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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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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십가(駑馬十駕) 4화




 그, 『하야나기 카이쥰(葉柳 魁準)』이 살아생전이었던 야마토는 기본적으로 성(姓)이 쓰이지 않는ㅡ 순수하게 『이름』만을 사용하던 곳이었다.

 ​성​(​姓​)​이​라​는​ 것은 왕족, 혹은 귀족등의 상류계층의 존재들에게만 특별히 허락되던 것이었으며, 당연하게도 그러한 상류계층에 소속되지 않는 사람들은 이름만으로 불렸다.

 그러한 시기였기에 그는 당연하게도 『이름』만을 가지고 있었다.

 ​ㅡ​그​래​,​ 그의 이름은 ​『​하​야​나​기​(​葉​柳​)​』​와​ ​『​카​이​쥰​(​魁​準​)​』​으​로​,​ 성과 이름으로 나뉜 것이 아닌ㅡ, 두개의 이름을 가졌다는 것이다.



 ​언​젠​가​,​ 현세에서 살고있던 시절.

 ​전​쟁​터​로​ 강제 징병되기 이전에 있었던 이야기다.

 ​어​릴​적​,​ 자신이 살던 마을을 습격한 도적 떼는 마을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약탈하고 유린했다.

 그 불타고 남은 폐허에서 무덤을 파고 있던 나에게 스님과 만나고, 자신은 스님과 함께 떠나게 되었다.

 ​스​님​께​서​ 물으셨다.

 ​"​아​이​야​,​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그에 나는 대답했다.

 ​"​『​하​야​나​기​(​葉​柳​)​』​에​요​.​"​

 ​평​민​이​었​기​에​ 성은 없었다.

 자신의 이름은 하야나기.

 수많은 식물들 중에서도 유독 버드나무를 좋아하셨던 할머니께서는 나에게 『잎이 무성한 버드나무』라는 뜻으로 ​『​하​야​나​기​(​葉​柳​)​』​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

 ​"​하​야​나​기​라​,​ 좋은 이름이구나."

 ​할​머​니​가​,​ 스님이 말씀하셨다.

 ​버​드​나​무​는​ 물가 어디나 잘 자라난다, 이는 생명력을 의미한다.

 ​버​드​나​무​의​ 가지는 아름다운 여인을 의미한다, 이는 행복을 의미한다.

 ​버​드​나​무​의​ 잎은 뾰족한 모양이 칼처럼 생겼다, 이는 힘이 센 장수나 무기를 나타낸다.

 ​버​드​나​무​는​ 모든 식물 중 가장 늦게까지 잎을 피운다, 이는 의지를 의미한다.

 그 노래와도 같은 말이 어릴적 나의 가슴에 깊숙이 박혀들었다.

 할머니 께서는 말씀하셨다.

 물가와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라나는 버드나무처럼 되어라.

 ​아​름​다​운​ 가지와 같이 행복하게, 뾰족한 잎과 같이 날렵하고 강인하게.

 그 식물 중 가장 늦게까지 잎을 피우는 것처럼 포기하지말고 나아가라.

 나는 그 말씀처럼 살아가고자 했다.

 그래서 모두가 나의 곁을 떠난 순간에도 나는 울지않았다.

 ㅡ몇날 몇일이고 눈물을 흘렸으나 울음을 터트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모두의 무덤을 위해 피가 나도록 바닥을 팠다.

 ​ㅡ​열​손​가​락​의​ 손톱 중에 멀쩡한 것은 없었다, 다만 빠진것만 있을뿐.

 그래서 나는 이후로 웃지 않았다.

 ​ㅡ​언​제​나​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웃음을 터트리지는 않았다.

 몇년간 나와 같이 여행하던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눈물만 흘리지 말고, 울음을 터트려야한다.

 ​ㅡ​마​음​속​의​ 울분은 그래야 가라앉는다.

 몸이 상하도록 함부로 하지 말라.

 ㅡ그 몸은 너의 것만이 아닌 너의 주변사람들의 것이기도 하다.

 때로는 웃음을 크게 터트려라.

 ​ㅡ​웃​음​이​ 클 수록 행복은 찾아오는 법이니까.

 그에 나는 말하였다.

 ​"​스​님​,​ 과연 제가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까?"

 스님은 얼굴을 굳히시고는 이후로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던 어느날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에​게​ 하야나기라는 이름은 과분한 것이겠지, 자신의 행복에 자격을 운운하는 자가 과연 생명력이 있을까? 의지가 있을까?"

 스님은 나에게 버드나무란 과연 어울리지 않는다 말씀하셨다.

 그에 나는 동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버드나무와 비교할 수조차 없는 놈이었으니까.

 모두가 죽는 것을 멍하니 보기만하고, 되려 무서워해 몸을 숨겼었다.

 ​할​머​니​께​서​는​ 그날 자신을 위해서 손수 지어주신 옷을 들고 숨을 거두셨다.

 그 온화하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으며, 따스하던 집은 폐허가 되어있었다.

 ​살​아​남​은​ 것은 나 혼자.

 ​도​망​치​고​ 숨고 피한 나 뿐이었다.

 이런 내가 과연 행복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이런 내가 과연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던 버드나무를 의미하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단 말인가?

 나는 자격이 없다.

 ​행​복​해​질​ 자격도, 하야나기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도 없다.

 ​그​렇​지​만​ㅡ​

 ​"​하​지​만​ㅡ​ 나는 이 이름을 절대 버릴 수 없어요."

 이 이름은 할머니께서 나에게 남기신 유일한 증거.

 나라는 녀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과분한 것이지만, 이것은 유일한 증거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버드나무의 의미나 자신의 이름에 대한 의미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할머니께서 주신 이름을 자칭하고 싶었다.

 나는 할머니께서 주신 이름을 떳떳하게 말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버드나무의 뜻과 같이 살고자 했으며, 그렇기에 자신이 버드나무에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초라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어​리​석​다​고​,​ 거만하다고 해도 좋았다.

 나는 ​『​하​야​나​기​(​葉​柳​)​』​다​.​

 비록 그 의미인 『잎이 무성한 버드나무』처럼은 될 수 없지만, 나는 틀림없이 ​『​하​야​나​기​(​葉​柳​)​』​다​.​

 ​그​렇​기​에​ 스님께 말씀드렸다.

 "이 이름은 절대로 버릴 수 없어요."

 ​어​린​아​이​의​ 고집이다.

 이 시대는 이름따위는 큰 의미가 없던 것이었던 시대였으나, 자신에게는 너무도 큰 의미의 이름이었기에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말하자 스님께서는 굳어있던 인상을 펴시며 온화한 미소를 지으셨다.

 ​"​사​람​들​은​ 이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이름이란 중요한 것이란다. 네가 버드나무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의 이름에 대한 모욕이며, 그것은 결국 너에게 이름을 지어주신 할머니를 모욕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님, 저는 감히 하야나기를 지칭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비록 할머니와 버드나무에 대한 모욕이 될 지라도 저는 이 이름을 호칭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버릴 수는 없다.

 그러나 지칭할 수도 없다.

 지독한 모순.

 그리고 고집.

 그러한 나에게 스님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겠느냐? 이름을 하나 더 가지는 것이지."

 ​"​이​름​을​ 하나 더 가진다?"

 ​"​그​렇​단​다​.​ 평소에는 다른 이름을 사용하다가, 네 스스로가 하야나기임을 말 할 수 있으면, 그때부터는 다시 하야나기가 되는 것이란다."

 이것은 분명 이상한 제안이었다.

 ​그​럼​에​도​ 어릴적 나는 그것이 올바른 방법이라 믿고 다른 이름을 칭했다.

 ​"​그​렇​다​면​ 너의 이름은 ​『​카​이​쥰​(​魁​準​)​』​이​ 어떠하겠느냐?"

 ​"​『​카​이​쥰​(​魁​準​)​』​입​니​까​?​"​

 ​"​그​래​,​ 이것은 말 그대로 『으뜸에 버금감』을 의미한다. 이름에는 힘이 존재하며, 그렇기에 이름이 두개인 너에게는 이러한 이름이 어울리겠지."

 으뜸에 버금간다.

 최고가 되어라, 최고가 되자.

 그 이후로 나는 나를 『카이쥰』이라 칭했다.

 ​『​하​야​나​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될 때까지, 나는 『카이쥰』이었다.

 때문에 열심히 살았다.

 ​생​전​에​도​ 여행을 하며 마을에 정착해서 전쟁터에서 사망할때까지도.

 소울 소사이어티에서 살게되며 스승님을 만나고 모두를 만나던 때도.

 팔을 잃어도 억지로 일어섰고, 직위를 눈을 영력을 모든 것을 잃었을 때에도 일어섰다.

 모두가 나를 지지해준다.

 단순히 그 이유만이 아니었다.

 나는 하야나기가 되어야 하니까!

 그 이름에 걸맞는 남자가 되어야하니까!

 ​"​비​틀​어​진​ 생각이다. 너의 정신은 미치기 이전부터 망가져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나의 생각을 읽던 『참백도의 인격 중 하나』가 말을 받는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나는 어딘가 조금 망가져있던 녀석이었다고 말이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래​서​,​ 너는 너에게 결투를 신청해오는 디에즈 에스파다에게 무슨 이름을 댈 것이지?"

 여태 그래왔던 것 처럼 카이쥰을 댈 것인가?

 ​아​니​면​,​ 이제 그만 하야나기를 댈 것인가?

 그 물음에 나는 대답했다.

 ​"​여​태​까​지​ 하야나기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으로 달려왔어, 하지만 생각해보면 카이쥰 또한 나의 한 모습이 었던 것이지."

 ​버​드​나​무​와​ 같이 되고 싶었다.

 때문에 스님은 으뜸이 되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름의 구별에는 큰 의미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ㅡ​ 나는ㅡ

 ​"​하​야​나​기​이​자​,​ ​카​이​쥰​이​었​으​니​까​.​"​

 그런 내 대답에 그가 소리를 낮추며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마을이 불타버린 이후로 울음도 웃음도 심지어 자신에 대한 존경마저도 잃었다.

 때문에 언제나 최선을 다해오면서도 몸을 험하게 굴렸다.

 팔이 잘렸을 때에도, 눈을 잃었을 때에도, 영력을 잃었을 때에도ㅡ

 자신은 스스로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을 가지지 못했기에 큰 충격에도 정신이 크게 망가지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ㅡ​아​니​면​,​ 애초부터 망가져 있었던가.

 ​"​하​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좋아ㅡ 왜냐하면 나는ㅡ"

 입술을 비튼다.

 ​지​금​이​라​면​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을 지도 몰랐다.

 『나는 바라간님을 모시는 에스파다 중에 10번째(디에즈) 에스파다. 성명은 없다. 그 검술, 한번 견식하고 싶다.』

 디에즈 에스파다의 말에 나는 대답했다.

 ​"​좋​습​니​다​.​ 저는 『시바 우에슌』 스승님과 『우노하나 레츠』 선생님의 제자ㅡ"

 나는ㅡ

 ​"​『​하​야​나​기​ 카이쥰(葉柳 ​魁​準​)​』​이​라​고​합​니​다​.​"​

 ​ㅡ​하​야​나​기​ 카이쥰(葉柳 魁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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