리기ㅡ 라고 했다.
강한 상대의 일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것은 영압이 낮고 외팔이인 나에게 있어서 큰 부담이다.
그렇기에 강한 힘을 비스듬한 각도로 받아내서 힘을 흘리는 방법으로 방어를 보완한다.
마지막으로 찌르기를 한다.
힘은 베기에서는 날 부분에서 작용해서 날카로움을 배가시킨다고 하지만, 찌르기는 그보다 더욱 작은 '점'에 모든 힘을 집중시킬수 있기에, 적은 나의 힘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가장 위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피부를 베지 못했던 그 호로를 아무리 내부에서 라지만, 결국은 단단한 피부를 뚫었던 것도 이 찌르기였다.
선생님은 이 세가지가 나에게 필요한 급선 과제라고 하셨다.
그렇기에 지난 3개월간 나는 이 세가지를 집중적으로 익혀갔다.
몸을 험하게 놀린 탓인지, 원심력을 익히려다가 어깨가 나간적도 있었고, 흘리기를 연마하다 실패해서 힘을 정면으로 받아서 손목이 부러진 적도 있고, 찌르기를 하다가 균형감각 때문에 실수해 엉뚱한 곳을 찌른 적도 많다.
수차례 절망감이 몰려왔고, 그에 비례해서 부상은 많았으나 그런 나를 버티게 해준것은 입고 쥐고 있는 스승님의 옷과 검이요, 선생님의 위로와 격려, 그리고 치유술 덕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검을 가르쳐주시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으시다.
"영술원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현재라면 언제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신이 되고자 한다면 지금으로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대장이라는 직책을 지니고계신 선생님의 제자라는 심리 때문인지 슬슬 영술원에 가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일거에 내쫓으신 그 말을 나는 새겨들었다.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이렇게 간혹가다가 유혹을 받고 흔들리고는 한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검술은 술(術)을 연마할 뿐만이 아니라 심(心)을 굳건하게 갈고 닦아가는 것이다.
이런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검술을 배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나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검을 익힐 것이다.
양손이 있었을 때에도 10년의 세월을 투자해서 가까스로 하급 호로 한마리를 운좋게 이겼다.
그러니 외팔이인 지금은 그 배인 20년의 세월을 투자해서 양손이 있었을 때의 실력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시간은 많다.
아무리 사신이 되지 않겠냐는 선생님의 말씀이 듣기 좋았지만, 결국 사신이 되는 것은 가르쳐주는 선생님의 힘이 아닌, 내가 이루어야할 길이다.
대장이라는 직책만으로도 충분히 바쁘실테지만, 그 바쁜 시간을 쪼개시고 그 길을 이끌고 지도해주는 선생님의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나는 자만하지 않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러서 강해질 것이다.
◆
좌수 검사의 길을 걸은지도 벌써 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세월간 나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선생님이 지도해 주실때에도, 그리고 임무등으로 안계실 때에도 검을 휘둘렀고, 그 틈틈이 이런저런 다른 기교를 연마하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아무래도 몇가지의 점에서는 양팔이었을 때를 능가하는 상태인듯 하다.
힘도 속도도 그때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원심력을 이용한 날카로운 공격과 부드럽게 연결되는 연계기는 더욱 좋아졌고, 상대의 힘을 정면으로 받기만 했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그 힘을 흘리기도 하곤 했다.
얼마전 선생님의 일격을 우연이나마 흘려냈을 때에는 무심코 "해냈다!"라는 외침과 함께 선생님을 껴안고 요란을 떨고 말았다.
그런 나를 칭찬해주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준 선생님이 순간, 지금은 기억이 흐릿하지만 현세에 살았을 당시 있었던 누나와 같이 느껴져서 쑥스러움에 볼을 긁적였다.
그 뒤, 나는 그 감각을 기억하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쓰며 검을 휘두른다.
이렇게 검을 배우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검만 배우는 것도 아니다.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이 당시는 그것이 당연한 세대였다) 나를 위해서 선생님은 친절하시게 하나하나 가르쳐 주셨다.
그것이 5년이라는 세월간 축척되어 왔기에 지금은 간단한 책을 한두권 정도는 떠듬거리며 읽을수는 있게 되었다.
그동안 검을 익히는 것이 배움의 최고에 즐거움인줄 알았으나, 글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는 것 또한 그에 견줄만한 배움의 즐거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검을 배우는 틈틈이 책을 읽고, 책을 읽는 틈틈이 검을 익히는게 지난 일상.
검의 실력만이 아닌, 지식적인 의미에서도 뛰어나신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나는 생각보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5년 전에 잃은 것은 팔 하나지만, 그 후에 얻은 것은 그 팔을 대신하고도 남을 선생님과의 인연과 책을 읽을 수 있게되어 얻은 지식, 그리고 검술이었다.
그렇게 여느때처럼 수련을 하고 있던 와중에 선생님께서 지나가듯이 말씀하셨다.
"이제 슬슬 영술원에 입학해도 좋겠군요."
그 말에 나는 아직 멀었다고 했으나, 선생님께서는 완고하게 말씀하셨다.
"이제는 혼자 배우기만 해서는 발전하기 힘들 시기입니다. 그러니 영술원에서 타인과 교류하며 그들과 함께 발전해나가세요. 이것은 '선생님'으로서의 명령이자 '우노하나 레츠'라는 한명의 지인의 권유입니다."
그렇게 말한 뒤, 선생님은 한장의 종이를 건네셨다.
평소, 영력이 적은 나는 검술의 유무 이전에 입학 자체가 힘들었다. 그렇기에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추천장』이라고 적힌 종이를 건네신 것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테지만, 선생님과 알게된지 5년의 세월간 선생님의 인품을 잘 알고있기에 순수하게 감사드릴 뿐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나를 바른 길로 이끄셨다.
그렇기에 이번 결정도 올바른 결정이며, 나를 한층 더 성장시킬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니ㅡ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앞으로 다시 한걸음 내딛을 것이다.
영술원에 재능의 여부로 인해서 입학을 거절당한지 15년이 지난 해, 나는 영술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 1화 복로(復路)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