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황장미 연애혁명

黄薔薇恋愛革命


원작 |

역자 | 淸風

7. 사랑은 달리기 시작한다.


 뭐야, 이건.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되어 있는 건가. 요시노는 자신에게 물어보았지만, 답이 순조롭게 굴러 나올 턱이 없다.
 레이 쨩과 화해도 하지 못하고, 마음이 답답한 탓에 연습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삐꺽거려댄 끝에 사치코 님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태어나서부터 계속 함께해 온 사이니까 알 수 있다. 레이 쨩은 유키 군에게 끌리고 있다. 그, 유키 군과 함께 찍힌 사진과 유키 군이 앞에 있을 때의 태도를 보면 명확했다. 그리고 그런 레이 쨩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어 버리는 스스로가 있다. 그건 어째설까.
 그 이유도 알고는 있다.
“우리들은 자리를 비워 주는 편이 좋겠니?”
 깜짝 놀라 고개를 든다.
 사치코 님은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 시원스런 눈으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마음 약한 사람이면 위축당해 버릴 법한 눈길을 받으면서도 유키 군은 안정된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니요. 여기 계셔도 괜찮습니다.”
“그래.”
 진심일까.
 사치코 님이나 시마코 양 등이 있는 앞에서 유키 군은 이야기하려 하고 있다. 알려져도 좋은 걸까. 모두의 눈앞에서 밝히는 걸로 요시노나 레이 쨩을 놀림거리로 삼고 싶어 하는 걸까.
 사치코 님은 자리서 물러나 벽에 붙었다. 거기에 이끌리는 듯 유미 양과 시마코 양도 이동한다. 유키 군이 저렇게 말했다고 해서 그 말대로 남아줄 필요는 없는데.
 이걸로 더는 도망갈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요시노 양.”
 그 말을 듣고 몸이 움찔 떨렸다. 그래도 치워둔 시선은 그대로 남아, 유키 군 쪽을 바라볼 수 없었다.
“요시노 양을 상처입혀 버려서 미안해.”
 깊게 고개를 숙인다.
 요시노는 곁눈질로 사치코를 바라본다.
“계속 사과하고 싶었는데, 요시노 양이 나를 계속 피해서 이렇게나 시간이 지나서……아니, 피하고 싶을 만한 소리를 한 건 나였지만”
 요시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유키 군은 요시노가 입을 열지 않는 걸 보고 말을 이었다.
“변명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들어줬으면 해. 그건 오해야. 요시노 양의 사진을 보인 거라곤 생각지도 못하고, 다른 사진을 보였다고 생각해서 그런 소리를 한 거야. 확실히 심한 말을 했다고는 생각하고 있어. 그래도 그건, 요시노 양의 사진을 가지고 있던 거에 대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진을 가지고 있던 거에 관한 이야기였어.”
 진지한 눈빛으로 유키 군은 이야기하고 있다.
 요시노는 고개를 들고 유키 군을 정면에서 바라봤다.
“내게 아닌 사진이라는 거, 누구 거?”
“…………엣.”
“내게, 누구 사진을 보였다고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한 거니?”
 거기서 유키 군의 움직임이 멈췄다. 왠지 눈길이 허공을 누비고 있다.
 어째설까. 대체 누구의 사진을 들고 있었던 걸까. 시마코 양이라거나, 노리코 쨩일까. 그래도 그걸 요시노에게 보여서 곤란하다는 건 무슨 소릴까.
“그건, 저기……시, 실은, 맞아, 카시와시 선배의 사진이어서”
“카시와기 씨?”
 그 은행왕자님인가. 그 이름을 듣고 사치코 님의 뺨이 조금 굳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친구들이 어느샌가 주머니 속에 넣었었어. 그래서 그걸 보여서 이상한 오해를 시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
 확실히, 그런 사진을 품에 넣고 다닌다고 오해당할 상황이라면 그 때의 대사도 납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그 사진 보여줘.”
“엣.”
“진짠지 아닌지 보여줘.”
 이런 건, 잘 지어낸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그런 뜻을 눈길에 담아 유키 군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아니, 그……그 사진은 이미 처분해 버렸으니까. 계속 가지고 다닐만한 것도 아니고.”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다. 증거가 없으면 어떤 말이든 할 수 있으니까.
“못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믿어주면 좋겠어. 그게 진실이니까.”
 다들 숨을 죽이는 듯 두 사람의 대화에 몰입하고 있다.
“그런 게 아니었으면 이렇게 필사적으로 널 잡아서 오해를 풀려고도 하지 않았을 거야.”
“……그럼, 레이 쨩하고는 어떤 거야?”
 그 말에 레이 쨩이 깜짝 놀란 표정을 이쪽에 향한 게 보였다.
“레이, 씨?”
“시치미떼지 마. 휴일에 레이 쨩과 둘이서 만났었잖아? 정말 사이 좋은 것처럼 보였어.”
“에, 호, 혹시 보고 있었어?!”
“둘이서 사이 좋게 카페에서 차를 마셨잖아?”
“아, 그, 그쪽인가…….”
​“​그​쪽​이​라​니​…​…​흐​응​ー​ 다른 것도 있구나.”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보고 있는 것만으로 불쌍해질 정도로 유키 군은 당황하고 있었다. 레이 쨩과 대체 다른 일이 어떤 게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 그렇게 숨기려 들지 않아도 좋을 텐데.
 요시노는 한심을 내쉬었다.
“이제 됐잖아? 사진에 대해서는 알았으니까. 그래도, 그렇게나 필사적으로 그럴 필요는 없지 않니? 확실히 나랑 레이 쨩은 사촌 자매고 사이도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이 쨩과 사귀기 위해서 나랑 억지로 친해지려고 할 필요는 없잖아?”
“……에……?”
“유, 유키가 레이 님하고?!”
 벽 쪽에서 유미 양이 얼빠진 소리를 냈다. 바로 옆에 있던 사치코 님에게 꾸중을 듣고 빨간 얼굴로 몸을 움츠리고 있다.
 그런가, 친누나인 유미 양에게도 비밀이었던 거구나.
“자, 잠깐 기다려 요시노 양. 아직 뭔가 오해하고 있어.”
 당혹스런 표정으로 유키 군은 요시노와 레이 쨩을 번갈아 바라본다. 레이 쨩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다.
“확실히 레이 씨와는 만났지만, 그건 상담을 부탁한 것 뿐이지 사귀고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동의를 구하려는 듯 유키 군이 레이 쨩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레이 쨩은 괴로운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아아, 그런가. 유키 군은 모르고 있었구나. 레이 쨩의 마음을 붙잡아 버렸다는 걸. 어찌나 치사한지.
 레이 쨩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자기 일처럼 가슴에 고통이 느껴진다.
“……부탁할게, 내 진정한 마음을 들어 주지 않을래?”
“진정한, 마음?”
 아까까지 안정되었던 가슴 고동이 그 한마디에 한순간에 격렬히 뛰기 시작했다.
 진정한 마음을 들어줬으면 한다는 건, 즉 그런 소린가.
“그래. 그게 제일 말하고 싶었어.”
 숨이 괴로워진다.
 눈치채이지 않도록 침을 살짝 삼키고, 필사적으로 냉정함을 가장하며 유키 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 맑은 눈동자에 빨려들 것만 같은 걸 필사적으로 견뎌내며――


 마음의 고통에 표정이 흐려지며, 레이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다. 유키 군의 마음이 자신을 향하지 않았다는 건. 단지 한순간 꿈과 같은 시간을 맛보고 설렘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을 터인데.
 그런데도 그가 꺼내는 말은 레이의 마음을 찢어 가르고.
 관계를 확실히 부정당했을 때, 그게 사실인데도. 이해하고 있었는데도. 유키 군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되자 말할 수 없는 충격이 몸을 꿰뚫었다.
 아마도 이제부터 자아낼 결정적인 이야기. 유키 군이 요시노에 대해 가진 진정한 마음. 그걸 들었을 때, 어떻게 되어 버릴까.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어느새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유키 군의 상냥함에, 따스함에 닿아, 레이의 마음은 녹아 버렸던 거다. 한 번 녹아 버린 건 그렇게 간단히 원래대로 돌릴 수 없다. 단지 그것뿐이다.
 이유따위.
 그 뒤에 얼마든지 붙일 수 있는 걸.
“……부탁할게, 내 진정한 마음을 들어 주지 않을래?”
 그건 레이 자신이 유키 군에게 가르쳐 준 것. 그러니까 그걸로 된 거다. 유키 군을 위해서도, 그리고 요시노를 위해서도.
 그래도 그걸 자기 자신의 귀로 듣게 되다니.
 역시나 용서받을 수 없는 설렘이었던 걸까.

 마리아 님은 어찌 이리도 심술궂으신 걸까.


 소원을 빌 듯 마미는 두 사람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한 마디 한 마디를 빠트리지 않고 들으려는 듯 정신을 한없이 집중하면서.
 뻔뻔스럽다는 건 알고 있고, 그런 자격이 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래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뭐를 바랄까?
 요시노 양은 소중한 친구고, 레이 님은 존경하고 있는 선배다. 두 사람의 마음이 다치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신도 다치고 싶지 않다.
 무리한 바람이라는 건 알고 있다. 아무도 상처 입지 않는다는 건 있을 리 없는 일이다. 누구 한 사람을 고르는 이상 다른 사람은 함께 상처 입는다. 그리고 그 상처 입는 사람들 속에 자신도 속해 있겠지.
 어떤 일이 있다 해도, 자신이 선택되는 일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유키 군과 만난 건 취재 중의 극히 짧은 시간뿐. 그 사이에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렇게 된다면 어째서 좀 더 행동하지 않았을까. 언니 같은 결단력도, 행동력도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설령.
 혹시나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면. 그때는 반드시 행동하자. 자신의 의사로, 자신의 다리로.
 그러니까 지금은 오직 바랄 뿐.
 누가 나쁘다거나, 뭐가 잘못되었다거나, 그런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들 단지 너무 순진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마리아 님.

 상냥한 아픔이 모두를 감싸안기를――



 유키 군의 다음 말이 분명 모든 걸 결정지을 터. 그 입이 천천히 열렸다.
“요시노 양. 이전에 우연히 마을에서 만났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어.”
 자, 잠깐 기다려.
 이 이야기의 전개, 유키 군의 이 진지한 눈빛, 그리고 이 대사. 어떻게 생각해도 이건 그거다.
 설마 정말로 다들 있는 앞에서 그걸 말할 셈인 걸까.
 레이 쨩도 보고 있는 이 자리에서, 그런 결정적인 걸. 레이 쨩이 슬퍼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그래도 이것만은 어쩔 수도 없다.
“요시노 양. 나는――”
 에, 어쩌지.
 요시노는 대체 어떻게 대답하면 좋은 걸까. 이런 거, 생각지도 못했다. 유키 군에 대해서는, 그야 그렇게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이렇게나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걸 말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아아, 그래도.
 몸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마음은 마비된 것처럼 생각을 포기해서.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걸 바라는 걸까.
 이 뒤에 어떻게 되어 버릴지는 모른다. 단지, 설령 어떻게 된다고 해도 자기 자신의 미래는, 소망은, 스스로 고르고 싶다.
 어떤 미래가 된다고 해도.
 어떤 고통이 이 몸을 찌른다 해도.
 자신이 고르는 거라면 분명 납득할 수 있을 터.
 하지만.
 그게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는 게 된다면. 그리고 상처 입는 게 인생을 문자 그대로 함께 걸어온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면.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은 걸까.
 답을 내지 못한 채로 오직 무정하게 그 말만이 그의 입에서 자아져 나간다.

“――나, 요시노 양――”

 그, 결정적인――

“――요시노 양, 저와――”

 들었다간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어――

“……저와……치, 친구가 되어 주세요!!”

 그래, 그 결정적인 한마디―――


​“​…​…​…​…​…​…​하​?​”​
 그 자리의 분위기에 안 어울리는 뒤집힌 목소리로, 솔직히 그렇게 말해 버렸다. 조금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요시노 만이 아니다. 레이 쨩도, 마미 양도, 다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 자리에 감돌고 있던 분위기가 급속히 바뀐 것처럼 느껴졌다.


 요시노 양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물음표를 되돌려준다.
 유키는 뭔가 곤란한 걸 말해 버린 건가 하고 눈길을 다른 곳에 향해 보자 벽에 기대어 있던 유미가 ‘이건 안 되겠네’하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안고 있는 게 보인다.
 유미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왠지 어딘가 연민을 품은 눈빛으로 유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동안 그런 거북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누가 제일 먼저 이 분위기를 깨부술 수 있는지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풋.”
 그걸 부순 건 유키의 눈앞에 있는 소녀였다.
​“​아​하​하​하​하​하​하​핫​…​…​!​”​
 장미관 가득 울려 퍼질 듯한 웃음소리로.
“아핫, 뭐야 그거, 아하하하.”
 배꼽을 잡고 몸을 떨면서 웃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유키는 반쯤 어안이 벙벙한 느낌이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어서,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분 탓인지 그 자리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아ー아, 뭔가 힘이 굉장히 빠져버렸어.”
“저기ー 요시노, 양?”
 당혹해하며 요시노 양에게 말을 걸어보자.
 간신히 요시노 양은 웃는 걸 그만두고, 그 곧은 눈동자로 유키를 올려다보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 굉장히 가련한 모습에 다시금 숨을 삼킨다.
“풋……뭔가 이거, 나나 레이 쨩이 진짜 바보같잖아.”
 기가 막힌 듯한 요시노 양.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레이 씨를 바라보자 맥이 빠진 듯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안도한 듯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친구는 괜찮지만, 나나 레이 쨩을 괴롭힌 대가는 받아야겠어.”
“……에?”
 대비할 틈도 없었다.
 다음 순간 뺨에 뜨거운 충격이 달려, 장미관의 밖에까지 들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소리가 터졌다.
 지나친 격렬함에 유키의 몸이 떨려, 두 세 걸음 물러났다.
 뒤늦게 찾아온 고통으로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자.
“……이걸로 용서해 줄게.”
 그렇게 말한 가련한 미소녀는, 그 사랑스런 얼굴에 두려울 정도로 가득한 미소를 띄우며 유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필로그로
역자의 말 :
 아아ーー 내 번역 결정에는 한 점의 후회도 없다.
 이번 한 화를 번역하는 중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계속 웃었습니다. 아마 백 명이 소설을 보면 아흔 명은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삼천세계가 작은 덕에 소설을 보는 사람이 백 명이 안 되는게 안타깝군요. 이런 소설을 써 주신 紅님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내일, 에필로그에서 뵙겠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