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하십니까.”
“평안하십니까.”
상쾌한 아침인사가 맑고 푸른 하늘에 메아리친다.
그 중 가느다란 몸에 새하얀 피부, 커다란 눈에 갈색 빛 도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소녀가 주변의 소녀들에 비해 상당히 느긋한 페이스로 걷고 있다.
“평안하십니까.”
“평안하십니까.”
소녀는 자신에게 건네는 인사들에 그 덧없어 보이는 겉모습에 어울리는 가는 목소리로 응한다.
스커트 주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얀색 세일러 칼라가 펄럭이지 않도록, 차분하게 걷는 것이 이곳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몸가짐.
게다가 그녀는 스커트 주름을 흐트러트리고 싶어도 세일러 칼라를 펄럭이려 해도 그럴 수 없었다.
설령 지각할 것 같은 상황이 되어도 서두를 수 없다. 그리고 담임도 늦게 도착한 그녀를 엄하게 꾸짖지 않는다.
가련하고도 덧없어서 닿으면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소녀.
그게 그 소녀, 시마즈 요시노에 붙은 대명사였다.
시마코와 요시노가 같은 반이 된 건 중학교 몇 학년 때였던가. 시마코에게 그때의 일은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아니었다. 요시노가 병약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는 반에서 거의 눈에 띄는 일 없는 소녀였다.
그러다 언제였던가, 문득 그녀를 의식하게 된 일이 있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을 때였다.
시마즈 요시노 양.
반 친구들의 이야기로는 요시노 양은 심장에 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면, 체육은 줄곧 견학만 하고 자주 학교를 빠지거나 조퇴를 하곤 했었다. 발작을 일으키는 걸 본 적은 없지만, 듣기로는 보고 있는 쪽이 심장이 나빠질 정도의 모습이라는 모양이다.
아무 일도 없는 평소대로의 점심시간. 시마코는 근처 자리의 반 친구와 도시락을 먹은 뒤였다. 주변에는 교실 안에 남아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반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수다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럴 때 시마코는 주변에서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스스로 남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애초에 시마코는 같은 세대의 여자애들이 할 만한 이야기에 생소했다.
유행 중인 패션에 관한 이야기나 어젯밤에 본 드라마 이야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등. 이것저것 다 시마코에게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래도 다들 즐거운 듯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는 건 그리 싫지 않았고, 상냥한 반 친구들은 시마코가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하려고 종종 시마코에게 이야기를 건네거나 했다.
그래도 그날은 왠지 요시노 양에게 눈이 향했다. 교실의 가장 오른쪽 끝줄에서 홀로 조용히 책을 읽는 요시노 양의 모습이.
처음에는 책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얼마간 지나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때때로 흘낏흘낏 옆으로 눈길을 향한다. 가끔은 얼마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 눈길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자 반 친구 네다섯 명의 그룹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화제는 아무래도 어제 방송한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인 모양이었다. 시마코는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부르는 스토리 전개와 실력파로 가득한 배우진이 세간의 주목을 모으고 있는 모양이다. 그 드라마에 대해 어제의 내용은 어땠다거나 다음번은 어떻게 될지, 누가 중요 인물인지 그 배우는 멋지다거나 등등의 이야기에 분위기를 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의 사이사이에 요시노 양이 그 그룹에 정신을 빼앗기는 듯 눈을 향한다. 책으로 눈을 되돌리지만, 이야기가 분위기를 타자 다시금 그쪽으로 얼굴을 잠시간 향한다. 그런 걸 여러 번 반복한 뒤 요시노 양은 조금 체념한 듯한 느낌으로 한숨을 쉬고는 의식을 독서에 집중했다. 그 뒤에는 그 그룹이 아무리 떠들어도 눈길을 향하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시마코는 그녀의 마음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시노 양은 그 고리에 들어가고 싶은 거다.
하지만 들어갈 수 없다.
그렇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시마코도 가지고 태어난 성격이나 자신의 입장이나 환경 등 때문에 적극적으로 친구를 만들려 한 적은 없기에 주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있다거나 거리를 벌리고 있다거나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요시노 양은 시마코와는 다르게 스스로 벽을 만들고 있다. 그건 아마 주변의 반 친구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정말로 얇은 벽. 그럼에도 결코 부서질 리 없는 벽.
요시노 양이 이야기의 고리에 끼고자 하면 그녀들은 기쁘게 맞아 주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그녀를 배려하는 듯한 형태가 되어 버린다. 그건 그녀들이 상냥하기 때문이겠지만, 어딘가 서먹서먹한 상태가 되겠지. 아마도 시마코가 요시노 양과 이야기하고자 해도 그렇게 될 거다.
하지만 요시노 양은 아마도 그걸 싫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친구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서먹서먹한 관계. 요시노 양을 흥분시킬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요시노 양 또한 그런 급우들을 신경 쓰게 된다. 자신의 탓으로 분위기를 부수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처음부터 벽을 만들어 거리를 벌려 관계를 피하려 한다.
시마코의 억측이기는 하지만, 그리 빗나간 추측은 아니지 않을까.
시마코 또한 비슷한 생각을 자주 떠올리니까.
두 번째에 계속
“평안하십니까.”
상쾌한 아침인사가 맑고 푸른 하늘에 메아리친다.
그 중 가느다란 몸에 새하얀 피부, 커다란 눈에 갈색 빛 도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소녀가 주변의 소녀들에 비해 상당히 느긋한 페이스로 걷고 있다.
“평안하십니까.”
“평안하십니까.”
소녀는 자신에게 건네는 인사들에 그 덧없어 보이는 겉모습에 어울리는 가는 목소리로 응한다.
스커트 주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얀색 세일러 칼라가 펄럭이지 않도록, 차분하게 걷는 것이 이곳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몸가짐.
게다가 그녀는 스커트 주름을 흐트러트리고 싶어도 세일러 칼라를 펄럭이려 해도 그럴 수 없었다.
설령 지각할 것 같은 상황이 되어도 서두를 수 없다. 그리고 담임도 늦게 도착한 그녀를 엄하게 꾸짖지 않는다.
가련하고도 덧없어서 닿으면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소녀.
그게 그 소녀, 시마즈 요시노에 붙은 대명사였다.
~ 추억이 한가득 ~ 첫 번째
시마코와 요시노가 같은 반이 된 건 중학교 몇 학년 때였던가. 시마코에게 그때의 일은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아니었다. 요시노가 병약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는 반에서 거의 눈에 띄는 일 없는 소녀였다.
그러다 언제였던가, 문득 그녀를 의식하게 된 일이 있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을 때였다.
시마즈 요시노 양.
반 친구들의 이야기로는 요시노 양은 심장에 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면, 체육은 줄곧 견학만 하고 자주 학교를 빠지거나 조퇴를 하곤 했었다. 발작을 일으키는 걸 본 적은 없지만, 듣기로는 보고 있는 쪽이 심장이 나빠질 정도의 모습이라는 모양이다.
아무 일도 없는 평소대로의 점심시간. 시마코는 근처 자리의 반 친구와 도시락을 먹은 뒤였다. 주변에는 교실 안에 남아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반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수다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럴 때 시마코는 주변에서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스스로 남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애초에 시마코는 같은 세대의 여자애들이 할 만한 이야기에 생소했다.
유행 중인 패션에 관한 이야기나 어젯밤에 본 드라마 이야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등. 이것저것 다 시마코에게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래도 다들 즐거운 듯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는 건 그리 싫지 않았고, 상냥한 반 친구들은 시마코가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하려고 종종 시마코에게 이야기를 건네거나 했다.
그래도 그날은 왠지 요시노 양에게 눈이 향했다. 교실의 가장 오른쪽 끝줄에서 홀로 조용히 책을 읽는 요시노 양의 모습이.
처음에는 책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얼마간 지나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때때로 흘낏흘낏 옆으로 눈길을 향한다. 가끔은 얼마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 눈길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자 반 친구 네다섯 명의 그룹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화제는 아무래도 어제 방송한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인 모양이었다. 시마코는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부르는 스토리 전개와 실력파로 가득한 배우진이 세간의 주목을 모으고 있는 모양이다. 그 드라마에 대해 어제의 내용은 어땠다거나 다음번은 어떻게 될지, 누가 중요 인물인지 그 배우는 멋지다거나 등등의 이야기에 분위기를 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의 사이사이에 요시노 양이 그 그룹에 정신을 빼앗기는 듯 눈을 향한다. 책으로 눈을 되돌리지만, 이야기가 분위기를 타자 다시금 그쪽으로 얼굴을 잠시간 향한다. 그런 걸 여러 번 반복한 뒤 요시노 양은 조금 체념한 듯한 느낌으로 한숨을 쉬고는 의식을 독서에 집중했다. 그 뒤에는 그 그룹이 아무리 떠들어도 눈길을 향하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시마코는 그녀의 마음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시노 양은 그 고리에 들어가고 싶은 거다.
하지만 들어갈 수 없다.
그렇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시마코도 가지고 태어난 성격이나 자신의 입장이나 환경 등 때문에 적극적으로 친구를 만들려 한 적은 없기에 주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있다거나 거리를 벌리고 있다거나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요시노 양은 시마코와는 다르게 스스로 벽을 만들고 있다. 그건 아마 주변의 반 친구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정말로 얇은 벽. 그럼에도 결코 부서질 리 없는 벽.
요시노 양이 이야기의 고리에 끼고자 하면 그녀들은 기쁘게 맞아 주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그녀를 배려하는 듯한 형태가 되어 버린다. 그건 그녀들이 상냥하기 때문이겠지만, 어딘가 서먹서먹한 상태가 되겠지. 아마도 시마코가 요시노 양과 이야기하고자 해도 그렇게 될 거다.
하지만 요시노 양은 아마도 그걸 싫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친구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서먹서먹한 관계. 요시노 양을 흥분시킬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요시노 양 또한 그런 급우들을 신경 쓰게 된다. 자신의 탓으로 분위기를 부수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처음부터 벽을 만들어 거리를 벌려 관계를 피하려 한다.
시마코의 억측이기는 하지만, 그리 빗나간 추측은 아니지 않을까.
시마코 또한 비슷한 생각을 자주 떠올리니까.
두 번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