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후아... 드디어 다 끝났다..."

정말로 후련한 기분에 나는 '작품등록'을 클릭하고 힘차게 기지개를 폈다. 근 일년간 있는 없는 필력 쥐어짜가면서 써내려간 소설이 드디어 오늘로 완결이라서 감개무량하다. 후일담 하나 쓰기도 할거고 나머지 써보려는 글들이 많지만 그것들은 일단 나중에 시작하고싶을때 시작해야지.

소설이 업로드 되자마자. 특히나 마지막편이라서 그런지 조회수와 코멘트가 벌써부터 굉장하게 올라가는걸 보면 굉장히 흡족하다. 이런게 인터넷 소설 안써본사람들은 모르는 인소작가만의 기쁨이지.

- 으앙 ㅠ 벌써 완결인건가요. 외전이라도 기다리겠습니다!

- 완결 수고하셨어요. 후속작 기다릴께요~ 그사이엔 출판작가 되시는거 아니시려나

- 작가님 블로그에 팬아트올렸어요! 한번 봐주세요 ㅋㅋㅋ 멋진 용사군.

- 정말 명작이에요. 어떻게 이런 대 서사시적인 세계관을 만드셨는진 몰라도 정말 대단해요

- 돈은 들더라도 1화부터 정주행 시작합니다~

- 드디어 완결!

- 와 코멘트가 벌써 이렇게..ㄷㄷ 아무튼 잘봤어요.

...

나는 언제부턴가 입을 헤~ 벌리고 뎃글을 읽어내려가다가 이런 날 깨닫고는 입을 닫고 정신을 차렸다. 정말이지 굉장한 인기라니깐.

단순히 재미만으로 쓴 소설이 이렇게 인기를 끌줄은 나도 몰랐었고. 아무튼 덕분에 프리미엄 소설이라던지 까지 되어버려서 수익까지도 많이 벌고있다. 중3수준의 용돈으로는 생각도 할수 없는 대단한 벌이였지만.

나. 김소현은 스스로 뭐라고 해야할지 모를 중학교 3학년 그대로의 사람. 

성적은 공부한만큼 나오는편이고. 교우관계도 상당히 괜찮으며, 스스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외모도 한다.. 흐..음!

뭐, 어쨌건 평범 혹은 평범이상의 그냥 조금 눈에 띄는 그렇다고 이 한국에서 많이 특별하다곤 할수없는 일반인일 뿐인 사람이 나다. 그런내가 작년의 어느날, 유명 인터넷 소설 사이트에 작품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별다른 큰 기대도 하지않고 단순히 심심해서, 재미를 위해서 정도의 이유만으로 쓴 소설이었지만 의외로, 정말 의외로 이 소설은 공전의 히트를 했다.

수천만의 조회수, 수십만의 추천, 코멘트등... 언급했듯이 프리미엄 작품 권유도 받아서 돈도 많이 벌고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정말 큰 노력도 고민도 구상도 하지않은 소설이 이렇게 뜰줄은 몰랐다. 흔하디 흔한 '용사가 동료를 모아서 마왕을 쓰러뜨리다.' 라는 전형적 ​고​전​고​전​고​전​고​전​적​인​ 판타지 소설이었는데 말이야. 알고보니 인기의 비결은 아무래도 작가가 실제 경험하고 쓴것 같은 세계의 묘사와 전개방식, 평범하지만 전형적인 용사의 색다른 서사시적 전개라는 이유라는데. 여기서 나는 납득.

왜냐고? 이유야 정말로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것들을 소설로 쓴것이니까 말이지.

여기서 대부분 눈치 챘겠지만 나는 지구에선 판타지 세계라며 흔해빠진 창작세계로 취급되는 바로 그런 세계 비슷한곳 에서 살았었다. 덤으로 흔한 양산형 판타지 소설에서 많이나오는 주제인 빙의라던지 차원이동이라던지가 아닌 정말로 판타지 세계에서 살던 ​거​주​민​이​었​다​. ​

그럼 내가 용사였냐고? 아니. 용사의 동료였냐고? 그것도 아님. 그렇다고 마왕에게 사로잡혔던 공주... 도 미안 아니야.

그래, 미안 실은 나는 ​마​왕​이​었​다​. ​

그래 마왕. 魔 자에 王자를 쓴 그 마왕. Demon Lord 라던가 Demon king 뭐 영문표기로 이런거 맞겠지? 아무튼 그런 마왕말이다. 게임이나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나오는 그 EQ가 많이 낮은 그 띨띨이들 맞다.

덤으로 마왕성에서 살고있으며, 전략적인 사고를 못하거나 무수한 병크들을 저지른다던지, 잘하다가 고의인지 실수인지 모르는 허점만 맨날 드러내서 용사에게 맨날, 어쩌면 오늘도 신나게 털리고 있을 수많은 서브컬쳐계의 그녀석들

이정도면 이해 했겠지만 나까지 그런녀석들과 동급으로 치지 말하줬으면 좋겠다. 적어도 용사랑 싸우면서 절대 실수라던지 방심이라던지 하지않았고, 용사나 용사의 동료들이 대단했을뿐이야! 정정당당히 정면으로 졌다고? 그게 더 바보같다라고 한다면 죄송합니다. 뭐라 할말이 없군요.

하지만 나는 용사에게 지고 이렇게 이 세계에 다시 환생했다. 마족의 왕자도 그 무엇도 아닌 그냥 평범한 한국 가정집의 딸로.

혹시 지금도 전생처럼 행동하느냐고 묻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절대 아니니깐. 나는 평범한 털털하고 놀기 좋아하는 중3여학생일 뿐, 그리고 덤으로 소설로 돈좀 벌고있는. 아무리 전생때 이리 날뛰고 저리 날뛰고 온갖폼잡고 날아다닐것만같은 마왕이었더라도 전생은 전생일뿐 이미 내 기준에서는 그냥 과거의 이야기 정도. 전생의 기억따위 이 세상에 도움 하나도 안되는데다, 그렇다고 마법이라도 사용할수 있을줄알아? 내가 모 애니의 중2병처럼 되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전생의 기억을 어떻게든 이용할 방법을 찾아보려 했다. 적어도 공부엔 도움이 안되었다. 언어도 문법체계도 전혀 다르던 전생의 언어라던지, 역시 마찬가지로 거들떠도 안보던 수학, 존재하는지도 의문인 과학, 마계식으로 배운 도덕. 만약 그대로 갔다면 내 인생은 막장되기 딱 좋았을듯하다.

그래서 소설을 썼다. 마왕이었던 내 시점이 아닌, 그저 그 세계에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모아 상상해서 재구성한 용사를 기준으로 써갔고, 결국 그게 정답이었다.

그래서 나는 미래의 꿈을 쉽게 정했다. 비록 전생에는 누구도 감히 우러러 못보던 마왕님이었을지라도 소박한 꿈이었다.

그게 바로 ​소​설​가​였​다​. ​

비록 전생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계속 써내려가는 것일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히 미래에 벌어먹고 살수 있다는걸 나는 1년간 소설을 쓰면서 충분히 검증받았다. 내가 그동한 번돈만해도 몇천만인데 제대로 출판작가까지 된다면 혹시 더 벌수 있게 되는게 ​당​현​하​겠​지​? ​

거기에 앞으로도 밑천은 엄청나게 남아있다. 용사 시점의 소설을 끝냈으니. 이제는 나이기도 했던 마왕시점의 이야기다. 이건 정말 잘 쓸 수 있을것 같은 부분이고 그 외에, 전생에 읽었던 이 세계에는 없는 수많은 예전세계의 명작들을 그대로 배껴서 써내려가도 된다. 분명 평생 몇억은 번다. 그리고 좋은 남편 만나서 시집가고 애 몇명 낳아 요모조모 잘살면되잖아? 고로 나는 소설가 할꺼다. 이 대한민국에서는 그냥 잘먹고 잘사는게 최고니깐.

나는 ​이​렇​다​. ​

마왕이었지만 그냥 지금은 그냥 미래준비에 충실한 중3 여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