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뭔 소린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뭘 했는지 몰랐어.......
「안녕하세요, 공주님」
「흐우. 안녕, 아니스」
졸린 듯이 눈을 비비며 공주님이 침대 안에서 움찔움찔 나오시는 걸, 따뜻한 손수건을 들고 바라보는 나.
이것만을 보면 아침에 약한 여동생이 침대 위에서 움찔거리는 그림입니다만, 상대가 그 스와지크 공주이니 미소짓는 것 조차 주저합니다만.
꿈지럭꿈지럭 밖으로 나온 공주님에게 따뜻한 타올로 얼굴을 닦아 주고 나서, 침대에서 나오는 걸 가만히 기다린다.
공주님의 행동을 똑같이 바라보고 있는 미샤의 시선이, 어쩐지 평소와는 달라서 묘한 두근거림을 느낀다.
뭐냐고 물어도 잘 말할 수 없지만, 둘만의 분위기 같은 게 있어서 싫다고 생각한다.
뭐, 지금은 그런 사정에 얽매여 있을 수도 없으므로, 침대에서 내려온 공주님에게 천천히 다가가 다 닦은 타올을 받아 처리한다.
그리고 스스로도 알 정도로 미묘한 미소를 억지로 만들어, 공주님의 손을 잡아 거울 앞으로 데려간다.
이것만으로도 일을 끝내고 싶을 정도로 정신력을 사용해 버렸으므로, 공주님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살짝 한숨을 쉰다.
그리고, 곧장 누군가에게 소매를 꾹꾹 당겨졌다.
당기는 손의 주인을 보자, 공주님이 거울 너머로 웃으면서 말을 걸어온다.
「한숨을 쉬면 행복이 도망친다고요. 아니스는 귀여우니까, 웃는 편이 좋아요」
「네, 녜헷」
갑작스런 공주님의 말에 나는 혀를 씹어 버렸다.
공주님에게서 이런 걸 들은 건 처음이니까, 정말로 놀랐다.
언제나 그녀가 나에게 하는 말은「쓰레기, 굼벵이, 왕젖」이 대부분.
낙수 사고 이전이라면, 이름조차 불러준 기억이 없다.
스비타가 말하듯이 등골이 오싹해지는 마음도 안다.
뭐라고 할까,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장소에 없는 듯한 그런 진정되지 않는 느낌.
어째서 미샤쨩은 아무렇지도 않은걸까.
생각을 하며 손을 움직이고 있자, 뒤에서 바로 그 당사자인 미샤에게 말을 걸렸다.
「아니스, 그건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하면서 머리카락을 빗는 건 그만두는 편이 좋아」
「에? 나 뭔가 이상한 일 했어?」
「공주님의 머리카락, 엄청나게 되어 있어」
뭘까 싶어 앞을 보자, 소용돌이 치며 감긴 은빛 머리카락.
흔히 말하는 뱅글머리라는 녀석이 눈 앞에 찬연히 빛나고 있었다.
나나나, 나는 무슨 일을!!
「으우, 무거워어.......」
「고, 공주님,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원래대로 되돌리겠습니다」
아아, 생각따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 바보.
애초에 하나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인간인데, 아아, 몆 분 전의 나를 때리고 싶다.
눈물을 머금으며 공주님의 머리카락을 풀고 있자, 거울 너머로 공주님이 쓴웃음짓고 있는 게 보였다.
「덜렁이구나, 아니스는」
「죄죄죄, 죄송합니다아!」
응. 평소라면 잔뜩 고함칠 만한 실수였지만, 역시나 상냥해진 공주님.
얼굴을 새빨갛게 하면서 평소보다도 20분이나 쓸데없는 시간이 걸려서, 아침 식사 당번이었던 스비타가 노려봐서 더욱 눈물짓게 된 건 여담이다.
아침 식사도 순조롭게 끝나, 페이탈 전하고 집무로 돌아가시고, 지금은 조금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대.
라고는 해도 시녀인 우리들은 그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도 없다.
공주님이 식후에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하셨으므로, 그 준비에 우왕자왕 하고 있는 것이다.
상처가 나아진 일도 있는지, 공주님은 최근에 평소보다도 행동적으로 되셔 있다.
내향적이란 말이 정확했던 공주님이 여기까지 적극적으로 밖과 관계를 가지시려 하는 것도, 사고후의 커다란 변화 중 하나.
다른 커다란 변화는 뭐냐고 말하자면, 예를 들어 마구 고함치지 않게 되었다든가, 실수할 때마다 채찍으로 때리지 않게 되었다든가.
채찍이라고 해도 딱딱하고 납작해서 휘어지는 봉입니다만.
저게 공기를 찢는 조리를 내면, 정말로 무서워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요전날 장식품이라던가 공주님 콜렉션의 처분이라던가 하는 것도,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으려나.
고가인 물건에 둘러쌓여 있는 게 행복하다고 하는 공주님이, 집착하지 않고 그것들을 처분해 가는 모습은 정말로 딴 사람 같았다.
「아니스, 외출 준비는 되었나요?」
「아, 네 공주님. 오늘은 이쪽 의복으로 어떠신가요」
「아니스가 좋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부탁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쪽으로 오세요」
전신 거울 앞에서 실내복을 벗겨 드리고, 준비한 옷으로 재빠르게 갈아입혀 간다.
복장 기호도 180도 방향이 바뀌었다.
이전과 같은 사치를 집중시킨 것 같은 의상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고르는 건 얌전하고 수수한 것.
급격한 기호의 변화에, 처음은 몆 번이나 침실과 의상실을 왔다갔다 한 것이었습니다.
공주님은 갈아입기가 끝나자, 싱글벙글 웃으면서 우리들을 돌아본다.
뭔가 꾸미고 있는 듯한 미소에, 나는 무심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버렸다.
「그러면 여러분, 오늘은 조금 바빠질 테니 조금 각오해 주세요?」
「에? 뭔가 갑작스런 예정이 있는 건가요?」
「네에, 지금부터 정무관에 가서, 조금 인사를 하러 돌아다니고 싶어요. 그렇지, 그 전에 주방에 가서 쿠키도 만들겠으므로 여러분, 협력해 주세요」
장난스럽게 미소지으며 오늘의 스케쥴을 설명하는 공주님에게, 그 자리에 있던 미샤쨩이나 나를 포함해 전원이 어이없어졌다.
라고 할까 미샤도 몰랐다는 건, 이거 공주님이 혼자서 정한 거려나.
어쩐지 싫은 예감밖에 들지 않는데.......
*****
어제 대청소 시에 나온 잡동사니의 처리에 대한 보고서를 훑어보고 있자, 레오가 드물게도 당황한 모습으로 방에 들어왔다.
나는 들고 있던 서류에서 눈을 떼고, 숨을 거칠게 쉬는 그를 무슨 일일까 싶어 본다.
「노크도 없이 무슨 일이지, 레오」
「ㄴ, 네. 전하에게 시급히 알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스, 스와지크 공주 말입니다만......공주 전하가.......」
「사고냐?! 사건이냐?!」
뇌리에 요전날의 낙수 사고의 공포가 소생한다.
제기랄, 레나의 단독 범행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역시 어딘가의 배후 파벌이 움직이고 있었나.
의자를 차 쓰러뜨리고, 소파에 늘어져 있는 레오에게 달려갔다.
레오는 그걸 한 손으로 막으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사고나 사건은 아니라는 안도감에 무심코 길게 한숨을 쉰다.
「그러면, 무슨 일이지. 깜짝 놀랐잖나」
「공주님이 정무관에서, 지금까지 말썽이 있었던 부서의 시찰을 돌고 계십니다」
「무, 뭐라고!」
「지금까지의 경위를 생각하자면, 요전의 억지스런 요구나 재촉, 성과가 오르지 않는 것에 대해 규탄하러 간 것이 아닐까요? 최근은 북쪽 탑사에서 나오지 않아 안심하고 있었습니다만........」
이 수일 그녀의 행동을 보는 한, 이전의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잊고 있었던 듯한 일이 있었으므로 나도 레오도 안심하고 있었다.
그대로 얌전한 공주님을 연기해 준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우리는 허를 찔린 것 같다.
이 이상 내정에 참견당해서는 관료들의 불만이 단숨에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왕가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을 이 이상 조장할 수는 없다.
나는 당장 상황 파악과 사태의 침정화를 하기 위해, 레오의 목덜미를 붙잡고 정무관으로 향했다.
정무관 3층에 있는 재무실.
레오의 이야기로는, 스와지크는 먼저 이 방을 목표한 것 같다.
나는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눈 앞의 문을 밀어 연다.
방 안에 있던 관료들이, 안색을 바꿔 뛰어들어온 나에게 놀라움의 시선을 향해 왔다.
일동이 얼어붙는 가운데, 안쪽 책상에 앉아 있던 재무장관이 입을 열었다.
「이건 전하. 이런 지저분한 장소에 뭔가 용건이신지요?」
「스와지크가 이쪽에 왔다고 들었다만?」
「네. 약 1시간 정도 전에 오셔서, 저와 조금 이야기를 하고 가셨습니다」
깊게 한숨을 쉬고 침울해하는 장관.
그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다.
이번은 대체 얼마나 생트집을 잡은 건지.
나는 조심조심 장관에게 사정을 물었다.
「갑작스런 방문이었으므로, 이쪽도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공주 전하가 산 물건의 채권 포기령 따위의 얼빠진 법령을 만들라고, 최근까지 끈질기게 말하셨으니까요」
장관은 책상 위에 있던 종이를 몆 장 집어올려, 내 앞까지 가져온다.
그걸 가볍게 받아들고 속독을 했지만, 써져 있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몆 번이나 다시 읽게 되었다.
「전하가 몆 번이나 다시 읽는 것도 당연합니다. 저도 본인을 눈 앞에 두고 10번 다시 물었으니까요」
「이, 있을 수 없어」
다음에 계속되는 종이를 둘러보자, 그곳에는 한 면 가득히 쓰여진 숫자의 산.
세로축과 가로축의 항목을 보고, 숫자아 의미하는 걸 파악했다.
「바, 반제 계획표라고?」
「반제 계획표라고 하기 보다는, 앞으로 30년 간 예산 집행 계획표라고 해야 하겠죠」
내 손 안에 있는 표를 레오에게 건네주고, 나느 다시 한 번 계약서라 쓰여져 있던 종이를 둘러본다.
요약하자면, 내년도부터 공주 생활 예산에서 조금씩 체무 반제를 실시해 간다는 선서서다.
「이, 이런 것에 의미는 없습니다. 애초에 이 채무에는 이미 할당 재원이 있고, 30년이나 이 성에 결혼도 하지 않고 눌러앉을 생각일까요.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셔도 현장이 혼란할 뿐이고.......」
「각하의 말씀 대로입니다. 저도 또 무슨 억지를 부리는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본인이 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면, 내년도의 예산 설계가 상당히 편해지는 것도 확실합니다. 설령 새발의 피 정도의 금액이라고 해도, 채무가 줄어들어 가니까요. 더욱이 이 이상 의미가 없는 채무를 늘리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받았습니다. 결혼하지 않던 저희들이 상관할 바는 아니므로 무시하기로 하고, 재무장관의 입장으로서는 전면적으로 공주 각하의 의견에 찬동하고 싶습니다」
여우에게 홀린 듯한 표정을 짓고 멍하니 서 있는 나와 레오.
그런 곳에 황급히 몆 명의 문관들이 뛰쳐들어왔다.
모두 제각각의 손에 뭔가의 서류를 들고 있다.
「레오 각하! 이런 곳에서 뭘 하고 계십니까! 가능한 한 이 사안의 결재를 부탁드립니다」
「각하! 이쪽도 부탁드립니다」
그 인파에 밀려 벽에 밀어지는 레오.
눈 앞에서 돌려지는 종이를 일부 빼앗아, 나는 대강 둘러보았다.
쓰여져 있는 내용은, 여러가지 길드에 발주하고 있던 스와지크 개인품의 발주 취소에 대한 명령서였다.
그 다음 억지로 빼앗은 문서에는, 스와지크 전용으로 보관하고 있던 고급 식품 재료 유용 허가와 재매입 금지가 써져 있다.
뭐냐. 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다는 거냐.
머리를 긁적긁적 긁어 뽑으며, 서류의 산에 파묻혀 가는 레오를 봤다.
「전하, 여기 계셨습니까」
거친 목소리에 불려, 정말이지 내키지 않지만 일단 돌아본다.
그곳에 서 있던 것은, 죄인의 수감, 처벌을 감독하는 형무관(형사 처벌 전문의 법무대신 같은 것)이 서 있었다.
「오오, 리달 경. 당신은 뭔가?」
「이 혼잡함을 보는 한, 아마도 같은 용건이라고 생각되옵니다」
「경이 왔다는 건, 스와지크 공주에 얽힌 수감자에 대해서입니까?」
「네. 그러하옵니다. 이쪽을 훑어 봐 주시고, 폐하에게 은사 호령을 받고 싶습니다만.......」
「기다려라. 기다려 줘라. 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지?」
「방금 전 공주 전하가 오셔서, 수감되어 있는 시녀나 세무관들의 은사 혹은 소송 자체의 철회를 요구하셔서. 이쪽으로서도 특히 문제는 없다고 생각되므로, 시급히 본 건을 정리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두통이 났다.
기뻐해야 할 일이겠지만, 이렇게나 단번에 밀려들면 레오도 나도 펑크가 나 버린다.
서, 설마. 이건 새로운 괴롭힘인가?!
「어, 어쨌든 여기서는 재무실의 방해가 된다. 모두 일단 여기를 나가 내 집무실에 와 줘라. 레오, 가자」
「ㄴ, 네. 전하」
결국, 나와 레오는 잇달아 나타나는 관료들에게 쫒겨 오늘 하루를 집무실에서 일하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