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진비래(興盡悲來) 11화
시바가문이 멸문했다!
소울소사이어티 전역을 불태웠던 전화(戰火), 『여화(旅禍) 침입사건』이 가까스로 끝나고 강타한 소식이었다.
5대귀족.
소울소사이어티의 구성원중에서도 가장 우위에 있는 귀족가문 하나가 하룻밤 만에 멸문했다는 소식은 큰 화재를 낳았다.
인간모양을 한 호로들을 목격한 다수의 사람(귀족)들은, 평소 호로라는 것은 큰위협이 되지않는다라는 인식을 바꿀 수 밖에 없었으며, 곧 이어서 그들을 제압하지 못한 사신들에게 규탄을 가했다.
그리고, 이후 조사결과 밝혀진 여화들의 침입방법ㅡ 즉, 하급사신들의 통행증을 빼앗아 침투한다는 방법이 드러남에 따라서, 『영원정』의 결계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과 함께, 사신들의 인사개편 및 조직편성의 수정 또한 감행했다.
본디, 석관들을 중심으로 중급사신으로 이루어져, 하나의 번대가 전투, 보급, 의무, 지원등을 모조리 맡았던 것을ㅡ 번대마다 특화되게 한 것이다.
즉, 예를 들어서 2번대는 은밀기동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4번대는 보급 및 의무등의 후방지원을, 그리고 11번대는 참술계의 직접전투에 특화되게 개편한 것이다.
이는 각 번대마다 전문성을 띄워, 유사시에 필요 번대만을 투입해 혼란을 막겠다는 뜻이었지만, 아직 초창기였기에 인사이동등으로 혼란스러웠다.
그 외에도, 하급사신이 하던 업무중에 오폐수 처리를 일부 변경해, 결계 자체에서 오폐수를 밖으로 배출하게 만들어 결국 하급사신들은 하수도 청소등으로 오폐수 처리업무가 축소되었다.
그밖에도 몇몇 자잘한 것부터 큰 것까지 수많은 변경이 있었으며, 그러한 바쁜 후속조치에 세상은 점차 사건으로 인한 상처를 치료해 나갔다.
그리고ㅡ 내일, 그 상처치료의 일환으로
ㅡ전 11번대장, 시바 우에슌의 장례식이 거행될 예정이었다.
◆
"……가망이 없습니다."
"그런! 대장님!"
병실 안, 침상에 누워 고르게 호흡을 고르고 있는 것은 슌스이와 쥬시로의 친구이자, 시즈카를 비롯한 시바가의 아이들의 은인인 남자였다.
그들은 침상에 누워있는 그에 대해서 우노하나에게 들으며 절망한다.
그런 그들에게, 우노하나는 다시한번 되뇌었다.
"백수가 파괴되었습니다. 거기다 발견도 치료도 늦어버리는 바람에 회복수준도 미미합니다. 아마…, 다시는 영력을 쓰지 못하겠지요."
영력의 생성 기관인 백수가 부셔졌다.
그를 호로로 만들겠다는 디에즈는 자신의 검으로 그의 백수를 꿰뚫고 헤집었다.
거기에 우노하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그 스스로가 자신의 영력을 한계이상으로 끌어다가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영력이 지나다니는 경락이 강한 압력으로 손상된 것도, 평소보다 강하게 영력을 끌어냈던 탓으로, 아마 그 영력은 그의 오감의 증폭에 사용되었겠지.
이제 그는 영력을 쓸 수 없다.
그나마 우노하나였기에 그 피해가 목숨으로 까지는 이어지지않았지만ㅡ
아마 그는 앞으로 사신의 자격을 박탈당할것이다.
미약하나마 영력이 있고 없고는 그만큼 큰 차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영력을 못쓰는 것 말고도 더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불안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쥬시로에게 우노하나는 슬픈 얼굴로 고했다.
"아마, 그는 시각을 잃을 것입니다."
과도한 영력으로 인한 오감의 증폭.
때문에 감각기관이 상했다.
하지만 다른곳은 그나마 피로해지고 약간의 손상에 있는 것에 비해서, 민감한 눈은 더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것이다.
그가 깨어나봐야 알겠지만, 운이 좋으면 시력이 극도로 저하되고, 운이 나쁘면 실명이다.
"그런……!"
털썩, 하고 주저앉는 소리가 들린다.
깜짝놀라서 보면, 시즈카가 거의 실신 상태로 주저앉아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을 지키려다가 팔을 잃었던 그다.
그것을 간신히 극복해서 예전처럼 돌아오려 했더니, 결국에는 또 자신을 지키려다가 영력도 시력도 잃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시즈카의 입에서 쉴새없이 사죄의 말이 터져나온다.
할아버지를 잃었다.
그리고 남은 가족마저 이렇게 되어버렸다.
그 같은 압박감은 결국 시즈카를 실신시킨다.
"…………."
시즈카가 실려가고, 남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병실을 무거운 침묵이 감싼다.
창 밖에서 햇빛이 그를 향해 내리비친다.
하지만, 아마도ㅡ 그는 두번다시 이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
"실로, 굉장한 계책이었습니다."
눈 앞의 노인에게 장년인이 찬사를 보낸다.
"설마, 실권을 쥐기 위해서 『에스파다』놈들을 이용하시다니, 저라면 꿈에도 생각지도 실행치도 못할 수법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장년인의 찬사.
그것을 흡족하게 듣던 노인이 말했다.
"소울소사이어티는 오랜세월간 시바가문에 의해서 지배되어왔지. 5대귀족이라는 호칭은 존재했으나, 결국 여기 『중앙46실(中央四十六室)』의 구성원중 많은이가 시바가문 출신이거나 친교관계였지."
『중앙46실(中央四十六室)』.
그곳은 소울소사이어티 전역에서 모인 40명의 현자와 6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소울소사이어티 최고의 사법기관이다.
그러나, 별다른 정치적 기구가 없는 소울소사이어티였기에 결국 이 기관이 유일한 지배기관으로, 이 기관의 일원이라는 이야기는 곧ㅡ 소울소사이어티의 지배자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기관의 구성원중 다수가 시바가문과 관계된 자들이었기에, 결국 소울소사이어티는 은연중에 시바가문의 지배하에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않았던 노인은 이윽고, 에스파다들을 이용해서 46실에 있는 자신의 반대파들과 위협적인 시바가문을 제거한다.
그것이 이번 『여화 침입사건』의 전말이다.
"46실의 구성원들의 정체가 비밀이라는 점은 오히려 이점이이었군요. 거기에 시바가문과 그 일파를 이 46실 밖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잔치를 벌인 것도, 그 시기에 호로들이 쳐들어온 것도 다 의도한 것."
장년인의 말대로다.
시바가의 후손 탄생 기념으로 열린 잔치또한, 노인이 의도한 것이었으며ㅡ 실은 하급사신의 오폐수 처리 수법인 통행증을 허가한 것도 노인의 계책이었던 것이다.
그 모든것이 거의 200년에 가까운 시간을 들여서 벌인 것이기에, 노인이 이번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 능히 짐작할만 했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장년인의 말에 노인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고는 대답했다.
"일단, 지금은 제거된 다른 46실 인원들을 내 측근으로 보충하고, 기존의 46실의 상징이었던 것들을 바꿔야겠지."
그 일환 중에 하나가 바로 호정 13번대의 특화 개정과 인사이동 이었다.
그리고 또한, 『영원정』이라는 이 거주구를 『정령정』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개명한 것도 그 일환.
처음 변경된 이름에 사람들이 어색해할지도 모르지만, 이후 정령정이라는 명칭이 익숙해지면, 기존의 46실과 그와 관련된 것을 잊고, 자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46실에게 복종할 것이다.
그리고ㅡ 기존의 낡은 것을 처리하는 일환으로서ㅡ
"그 누구지? 시바가문의 꼬맹이들을 살린 사신이?"
"아, 그자를 말하는 것입니까? 그 우에슌놈 조차도 어찌하지 못한 에스파다에게 무모하게 덤벼들었다가 영력도 시력도 잃었다는 남자 말입니다."
"그래. 내가 생각하기에 그자에게 좀 손을 써야할듯하네."
"그렇습니까? 하지만, 가만히 놔두어도 사신자격을 박탈당할 놈인데 신경쓰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아니, 놈은 위험하다. 그 본인은 위협도 되지 않지만, 멸문한 시바가문의 생존자를 지킨 것이 알고보니 우에슌놈의 제자였다는 말등이 떠돈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겠지."
"그렇군요. 허면,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
"그자가 살아있음을 아는이들도 꽤 있으니, 죽일수는 없고…… 그렇군, 다른 지역으로 요양차 보내기로 하지."
"제거가 아니라 요양 말입니까?"
"그렇다네."
"그럼, 어디로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마지막, 장년인의 물음에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지하 특별 함리동ㅡ 혹자는 『구더기 소굴』이라고도 부르더군."
좋은 휴양지이지? 라며, 노인이 껄껄 웃었다.
강해지자고 결심한지 40년이 지난 해.
그는 여화 침입사건에 의해 사랑하는 스승과 눈과 영력을 잃는다.
그리고, 이후 그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번대에서 『탈퇴』라는 형식을 빌어 재적당한다.
그것이 그가 쓰러진지 일주일이 지난 날, 시바 우에슌의 장래식이 한창일 때 있었던 일.
그는 그의 스승의 장례식에 참석하지도 못하고, 정신을 차리지도 못한채, 이내 어디론가 사라진다.
후에, 그가 사라진 것을 알게된 모두가 그를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한다.
여화 침입사건이 일어난지 이주가 지나고, 시바 우에슌의 장례가 치뤄진지 일주일이 지난 오늘.
밖은 여전히 후속조치다 인사개편이나 시끌시끌한 가운데, 지하 특별 함리동ㅡ 통칭 『구더기 소굴』이라 불린곳은 여전히 조용하고 변화가 없었다.
다만, 그 명부에 한사람이 추가된 것 외에는 말이다.
- 3화 흥진비래(興盡悲來)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