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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미 연애혁명

黄薔薇恋愛革命


원작 |

역자 | 淸風

5. 실은 엉켜간다


“……하아.”
 점심시간에 강당 뒤쪽 계단에 앉은 채로 마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아니, 이유는 알고 있다.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이다. 마미는 주머니에서 한 장의 종잇조각을 꺼내서 바라봤다.
 그건 취재를 위해 아버지께서 최근 사 주신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출력한 것. 요즘 기술은 대단하다. 전용 용지로 뽑은 덕이 있다고는 해도, 평범한 사진과 그리 손색없는 품질로 인쇄되다니.
 그리고 거기에 찍혀 있는 건
“유키 군과…… 레이 님이…….”
 어제부터 대체 몇 번이나 본 걸까. 아무리 봐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그렇다. 어제 외출한 마미는, 찻집에서 나오는 두 사람을 발견해 거린 거다. 두 사람이 함께 있었다는 것에도 놀랐는데, 레이 님은 마치 모델인 것처럼 굉장히 근사하고 여성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건 분명 특별한 사람과 만나기 위해 꾸민 모습이었다. 다르게 볼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그 상대는 유키 군이었고.
 한동안 뒤를 쫓았지만, 두 사람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가 버렸다. 그 광경은 어딜 어떻게 봐도 단순한 친구 사이로는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도 어째서 자신은 이렇게나 침울해져 있는 걸까. 미나코 언니 정도의 파파라치는 아니라고 해도, 특종에는 사족을 못 쓸 텐데. 황장미 님의 연애 사정 같은 건 사서 뛰어들고 싶을 정도의 소재일 텐데.
“후우.”
 어제부터 새어나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사진을 본다.
“하아~…….”
 어째서 볼 때마다 침울해지는 걸까.
 그런 식으로 자기 일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겠지. 그러니까 그 사람이 바로 뒤에 와서 말을 걸어올 때까지 눈치챌 수 없었다.
“뭐야, 그 사진.”
 몸이 굳었다.
 그건 이 사진을 제일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의 소리였으니까. 흠칫흠칫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땋은 머리를 흔들며 서 있는 반 친구의 모습이 있었다.
“보여줘.”
 숨기려 했지만, 요시노 양은 거부할 수 없는 말투로 이야기하며 손을 내밀어 왔다. 마미는 거기에 거스르지 못하고 눈을 피하며 사진을 건넸다.
 사진을 손에 든 요시노 양은 그 자리에 굳은 채로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커다란 눈에는 지금 무엇이 비치고 있는 걸까.
“……어째서.”
 간신히 라는 시점에, 입으로 그 말만을 자아냈다.
“어째서, 레이 쨩이 유키 군하고?!”
 요시노 양은 쉰 듯한 목소리로 소리친 뒤 사진을 손에 쥐고 뛰쳐나갔다.
“요시노 양!!”
 그 뒷모습에 말을 걸어 보았지만, 요시노 양은 멈추지도 않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로 그대로 가 버렸다. 그리고 마미는 그런 요시노 양을 쫓아갈 수 없었다.
“요시노 양…….”
 두 사람의 강한 유대를 생각하면, 요시노 양이 저렇게 되는 것도 당연하겠지. 여하튼, 사랑하는 언니일 레이 님이 남자애와 둘이서 데이트같은 걸 하고 있는 걸 알아 버렸으니까.
“……어라, 그래도…….”
 문득 마미는 위화감을 느꼈다.
 아까 전에 요시노 양이 꺼낸 말.
‘어째서, 레이 쨩이 유키 군이랑?!’
 그렇다. 어째서 ‘레이 쨩이’라고 말한 걸까. 그건 역으로 ‘유키 군이 레이 쨩이랑’이라거나 ‘레이 쨩이랑 유키 군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레이 쨩이 유키 군이랑’이라는 건 마치…….
 기분 탓이다. 이런 자그마한 뉘앙스 차이야, 요시노 양도 혼란스러웠을 거고 의식적으로 꺼낸 말도 아니었겠지. 마미가 지나치게 생각하고 있는 것뿐이다. 이런 사소한 걸 신경 쓰는 게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요시노 양이 사라져 간 쪽에서 눈을 떼어 놓을 수 없었다.


 분하다.
 배신당했다.
 제일 믿고 있었던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종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요시노는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자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제자리에 멈춰 설 수 없어서, 계속 움직이고 있을 수밖에 없어서.
 이윽고 지친 채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간신히 날뛰던 숨을 정리한 뒤 얼굴을 들어보자, 거기는 낡은 온실 안이었다. 어느샌가 이런 곳까지 달려와 버린 모양이다.
 말도 안 돼, 농담이라고 해 줬으면 좋겠어.
 움켜쥔 탓에 엉망으로 구겨진 종잇조각을 천천히 펴 본다.
​“​거​짓​말​이​지​…​…​.​”​
 거기에 찍혀 있는 건 틀림없이 계속 함께 살아가고 있던 사랑하는 사람. 누구보다 소중하고, 누구보다 요시노를 생각해 주는 사람.
 하지만 거기에 찍혀 있는 그 사람은 요시노에게도 거의 보여준 적 없는 세련된 옷을 입고 있었다. 미스터 릴리안이라고 불리고, 여자애다운 모습 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었던 주제에.
 그리고 그 사람이 미소를 지어 보인 상대는.
“……유키, 군…….”
 쪼글쪼글해진 종잇조각 속에서
 그 사람은 확실히 온화하게 웃고 있었고
​“​거​짓​말​이​야​…​…​.​”​
 새어나온 말과 함께 사진 두 곳에서 물기가 퍼져 나갔다.



 요시노가 조퇴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학교를 쉬었다. 레이는 굉장히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요시노가 컨디션을 무너뜨리는 건 옛날에 비해 훨씬 적어졌다고 해도 전혀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레이가 문병하러 가면 무리해서 이야기하려고 하거나 일어나려고 하거나 해서 얌전하게 만드는 게 큰일이었다.
 그런데 어제도, 오늘 아침에 와서도, 레이가 방에 들어오는 것마저 허락해 주지 않는다.
 이건 아무리 봐도 요시노가 기분이 나쁘다는 증거였지만, 레이 입장에서는 대체 뭐가 원인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불합리한 이유나 요시노의 변덕으로 화내거나 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과는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리가 다른 거다. 요시노가 내는 소리가.
 그러니까 학교에 가서도 요시노가 신경 쓰여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수업에도 거의 집중할 수 없었는데, 요시노가 학교를 쉬는 이유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알게 되었다.
“나랑 유키 군이 함께 있는 사진을……?”
“예. 정말 죄송합니다.”
 눈앞에서 신문부의 야마구치 마미 쨩이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그녀에게 불린 레이는, 신문부 부실로 찾아왔다. 다른 부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마미 쨩이 사람들을 물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설마 그날에 있었던 일을 남이 보고 있었던 것만이 아니라, 사진으로까지 찍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거기다 그 사진을 요시노가 봐 버릴 줄이야.
“요시노 양이 그걸 본 다음에 안색을 바꾸고 어딘가 뛰쳐 가 버려서, 역시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가.”
 입가에 손을 대고 입술을 깨물며 작게 말했다.
 요시노가 충격을 받은 건 틀림 없겠지. 하지만 과연 어느 쪽에 충격을 받은 걸까.
 얼마 전까지라면 레이가 남자와 함께 있는 일에 대한 충격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유키 군’과 레이가 함께 있는 것에 대해 요시노가 충격을 받은 건 아닐까.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저어, 레이 님.”
“응?”
 무심코 자기 생각에 몰두해 버렸다. 눈앞에서는 마미 쨩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레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기…… 역시, 레이 님과 유키 군은, 그…… 사귀고 있는 건가요?”
“엣?!”
 그건 예상 밖의 질문이었다.
 아니, 그런 장면을 보여 버렸으니 어찌 보면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이었겠지만, 마미 쨩이 그런 걸 물어 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었다.
“레이 님?”
“아, 아아. 아냐, 그건 그런게 아니야.”
“그런가요?”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눈으로 마미 쨩이 레이를 바라본다.
 레이도 말없이 눈길을 마주본다.
 한동안 침묵이 깔린다. 이윽고 마미 쨩이 그 침묵을 부쉈다. 마미 쨩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 실례했습니다.”
 그 말만을 남기고 부실을 빠져나가 버렸다.
 잉크 냄새가 배어있는 부실에 홀로 남아서, 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마미쨩도……? 하는 생각을 마음 속에 안고서.


 요시노의 방이 멀다. 이만큼 멀게 느낀 적은 없었다. 여전히 요시노는 방에 틀어박혀서 나와주지 않는다. 말을 걸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미안해, 레이 쨩. 요시노가 아직 삐친 채라서.”
“아뇨, 익숙하니까요.”
 요시노의 어머니에게 웃는 얼굴로 대답하여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한다. 익숙해져 있는 건 틀림 없지만, 이번은 지금까지와 다르다.
“잠시 나, 레이 쨩의 집에 다녀 올테니까. 잘 부탁해.”
“아아, 예.”
 딱 잘됐다. 혹시나 이번에 말싸움이 일어나거나 해도, 숙모님께 들려주고 싶지 않다. 숙모님이 나가신 걸 확인하고 레이는 다시 요시노의 방문 손잡이와 대치했다. 그 너머에 있는 요시노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저기, 요시노. 듣고 있지?”
 대답은 없다. 하지만 자고 있을 리도 없다. 방 안에서 레이의 말을 듣고 있겠지. 오래 사귀어 왔기에 어쩐지 모르게 알게 된다.
“이번 원인은……유키 군, 이지?”
 숨기는 것 없는 직구 승부. 무엇보다, 성격적으로 레이는 다른 방법을 쓸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건 훌륭하게 명중한 모양인지, 방 안의 분위기가 바뀌는 기색이 느껴졌다.
 레이는 말을 골라서 천천히 말한다.
“나랑 유키 군이 함께 있는 사진, 봤다면서?”
 역시나 반응은 없다. 하지만 분명 숨을 죽이고 레이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 그래서 레이는 말을 계속 이었다. 문 저편에 있는 공주님을 향해서.
“요시노가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오해야. 나와 유키 군은 별로 특별한 관계 같은 게 아니야. 그 사진을 찍은 날에 유키 군에게 상담 부탁을 받아서 만나러 간 것뿐이니까. 사귀고 있다거나 그런 일은 전혀 아니니까.”
 상담 내용에 관해서 이야기해야 할지를 망설였지만, 일단 지금은 아직 다물고 있기로 했다. 역시 유키 군 스스로의 입으로 요시노에게 말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레이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문 저편에서 분명치 않은 음색으로 반응이 돌아왔다.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야. 왜 내가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그치만 사진에 있는 레이 쨩, 정말 예쁜 여자애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어.”
“그건 엄마가 억지로 입힌 거야. 유키 군의 전화를 받고 뭔가 착각한 모양이라서.”
“……그것만이 아냐! 레이 쨩의 표정.”
“표정?”
“정말로 온화하고 상냥한 표정을 하고 있었어. 레이 쨩이 상냥한 건 알고 있지만, 그거하곤 달라. 언제나 요시노한테 지어주는 표정하고 닮아 있었어.”
 우연히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요시노가 그렇게 말하는 건 레이 스스로가 말하는 것 보다도 설득력이 있었다.
 거기에다가 반론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것도 확실했다.
“……저기, 레이 쨩.”
 조용한 요시노의 목소리가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레이의 가슴에 울려 퍼져온다.
“유키 군이 어떻다거나 하는게 아니라. 레이 쨩의. 레이 쨩의 마음을 가르쳐줘.”
 자신의, 마음. 무심코 손을 가슴에 대 본다.
 요시노에 대한 마음? 아니면, 유키 군에 대한 마음? 과연 요시노는 어느 쪽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걸까.
 아마도 요시노가 알고 싶은 건…….
“요시노. 내가 내 마음을 전해 주면, 요시노도 요시노의 마음을 가르쳐 줄래?”
 한동안 기다려도 요시노는 대답해 오지 않는다. 아마 요시노도 레이와 마찬가지로 대체 무엇에 대한 마음인지를 자신의 가슴 속에 물어보고 있는 거겠지.
 더 기다려 보지만 역시나 반응은 없다. 그래도 그건 반대가 아니라는 이야기.
 여기서 다음에 입을 열게 되면 혹시나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요시노와 함께 있는 한, 요시노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기에 더더욱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길이다.
 레이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눈을 뜨고 다시금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마음을 굳혀, 다음 말을 자아낸다.
“요시노. 나는, 내 마음은 말야…….”
 방 안의 요시노가 몸을 굳히는 분위기가 전해져 온다.
 거기까지 말하려고 했을 때
“다녀왔어ー.”
 현관에서 숙모님의 목소리가 퍼져왔다. 기세가 꺾인다.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요시노. 나는”
 복도에서 숙모님이 뭔가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 어떻게 해야 할까. 숙모님이 있는 곳에서는 말하기 힘든 내용이다. 레이는 눈길을 계단에 향했다.
 그러자.
“엣……?”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왜, 어째서, 지금 여기 있는 걸까. 그 모습이 눈앞에 있는 걸까. 그건 한시적으로 레이의 사고능력을 빼앗아 가기에 충분했다.
“유, 유키 군?!”
“아, 레이 씨.”
 약간 놀란 듯이,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유키 군이 걸어왔다. 그리고 레이의 조금 앞에서 멈춰 선다.
“저번에는 감사했습니다.”
“…………읏.”
 그 한마디에 한순간에 전날의 기억이 플래시 백 된다. 곤란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미 레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흘러넘쳐 오는 기억의 홍수를 멈추려 하면 할수록, 선명히 떠오르는 그 때의 광경. 마음.
“아, 그, 앗…….”
 말조차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직 유키 군의 온기나 숨결을 떠올리며 고동이 격해져 갈 뿐. 몸이 급속히 뜨거워지고 얼굴이 빨개지는 걸 스스로도 깨닫는다.
 레이가 그런 혼란과 곤혹에 빠져있던 그 때.
“……그런, 거였구나.”
 차가운 요시노의 목소리가 레이의 귀를 찌른다.
 뒤돌아 보자 어느새 방에서 빠져나온 건지, 요시노가 방 문앞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 눈동자는 레이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것 같은 차가운 빛을 띠고 있었다.
“요시노……?”
“유키 군과의 관계를 나한테 정식으로 보고하러 온 거야? 그런 소리를 나한테 해 놓고, 사실은 처음부터 이런 거였구나.”
“무, 무슨 소리야?! 멋대로 오해하지 말아 줘.”
“오해? 그치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 레이 쨩의 유키 군에 대한 그 태도. 별로 상관 없어. 그렇게 숨기지 않아도.”
“요시노 양, 대체 무슨 소리를…… 나는 단순히 네 문병을”
“이제 됐으니까 돌아가! 그런 변명, 듣고 싶지도 않아!”
 단지 그 말만을 남겨두고 요시노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요시노! ……잠깐, 요시노.”
 문을 두드리지만, 대답은 없다.
 이미 오늘은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걸 레이는 깨달았다. 뒤에서 영문도 모르는 채로 당황하고 있는 유키 군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어찌 되어 간 건지 전혀 모르는 유키 군을 반쯤 억지로 끌고 1층으로 내려간다.
“……저, 오는 타이밍을 잘못 잡은 모양이네요.”
“그, 미안. 유키 군이 나쁜 게 아니니까. 내가, 나쁜 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역시나 조금 타이밍이 나빴다고밖에 말할 도리가 없다. 아마도 유키 군은 요시노의 문병이라는 명목으로 사과하러 온 거겠지. 하지만 하필이면 레이가 있을 때, 게다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오다니.
 계단을 내려가자 딱 접시에 차와 과자를 담고 걸어오는 숙모님과 마주쳤다.
“어머, 어떻게 된 거니? 혹시나 요시노, 아직 삐쳐있니?”
“예, 아직 조금 그런 느낌이어서.”
“곤란한 애네, 모처럼 유키 군도 와 주었는데……어머, 그러고 보면 레이 쨩은 유키 군과 아는 사이였니?”
“아, 유키 군은 하나데라 학원의 학생회장이에요. 그래서 학생회 관련으로.”
“흐응ー, 그랬구나……. 아, 혹시나 요시노는, 아아.”
 거기서 숙모님, 2층의 요시노 방 쪽을 바라보고, 이어서 레이와 유키 군을 번갈아 바라본 뒤 뭔가 바로 이해한 듯 홀로 끄덕였다.
“요시노라 레이 쨩이, 말야. 그런 거였구나.”
“자, 잠시 숙모님, 저, 뭔가 착각하고 있지 않나요?”
“우후후, 알고 있어. 레이 쨩. 좋구나, 아가씨의 청춘이라는 느낌이어서. 아, 당사자로써는 웃을 일이 아니겠네.”
“아니, 그러니까 그게”
“어머니로써는 요시노를 응원하고 싶지만, 상대가 레이 쨩이 되면 복잡하네……유키 군, 어느 쪽이 되든 진지하게 생각해 줘.”
“하, 하아……?”
“아아, 젊다는 건 좋구나. 나도 옛날에는…….”
 숙모님은 그런 걸 말하며 접시에 차를 실은 채로 주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저기, 대체 무슨 일이었나요?”
 오직 홀로, 아마 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 계속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유키 군이 곤란한 표정으로 물음을 꺼내왔다.
 그런 표정도 굉장히 귀엽지만.
 어쨌거나 상황은 레이의 머리를 괴롭게 하는 방향으로만 바뀌어 간다.


 밖에는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해, 달그락달그락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계속
~가운데 말~
간신히 마미 양이예요. 이런 역할이지만··· 그래도 또 출연하니까!
하지만 뻔한 전개로?! 저, 그리 색다른 건 자신이 없어서···

역자의 말:
 계속 안 하는 버릇이 들기 전에 끊을 겸 올렸습니다.
황장미 연애혁명, 참 좋은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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