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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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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지몽(胡蝶之夢) 8화




 ​ㅡ​짝​짝​짝​짝​

 ​"​과​연​,​ 훌륭한 실력이군요. 사신님."

 ​압​도​적​인​ 실력차에 겁에 질린 도적들은 물론, 심지어 같이 나무 밑에서 비를 피했던 다른 나그네들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도망칠 무렵, 눈 앞의 여자는 몸을 피하기는 커녕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그러나 그런 대담한 행동보다는 말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

 ㅡ사신

 언뜻 듣기에는 단순히 나를 지칭하는 표현에 지나지 않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의 현 상태는 확실히 말해서 현세에 육을 지니고 살아있는 일반 사람들과 다른점이 없다.

 이 육체는 거짓이 아니며, 때문에 내가 '한때는' 사신이었던 자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단 따위는 없다.

 어떻게 내가 산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사신의 힘이 사라진 내게 사신으로서의 기색은 남아있지 않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저 여자는 나를 사신이라 단정한 것일까?

 사전에 나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을 터다.

 ​"​어​떻​게​ 내가 사신'이었다'는 것을 알고있지?"

 몸을 긴장시키며 묻는다.

 혹여 저 여자는 구더기 소굴에서 탈옥한 나를 잡으러 온 사신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면 나를 사신님이라 부를 이유가 없다.

 본인 자체가 사신일테니…….

 ​그​렇​다​는​ 것은 저 여자가 사신이 아니면서도 나의 정체를 간파했다는 이야기.

 ​"​그​렇​게​ 경계할 것 없습니다. 제가 당신이 사신'이라는' 것을 알고있는 이유는 단순히 당신에 대해서 들었기 때문이니까요."

 ​"​들​었​다​?​"​

 ​"​『​그​』​가​ 그렇게 말하지 않던가요? 현세에서 퀸시를 만나서 배우라. 라고요."

 ​『​그​』​라​면​,​ 붕옥이라는 것을 사용해 나를 현세로 보낸 남자를 의미하는 듯하다.

 확실히 영안을 비롯하여, 죽은 자에게 생육을 준다던가, 함리동에서 곧바로 현세로 보낸다던가, 퀸시의 힘을 언급한다던가 했던 『그』라면 현세에 연락을 취해 나를 마중나오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저 여자는 퀸시라는 것일까?

 ​아​니​면​,​ 퀸시의 위치를 안다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그』와 나 사이의 일을 알고있을 뿐인 적대 관계의 인물일지도 모른다.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의심되는 법이다.

 ​"​어​떻​게​ 나의 위치를 알았지?"

 자신은 바다 건너의 대륙에서 있다가 이곳 야마토에 영문도 모른채로 오게 되었다.

 또한 발길이 닿는대로 아무렇게나 이동했기 때문에 그녀와 내가 우연히 마주칠 확률은 극히 적다.

 그런데 그녀와 나는 만났고, 또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 것이다.

 나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할때, 여자가 대답했다.

 ​"​어​떻​게​ 당신의 위치를 알았냐고 물어보신다면, 이것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일?"

 "예. 당신이 이곳에 오는 것도, 저와 만나는 것도, 마지막으로 바다 건너의 대륙의 퀸시(샤먼)을 만나는 것도 『운명』이기 때문이지요."

 운명.

 천명.

 그녀가 언급한 그 단어는 정신병 마냥 여태까지의 내 삶을 따라다닌 고질적인 말이었다.

 모든 것은 운명이기에ㅡ

 그 말은 수많은 불합리와 우연, 그리고 슬픔을 간단하게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나는 원래가 이런 운명이었기에ㅡ 생전 마을의 습격에서 살아남았고, 전쟁터에서 죽었으며, 재능이 없고, 고난만 닥쳐오고, 스승을 잃고, 힘을 잃고, 패배만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운​명​이​라​는​ 것이, 천명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나를 아는 자들은 한결같이 나의 모든 일이 하늘에서 정한 일이기에 어쩔 수 없다. 라는 말만을 되풀이 할 뿐이다.

 "흥, 그동안 수없이 그 말을 들어왔지만, 그 말을 하던 사람은 언제나 그 상황을 다른 무언가에 떠넘기기 위해서 그 말을 했지."

 스님은 나의 마을이 폐허가 되고 나만 살아남았을 때, 그것이 천명이라 하셨다.

 ​ㅡ​하​지​만​ 그것은 결국, 나를 위로하며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을 납득시키며 모든것을 하늘에 떠넘기라는 뜻이었다.

 ​전​쟁​터​에​서​ 죽어가던 나는, 전장에 선 것이 운명이라고한 전우를 떠올렸다.

 ​ㅡ​하​지​만​ 그것은 결국, 강제로 징병되어 전쟁터에 서게된 것이 무서워 자신을 안심(납득)시키고 모든 원망을 다른 것(운명)에 떠넘기려한 행동이었다.

 재능이 없던 나는 매번 쓰러지며 자신의 무능이 운명이라 했었다.

 ​ㅡ​하​지​만​ 그것은 결국, 내 스스로가 못나고 노력할 용기조차 없었기에 삼던 핑계가 아니었는가.

 ​"​운​명​이​니​ 천명이니. 어쩔수 없었다고 핑계를 대고 책임을 회피하고, 원망을 타인에게 넘길 뿐인 말은 질렸다. 당신 또한 운명이니 천명이니, 나의 질문을 두리뭉실하게 넘기려 하지말고 확실하게 대답해라. 어째서 그대는 내가 사신임을 알았고, 내가 이곳을 지나갈 것임을 알았지?"

 질문과 함께 그녀를 쏘아본다.

 그런 나의 눈빛에 여자는 잠시간 얼굴을 굳히더니 결국은 큰 교성과 함께 대답했다.

 ​"​호​호​호​호​호​호​호​!​ 과연, 『그』가 눈여겨 볼 만한 인물이군요. 아니,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는 말이 맞을까요?"

 ​"​…​…​…​…​.​"​

 ​"​이​걸​로​ 두번째가 끝났습니다. 앞으로 두개가 남았네요."

 ​"​두​개​?​ 무슨소리지?"

 ​영​문​모​를​ 여자의 말에 눈살을 찌푸린다.

 그런 나의 말을 무시한 여자는 여전히 자기 하고싶은 말만을 지껄였다.

 ​"​사​신​님​.​ 당신은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는​ 말을 알고계십니까?"

 ​호​접​지​몽​(​胡​蝶​之​夢​)​

 ​『​장​자​』​의​ ​『​제​물​론​편​(​齊​物​論​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장자가 어느 날 꾼 꿈의 이야기이다.

 꿈에서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니던 장자는, 그러다가 문득 깨어 보니, 자기는 분명 장주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어난 장자는 장주인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

 이는 사물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도대체 그 사이에 어떤 구별이 있는 것인가?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피상적인 구별, 차이는 있어도 절대적인 변화는 없다.

 장주가 곧 나비이고, 나비가 곧 장주라는 경지, 이것이 바로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세계이다.

 물아의 구별이 없는 만물일체의 절대경지에서 보면 장주도 나비도, 꿈도 현실도 구별이 없다.

 다만 보이는 것은 만물의 변화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피​아​(​彼​我​)​의​ 구별을 잊는 것, 또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비유해 호접지몽이라 한다.

 ​"​알​고​계​신​다​면​,​ 이야기는 쉽겠군요. ​『​물​아​일​체​(​物​我​一​體​)​』​란​ 바깥 사물(事物)과 나, 객관(客觀)과 주관(主觀), 또는 물질계(物質界)와 정신계(精神界)가 어울려 한 몸으로 이루어진 경지죠. 이는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의미로서의 이야기이지만, 당신에게 하고 싶은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다​르​다​?​"​

 "예. 물아일체란 외(外)와 내(內)의 일치. 자연(他)과 자신(我)의 조화입니다. 당신은 어떠한 현상이나 정보에 대하여 다각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을 배웠습니다."

 바다 건너에 있는 대륙의 퀸시(샤먼)은 말했다.

 단 하나의 진실이라도 그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변화되며, 그 과정에서 왜곡되고 변질되기도 한다.

 ​사​물​(​혹​은​ 사실)은 단 하나로만 존재하나, 그것은 다각적인 해석과 판단에 의해서 수많은 진실로 탈바꿈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상이 존재하며, 그에 따른 수많은 다각적인 진실이 있다.

 ​"​하​나​의​ 현상이라 할 지라도 각자의 시각에 따라서 진실은 변합니다. 어떤이는 우는 아이를 보고 가정형편을 생각하게 되고, 어떤이는 아이의 몸에 상처여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들은 모두 생각한 본인에게는 진실인 법."

 빗나간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원효대사의 해골물 또한 좋은 예다.

 ​해​골​물​의​ 정체를 모르고 마신 원효대사에게 그 물은 자신의 목을 축여주는 고마운 물이라는 진실이 되었다.

 하지만 이후 그 물의 정체를 알게된 원효대사는 그것을 토해내고 만다.

 단 한가지의 정보(사상).

 ​해​골​물​의​ 정체 유무만으로 원효대사라는 단 한명의 개인이 받아들인 진실은 변화한다.

 ​해​골​물​이​라​는​ 단순한 단 하나의 진리는 이처럼 자그마한 정보의 차이에도 여러가지의 진리로 변화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상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숫자의 진실이 전달 될 것이다.

 ​"​그​대​의​ 말은 이해하겠다만, 그것이 나의 물아일체와 무슨 상관이지?"

 ​"​머​나​먼​ 대륙의 퀸시(샤먼)에게서 다각적 시각에 대해서 배운 사신님은 단단한 대지(기반)를 가지게 된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대지만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결국 무용(無用)."

 ​"​대​지​를​ 비옥하게 하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한 법이지요."

 마른 대지에 물이 흐르게 되면 토지는 비옥해진다.

 지식 또한 그와 같아서 다양한 사상을 받아들이는 기반(대지)를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으며, 거기에 자신의 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그것은 결국 황무지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양한 사상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게된 그에게 필요한 물이란 무엇일까?

 ​"​물​이​란​ 흐르는 것. 그리고 모이는 것입니다."

 물 한방울과 다른 한방울이 만나면 둘은 두개의 크기 만큼 거대한 한방울로 합쳐진다.

 또한 대지에 스며들기도 하면서, 그와 동시에 개천이, 강이, 바다가 되어 대지 위를  밑을 흐른다.

 ​"​여​기​서​ 사신님께 해주고 싶은 말이 나옵니답니다."

 흔한 묘사 혹은 예시이지만, 대지의 곳곳을 누비며 흐르는 작은 물줄기는 모여서 강이되고, 강 또한 모여서 바다가 된다.

 수많은 사상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단 하나의 현상을 각자의 진실로 탈바꿈하지만, 역으로 말한다면, 수많은 진실은 결국 단 하나의 현상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강이 모여서 바다가 되듯, 진실은 모여서 단 하나의 진실이자 현상이 된다.

 ​"​도​가​에​서​ 흔히 말하는 ​만​류​귀​종​(​萬​流​歸​宗​)​과​ ​만​박​귀​진​(​萬​博​歸​眞​)​이​라​고​ 할까요. 당신은 단순히 다각적인 시야만을 가질것이 아닌, 그 모든것을 종합하고 판단하고 추려내서 그 끝에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을 알아야합니다."

 그것이 그의 대지를 비옥하게 만드는 방법.

 ​"​…​…​…​…​말​하​는​ 의미는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내 말에 대답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가 으르렁 거리듯이 말한다.

 ​그​럴​듯​한​ 이야기이며 납득도 되고 참고도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말은 최초의 질문인 "어떻게 그가 올 것을 ​알​고​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코 아니었다.

 ​덧​붙​여​서​ "샤먼 노파와 만난 사실을 어떻게 알고있는가?"에 대한 것도 있다.

 그런 그의 말에 여자는 어머나 하고 놀라며 말했다.

 ​"​과​연​,​ 다시한번 『그』가 당신을 눈여겨 보는 이유를 알겠어요. 물아일체니 만류귀종이니 말 할 필요도 없었군요. 당신은 자신의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현혹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보는 영혼을 지녔어요."

 ​"​…​…​나​는​ 네가 어떻게 나에 행보를 알고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몸은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공격할 것이라는 자신의 의사를 흉흉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는 더이상 말을 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그마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 잘 알 수 밖에 없죠."

 마치 자신의 장난이 성공해 기뻐하는 아이마냥 미소를 지은 그녀는 처음부터 그가 물어왔던 모든 의문에 대한 대답을 했다.

 "저는 당신의 ​『​참​백​도​』​이​니​까​요​.​" ​

 그 말과 동시에 그의 시야는 새하얗게 뒤덮히며 강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눈을 다시 뜨자 보이는 것은 평소의 풍경이었다.

 깊은 굴속임에도 불구하고 어둡기는 커녕 밝기만한 곳.

 천연의 동굴을 깍아서 만들었다는 것을 과시하듯이 사방이 모두 돌로 되어있는 곳.

 ​ㅡ​구​더​기​ 소굴이다.

 ​"​…​…​…​…​ 뭐…… 지?"

 자신은 현세에 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구더기 소굴에 있는 것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잡혀온 건가?

 하지만 그런것치고는 기억이 끊긴 느낌은 없다.

 오히려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다는 느낌.

 ​"​설​마​…​…​!​"​

 순간 뇌리를 번뜩이며 스쳐간 가정에 몸을 일으키고 건너편 방을 살펴본다.

 없다.

 건너편 방에는 있어야할 『그』가 없었다.

 아니, 단순히 『그』가 없는 것이 아닌, 있었던 흔적마저 없었다.

 정말 자신의 『그 가정』이 맞는건가?

 자신의 느낌이 고하는 『그 가정』이 맞단 말인가?

 ​그​때​였​다​.​

 ​건​너​편​의​ 독방이 아닌, 옆의 독방에서 목소리가 들린것은ㅡ

 ​"​큭​큭​,​ 뭐야 드디어 눈을 뜬건가."

 처음 듣는 목소리다.

 ​독​방​에​는​ 나와 『그』외에는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생​각​해​보​면​ 그의 목소리를 들었던 기분이 든다.

 ​『​신​입​인​가​?​ 하지만, 상태가 무척이나 안좋은걸? 크크크』

 그 혼란스러운 기분에 그는 조심히 옆방의 인물에게 물었다.

 "제 맞은편에 있던 남자는 어디있습니까? 그리고 당신은 누구입니까?"

 "뭐? 크크크크크크ㅡ"

 나의 질문이 우스웠던 탓인가, 그의 웃음소리가 짙어졌다.

 한동안 웃어대던 남자가 대답했다.

 ​"​웃​기​는​군​.​ 수십년간 잠만자던 녀석이 깨어나서 한다는 소리가 헛소리라니."

 ​"​수​십​년​간​…​ 잠을 잤다……?"

 ​"​평​소​라​면​ 무시했을테지만, 오랜만에 웃게 해줬으니 대답해주지. 네녀석은 수십년전 이 구더기소굴에 감금될 때부터 지금까지 쭉 혼수상태였다. 그런 네가 맞은편에 사람이 어디갔냐고 묻는건 정말로 웃긴일 아닌가? 『구더기 소굴에 올 때부터 혼수상태였던 사람』이 말이다."

 남자의 말에 머리가 지끈 거려온다.

 그리고 몰려오는 구토감.

 ​생​각​해​보​면​,​ 자신은ㅡ 『구더기 소굴에서 생활한 기억이 없다』.

 ​"​덧​붙​여​서​ 말해준다면, 이 구더기 소굴의 짧은 역사상 독방에 구속된 것은 나를 제외하면 너 뿐이다. 그러니 맞은편 방에 사람이 있을리 없지. 크크크크."

 ​재​미​있​다​는​ 듯이, 가소롭다는 듯이 남자가 비웃는다.

 ​하​지​만​,​ 남자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혼란스럽던 머리가 점점 정리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또한 자신의 가정이 맞다는 확신또한 점차 강해진다.

 ​그​렇​기​에​ 확실히 하고자 마지막으로 묻는다.

 ​"​당​신​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혹시 맞은편에 있던 남자가 방을 옮긴 후, 자신에게 장난을 거는 것은 아닐까?

 그런 나의 질문에 남자는 더웃 조소하며 대답했다.

 "이거 완전히 멍청이군. 수십년만에 일어나서 한다는 소리는 헛소리고 결국 마지막에 묻는 것은 이몸의 이름인가? 뭐, 꽤나 재미도 있겠다 대답해주지. 내 이름은 『쿠로츠치 마유리』다."

 남자가 자신을 『쿠로츠치 마유리』라 소개한다.

 그리고 그 이름을 듣는 순간 확신한다.

 자신의 가정ㅡ

 즉, 자신은 구더기 소굴을 오기전ㅡ 아마도 자신을 디에즈라 소개하던 호로와 싸운 이후로 『쭉 혼수 상태로 있었으며, 그동안 겪은 모든 것들이 꿈이었음』을 말이다.

 남자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었다고 여긴것은 처음 이곳에 감금되었을 때, 혼수상태인채로 희미하게 들렸던 것이다.

 남자의 『신입인가? 하지만, 상태가 무척이나 안좋은걸? 크크크』라는 말을 말이다.

 그와 동시에 꿈에서 여자가 해줬던 말이 떠오른다.

 "저는 당신의 ​『​참​백​도​』​이​니​까​요​.​" ​

 어쩌면 자신은, 디에즈에게 쓰러진 이후로 줄곧ㅡ

 ​영​술​원​에​서​ 들어온, 『참백도의 심상』을 보고 있던 것은 아닐까?

 단순히 혼수상태인 채로 꿈을 꿔온 것일 수도, 어쩌면 낙관적인 판단처럼 참백도의 심상에 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쪽이 되었던, 현실은 결국 현세에 있던 것이 아닌 구더기 소굴에 여전히 감금된 채라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그는 알고 있을까?

 자신은 여전히 눈이 보이고 또한 영력이 사용 가능하기에 깨닫는게 느린 것이겠지만, 그는 여전히 장님에 백수는 파괴된 상태라는 것을ㅡ

 그는 단순히 한낱 꿈에서 배웠을 뿐인 영안과 영력의 사용법을 현실에서 지금도 쓰고 있음을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그가 꾼 꿈은 단순한 환상인가ㅡ 아니면, 현실이었는가ㅡ

 - 5화 ​호​접​지​몽​(​胡​蝶​之​夢​)​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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