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창파(萬頃蒼波) 3화
"자네가 히사나가 말한 그 사람인가?"
전에 찾아오던 여자가 결혼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별을 한 이후로, 간간히 몇몇 사람들만 볼일을 보러 찾아오던 호수에 한 남자가 들어섰다.
남자는 이 호수에 방문한 확실한 이유가 있었는지, 잠시 두리번 거리다가 모옥을 발견하고는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모옥에는 여전히 남자가 멍하니 호수쪽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보며ㅡ 방문자는 그에게 물었던 것이다.
"…………."
방문자의 말에도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단지 고개가 약간 방문자 쪽으로 기울었을 뿐.
방문자의 신분을 생각하면 있을수 없는 이야기겠지만, 애초에 방문자는 자신의 '아내'에게 그에 대해 들어왔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듣기로는 히사나가 나와 결혼하기로 결심한 이유 중에 하나가 자네 덕분이라더군. 히사나는 나에게 『그분을 만나면… 고맙습니다, 덕분에 행복했었습니다』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방문자의 아내, 쿠치키 히사나에게 듣기로는 그는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이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
이것이 정말로 정신이상자의 모습인가?
그렇게 방문자가 의아해 할 때, 그가 말했다.
"행복해?"
그러고보면, 히사나도 그에게서 "행복해지면 안돼?"만 들었다고 했던가?
그러나 자신에게는 다른 말을 했다.
행복하냐고 묻는 건가?
자신의 아내, 히사나는 얼마전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그 슬픔과 충격은 방문자의 모든 것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ㅡ 히사나와 결혼한 것은 결코 후회스럽지 않았다.
행복했다.
그것을 생각하며 방문자는 차가운 얼굴에 자그마한 균열을ㅡ 미소를 지었다.
"……히사나가 자네와 이야기를 하면 편해진다고 한 말의 의미를 알았다."
방문자는 그 말을 끝으로 호수에서 벗어났다.
이후, 가끔 모옥에는 평소의 관계자들이 아닌 손님이 방문하고는 했다.
손님은 와서 처음에는 아내의 동생을 찾는 이야기부터, 시시콜콜한 개인 이야기, 그리고 업무에 대한 자신의 견해등을 말하곤 했다.
그에 모옥의 남자는 그저 듣기만 하던가 가끔 발작을 일으키듯 웃음을 터트리며 헛짓을 하곤 했다.
이 기묘한 관계를 들은 그의 치료를 담당하던 여인은 말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정신에 자극을 주는 것이지요. 부서진 마음의 조각을 모으고 있는 그에게 있어서, 손님이란 존재는 활력소 및 촉진제 역할이 될 겁니다."
과거, 약 50년전 마음이 부서졌던 최초와 비교를 하면 놀랄정도로 호전된 그의 증상이었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섬세한 것이기에 치료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녀는 조급해하지 않고 느긋하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그의 상태를 보며 치료해 나갔다.
치료가 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