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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미 연애혁명

黄薔薇恋愛革命


Original |

Translator | 淸風

3. 바람은 가속한다


“잠깐, 유키! 너 대체 요시노 양에게 뭘 한 거야!”
 그날, 집에 돌아가자마자 유미가 붙잡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 표정은 어지간하면 보기 힘든, 유미가 정말로 화났을 때만 보이는 표정이었다. 저번에 본 건 아마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였나.
“유키, 내 이야기 듣고 있어?”
“아, 아아.”
 관계없는 곳에 의식을 날려버렸던 모양이다. 유키 스스로도 아직껏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서 혼란하고 있는 거다.
“요시노 양, 울고 있었어. 거기에 있었던 건 유키뿐이었고. 유키가 뭔가 한 거지?!”
 그렇다. 사실은 그 뒤에, 유미가 나타났다. 그것도 아무래도 요시노 양과 엇갈렸던 모양이다. 유키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한테 보인 건 최악이었지만, 본 게 유미였던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할까.
 그 자리에서는 다른 사람들도 곧 올 예정이어서 애매하게 끝났지만, 유미 입장에서는 친구의 일을 놓아둘 수는 없었겠지.
“아니, 내가 나빴어. 확실히 내가 전면적으로 나빴는데 말야.”
“대체 뭐가 있었던 거야. 이야기해줘. 이야기에 따라선 나도 힘이 되어 줄게.”
“유미…….”
 선의로 말해주고 있는 건 안다.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이유를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유미한테는 더더욱.
“마음은 고맙지만, 일단 스스로 어떻게든 해 볼게.”
“어떻게든 이라니, 어떻게 할 거야. 그리고 이쪽도 문화제 준비로 큰일이니까 싸움은 빨리 해결하고 싶어.”
“미안. 금방 어떻게든 할게.”
 눈을 피하고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향하려 한다. 그러자 유미가 쫓아와서 계단 아래에서 유키의 등을 향해 말을 던졌다.
“유키.”
“응?”
 돌아보자 유미는 주먹을 쥐고 있었다.
“유키도 여러모로 ​큰​일​이​겠​지​만​…​…​힘​내​.​ 누나로써는 응원하고 있으니까.”
“에? 아, 아아, 고마워.”
 잘 모르겠지만 일단 격려해준 모양이었다. 가볍게 손을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정말로 빨리 어떻게든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굉장히 까다로워서, 그리 간단히 어떻게든 되어 줄 것 같지 않았다.
 예상은 하고 있던 대로지만 요시노 양에게는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다. 눈을 마주쳐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유키가 다가가려고 하면 재빨리 눈치채고 도망간다. 게다가 혼자 남아주지도 않는다. 반드시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이야기할 수 있을 법한 상황을 만들어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유키는 홀로 한숨을 내쉬었다.

 유키가 한숨을 쉬고 있는 모습을 요시노는 곁눈질로 슬쩍 보고 있었다.
 흥, 새삼스레 얼버무리려 해도 봐줄 생각 없으니까. 그런 지독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요시노는 상처 입었다. 무심코 유키 군의 눈앞에서 눈물을 흘려 버릴 정도로.
 그거야, 유키 군의 교복에 들어가 있던 요시노 자신의 사진을 보고는 놀라고 당황하고 멋대로 착각한 건 요시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나 강렬히 부정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은가. 그렇게나 요시노에게 오해받고 싶지 않았던 건가. 분명 진짜 좋아하는 건 산백합회의 다른 사람이거나 하겠구나. 시마코 양이라거나, 노리코 쨩이라거나.
 그러고 보면 그때도 시마코 양과 함께 왔었고, 시마코 양에게 들키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강하게 이야기 한건가. 아니, 기다려. 노리코 쨩과도 굉장히 사이 좋아 보이는 걸 봤다. 사치코 님도 하나데라 임원 중에서 유일하게 허물없이 이야기하거나 하고 있고.
 그런 걸 생각하고 있자 다시 새롭게 분노인지 울화인지 모를 감정이 가슴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올라 온다.
 정말로 전부 바보 같다.
 이제 유키 군 같은 거 신경 쓰는 건 그만두자. 애초에 유키 군이 요시노의 뭐였다고 하는건가. 아무것도 아니었잖아.
 얼마 전에 약간 도와준 적도 있었고, 거기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있지만.
 집에 들이고, 차를 내주고, 놀고, 사이 좋아졌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방에 들인 남자애기는 하지만.
 약간만이지만 멋있다거나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것뿐이다. 처음부터 이상하게 신경 쓴게 실수였다.
 그런데 실수로 눈물까지 흘려버렸다.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건 요시노 자신의 프라이드가 용납하지 않는데. 요시노가 눈물을 보이는 건 레이 쨩 앞에서 정도다. 그것도 어릴 때랑 비교하면 거의 보이지 않는 정도인데.
 응? 그러고 보면 어째서 요시노는 거기서 눈물이 나와 버린 걸까. 확실히 지독한 이야기를 들었다고는 생각하지만, 울 정도였던 걸까. 약간의 욕이나 험담을 듣는 정도로 울어 버릴 것 같은 유약한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흘러넘친 거다. 자연스럽게 솟아올라, 유키 군의 앞에서 떠나고 나서야 자신이 울고있는 걸 처음 눈치챌 정도였다.
 어째설까.
“……요시노 님, 요시노 님.”
 하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되찾는다. 카나코 쨩이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요시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엣, 어, 왜, 카나코 쨩?”
“저기, 그 말은 아까도 하셨었어요.”
“엣?!”
 지금은 연극의 개별연습 중. 카나코 쨩에게 주의받고 각본을 살피면, 애초에 지금 어느 즈음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모르게 되어 있었다. 할 수 없이 부끄러움을 참고 카나코 쨩에게 슬쩍 물어본다.
“저기, 지금 어디 하고 있었지?”
“이 씬인데……뭔가 마음이 다른 데 가 계신 것 같은데, 근심거리라도 있으신가요?”
 카나코 쨩이 위치를 가르쳐 주면서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왔다. 하급생에게까지 걱정 받을 정도여선 안된다. 사적인 일과 극의 연습은 별개. 제대로 구별해야지.
“아하하, 아무것도 아니야. 밤을 새웠더니 조금 잠이 부족해서. 다시 한 번 부탁해.”
 웃으며 부정한다.
 그래. 근심거리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어째서 유키 군 일로 내가 근심 같은 걸 해야 하는 거야. 거기서 다시 아까 생각하고 있었던 게 뇌리에 떠올라 뱅글뱅글 돌 것 같아져서, 머리를 흔들어 서둘러 머리에서 그걸 지운다.
“……저기, 요시노 님. 그러니까 그 씬은 아직 한참 뒤예요.”
“우왓?!”
 왠지 전혀 연습에 열중할 수 없었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무진장 열이 받았다.


 유키는 곤란해하고 있었다.
 전날, 간신히 요시노 양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되었지만 결국 요시노 양에게서 차가운 눈길만 받고 풀죽어 돌아가는 상황이 되었다. (자기 일이지만 한심하다.)
 유키는 침대 위에서 위를 향해 누워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대로 간다면 곤란하다. 자칫했다간 문화제의 연극에도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은 건지는 모른다. 유미에게 상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자력으로 해결하기도 어렵다.
 결국, 같은 생각만이 머릿속을 뱅글뱅글 맴돌 뿐이었다.
 하나데라 학원의 학생회장을 역임하고 있다곤 하지만, 사실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가 거기에 더해 여자와 싸운 경험 같은 건 전혀 없다. 그야말로 어찌할 바 없는 상황에 빠져들어 있다.
 문득 손을 뻗어 그 사진을 집는다.
 사진 안에서 미소를 뿌리고 있는 소녀. 하나데라 문화제 때는 경단 머리를 하고 있었을 텐데, 문화제가 끝난 뒤의 사진인지 경단은 풀고 있다. 자그마한 몸에는 조금 큰 교복을 입고 있는 가련한 미소녀. 미스매치 때문인지 그 모습이 굉장히 사랑스럽다. 남자용 교복을 입고 멋있다면서 떠들고 있었던 요시노 양의 모습이 무심코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미소를 유키가 흐리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탓으로. 어떻게든 하고 싶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떠오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최종 수단으로 갈까――.”
 사진을 바라보고 있던 유키는 어느 결심을 굳히고 자리서 일어났다.


 요시노의 모습이 최근 며칠간 이상하다는 걸 레이는 물론 눈치채고 있었다. 그건 정말로 자그마한 변화로, 말로는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어쩐지 다른 것 같다고 느끼는 정도의 변화였다.
 하지만 등하교 때는 평소와 같은 모습인 걸 보면, 레이가 뭘 했다거나 레이가 원인이라거나 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변덕쟁이 요시노는 별것 아닌 일이나 레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던 말이나 간 곳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이 자주 있었지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계속, 그야말로 아기 때부터 함께 자라왔다고는 해도 요시노에 대해서 모르는 일도 있다. 특히 학교에서의 일은 학년도 반도 다르기에 아무리 요시노가 말로 가르쳐 준다고 해도 모르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런 쪽에서 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뭐어, 정말로 곤란하거나 어떻게든 하고 싶을 때는 요시노 쪽에서 이야기해 오겠지. 지금 보기에 심각해 보이지는 않고, 요시노라도 레이가 뭐든 파고드는 건 기분이 좋지 않을테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레이는 일단 모습을 살피기로 했다.
 그리고 주말을 맞이해서.

“레이―― 전화야.”
 어머니에게 불렸을 때, 레이는 자기 침대에서 코스모스 문고의 최신간을 읽고 있었다. 요즘에는 산백합회 주최의 연극 연습으로 바빴기에 휴일에 오랜만에 느긋이 쉬고 있었다. 요시노도 요즘은 레이의 방에 오지 않는다. 역시 뭔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직 레이도 딱히 움직이고 있지 않다.
 요시노였다면 전화 같은 건 하지 않고 직접 올 테니까 문화제 준비로 산백합회의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연락이거나 검도부의 연락이라고 생각해, 레이는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남자애한테서 왔어.”
 하고 묘하게 히죽거리며 어머니가 수화기를 전해 주었다.
 남자애?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아​아​,​ 유키 군?”



계속
~가운데 말~
레이 쨩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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