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원작 |

백절불굴(百折不屈) 6화




 소년과 그가 있는 곳은 내면의 세계이다.

 영혼이 구현화하는 심상으로, 이곳의 형성에 관여되는 것은 참백도와 본래 인격과 그리고 호로의 인격이다.

 ​하​지​만​,​ 참백도는 독립된 개체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 공간은 실질적으로 본래의 인격과 호로의 인격이 관여한다.

 때문에 주 인격인 본래의 인격이 이 세계의 주인이라 할 지라도, 호로의 인격또한 그에 버금가는 권한을 지니게 된다.

 ​그​렇​기​에​ 이 내면의 세계의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건 의지가 뛰어난 쪽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를 이길 마음이 없었던 소년은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지는 방향으로 싸움을 이끌어 갔기에 이 싸움은 반드시 그의 승리였다.

 소년이 검을 뽑아 남자에게 던졌다.

 ​"​맨​손​의​ 상대를 이기는건 시시해."

 그리고 남자가 검을 쥐는 것을 보고 또 하나의 검을 생성해 든다.

 싸움의 승패는 정해져있다.

 ​남​은​것​은​ 소년이 얼마나 그럴듯하게 그를 속여 죽느냐 ​뿐​이​다​. ​



 자신을 호로의 인격이라 소개한 소년이 던진 검을 쥐었다.

 상대가 준 무기이기에 무슨 수작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나를 도와주었던-가족의 위기나 과거 마을이 불탔을때등- 감이 고하고 있었다.

 이 검은 저 소년이 가진 검과 같은 것이라는 걸.

 쥐고 가볍게 흔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이 검은 자신의 스승님께서 주셨던 천타와 같은 검이라고.

 ​어​쩌​면​,​ 저 호로의 인격은 자신을 배려해 이와 같은 검을 건네지 않았을까?

 아니, 나에게서 파생된 존재이니 결국 검술 또한 나랑 같을테니 그냥 자신에게 익숙한 검을 건넨것 뿐이리라.

 ​하​지​만​,​ 아무러면 어떠할까.

 이 검을 들어 저 호로의 인격을 타도하면 될 일이다.

 처음의 백타(격투)를 통해서 알아낸 것은 저 호로의 인격에 전투방식이 나랑 흡사하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에 대한 이해도도 나랑 같을 것.

 힘든 싸움이 되겠다고 생각하며, 두번째의 싸움을 시작했다.



 ​찌​르​고​,​ 피하고, 막고, 휘두른다.

 상대와 나의 전투능력은 거의 백중지세였다.

 나의 검술은 외팔의 검술이며, 왼손으로 다루는 검술이고, 또한 성인이었을때부터 쓰기 시작한 검술이다.

 그러나 상대는 양팔을 다가지고 있으며, 오른손잡이고, 어린아이의 체구이다.

 그런 존재가 나의 검술을 쓰면 당연히 불편할 것이다.

 ​실​제​로​,​ 호로의 인격이 쓰는 검술은 어색하고 틈이 많았다.

 그리고 그것이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한 유일한 활로였다.

 틈이 보이면 검을 내지른다.

 ​하​지​만​,​ 상대도 자신에게 그런 틈이 있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그것은 번번히 막혔고, 때문에 상대도 나도 피투성이가 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한심했다.

 팔을 잃고, 영력을 잃고, 눈을 잃었고, 지키고자한 가족ㅡ 스승님도 잃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손으로 이룬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스​승​님​을​ 지키지 못해 적에게 죽을 위기에 빠지고, 시즈카들을 위기에 내버려두었다.

 그 뒤에 친구들이 오지않았다면, 자신은 시즈카마저도 잃었을 것이다.

 결국 자신은 남에게 방해만 될 뿐이며, 하고자 하는 일도 결국 타인이 이루저 줬다.

 ​한​심​하​다​.​

 ​지​금​처​럼​ 꼴 사납게 자신을 비하하는 행동도 꼴 사납다.

 자신을 비하하지 않겠다고 주변에 맹세를 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비하하는 걸까.

 ​한​심​하​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양보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난 분명히 한심해. 넘어지고, 쓰러지고, 엎어지고, 매일같이 패배할 뿐이야."

 비록 내가 한심하다고 해도ㅡ

 ​"​하​지​만​,​ 그렇다고 피하지도 물러서지도 않겠어. 너에게 잡아먹혀 편하게 지내는것이 안식이라면, 난 안식에도 맞서 싸우겠어. 그것이 강해지겠다는 나의 길이다. 이것은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나의 길이다!"

 난 언제고 다시 일어서겠다!

 쿵ㅡ 하고 세계가 울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의 검이 호로의 인격을 벤다.

 쿨럭, 하고 호로의 인격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황량한 사막에 말라비틀어진 나무 한그루가 있는 곳.

 그곳은 내면의 세계이다.

 그의 참백도, 본래 인격, 그리고 호로의 인격인 소년 자신 외에는 들어올수 없는 공간.

 ​그​런​데​도​,​ 눈치채면 눈앞의 남자는 참백도도 본래의 인격도 아닌데 들어와있었다.

 "너는 누구지?"

 소년이 물었다.

 그에 남자는 "매일같이 이야기를 나누지 않나, 그런데도 나를 못알아보는건가." 하면서 웃었다.

 눈 앞의 남자가 건너편 독방에 있는 남자라는 것은 알고있다.

 하지만 묻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 이 내면의 세계에 들어왔는가다.

 자신의 인격이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않는데다가, 지식의 수준도 본래 인격의 수준밖에 되지않지만, 그래도 한가지 확실히 아는 것은 내면세계에는 외부인이 끼어들수 없다는 것이다.

 간혹, 강한 의지로 간섭하는 경우는 있을지 몰라도, 남자와 같이 완전한 형상으로 간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앞의 남자는 별것아닌듯이 태연하게 들어왔다.

 ​"​글​쎄​,​ 어떻게 들어왔을까?"

 ​빙​글​빙​글​하​고​,​ 남자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 태도에 소년은 으르렁거리듯 쏘아보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그림자만 보이는』 남자의 형상은 볼 수 없었다.

 ​"​모​습​을​ 보여라."

 ​"​보​이​고​ 싶어도 못보여주네. 일단, 자네의 본래 인격이 내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이미지화 시킬수없거든."

 ​그​림​자​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네놈의 목적은 뭐지?"

 내면의 세계는 말 그대로 영혼의 정신을 나타낸다.

 ​그​런​곳​에​ 침입한 이라면, 당연히 간섭또한 가능하겠지.

 만약, 남자가 흑심을 품고 내면세계를 엉망으로 한다면, 자신의 본래 인격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그​것​만​은​ 막고싶다.

 ​"​경​계​하​지​말​게​.​ 굳이 말한다면, 자네와 나는 타인이 아니니까."

 ​"​타​인​이​ 아니다?"

 그 말은 무슨뜻인가?

 타인이 아니라는 소리는 친인이라는 것이지만, 자신은 내면에서 탄생한 이후로 단 한번도 외부에 나선적이 없다.

 그런 내게 친인이 있을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눈 앞의 남자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내 감이 고하고ㅡ 아니, 오히려 매우 친숙하다고 고했다.

 ​"​자​네​의​ 감각이 나를 친숙하게 느끼고있겠지? 실제로 자네든 자네의 본래 인격이든, 그 감각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맞았지."

 물론, 이유야 있지만 말이야. 라며, 남자가 웃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틀려온적 없던 이 감이 그를 친숙하게 여길지라도,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남자는 여전히 위험인물이다.

 ​오​히​려​,​ 자신과 본래 인격의 감에 대해서도 잘 아는듯이 말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더 경계할 뿐이다.

 ​"​이​런​,​ 역시나 경계당하는군."

 그건, 슬프다며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런것 따위 알바아니다.

 내게 중요한것은 남자의 정체와 그가 여기에 나타난 이유다.

 ​"​좋​아​,​ 이야기해주지. 일단, 자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하나일세. 바로 자네 본래 인격에게 영안을 깨우쳐주기 위해서네."

 그렇게 서두를 말한 남자는 이어서 영안에 대해서 설명했다.

 자신이 나의 본래 인격에게 할 일과 그로 인해서 일어날 일.

 그같은 일들이 일어나야하는 필요성과 자신의 앞에 나선 이유까지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애초에 타인의 마음세계에 침범하는 능력을 지닌 그를 이길 수단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럼​ 영안을 얻게되면 시력이 돌아온다는 겁니까?"

 ​"​그​렇​네​.​ 본래 영안이란 『제6의 감각인 영감』을 일컷는거네만,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시각을 대신할 수도있네."

 물론, 본래의 시각에 비하면 흠이 많겠지만 말이야. 라고 그가 말했지만, 그것은 중요한게 아니었다.

 시각이 돌아올수있다.

 언제나 굳건하게 넘어지더라도 일어나기를 반복해온 그(본래 인격)라지만, 최근에는 스승의 별고와 영력을 잃어버린 일이 타격이 컸다.

 거기에 시각을 잃은 것은 더욱 악화되는 요건이 되었는데, 그는 눈을 뜨나 감으나 캄캄한 어둠만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힘을내서 일어날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대한 그의 애정과 의지가 뿌리였으나, 구더기 소굴에 감금되면서 그마저 할 수 없었고, 눈은 보이지 않아 암흑 그자체였다.

 그는 그런것에도 굴하지 않고 의지를 되세기며 영안이나 퀸시의 영력사용법등을 익히려고 했지만, 내면에 있는 자신은 알고있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경과하게 된다면, 반드시 그는 망가질 것이라는 것을ㅡ

 그런데 시각이 돌아온단다.

 ​지​금​까​지​ 그가 격어온 일에 비하면 무척 사소한 보상과도 같은 것이지만, 그 작은 보상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견뎌낼수 있을것이다.

 한때, 자신은 호로의 인격으로서 그와 싸워 몸을 차지할까 생각했었었다.

 그를 집어삼켜 그는 더이상 고통받는 일이 없이 편한히 눈을감는다는ㅡ 결국 그를 죽임으로서 영원히 쉬게 해주고싶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원치않는다.

 호로가 되면 편해질까라고 생각도 했었고, 유혹에 넘어갈뻔하기도 했지만, 결국 최후에는 자신의 의지로 견디고자 했다.

 그런 그를 쉬게해준다는 명목으로 먹어치우면 자신은 결국 그를 죽이고 몸을차지하고 싶어하는 여타의 호로 인격과 다를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않고, 그리고 그에게 최소한의 상처만을 주고 도와줄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비록, 영안을 얻게되는 과정에서 자신은 죽어버리겠지만, 적어도 그는 구원받을 것이다.

 그에게 밝은 빛을 보여주고싶다.

 그가 매일 암흑만을 보는 것을 자신은 견딜수가 없다.

 때문에 그의 앞에 나서서 미움받고 싸우고, 그와중에 상처를 줬다.

 ​한​심​하​다​고​ 그에게 말했다.

 ​약​하​다​고​ 그에게 말했다.

 그렇게 말로, 그리고 싸움으로 상처를 줬다.

 ​그​리​고​ㅡ​ 그와 동시에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나 스스로도 상처받았다.

 그것도 이제, 끝이다.

 자신은 사라지고, 그는 계속해서 상처받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지켜보기만 했었던 자신이 그에게 영안이라는 선물을 줄 수가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그​러​니​,​ 그러니까ㅡ

 악인을 자처하고, 가슴이 아파도, 미움을 받아도 노력했으니까ㅡ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욕심내서 말해도 될까요.

 "꼭 ​행​복​해​져​야​해​요​…​…​.​"​

 그의 검에 베여 사라지기전, 나직한 희망의 속삼임.

 그것은 소년의 모습과 같이 덧없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