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황장미 연애혁명

黄薔薇恋愛革命


원작 |

역자 | 淸風

6. 고동은 흐트러진다.


 강당 뒤편에서 은행나무 가로수를 바라보면서 마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자신은 뭘 하고 있는 걸까. 혼자서 고민에 잠기고, 자기혐오에 빠지고, 낙담하고, 무릎을 안고 쪼그려 앉아서.
 하지만 이건 틀림없이 벌인 거다. 마리아 님이 마미에게 내린 벌. 그러니까 이건 감수해야만 할 거다.
 고통스러워도.
 괴로워도.
 그 사진을 찍었을 때. 마미는 이렇게 될 걸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요시노 양이 그 사진을 보면 상처 입을 거고, 레이 님이나 유키 군과 어떻게 될지를. 분명 세 사람의 관계는 이제까지의 관계와 달라지겠지.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마미는 마음속 어딘가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요시노 양이 사진을 찾아내, 그렇게 되는걸.
 그날 일부러 그런 곳에서 사진을 펼치고 있었던 것도.
“나, 대체 무슨 일을…….”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취재하면서 알게 된 거다. 유키 군은 요시노 양에게 끌리기 시작했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을 때도 요시노 양의 모습이 보이면 무의식중에 눈길이 그 모습을 쫓고 있다. 그리고 그런 유키 군을 요시노 양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니, 무의식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날이 지나가면서 그러지도 못하게 되어서.
“나란 앤, 참 나쁜 애였구나.”
 친구의 불행을 바라고 있었던 걸까.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어서. 그래도 그런 마음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어서.
 생각이 암담해 수렁에 빠져들려 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니?”
“읏?!”
 갑자기 누가 말을 걸어와서 몸이 움찔한다.
 누구?
 아니, 확인할 필요도 없다. 들은 순간, 생각하기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어, 언니?”
“읏쌰.”
 마치 아저씨 같은 소리를 내며 미나코 언니는 마미의 옆에 앉았다. 눈길이 마주쳐, 당황해 옆을 향했다.
“잠깐, 마미. 너, 울고 있니? 어, 어떻게 된 거니, 어디 아파? 아니면 누가 괴롭히고 있어?! 누구,”
 언니는 왠지 마미보다도 허둥거리며 마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언니, 침착해 주세요. 어딘가 아픈 것도 아니고 괴롭힘당하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럼, 왜 울고 있는 거야.”
“이건……저 자신이 한심해서.”
“왜? 슬럼프?”
 슬럼픈가. 그쪽이 훨씬 나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만약 그거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후회의 흉터는 작아져 가기는 해도 사라지는 일은 없을 터.
“그런 게 아녜요. 하아…….”
“뭐니, 대체.”
 언니는 옆에서 입을 빼쭉이고 있다.
“……언니는 자기가 한 실수로 낙담하거나 하시진 않나요?”
“안해. 그치만 나, 실패 같은 거 안 하는걸.”
“그래도 옐로 로즈 때는.”
“읏……아, 그건, 뭐어. 그럴 때도 가끔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그걸 계속 끌고 간대봐야 별수 없잖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지.”
“언니는 단순해서 좋겠어요.”
“마미는 생각이 지나치다니까.”
 그런 걸까.
 그래도 지금은 그런 언니가 부럽다.
“……저, 나쁜 애에요.”
“알고 있어.”
“엣……!”
 그런 식으로 되돌려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마미는 무심코 언니를 날카로운 눈길로 바라봐버렸다.
 딱히 위로받길 원한다거나 했던 건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보듬어 준다거나 부정해 준다거나 해도 괜찮지 않은가. 적어도 마미의 언니니까.
 하지만 언니는 그런 마미의 눈길 따윈 전혀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다.
“그게, 여동생 주제에 언니인 나한테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거리낌도 없고. 1학년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도 나를 꾸짖고.”
 선배 주제에 꾸짖을만한 일만 하는 쪽이 문제가 있는 거로 생각하는데.
“정말, 나쁜 아이네.”
“으으…….”
“그래도.”
 말을 하면서 일어난 언니가 등 뒤에서 상냥하게 등 뒤에서 살짝 껴안아 왔다.
“네가 정말로 상냥한 애라는 걸 나는 알고 있어. 그런 상냥한 부분이나 나쁜 부분을 모두 포함해서 나는 마미를 정말 좋아해.”
“어, 언니…….”
 어찌 그리도 부끄러운 말을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걸까. 마미는 자신을 안아주고 있는 언니의 부드러운 감촉과 직구로 던진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별로 상관없잖니. 인간인걸. 나쁜 부분쯤은 누구나 있어.”
“언니…….”
“후훗.”
​“​…​…​저​기​…​…​언​니​…​…​.​”​
“괜찮아. 좀 더 응석부려도. 웅ー 마미 진짜 귀여워!”
“아뇨. 성희롱하는 건 그만둬 주세요.”
 등 뒤에서 마미를 껴안고 있던 언니의 손은 어느샌가 마미의 가슴 앞에 놓여 있었다.
“에? 어머. 마미도 참. 저번보다 조금 ​성​장​했​잖​아​…​…​으​윽​!​”​
 언니의 몸이 무너져내린다.
 마미의 팔꿈치 치기가 그대로 박힌 모양이다.
“적당히 해 주세요, 세이 님도 아니고!”
“마, 마미를 기운 차리게 해 주려고 했던 것뿐이잖아……조, 조금쯤은 득 보는 게 있어도……콜록.”
“그런 거, 필요 없어요!”
 쪼그려 앉아 몸을 만 채로 떨고 있는 언니를 그 자리에 남겨두고 마미는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마음속으론 감사하고 있다. 언니는 언제나 마미의 근심거리기는 했지만, 언제나 마미에게 기운을 주는 것 또 한 언니인 거다.
 스커트의 주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얀색 세일러 칼라가 펄럭이지 않도록, 그래도 조금 빠른 걸음으로 마미는 걸어간다.
 낙담하고 있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마미는 눈곱만큼이나마 기운을 되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리아님은 심술궂은 모양이어서
 교내를 빠져나와 교문에 다가가자, 교문 부근에 서 있는 남자애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유키 군.”
 놀라면서도 빨려들 듯 그쪽으로 다가간다. 교내신문의 취재라는 걸로 조금이나마 친해진 하나데라의 학생회장.
 그런 유키 군은 마미의 모습을 보고 손을 가볍게 올렸다.
 그 모습을 보고 마미의 심장이 날뛴다.
“마미 양, 안녕하세요. 다행이다. 아무도 없으면 어떡할지 고민했어요.”
“아, 그럼 제가 같이 갈게요.”
 나란히 걸어간다.
“오늘도 연극 연습인가요?”
“에에……뭐어, 그런 느낌이에요.”
“그런데 오늘은 다른 분들 없이 혼자인가요?”
“오늘은 사실 좀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서…….”
“하아…….”
 곁눈질로 유키 군을 바라본다. 동년대인 남자애치고는 조금 앳된 얼굴. 그래도 곧은 눈동자.
“? 제 얼굴에 뭐라도 붙어 있나요?”
“아아아아아뇨!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오.”
 이쪽을 바라보는 걸 보고 고개를 돌린다.
 아우ー, 어째설까. 어째서 이렇게나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는 걸까. 알고 있지만 알 수 없다. 마미는 동요해댄다.
 하지만 그런 마미에 대해 현실은 용서가 없어서
“맞아, 마미 양.”
“예, 예?!”
“저기, 요시노 양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요?”
“에…….”
“아무래도 요시노 양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좀 있어서. 지금까지는 계속 못 했었는데, 오늘은 꼭……”
 옆에서 유키 군이 이야기하고 있다.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거리에 있는데도 끝없이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추락하는 기분.
 얼어붙는 고동.

――아아, 마리아님. 이게 제게 내려진 벌인가요――



 이 분위기는 대체 뭘까. 장미관을 감싸는 따끔따끔한 긴장에 감싸인 듯한 느낌은.
 유미마저 느끼는 거니까 분명히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장본인이라고 하면.
 레이 님과
 요시노 양.
 장미관에 오고서도 거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연극 연습도 뭔가 좀 따로 노는 느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적당히 해 줘!”
 사치코 언니의 호통이 건물 안에 울려 퍼졌다. 다들 일제히 언니 쪽을 향한다. 뭐 그렇다고 해도, 1학년 세 사람은 반 상연물의 준비로 오늘 조금 늦겠다 했으니 지금은 아직 없다.
 지금 장미관에 있는 사람은 언니, 레이 님, 시마코 씨, 요시노 양, 그리고 유미 다섯명 뿐이다.
 와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연습을 진행하려 했지만 레이 님, 요시노 양은 전혀 열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까,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느낌이어서, 학원축제가 가까이 다가온 시점인 걸 생각하면 언니가 큰 소리를 내는 것도 당연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요시노 쨩, 몸 상태가 나쁘면 쉬도록 하렴.”
“아뇨, 괜찮아요. 몸은 별로……”
 요시노 양의 말도 어딘가 평소보다 분명치 않았다.
“그래.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정신적인 문제일까.”
 요시노 양이 움찔 몸을 떤게 보였다.
 그런 요시노 양에게서 눈길을 떼고 다시 언니가 입을 열었다.
“레이, 너도야. 할 마음이 없다면 안 하는 쪽이 나아.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잖아. 알고 있지?”
“사치코…….”
 우와, 역시 언니. 아무리 같은 학년이라고 해도 전혀 봐주지 않고 이야기한다. 듣고 있는 유미쪽이 겁나서 몸을 움츠릴 것만 같다.
“학원축제가 코앞이야. 그런데도 그 상태면, 할 수 있을 것도 못 하지 않겠니?”
 그래. 그건 언니가 말하는 대로다. 지금은 이미 본편을 향해 라스트 스퍼트를 하고 있어야 할 시기인데도 이런 상태여서는 불가능하지야 않을지 몰라도 골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장미관 안에 그런 껄끄러운 분위기가 가득해 있었다.
 그러자 그 공기를 바꿔 넣으려는 것처럼 앞의 문이 열렸다.
“평안하십니까. 하나데라의 학생회장, 후쿠자와 유키 군을 데려왔습니다.”
 거기에 모습을 드러낸 건 마미 양과, 생각지도 못한 유키였다. 모두의 눈길이 일제히 그 쪽을 향했다.
 그 안에서도 레이 님, 요시노 양이 격하게 반응해서 마미 양과 유키를 바라보고 있다. 어딘가 놀란 듯한, 어딘가 미쳐 버릴 듯한 마음을 담은 눈동자로.
 비유같은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레이 님, 그리고 요시노 양을 감싸고 있던 뭔가가.
“……그렇, 구나. 딱 잘 됐어.”
 언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기서 확실히 해 두는게 좋지 않을까. 레이도 요시노 쨩도 이대로는 어쩌지도 못할 것으로 보이고.”
 그 말을 듣고 레이 님과 요시노 양의 표정이 굳었다.
 어느새 바람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걸까. 열어젖힌 문에서 바람이 불어 들어와서 레이 님의 베리 쇼트 머리를, 요시노 양의 땋아 내린 머리를 흔든다. 그건 마치 어딘가 생명을 가지고 있는 듯 물결치며 술렁거리고 있다.
 입구에 눈을 옮기자 마미 양이 가슴 앞에 기도하는 듯 손을 맞대고 있다. 그 눈은 바로 눈 앞에 서 있는 유키의 뒷모습에 뭔가를 전하려는 듯했다.
 평소 마미 양의 머리카락을 꽉 붙잡고 있던 핀이 마치 자리서 도망치려는 듯 스르륵 떨어져, 날카롭고 자그마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러갔다.
 마미 양의 머리카락이, 스커트가, 바람에 나부낀다.
 언니도 예외 없이 길고 아름다운 흑발을 휘날리면서 꿰뚫는 듯한 눈길로 유키를 응시하고 있다.
“그렇지, 유키 군?”
 유키에게 묻는다.
 유키는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쉬면서도 안정된 목소리로
“……예. 저도 그러려고 온 거니까요.”
 그 말에 레이 님, 요시노 양, 마미 양은 삼인삼색의 반응을 보인다.
 레이 님은 어딘가 애절하고 덧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유키를 바라보고 있다.
 마미 양은 구슬픈 듯, 불안한 듯 눈동자가 떨리고 있다.
 그리고 요시노 양은 유키에게서도 레이 님에게서도 눈길을 피해, 감정을 읽을 수 없는 고집스런 표정으로 바닥의 한 점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마코 양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서 있다.

 바람은 더더욱 매서져 있었다.






계속
~가운데 말~
갑자기 클라이맥스?! 같은 전개지만, 드디어 유키가 리안에 와서 수라장?! 같은 느낌.
그럼, 계속합니다.

역자의 말:
 국문판 마리아님이 보고계셔에서 祐麒さん를 유키 씨가 아니라 유키 군이라고 번역했던 걸 확인했습니다. 카시와기를 카시와기 씨로 일반적으로 옮기던 것 때문에 유키도 유키 씨로 옮겼었는데 큰 실수였네요.
 지금까지는 대부분 유키를 원작에서 부를 일이 없는 캐릭터들이어서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었는데 사치코님이 유키를 유키 씨라고 부르는 순간에 화들짝.

 연하의 캐릭터가 유키를 어떻게 부르는지에 대해서는 국문판 번역 중 선례가 없는데(토코가 祐麒さん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는데, 그 경우는 '동생 분'으로 번역.), 아마 그 경우를 제외하면 전부 유키 군으로 옮기게 될 듯 합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의 번역은 전면적 오역 (OTL). 기존 번역문들도 전체적으로 수정을 준비중입니다.
 이번 화부터 해당 부분을 적용하여 읽는 중 위화감이 들텐데, 이전부터 읽어주셨던 분들께 죄송합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