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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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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진비래(興盡悲來) 9화




 불길한 예감을 끌어안고 달려간다.

 ​목​적​지​를​ 향해서 지나온 길, 그곳에 보이는 것은 순찰중으로 보이던 사신들의 시체.

 모두 일검 혹은 몇수만에 죽은걸로 보아서, 앞서간 하얀 가면의 무리들의 실력이 능히 짐작갔다.

 분명, 5대 귀족중에 하나인 시바가문은 약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정도의 숫자가 대부분 이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고전을 면치 못할것이다.

 또한, 그 무리중 유일하게 가면을 쓰지않았던 푸른 피부의 남성은 보는것 만으로도 질식사 해버릴것 같은 그런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가 끼어있다면…….

 ​ㅡ​자​신​은​ 가봤자 방해만 될 뿐이다.

 그것은 불보듯 뻔한 이야기.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달리던 속도가 느슨해져버린다.

 만약, 자신이 그곳에 가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가지않는 쪽이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달리던 속도가 느려지다 못해 이내 달리지 않게 된다.

 ​당​장​이​라​도​ 계속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지만, 그것을 억지로 억누른다.

 자신은 가봤자 폐만 될 뿐이니까.

 ​사​실​만​으​로​ 자신을 다독인다.

 ㅡ쿵!

 ​그​때​였​다​.​

 ​여​태​까​지​는​ 느껴보지 못했던 굉장한 밀도의 영압이 느껴진 것은.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가 목적지로 했었던 곳에서 노랗고 파란 빛이 터져나왔다.

 그 빛을 보자 다시근 가족들에 대한 걱정과 달려가고 싶은 욕망이 솟는다.

 ​하​지​만​ㅡ​

 ㅡ쿵!

 ​다​시​한​번​ 대기가 울린다.

 ​이​번​에​도​ 그 원인은 고밀도의 영압이 폭발하듯 퍼진것이 원인.

 그 느낌은 이질적ㅡ 그래, 마치 호로와 같은 느낌의 영압이기에 순식간에 마음이 굳어져버린다.

 이런 영압이 부딪히고 있는 곳.

 그런 곳에 자신이 가봤자 방해가 될 뿐이다.

 ​하​지​만​ㅡ​ 그래도 난 가겠다.

 다시, 시바가문을 향해 달렸다.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영압끼리 부딪히는 감각에 온몸이 무거워진다.

 단순히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움직이고 숨쉬기조차 힘든데, 그 중심지에 도착했다가는 단순히 영압만으로도 죽어버릴 것이다.

 ​그​렇​지​만​,​ 달려간다.

 죽음은 무섭다.

 몇번의 죽을고비를 넘겨왔지만, 그때마다 죽음의 공포에 덜덜떨고 억지로 이악물고 버텨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죽음이 뻔히 보이는 곳에 가다니, 어느 문헌에서 검사가 되려는 자는 인간으로서 어딘가가 고장난 것과 같다고 했다.

 그 문헌에 찬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나 또한 어딘가가 고장나 버린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먹은 솜마냥 무거운 몸을 추스리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ㅡ​끼​이​익​

 ​5​대​귀​족​ 중에 하나인 시바가의 대문답게도 소리하나 나지 않았지만, 왠지모르게 그런 소리가 난듯했다.

 그렇게 잠시 문소리에 신경이 팔렸다가 다시금 내부를 들여다 본다.

 거기에 있는것은 하얀가면을 쓴 자들과 시바가문으로 보이는 자들의 시체산.

 집안의 정원과 연무장, 그리고 공터는 시체로 뒤덮혀 있었다.

 그리고 그 제일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은 자신의 스승.

 뒷모습 뿐에 거리도 제법 되고, 밤이었다지만, 그렇다해도 존경하는 스승님을 잘 못 알아봤을리 없다.

 그리고 그 옆 한구석에 있는 아이들 중에 시즈카를 발견한다.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갑자기 드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며 둘을 부르려 했다.

 그래, 시즈카의 울듯한 표정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ㅡ​불​길​한​ 예감이 극도로 치솟았다.

 츄왁! 하고 갑자기 스승님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스르르 앞으로 쓰러져 넘어지는 스승님.

 ㅡ그 앞에는 아까 보았던 푸른 피부의 사내가 검을 들고 있었다.

 순간 멍해졌다.

 뇌가 현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듯 말이다.

 ​뚜​벅​뚜​벅​,​ 남자가 아이들을 향했다.

 아이 중에 한 여자아이가 남자 앞을 막는다.

 남자가 검을 치켜 올린다.

 ​아​이​들​이​ 서로를 보호하려고 앞을 막는다.

 ​그​리​고​ㅡ​ 푸른 피부의 남자의 검이 호선을 그으며ㅡ

 ​'​안​돼​ㅡ​!​!​'​

 ㅡ쨍!

 ​마​음​속​의​ 외침.

 그 순간, 그는 실로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시각도 청각도 미각도 촉각도 후각도 뒤섞여있는 듯한 역겨우면서도 정겨운 감각.

 순간, 그의 눈 앞에 환영이 비친다.

 그것은 그가 평소 꿈으로 보아왔던 풍경.

 ​ㅡ​사​막​과​ 나무 한그루.

 일순 보인 풍경이었으나, 그것은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그 검, 치우라고 했다ㅡ!!!"

 분노를 담아 외친다.

 쿵! 하고 그의 외침에 대기가 울린다.

 영력이 강해진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묘수가 생긴것도 아니다.

 그래, 이것은 그냥 느낌이었다.

 오감을 한데 뒤섞어놓은듯한 이 기묘한 감각.

 이것이 느껴지는한 자신은 쓰러지지 않을거라는 불확실한 느낌.

 ​하​지​만​ㅡ​ 그것만으로도 그는 비죽 웃어오는 푸른 피부의 적을 두려워 하지 않게 되었다.

 오감이 뒤섞여서 죽음에 대한 공포도 섞여 희석되어 버린 것일까ㅡ

 검을 뽑아쥔다.

 ​그​럼​에​도​ 푸른 피부의 적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그를 깔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적의 옆에는 지켜야할 아이들이 있었고, 지키지 못한 스승님이 계신다.

 ㅡ쿵!

 발을 굴린다.

 ​영​술​원​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배우는 저급한 수준의 순보.

 그것을 쓰려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순보 때문에 늘어지는 풍경.

 그리고 가까워지는 적의 모습과 몸을 휘감는 기묘한 감각.

 그 모든것을 느끼며, 그는 달려들었다.

 ㅡ쨍!

 ㅡ쨍!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계속 울려퍼진다.

 그 소리는 마치, 자신의 오른팔을 잃게한 호로와 싸웠을때 들렸던 소리와 흡사했다.

 ㅡ쨍!

 ㅡ쨍!

 계속 울리는 소리.

 아까, 그가 잠시 보았던 꿈속 환영, 그 사막의 나무는 『서서히 말라가고 있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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