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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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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師表) 5화




 ☆월 초순

 시호인 요루이치 학생을 비롯한 그녀의 동기들에 졸업식이 있었다.

 ​매​년​마​다​ 졸업생이 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들과의 추억이 떠올라 감개무량하다.

 특히나 이번 기수인 학생들은 시호인 요루이치 학생의 경우를 비롯하여 여태까지와는 다른 몇 배의 감상이 더 남는다.

 기존의 기수가 졸업하고, 새로운 기수가 들어온다.

 기존의 교사가 자대로 돌아가고, 새로운 교사가 들어온다.

 그것의 반복인 영술원의 생활.

 변하지 않는 것은 자대가 없는 나 혼자 뿐이다.

 동료 교사들도 대부분이 귀도중이나 호정 13대 등으로 돌아갔고, 학생들도 새로운 면면만이 보인다.

 아마, 내가 사신으로 계속 있게된다면, 나는 평생 이 영술원에서 나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터이다.

 어떻게 보면 구더기 소굴과의 차이점이 뭐냐고 의문시 할 수도있겠지만,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보람찬 일인 것이다.

 비록 가르쳐 주는 것이 현세의 이야기 뿐이지만 말이다.



 ◇월 중순

 새로 입학한 학생들을 가르친지도 한달이 지나간다.

 매년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번 기수의 학생들도 독특한 학생이 많다.

 그 중에서도 대표라고 할까, 우리하라 키스케라는 학생이 상당히 눈에 띈다.

 여타 다른 학생들도 수업을 듣다보면 궁금한 점을 물어오고는 하였으나, 이 우리하라 키스케라는 학생은 좀 독특한 질문을 자주 해왔다.

 "요새 현세에는 철포라는 것이 있다는데, 그것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시는지 아십니까?"

 와 같은 현상적인 질문이 아닌, 이론적인 질문을 하고는 하는 것이다.

 물론, 현세에서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살았던 나라 할지라도, 그런 전문적인 지식은 없기에 대답해주지 못하는 질문들이 대부분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월 초순

 오늘도 어김없이 우라하라 키스케 학생이 이런저런 질문을 해왔다.

 그에 여전히 전문적 지식은 답해줄 능력이 되지 않음을 정중하게 설명했으나, 그는 막무가내로 질문을 해왔다.

 후에 들어보니 그는 구실이 필요했다고 한다.

 어느날 문득 나의 영력에서 독특함을 느끼고는 그것의 정체를 알고자 말을 걸어왔던 것이란다.

 ​그​거​라​면​ 그냥 물어보면 좋았을 텐데.

 영안 같은 것은 시바 가를 음모에 빠트린 자에게 들릴수도 있는 이야기라지만, 영력의 제어법이라면 설명해도 전혀 문제없다.

 이것은 단순히 사상적인 변화로 인해 찾아온 현상이지만, 그 사상의 변화라는 것이 쉽게 이루어지기란 어려운 일이니까.

 만약, 그것을 쉽게 이루는 자라면 그는 어차피 이러한 영력을 지닐 운명이었던 것이다.

 ​"​사​상​의​ 변화라네."

 ​"​사​상​의​ 변화요?"

 ​어​리​둥​절​해​있​는​ 학생에게 좀 더 알기쉽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했다.

 이런 나의 설명에 "호오"와 같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무언가를 끄적이며 적는 우리하라 키스케 학생.

 ​'​과​연​,​ 사상적 변화… 벽을 허무는 것이군요.'

  ​와​ 같은 말을 하며 무언가 골똘히 고민에 쌓여있는 그를 그대로 방치했다.



 □월 초순

 나에게 사상에 대해서 듣고난 뒤, 우리하라 키스케 학생은 평소보다도 더 엉뚱하게 중얼거림을 반복하며 수업에는 집중하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런 이론이라면…' 이라는 영문모를 중얼거림과 함께 숙소에서 아예 나오지를 않는 경우도 흔했다.

 이건 또 곤란한 학생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 였지만, 나는 더이상 그의 교사가 아니었다.

 나의 과목은 저학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듣​자​하​니​,​ 우리하라 키스케 학생은 이후에도 다른 교사의 충고나 그런것에도 굴하지 않으며 무언가를 생각할 뿐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졸업시험 때나 졸업식 당일 까지도 말이다.



 □월 중순

 ​영​술​원​에​서​ 교사로 활동한지도 벌써 십년 단위로 변했다.

 그동안 몇기수의 학생을 가르쳐왔으며, 몇십명이나 하는 교사들과 만나고 해어지기를 반복해왔다.

 휴가나 방학 등의 휴일에는 가끔 시바 가에 들리거나 쥬시로나 슌스이를 만나곤 했으며, 그 외에는 대부분 영술원에서 보냈다.

 ​얼​마​전​,​ 새로운 대장들이 뽑혔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대장들의 이름은 『쿄라쿠 슌스이』와 『우키타케 쥬시로』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듣고 내 일처럼 기쁜 나머지 무턱대고 둘을 찾아갔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막사로 둘을 찾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언제나 둘이 나를 찾아오거나 중간의 주점에서 만나고는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둘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어 찾아갔지만, 당연한 이야기로 일개 루콘가 출신의 하급 영술원 교사가 대장을 만나기란 불가능했다.

 둘이 입취임을 했다는 8번대와 13번대를 찾아가 경계를 서고 있던 사신에게 "슌스이와 쥬시로를 만나러 왔다."라고 말했으나 나를 흘끗 쳐다본 사신은 "당신 같은 사람이 친근하게 말을 걸며 만날 위치가 아니다."라고 거절당했다.

 ​그​런​가​,​ 그렇군.

 경계를 서던 사신의 말에 확실히 자신의 위치를 다시금 실감했다.

 우리 셋은 친구지만, 둘은 대장이고, 한명은 루콘가 출신의 일개 하급교사에 지나지 않았다.

 ​경​계​서​던​ 사신에게 쫒겨나 영술원으로 복귀하면서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머리가 텅 빈것과 같이, 가슴도 텅 빈 느낌이었다.

 그날, 밤새워 마신 탁주는 여느때와는 달리 매우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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