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요시노라 하는 소녀
그날의 다음날로부터 3일 정도 요시노는 학교를 쉬었다. 레이의 이야기로는 열이 내려가지 않는다던가. 그걸 듣고 에리코는 요시노에게는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약간 안심했다. 요시노와 만날 때 어떤 태도로 접하면 좋을지 망설이고 있으니까. 이런 건 처음이었다.
하루 동안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결국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순 없었기에 일단 에리코는 요시노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요시노의 사정은 모두 레이에게서 들은 거다. 물론 그게 제일 자세한 정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친척으로부터가 아닌 좀 더 객관적인, 레이가 모르고 있는 요시노의 일면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거기서 에리코는 1학년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요시노의 몸에 대해서는 황장미 봉오리의 여동생이기에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리리안에 들어온 애가 아닌 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알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딱 한 명 “에, 저기, 요시노 사츠키 양의 일인가요?” 라며, 성과 착각하는 어마어마한 얼간이 짓을 저질러 준 여자애가 있었지만. (시마즈 요시노라는 풀 네임으로 묻지 않은 에리코도 나빴지만)
일단 그런 식으로 몇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모두 판에 박은 듯 같은 대답을 돌려주었다.
병약하고 가련. 언제나 겸허하고 얌전한 어른스런 여자애.
일단 주변에서는 여자애다운 여자애로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레이와 함께 있으면 마치 공주님과 기사같다고 하는 애도 적지 않았다.
그건 꼭 틀렸다 하긴 어렵겠지. 에리코 역시 처음 봤을 때는 비슷한 감상을 느꼈고, 지금에 와서도 겉모습만 보면 그야말로 그런 모습이겠지.
그래도.
(요는 다들, 겉모습으로 본 요시노 쨩의 이미지밖에 알지 못하는 거구나.)
요시노와 같은 반의 애에게 물어보아도 마찬가지 대답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사이가 좋은 애는 누군지 물어보아도 다들 고개를 갸웃거릴 뿐. 마지막에는 “레이 님인 건?”같은 대답이 돌아오는 상황.
요는 그런 거다.
어릴 때부터 병과 함께 자라온 요시노는 아마 주변과 자신 사이에 있는 벽이라 할 것을 민감하게 느끼게 되었겠지. 그리고 어느덧 주변 사람들도 자신도 상처 입지 않도록 마음을 지키는 기술을 자연스레 체득했다. 그건 주변과 될 수 있는 대로 엮이지 않는 것. 그렇다 해서 고립된다고 하는 건 아니고, 주변에 맞춰 다른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고, 그러면서도 멀리 거리를 벌린 곳에 있는 것.
이건 에리코의 감상일 뿐이지만 크게 빗나간 건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
뭐 그리도 괴로울까. 그리고 애처로울까. 자칫했다간 성격이 좀 더 뒤틀렸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걸 견뎌내게 하는 건…….
말할 것도 없이 레이의 존재겠지.
에리코는 무심코 미간을 누른다.
그런 요시노에게 에리코는 자그마한 설교를 하겠다는 기분으로 그런 걸 말해 버린 거다.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아니야.” 하고.
레이의 존재가 요시노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후우…….”
에리코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이 결코 좋은 게 아니라는 것도 틀림없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알았다고 해서, 좋은 생각이 떠오를 리도 없다.
전날도 생각했지만, 한낱 여고생에게 무엇이 가능하다고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안으며 주말을 보내, 새로운 주를 맞이한다.
그리고 거기서 에리코는 아직껏 시마즈 요시노라 하는 여자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