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지몽(胡蝶之夢) 3화
영혼(靈魂)이란 무엇일까?
영혼의 정의는 육체에 깃들어 마음의 작용을 맡고 생명을 부여한다고 여겨지는 비물질적 실체이다.
그것은 육신의 밖에 있다고 여겨지는 정신적 실체이기도 하며, 혹은 죽은 사람의 넋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죽은 사람의 넋을 의미하는데에 많이 쓰이는 단어이기도 한 영혼.
그렇다면, 영력은?
영력은 영적인 힘.
비물질 정신적 실체이기도 한 영혼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이것은 모든 대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최소단위의 에너지이자, 모든 것의 근원이고, 또한 기본적인 사상이다.
그래, 영력이란 영혼이 가지는 힘.
그리고 대자연은 영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 말은 결국 세상 모든것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자네가 말해준 소울소사이어티라는 곳은 매우 흥미운지고."
"어떤 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자네의 이야기를 듣던 와중이네만, 자네는 단 한번도 『인간 외의 영혼』의 존재가 있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네. 그것은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말하지 않은것인가, 아니면 『없는』 것인가?"
자신을 샤먼이라 소개한 노파의 말에 생각에 빠진다.
자신이 있던 소울소사이어티는 영혼의 세계ㅡ 즉, 저승이기에 영적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생각해보면 그곳에서 이렇다할만한 『인간 외의 영혼』의 존재에 대해서는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분명히 벌레나 작은 동물 따위가 존재하기는 했다.
그런데 그것을 자신은 『영혼』이라고 생각했던가?
아니다, 그것은 소울소사이어티의 자연의 일부일 뿐으로, 자신과 같이 현세에서 죽음을 맞이해 『저승』으로 온 존재들이 아니다.
귀족들과 같이 애초부터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다는 것이다.
"그거 참으로 흥미로운지고. 『사후의 세계』인데 거기서도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며, 『새로운 삶』마저 가진다는겐가?"
그것은 정말로 독특한 저승관이다. 라며, 노파가 웃었다.
"저승관…… 입니까?"
"그렇네 저승관(觀). 세상의 이치라는 것은 일면(一面)만 가진것도, 그렇다고 양면만 가진것도 아닐세. 저기 모닥불에서 고기를 굽고있는 우리 부족의 소년의 행동에도 사람마다 제작각 다른 해석을 지니지."
고기를 굽고있다.
그 단순한 행위는, 『소년이 고기를 굽고있다』라는 객관적인 사실뿐만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서는 『배가 고프기 때문에』, 『누군가 시켜서』와 같은 개인적 추론 또한 달려있게 된다.
이것은 흔히들 말하는 다각적인 해석과 같은 의미로, 소년이 고기를 굽는다와 같은 단순한 사실을 개인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게 한다.
사실인 고기를 굽는다는 행위는 사후세계.
그리고 그 굽는다는 행위를 해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이라는 소리.
즉, 사후세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다름을 의미한다.
"자네들의 땅은 사후세계를 『새로운 삶』과 비슷한 의미로 생각하고 있었나보네. 우리 부족은, 그리고 이땅에 사는 많은 부족들은 사후에는 『위대한 영혼』의 품에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있다네."
지역마다, 그리고 사람마다 사후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어떤이는 죽음이 無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이는 죽고나면 영혼이 되어 구천을 떠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이는 사후에도 그곳만의 삶을 가질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옥, 천국, 명계, 無, 하늘, 땅, 영혼.
그 모든것이 각각 다르다.
기본적으로 야마토(일본)에서는 사후세계에는 『저승에서의 삶』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간혹 윤회사상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다.
오니 등을 비롯한 수많은 요괴와 혼백의 전설은 그 사실을 뒷받침 해주는 증거로서, 어쩌면 요괴라는 것은 『호로』를 보고 야마토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존재일지도 모른다.
"저승관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살고있는 환경에 따라 종교에 따라서 다르다네. 때문에 같은 나라의 사람이나 같은 종교의 사람의 저승관이 비슷한 법이지."
"아마도 자네가 온 땅의 사람들의 저승관은 자네가 말한 『소울소사이어티』와 유사하겠지. 사후에도 다시금 삶을 살아가는 것."
그렇다.
영력이라는 것은, 영혼이라는 것은 정신적 형태이다.
즉, 사상에 조종을 받고, 움직이고, 작용한다.
어쩌면, 소울소사이어티는 야마토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상상해온 저승이었기에 존재하는 것일수도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야마토인(일본인)』외의 존재는 소울소사이어티에 오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일지도 모른다.
각각 종교마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저승관이 다르고, 그에 따라서 영력의 작용이 다르다면, 그것은 결국 그 지역마다 특색이 다른 저승이 생긴다는 것이다.
야마토에서는 동물령이 저승을 간다는 생각보다는 구천을 떠돌며 인간을 놀래킨다는 사상이 강하기에 동물령들은 소울소사이어티에 올 수 없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저승관이 있었기에 소울소사이어티에 올 수 없다.
그것이 소울소사이어티가 사후세계이면서도 새생명을 잉태하고, 동물령과 같은 인간외 혼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대륙의 사람들이 못오는 이유이다.
"재미있는 가설이군요."
노파의 말에 그가 말했다.
노파의 말은 분명 저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견해이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노파가 말하는 늑대.
영력을 다루는 것이다.
그의 그런 생각을 진즉부터 알고있던 노파는 웃으며 말했다.
"홀홀홀, 내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늑대는 자신의 마음이 주는 쪽이 강해지게 되어있네, 그리고 사후라는 것은 개인의 생각으로 이루어지는 것일지. 영혼이란 정신적 실체이며, 영력이란 영혼의 힘이네."
마음, 생각, 정신, 영혼.
그 단어들이 그의 머리에 새겨들어간다.
"바람이 말하기를, 동쪽의 도사라는 자들은 마음의 경지를 추구하며, 중이라는 자들은 그것을 해탈이라 하는듯하구려."
"영혼이란 영력으로 이루어진 정신체, 영력이란 영혼의 힘으로 영혼이 존재하기에 있는 법."
"자신이 영력이자, 정신체이거늘, 자네는 어찌하여 자신의 영력이 적다느니 부족하다느니 말하는가? 자세히 세상을 바라보면, 결국 자신이 원한는 것은 언제나 곁에 있기를 마련인데."
영혼이란 정신적인 영력의 집속체.
그 존재 자체가 영력으로 이루어졌기에 순수한 영력의 집합체이다.
세상이 영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자신이 영력으로 이루어 졌다면?
세상에 있는 모든 영력들을 바닷물에 비유한다면, 자신은 영력이 담겨있었던 깨진 바가지다.
퀸시의 기본 이념인 자신의 영력을 이용해서 주위의 영력을 끌어모은 다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깨진 바가지에 물을 담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이겠지만,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다양한 삶과 사상을 지녔기에 같은 퀸시라 할지라도 영력의 다루는 법은 다 다른 법이다.
그런 면에서 노파ㅡ 그녀의 부족과 샤먼들은 사후에 위대한 영혼이라는 존재와 융합된다는 초월적인 의식의 집합체ㅡ 세계 그 자체와 동화 한다는 사상을 지녔으며, 그에 걸맞는 영력의 이용법을 지니고 있었다.
깨진 바가지로 바닷물을 퍼담을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깨진 바가지 그 자체를 바다에 담근다면, 그것은 바다 그자체가 바가지에 담겨있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주위에서 자신의 영력으로 억지로 영력을 끌어들일 필요없이, 존재 자체가 영혼이기에 그것은 영력으로 충만한 세계에ㅡ 바다에 담겨있는 바가지와 같다.
그 존재 자체가 영력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있거늘, 굳이 억지로 영력을 만들 필요가 있는가?
노파의 말에 남자가 눈을 감는다.
열반, 해탈, 깨달음, 심득 어느것으로든 남자의 상태를 표현 할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자신의 영감으로 느껴보면,
그리고 눈을 뜨고 자신의 영안으로 세계를 보면,
세상은 거대한 영력의 바다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 안에 있는 깨진 바가지.
애초에 생각했던 영력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필요없었다.
자신은 정신적인 존재.
자신이 원한다면, 이 새로운 사상대로라면 자신은 숨을 쉬듯이 영력을 사용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영혼을 맴도는 영력을 느낀다.
당연하다는 듯이,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게 그 영력을 움직여본다.
꿈틀ㅡ 하고 주변의 영력이 대답을 하듯이 의지대로 움직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