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탁양청(激濁揚淸) 5화
"……이기 때문에 귀도술을 막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 또한 귀도술을 사용해 상대의 귀도술을 막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순수하게 강력한 영압으로 파해쳐버리는 것이지요."
사신이란 본디 영혼의 장례를 하는 자이다.
그 와중에 인간의 영혼을 먹으려하는 호로를 배제하기도 하지만, 그 본분은 결국 영혼의 장례를 하는 것.
또한 일종의 치안유지 무사와 같은 것이라서 소울소사이어티의 치안 또한 이들이 담당한다.
그렇기에 상대하는 적들은 다양.
호로 중에는 귀도술과 같은 영적주술을 사용하는 놈도 있고, 치안 유지를 하던 와중에 사신(범죄자)과 검을 섞을 때도 있다.
그렇기에 사신은 귀도술에 대한 방어 대책 또한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ㅡ
그 모든것은 영압(재능)이 있어야 가능하다.
베고(斬) 부수고(拳) 달리고(走), 그리고 귀도술과 같은 영적주술에 대항하는 것, 그 모든 것은 영압이 강해야만 뛰어난 것.
그렇다면, 영압이 약한자는?
그런 자들은 결국 아무것도 대성하지 못한다는 것 아닌가.
그런 자들은 결국 어떤 승리도 쟁취하지 못한다는 것 아닌가.
◆
촤악!
몸을 팽이처럼 돌리며 피한다.
지금 하고있는 이 대련은 총대장님의 지시하에 벌어지는 것으로, 평소 행하던 영압을 억제하던 방식의 대련이 아닌, 자신의 모든 것을 사용해서 싸우는, 이른바 진짜 실력으로 싸우는 대련이다.
그렇기에, 내 대련 상대의 실력은 평소의 배로 뛰어 올랐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고작 영력의 사용이 가능해졌다는 것 뿐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봐도 그것이 어느정도의 상승효과를 보일지는 쉽사리 상상이 가는 것이다.
실제로, 내 상대편에 있는 이 남자도 그 참격의 날카로움과 속도가 배로 늘어났다.
이 남자에게는 이 힘이 진짜 실력.
그것을 다시금 상기하며 검을 맞부딪힌다.
캉!
날카로운 금속음이 퍼진다.
그 소리가 귀에 닿기가 무섭게 오른 발로 하단차기를 하며, 몸을 비틀어 뒤로 뺀다.
푹!
내 하단차기에 균형이 무너진 채로 찔러넣어진 검격 따위야 피하기 수월했기에, 내가 서 있던 자리에 허무하게 꽂히는 검.
그러나 지면을 찌르기가 무섭게 어느새인가 뽑혀진 검은 내 코앞을 스치며 위로 베어 올려진다.
빠르다.
영압을 쓰기 전에는 나보다 조금 느렸던 상대이건만, 영력을 쓸 수 있다는 것 하나 때문에 나보다 훨씬 빠르다.
다만, 아직 검술이 미숙한듯 불필요한 동작과 검로가 이어졌기에 철저히 실용성을 중시한 내가 이렇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캉!
상대의 참격을 다시한번 막아 흘린다.
영력으로 인해 강화된 상대의 힘은 나의 몇 수 위.
정면으로 막을 경우, 이쪽의 팔에도 그 충격이 쌓인다.
그렇기에 선생님께 사사받은 기술 중에 하나인 흘리기를 사용한다.
상대에 비해서 내쪽의 속도나 힘은 아래이다.
같은 동작을 취해도, 상대가 나보다 위력도 속도도 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와 내가 동등해지기 위해서는 '같은 동작'을 취하면 않된다.
내쪽이 더 짧고, 간결하고, 빠르고, 날카롭게ㅡ!
ㅡ훙!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상대의 찌르기를 흘리기의 묘리를 이용해 피한다.
상대쪽이 체력도 속도도 힘도 나보다 위라면, 나는 그에 걸맞게 조금더 적은 움직임과 효율적인 행동을 취하면 된다.
회피는 상대의 공격에서 최대한 가깝게ㅡ 종이 한장 차이의 느낌으로 피하며, 가능한한 적은 움직임으로 체력의 소모를 최소화 한다.
공격은 상대의 움직임을 관(觀)하여 예측한다ㅡ 상대의 움직임을 조금이나마 예측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적은 움직임으로도 상대를 노릴수 있다는 것.
방어는 상대의 힘을 유수(流水)와 같이 거스르지 않는다ㅡ 상대의 공격이 직선의 움직임이라면, 이쪽은 그것을 받아서 뒤로 물러서며 상대의 힘을 죽이고, 그와 동시에 흐르는 물과 같이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며 옆으로 밀어낸다.
질러오는 공격중에 막을 필요가 있는 것들만 흘리고, 대부분의 공격은 회피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최대한 적은 움직임과 효율적인 힘의 분배로 반격을 가한다.
저쪽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날카롭기 그지없는 공격, 그러나 내쪽의 공격은 그것에 비교한다면 단순한 참격에 지나지 않는다.
저쪽의 공격을 내가 일격이라도 제대로 맞는다면 필패.
내 공격을 상대가 제대로 맞는다고해도 타격을 주는게 고작.
하지만 그것은 일격에 상대를 한다는 오만에 붙는 망상일 뿐이다.
내 공격은 비록 큰 타격이 되지못하더라도, 꾸준히, 그리고 더욱더 날카롭게 성공해나간다면 상대는 결국 쓰러지게 되어있다.
"합ㅡ!!"
ㅡ퍽!
상대의 옆구리 베기를 위로 흘려쳐내며, 그와 동시에 양손이 위로 졎혀진 덕에 생긴 상체의 무방비한 빈틈을ㅡ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명치를 지른다.
ㅡ털썩
강한 충격에 눈동자가 뒤집혀 기절한 상대가 힘없이 쓰러졌다.
◆
마지막의 지르기.
실로 훌륭한 일격이었다.
그에 대해서라면 우노하나 대장에게서 여러가지를 들었다.
우선은 『제공권(制攻權)』.
'회피'와 '흘리기'가 주인 그의 방어 방식상 제일 중요한것은 『공수(攻守)의 거리』파악이다.
흔히들 자신의 팔길이(+검의 길이)를 반지름으로 자신의 양어깨 부근을 원점으로한 반원의 형태가 제공권이라고 알기 쉽지만, 인간의 관절과 기타 신체의 여건ㅡ 그리고 사용하는 무술에 따라서 그 제공권이라는 것은 변화된다.
예를 들어서, 그의 경우는 왼팔만 검을 쥘 수있다는 점 때문에 왼쪽의 제공권은 넓은 대신에 오른쪽의 제공권은 거의 전무하다.
후에 보법등의 몸놀림이 경지에 이르르면 그것이 사라질테지만, 현재로서는 외팔이라는 점이 매우큰 방해물인 것이다.
그렇다고, 멀쩡한 왼팔이 있는 왼쪽의 제공권이 또 매끄러운 반원 형태인것은 아니다.
그의 팔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의 공격(중량)을 최상의 상태로 막아낼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 그렇기에 그의 제공권은 왼쪽에 치우쳐져 있으며, 울퉁불퉁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단점을 메우고자 우노하나 대장은 그에게 흘리기를 전수했다.
흐르는 물과 같이 상대의 힘을 거스르지 않고 흘려내는 그 기술은 단적으로 그의 제공권이 보다 완벽한 원형에 가깝게 만들었다.
방어와 공격의 기점이라 할 수 있는 제공권의 안정화.
그리고 그 안정된 제공권을 확실히 파악해서, 회피와 흘리기를 적절히 사용하는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은 자제심.
마지막으로, 단 한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는 예리한 관(觀).
훌륭하다.
그의 스승인 우노하나 대장의 훌륭한 가르침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 모든것을 조금씩이나마 익히고, 후에는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그 또한 훌륭하다.
그러나ㅡ 재능, 노력, 검술, 의지.
그런것을 따지기 이전에, 자신ㅡ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를 이토록 감탄시키는 것은 다른 것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감정이 과잉격화 되는 경우가 많다.
힘이 넘치고 활력에 차있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사소한 일에도 쉽사리 흥분하고 분노하는 감정의 과잉격화가 된다면 오히려 폐다.
자신의 참백도는 불(火)이다.
참백도는 소유자의 영혼의 상징, 표출.
급격하게 타오르고 거센 힘을 뿜어내는 불.
그것이 자신의 참백도, 영혼의 상징.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다.
과잉되고 급격히 상승하는 불과 같이, 감정또한 격해지기 쉽상이라면, 결국 피해는 자신과 동료.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는 평가한다.
그는 훌륭하다.
그 검기 또한 훌륭하지만, 그 의지도 훌륭하지만ㅡ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명경지수(明鏡止水), 침착함.
승리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정(靜)적이고 그에 걸맞게 상대와 자신을 관(觀)하는 것.
분명히 말해서 둘의 실력은 그가 아래였다.
그러나 그가 승리한 것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높은 승리의 확률을 끌어올리는 정신과 기교 덕분이다.
훌륭하다.
그렇게 한번더 되뇌인 야마모토는 나직히 외쳤다.
"승자ㅡ!"
선언되는 남자의 승리.
그러나 그 승리에 호응하는 환성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