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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사냥꾼


1화


2007년 . 8월의 어느날. 대한민국 부산의 모 부대의 위병소 앞에서.

"마 , 퍼뜩 박금철이 기나오라그래. 박금철이"

파란색의 오래되어 보이는 트럭에 몸까지 다소 과장되어 보이게 창밖으로 내밀고 자신의 차 문을 손으로 내리치며 외치는 한 남자.

얼굴은 술에 거나하게 취한 듯 울긋불긋한게 ,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 것만 같아보인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신분증을 제시해주십시오."

위병소를 지키고 있는 병사는 상당히 곤란한 얼굴을 하고는 같은 근무자인 위병조장을 쳐다본다.

위병조장은 위병소 건물 안에서 뭔 일인가 싶어 밖으로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느그들 행보관 아제 나오라카는데 뭔 잔말이 이리 많노."

아무리 군인이 총으로 무장하고 군복을 입었다한들 , 위병소를 지키는 병사는 아직 애띤 얼굴을 하고 있는 20대 초반이다.

평상시에는 이런 일이 거의 없었지만 , 하필이면 오늘 자신의 근무에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다간 위병조장에게도 , CCTV로 지켜보고 있는 지휘통제실에서도 한 소리 듣게 될 것이 뻔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병사는 이내 위병소 건물로 달려가 위병조장에게 이러한 상황을 말했다. 그러자 위병조장 역시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머리 속을 스치는 이름. 박금철.

"누구 찾는다고?"

"박금철이란 사람을 찾고있다고 들었습니다. 말로는 행정보급관이라 하는데 그런 행정보급관은 없지않습니까"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하고 생각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박금철.

"가다려봐봐 , 앞에 가서 위에 물어보고 허가 줄테니 기다리시라고 해."

병사는 다시 상대하기 싫은 사람을 마주하러 뒤돌아섰고 , 위병조장은 이내 지휘통제실에 통화를 하였다.

"통신보안 , 위병소 근무자 병장 이정박입니다."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병사의 목소리 . 지휘통제실의 상황병의 목소리였다.

"네. 통신보안 지휘통제실 상병 김기철입니다. 위병소 무슨 일입니까."

위병소 근무자와 지휘통제실의 근무자는 서로가 같은 부대에서도 다른 중대인지라 선후임 취급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은 상대의 계급이 더 높으면 '충성'을 붙여야했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앞에 처음보는 분이 와서 주임원사님 찾으시는데 , 주임원사님 확인 가능한지.."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상황병은 다른 전화기의 통화를 주임원사실에 걸었고 , 이내 주임원사가 전화를 받았다.

"예. 주임원사입니다."

중저음의 무거운 톤. 위엄이 서려있는 목소리.

전 부대의 행정보급관을 휘어잡는 무시무시한 존재이다.

"충성! 지휘통제실 상병 김기철입니다. 위병소 근무자에게서 주임원사님을 찾는 손님이 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 누군데."

아차. 정말 아차싶었다. 누구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저질러선 안된다.

상대는 주임원사다. 사고는 빠르게 돌아간다. 위병소에서 연락을 받았고 , 주임원사를 찾는데 , 처음본다.

처음보는데 보통의 위병소에서는 신원확인이 가능한데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다.

1. 위병소에서 신원확인을 했으나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다.

2. 신원확인이 불가피했다.

어느 경우에든 상관없었다. 빨리 대답해야한다.

"위병소에서 신원확인이 안된다합니다."

"뭐 이새끼야? 위병소 근무자 누군데. 영창 보내야겠구만 이새끼들"

"...."

당연히 더 이어서 할 말은 없다. 대답을 기다릴뿐.

"알았어. 내가 갈테니까 붙잡고 있으라그래. 이새끼들 이거 안되겠구만."

"네 충-" 뚜──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이제 위병소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병은 자신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 안심하였다.

"네 , 위병소 근무자. 지금 주임원사님이 직접 가신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기다리라고 할까요?"

"네. 그렇게 하시면 되겠습니다."

전화는 그렇게 끝이 났고 , 밖은 이미 난리도 아니였다.

"마 이새끼들, 이거 아제가 은제까지고 박금철이를 이래 기다려야하나 엉?"

막무가내로 아예 차에서 내려 입고 있던 반팔 셔츠를 땅에 내팽게치더니 하얀 런닝이 보였다.

온 몸까지 불긋불긋한게 화가 난 도깨비와 같아보이는 지경. 이제는 위병소 철문을 어떻게든 열고 들어오려 한다.

위병조장은 서둘러 밖에 나가서 이 도깨비를 말릴려고 애를 썼다.

그 중 가장 쉬운 방법을 쓰기로 하였다.

"야! 뭐하는데 , 기다리시라고 했잖아!"

같은 근무를 서는 후임에게 화내는 척 하기. 물론 후임은 이게 화내는 척인지 알 도리가 없다.

"그.. ​그​.​.​" ​

"됬어 이 새끼야."

보통은 앞에 나와있는 병사를 혼내면 밖에서 화를 내던 사람도 무안해지고 미안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도깨비는.. 정말 도깨비 그 자체였다.

"박금철이 나오라안카나 !"

엎친데 덮친 격으로 , 멀리서 주임원사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위병조장은 눈 앞이 캄캄해진다. 물론 위병조장이 눈 앞이 캄캄한데 일개 조원은 어떻겠는가.

"충! 성!"

멀리서 보이는 주임원사를 향한 충성의 외침.

하지만 주임원사도 화가 날대로 난지라 그런 소리는 이미 안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 울그락불그락 화가 날대로 난 거대한 곰과 같은 몸집의 무테 안경을 낀

짧은 더벅머리의 주임원사 모습 그대로가 눈에 들어왔다.

안절부절 못하는 위병조장과 조원 앞에 마치 양 옆으로 밀려들어오는 벽과 같이 두 도깨비가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밖으로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파악한 주임원사가 살짝 놀라는 눈치다.

짬밥을 먹을만큼 먹은 위병조장은 그 틈의 낌새를 놓치지 않았다.

밖에 있는 사람이 주임원사를 놀라게 할 존재라면 안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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