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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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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탁양청(激濁揚淸) 7화




 상대의 귀도술을 벤다.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본디, 귀도술이란 영력을 가공하여 구현화시킨 영적 주술이기에 결국 그것은 영력이라는 본질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까​닭​에​ 박도술을 파훼하는 방법 중에는 상대보다 강한 영압으로 박도술을 부수고 무효화시키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박도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귀도술 모두를 아우른 것으로, 결국에는 영력에 의한 것이라는 귀도술의 본질적 성질을 생각한다면, 가공되지 않은 단순한 영력만으로도 그것을 파훼할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파훼자의 영압이 상대의 귀도술보다 강해야 한다』라는 전제하에 성립되는 이야기이다.

 영압이 강한자는 그 영압자체만으로도 피부는 강철보다도 단단해지며, 육체는 그 무엇보다도 빠르고 강해진다.

 그런 맥락에서 영압이 강하다면 상대의 귀도술을 자신의 월등한 영압으로 찍어 눌린다는ㅡ 결국 귀도술을 벤다는 행위가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모순이 발생한다.

 그의 영력은 확실히 말해서 『우키타케 쥬시로』라는 사내보다도 월등하게 떨어진다.

 ​귀​도​술​의​ 시전자보다도 영력이 떨어지는 이가 베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앞의 이론과는 정반대의 모순.

 이 모순에 쥬시로는 자신도 모르게 공격을 멈추었다.

 ​따​지​고​보​면​ 1초도 되지않는 그 짧은 시간.

 그러나 그 시간은 여태까지 밀리고 있던 그에게는 유일한 활로였다.



 ​재​능​(​才​能​)​.​

 ​재​주​(​才​)​와​ 능력(能)이라는 한자어로,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이른다.

 그래, 재능이라는 단어 자체는 선천적인 것 뿐만이 아니라, 후천적인 획득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히 선천적인 의미로서만 사용한다.

 ​『​재​능​이​ 없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 말을 들어왔다.

 그들의 대부분은 재능을 선천적인 능력으로서의 의미로 나에게 그 사실을 말해왔다.

 ​그​렇​기​에​ 이렇게 생각해볼수도 있다.

 결국, 그들이 의미하는 선천적인 능력만이 나에게 없다면, 후천적인 획득을 통한 능력은 어떻게 된단 말인가?

 만약, 내가 후천적인 훈련을 통해서 능력을 얻는다면 과연 나는 재능이 없는 사람인가 아닌가?

 이것은 재능에 좌절한 나를 위해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단어뜻을 가지고서 하는 말장난일 뿐이므로, 결국에는 자기위안 이상의 것은 될 수 없다.

 물론, 그것이 선생님의 배려였으며, 자기위안을 통해서 사기를 충전한 내가 다시금 검을 휘두르곤 하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그래도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는 그것을 부정하는 내가 있다.

 ​후​천​적​으​로​ 100년간 검술을 수련해서 고수가 되었다고 치자.

 그리고 선천적으로 뛰어나서 10년간 수련해 후천적 검사와 같은 수준이 되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보통은 어느 검사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하는가?

 ​후​천​적​인​ 훈련을 통해 획득한 능력은 보통 능력 혹은 성과라고 할 뿐으로 재능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같은 노력을 한다고하면 결국 선천적으로 능력을 타고난 자가 더욱 유리한 것은 자명한 이치.

 ​『​재​능​이​ 없다.』

 그 말은 결국 선천적인 능력이 없다는 것.

 ​그​렇​기​에​ 나는 재능이 없다.

 항상 주변에서 들어오는 『재능의 부재』로 인해서 정신적으로 자학한다고 해도 할말은 없지만, 그것을 인정하고나면 오히려 갑갑했던 마음이 상쾌해진다.

 ​선​천​적​인​ 것, 후천적인 것, 그 두가지를 따지기 이전에ㅡ 결국 그 두가지에는 『노력』이라는 감미로운 조미료가 가해져야만 『실력』이라는 완성된 요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되는 재능은 『노력』만으로는 단련되지 못하는 것.

 즉, 영력이다.

 물론, 영력또한 단련을 거듭한다면 강해지는류의 것이므로 그것은 틀린말이지만, 그 단련의 기간이 다른것에 비해서 수십배는 더 걸리는 것이 문제다.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선생님에게 사사받은 5년과 영술원에서의 3년 동안에 늘어난 나의 영력은 기껏해야 1번 파도술인 『충(衝)』의 1회분량이다.

 ​선​천​적​으​로​도​ 소량이며 증가폭도 부진한 영력.

 그것은 피할수없는 재능의 차이다.

 시간이 흘러 단련을 거듭해온 내가 많은 영력을 ​확​보​한​다​고​하​더​라​도​,​ 다른 재능있는 이들은 그의 수십 수백배에 달하는 영력을 쌓았을 것이다.

 ​시​작​선​부​터​ 달리는 속도마저도 다른 불공평한 달리기.

 결국은 메워질수 없는 그 차이에 고민한다.

 그것을 고민할때만 하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것은 영력을 많이 얻는 방법 따위의 허황된 생각 뿐.

 그 무렵, 선생님께서는 내게 이리 말씀하셨다.

 ​ㅡ​결​여​된​ 것을 한탄하기보다는 가진 것을 활용할 궁리를 해라.

 그 말은 나를 일깨워 준다.

 영력이 없다고 한탄하며 허황된 망상을 할 바에는, 차라리 지니고있는 소량의 영력과 그 외의 능력으로 강해질 궁리를 하라.

 그것을 깨달은 것이다.

 어차피 하루아침에 강해진다고 기대따위는 하지 않았다.

 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망상일 뿐으로 결국 내가 택할 길은 노력하는 것 하나 뿐이다.

 ​그​것​들​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연마해왔다.

 적은 영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그 외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ㅡ 그리고 그 모든것을 아우르는 단련을…….

 그리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ㅡ

 ​"​하​아​아​아​아​앗​ㅡ​!​"​

 ​ㅡ​찌​르​기​다​!​



 그의 검, 천타는 그의 신장에 비해서 비교적 길다.

 또한 검의 끝은 다른 여타의 천타랑은 달리 유려한 곡선보다는 날카로운 직선의 느낌이 강하다.

 그것은 일찍이 그에게 필요한 검을 궁리한 그의 스승이 고심 끝에 만들어낸 역작의 구현.

 벤다와 찌른다라는 행위에서 조금 더 적은 힘으로 강한 위력을 발현시키기 위한, 선과 점이라는 차이로 인한 힘의 분배에 따른 위력의 차를 고심한 흔적이다.

 그가 지닌 힘을 10이라 한다면, 선은 그 10을 그 선의 길이에 맞게 분배해야한다.

 그러나 점은 다르다.

 단 하나에 10을 집중할수 있는 효율성.

 영력이 적은 그에게 있어서는 그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이론이다.

 때문에 점을 이용할 수 있는 찌르기가 고려되어, 그의 천타의 끝은 곡선보다는 직선의 느낌이며 찌른다는 행위를 위한 유효 거리의 증가를 꾀하는 긴 검신을 지니게 된 것이다.

 거기에 단순히 생각하면 영력이 낮은 그에게 있어서 귀도술의 방어수단이 될 뿐인 검 자체가 지닌 『영자분해』도, 조금 더 깊이 생각한다면 『영력』으로 몸을 보호하는 적들의 방어수단을 일부나마 무효화 시킬수 있는 수단으로서 궁리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말해서 극단적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타인의 영력을 무효화 시키는 힘은, 바꿔 말하자면 자신의 영력마저도 무효화 시킬 수 있는 양날의 검.

 자신의 검의 특성 때문에 자신의 영력을 담을수가 없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단​적​으​로​,​ 그가 지닌 비장의 카드라 할 수 있는 찌르기에 사용되는 영력도, 검 끝에 모이지 않으니 결국은 무용지물인 셈이다.

 ​하​지​만​ㅡ​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력이 많은 이에게 국한된다.'

 ​찌​르​기​를​ 시전하는 그에게는 영력의 여분이라는게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재능있는 자들이라면, 신체에 영력을 돌리고도 여분이 남기에 그 위력의 극대화를 위해 검 끝에 영력을 담을 것이나, 그는 소량의 영력이기에 신체의 강화도 벅찰 지경이다.

 검 끝에 영력을 담음으로서 상대의 영적 방어를 찢기 위한 수단도, 검 자체의 능력으로 불필요하니, 그로서는 이 검을 들었기에 오히려 신체의 강화에 전념 할 수 있는 것.

 곰곰히 생각해본다면, 검 끝에다가 영력을 집어 넣는 것은 영력 자체의 힘으로 상대에게 추가 타격을 주기 위한 방편일 뿐으로, 사실 찌르기 자체의 위력은 시전자의 동작이다.

 ​그​렇​기​에​ 영력의 낭비없이 신체에, 그것도 적재적소에 영력을 사용함으로서 위력을 만든다.

 그것이 그의 비장의 카드ㅡ 찌르기ㅡ! ! !

 ​ㅡ​스​팟​!​

 ​날​카​로​운​ 찌르기가 쥬시로를 꿰뚫는다!



 그, 우키타케 쥬시로는 소위 말하는 천재이다.

 ​사​신​으​로​서​의​ 필수 요소인 영력의 재능부터, 검술, 지식, 심지어 지도자로서의 재능까지. 그는 하늘의 재능이라는 그 칭호에 걸맞는 자격을 지닌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그는 적어도 쿄라쿠 슌스이라는 자신과 비견되는 천재를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가 천재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천​재​이​기​에​ 남들보다 더 적은 노력으로도 더 뛰어난 성과를 얻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노력을 게을리 한 적도 없다.

 재능, 노력, 그리고 겸손.

 이 세가지가 어울어진 그는 쉽게 말해서 강자다.

 아직은 경험이 적고, 수련 기간도 비교적 짧기 때문에 영술원생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개중에는 최고의 실력을 지녔으며,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신 중에서도 최고의 수준에 오를 사람이다.

 ​이​야​기​를​ 되돌려서,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두가지로 영술원생 중에는 최고의 실력이란는 것과 자만도 방심도 하지않는 겸손함이다.

 자신의 파도술이 베였다는 사실에 멍하기를 1초.

 통상의 다른 원생이었다면 영력이 약한이에게 귀도술이 베였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당황하고 인정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짧게는 3초에서 길게는 몇십초까지도 갈 상황이었으나, 방심하지 않고 상대를 깔보지 않는 성격과 거기에 상대하고 있는 '남자'를 존경하고 있는 마음.

 그 모든 것이 어울어져 그는 단 1초라는 시간만을 멍해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1초라는 빈틈은 '그'에게는 기회였기에 찌르기를 허용하고 만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ㅡ, 그렇기에 철저하게 빠르고 강하게 찔러오는 그 공격을 깨달은 쥬시로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마음으로 몸을 비튼다.

 ​펄​럭​거​리​며​ 심하게 흔들리는 소매가 그의 속도를 대변한다.

 ​'​그​'​의​ 찌르기는 검에 영력을 쓰지 않는대신 신체의 능력을 배가시켰기에 빠르다.

 그러나 그것은 쥬시로 또한 마찬가지로, 회피라는 움직임만을 취하는 쥬시로 또한 신체에만 영력을 사용함으로서 결국 '그'의 찌르기는 실패하고 말았다.

 ​ㅡ​찌​익​!​

 실패한 비장의 찌르기.

 그러나 단순히 허공을 찌르지 않고, 쥬시로의 소매를 찢기라도 한 것은 쥬시로의 회피가 늦었기 때문인가, '그'의 찌르기가 빨랐기 때문인가.

 ​쥬​시​로​는​ 그것을 판단하기 이전에 준비했었던 자신의 비장의 수를 쓴다.

 ​"​부​동​(​不​動​)​"​

 박도의 1번 술.

 현 상황에서 가장 빨리(영창파기) 사용 할 수 있는 박도술을 쓴다.

 사실, 사용하면서도 다음 공격을 대비했다.

 ​귀​도​술​의​ 방어법을 가지고 있던 '그'였기에 이번 박도술도 풀어버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찌르기를 피하는데 온신경을 집중한 것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그보다 상위의 박도술을 썼을테지만, '그'의 찌르기는 너무도 날카롭고 신속했기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부동에 걸린 '그'가 자신을 본다.

 그 눈빛은 매우 덤덤했다.

 그렇게 자신을 몇초간 본 '그'는 조용히 말했다.



 ​완​벽​하​게​ 들어갔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자신의 회심의 찌르기는 결국 상대의 소매를 찢는 것으로 끝이 났다.

 혼신을 다한 찌르기였기에 그것이 빗나간 순간 빈틈이 수없이 노출된다.

 ​그​렇​기​에​ 검을 회수해 방어하려던 나였지만,

 ​"​부​동​(​不​動​)​.​"​

 상대의 낮은 읇조림과 함께 동작이 굳어버린다.

 박도의 1번 술.

 상대를 포박하는 박도술의 최하위 술법.

 그것에 당한 것이다.

 통상의 다른이들이라면 이러한 하급의 박도술은 단순히 시간벌기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영력으로 깨부수기 때문이다.

 ​하​지​만​ㅡ​

 ​ㅡ​자​신​은​ 그럴 영력이 없다.

 ​스​승​님​이​ 주신 영자분해의 검 또한, 결국은 검 자체의 능력으로 신체를 포박하는 류의 것에는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검을 휘두르지조차 못하는 것이다.

 눈을 감는다.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했었다.

 ​하​지​만​,​ 정말로 단 한번의ㅡ 그것도 영창조차 하지않는 하급의 박도술에도 자신은 무력하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느껴진다.

 심란한 마음을 다스리며 나직히 말한다.

 ​"​졌​습​니​다​.​"​

 무력한 자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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