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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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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진비래(興盡悲來) 5화




 그날은 그에게는 휴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오폐수 처리업무는 4교대로, 하루 2교대로 이틀에 걸쳐 4명이 하나의 자리를 매꾸는 형식이다.

 때문에 이틀에 하루 꼴로 휴일이 찾아온다.

 그래ㅡ 하루, 그 짧은 휴일 때문에 모든 것이 늦어버렸던 것이다.



 그들ㅡ 디에즈 에스파다의 뒤를 따르는 자들이 제일 처음 습격한 상대는 루콘가에 오폐수를 버리러 나온 하급사신들이었다.

 ​오​폐​수​를​ 버리러 나온 하급사신들은 그 무력이 모든 사신들 중에서도 최하위인데다, 그들이 가지고있는 『통행증』은 '영원정' 내부로 침입할 수단 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래ㅡ 『일개 하급사신 따위』가 지닐 만한 물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뭐, 그것도 모두 그 늙은이의 계책이겠지.'

 노인의 힘이라면, 하급사신들이 『통행증』을 소유하게 하기란 손바닥 뒤집기 만큼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통행증의 소유가 일종의 당연한 일이 될 정도로 오랜 세월을 지니게 해왔다는 것은, 노인이 그만큼 이번 일에 투자를 많이 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다.

 '그의 꿍꿍이가 무엇이던, 우리는 얻고자 하는 것만 얻으면 된다.'

 ​비​명​소​리​조​차​ 없다.

 그들과 하급사신간의 무력차이는 하급사신이 당할때 단말마 조차 지르지 못 할 정도로 압도적이고 신속 은밀했다.

 첫째 목표, 루콘가의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고 통행증을 얻는 것은 손쉽게 달성했다.

 ​다​음​은​ㅡ​

 ​"​진​입​한​다​.​"​

 ​ㅡ​영​원​정​ 내부다.



 ​"​그​럼​,​ 다녀오마."

 ​스​승​님​과​ 시즈카를 배중한다.

 오늘은 스승님의 가문인 『시바 가문』에 경사가 있는 날이라고 했다.

 본가에 자식이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사실, 탄생일은 몇 일 전이지만, 본가에 급한 용무가 생기는 바람에 오늘로 미뤄져 드디어 경사를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스승님과 시즈카는 나를 가족으로 대해주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외인이다.

 거기에 둘은 본가 사람이 아닌 분가 사람이기에 나를 동행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모처럼의 휴일, 둘을 만나기 위해서 잠시 시간을 내 이곳에 찾아왔지만, 결국 둘이 '영원정'으로 가던 길에 만나 내가 묵는 숙소에 가는 길 중간 쯤에서 이렇게 해어지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손이 귀한 시바 가문에 새아이가 탄생했다는 것은 경사스러운 일이기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이번에 탄생한 『시바 간쥬』라는 소년의 앞날을 축복해줬다.

 때는 싸늘한 바람이 부는 겨울.

 호흡에 맞춰 생기는 입김의 끝을 길게 물고, 숙소로 들어간다.

 이걸로 오늘 일과는 끝이 났다.

 내일, 아침 일찍부터 시작될 오폐수 처리 업무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과연, 이 생활과 업무는 언제까지 지속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과 함께 서서히 잠에 빠져든……

 ㅡ땡! 땡! 땡! 땡!

 ​시​끄​러​운​ 타종소리에 잠에 빠져들던 의식이 급부상한다.

 ​곧​이​어​,​ 사패장과 코트를 챙겨입고 천타를 허리에 맨채 밖을 향해 뛰쳐나간다.

 방금 울린 타종소리.

 그것은 이곳 '영원정'에 '침입자'가 생겼다는 증거.

 ​수​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에 저 타종이 울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생각에 머리가 차게 식어간다.



 둘째 목표, 그것은 '영원정' 내부를 최대한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우리는 원형의 영원정을 사방에서 침입하여, 어떤자는 내부 깊숙히 들어가서, 또 어떤자는 외부에서부터 화려하게 불을 지르고 살해하고 파괴했다.

 ㅡ땡! 땡! 땡!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소리에 미소를 짓는다.

 ​확​실​히​,​ 노인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단 한번도 외부인의 침입을 당해본적이 없다.

 ​외​부​인​이​라​고​ 해봐야 루콘가와 호로들 뿐이지만, 루콘가의 자들도 호로들도 이곳 영원정에 침입해 이토록 화려하게 일을 벌일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우리는 이렇게 손쉽게 적을 칠 수 있었고, 때문에 뜻밖의 상황에 빠진 영원정의 대응은 느렸다.

 이제 둘째 목표도 달성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셋째 목표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다.

 셋째 목표, 그것은ㅡ



 ​"​…​…​…​…​.​"​

 ​침​입​자​라​는​ 보고에 사신들의 총대장ㅡ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는 침묵을 유지했다.

 방에는 이미 대다수의 대장들이 와 있었으며, 자리를 비운 몇몇 대장의 경우는 이미 침입자를 맞이하러 갔다.

 ​"​이​대​로​ 두고보시지는 않겠지요?"

 이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조금 다혈질로 보이는 대장.

 그는 외모에 걸맞게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당장이라도 앞서 나간 대장들처럼 침입자를 단칼에 베어버릴 기세였다.

 그러나 야마모토 총대장은 침묵한다.

 ​"​첫​째​로​ 중요한 것은 당연히 그들을 처리하는 것이지만, 그들이 『어떻게』 침입했는가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대장의 발언과 함께, 대장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오고갔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3가지.

 하나, 침입자를 제거한다.

 하나, 그들의 침입방법을 파악한다.

 하나, 이 모든 것은 최대한 빠른 시간으로 처리한다.

 ​"​…​…​…​…​그​렇​다​면​,​ 한가지 더 말해서."

 모든 결론이 나고, 총대장의 승인만을 기다리던 대장이 입을 연 야마모토 총대장에게 주목한다.

 모든 대장이 주목한것을 확인한 야마모토 총대장이 나직히 말한다.

 "현 시간부로, 침입자들을 『여화(旅禍)』라 칭하겠다."

 이것이 소울소사이어티 전역을 혼란으로 빠트린 사건, 『여화 침입사건』의 시작이었다.



 ​타​들​어​가​는​ 전각을 발 아래로 두며, 밤하늘을 찢어 가르듯이 달린다.

 목표는 영원정의 제일 깊숙한 곳에 위치한 『5대귀족』들이 살고있는 지역.

 ​그​렇​다​ㅡ​ 그들의 세번째 목표.

 그것은 『시바 가문을 멸문』시키는 것이었다.



 ​시​끄​럽​게​ 울리는 타종소리에 달린다.

 ​본​래​라​면​,​ 하급사신들을 관리하는 막사로 달려가 그곳에서 임무를 하달받아야 했으나, 확연하게 느껴지는 『불길함』에 자신도 모르게 스승님과 시즈카가 향한 곳으로 달린다.

 ​영​원​정​의​ 깊숙히 들어갈수록 인적이 뜸해지며, 종래에는 바쁘게 뛰는 고위 사신들과 귀족들만 몇 보일 뿐이었다.

 그때ㅡ

 ㅡ휙!

 무언가 달을 가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지붕사이를 손살같이 넘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가는 방향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

 하늘에 떠있는 달빛, 그리고 건물 곳곳에 지펴진 불빛에 비춰진 그들은

 ​ㅡ​호​로​와​ 같이 새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끝에 달해, 자신을 더욱 재촉해 나는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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