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화 이 손에 마법을
“오옷?!””
등 뒤에서 덮쳐오는 기색에 몸을 숙인다. 약간의 틈도 없이 아까 전까지 머리가 있었던 위치를 고속으로 비행하는 물체 X가 지나쳐간다.
전방에서 들려오는 파쇄음.
고개를 들면 보이는 건 이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검은 물체와 가루가 난 벽.
우와아. 저런거 제대로 맞았다간 즉사야. 아하하.
“그런 소리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손을 짚고 일어나,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검은 물체가 뒤를 쫓고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한밤중에 수수께끼의 검은 물체와 생명을 건 술래잡기!
웃을 수 없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재미로라고 할까 보호욕이라고 할까 그런 마음으로 일에 끼어들었다가 쓸데없는 희생양이 되어 죽어버린다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어째서 이런 사태에 이르렀는가? 현실도피도 겸해 기억을 되새겨 본다.
사건의 시작은 수시간 전.
도와줘……
뭔가 들려왔다. 제대로 된 말은 아니지만, 확실히 들려왔다.
초등학교 3학년의 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 소리가 머릿속에 확실히 울렸다.
사립 세이쇼 대학 부속 초등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인 나, 도미네 유토는 특필할만한 것 없는 완전히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단지 한 가지, 전생의 기억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걸 가지고 있다는 걸 빼면.
우연히 그 사이에 이 세계의 인물들이나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의 지식이 있다고 해도, 그것들을 활용하고 싶다거나 필요로 한다거나 하는 일 없이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내 기억에 있는 다카마치 나노하나 쓰키무라 스즈카, 알리사·배닝스라 하는 소녀들과 같은 반이 되었다고 해도, 그건 변함없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여기는 자그마한 전환점인 모양이다.
확실히 차례차례 기억을 반추해 보면 초등학교 3학년 봄이라는 건 이미 무인편이 시작될 시기였다. 지금까지 특별히 뭐라 할만한 이벤트도 없었기에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보다 정말로 마법 이벤트가 일어나는 건가.
머릿속에 울린 소리에 어떻게 된건지를 생각한다. 원작대로 나아가면 무사히 사건은 해결된다. 되는 거지만, 반드시 원작대로 간다고 하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손을 써서 좋아질만한 상황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여하튼 이쪽은 특별한 힘도 뛰어난 지혜도 없는 극히 평범한 초등학교 3학년이다.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상황 정도는 보러 가야 할까. 뭣보다 마법에 얽힐 이벤트라고 하는 유혹에는 굉장히 마음이 끌리는 게 있다.
원작대로라면 음수. 아니, 유노를 주워 아이 씨의 병동으로 데려가는 것뿐이니까 위험은 없겠지. 그렇지 않을 때에는 그때 생각하자.
아직껏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 이동해 간다. 낯익은 공원의 뒷길을 나아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지면에 누워있는 작은 동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있구나, 어이.
서둘러서 쓰러져 있는 작은 동물에게 달려가서, 모습을 살핀다. 예상대로라고 할까, 내가 알고 있는 대로 상처는 입었지만 제대로 살아있다. 빠르게 치료하면 문제는 없겠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건 좋았지만, 다카마치 일행은 아직 와 있지 않다.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 주고 싶지만, 이 녀석과 다카마치의 만남 플래그를 브레이크 하는 건 다양한 의미로 곤란하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입은 동물을 놓아두는 건 정신위생상 굉장히 뒷맛이 나쁘다. 어떻게 한다. 다카마치 일행이 올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려나. 아니, 정말로 오는 건가.
같이 으음― 으음― 하고 끙끙대느라 주위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한 게 실수였다.
“어라, 도미네 군?”
등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달려온 반 친구――다카마치 나노하의 모습이 있었다.
“웬 일이야, 나노하?”
“도미네 군?”
다카마치를 따라 쓰키무라와 알리사도 다가온다.
“도미네? 너, 이런 곳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아니, 뭐라고 해도 글쎄?”
답변이 궁하지만,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려와서 여기에 왔습니다 같은 소리를 솔직히 말했다간 전파계 취급 확정이다.
“나보다, 페럿이 상처 입어서 쓰러져 있는데.”
쓰러진 유노를 가리켜 다카마치 일행을 유도한다.
이 뒤는 형편상 셋과 함께 유노를 아이 씨의 병원으로 데려가게 되었다. 유노는 원작대로 겉보기에 비해 큰 상처가 아니어서, 목숨에 문제는 없다고 한다.
한 번 눈을 뜨고 다카마치의 손가락을 핥는 건 좀 어떤가 싶지만.
이미 사소한 일들은 잊어버렸지만, 동물형태라면 행동까지 짐승 그 자체가 되는 거려나.
정신은 육체를 따라간다는 걸 어딘가의 만화에서 읽은 적도 있고, 나 자신도 지금의 몸에 따라 정신적으로 애처럼 되기도 했으니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 할 수 없다.
순수한 행동이라면 사람형태의 유노와는 어떻게 접하면 좋은 걸까. 사람으로서 평범하게 접하는 게 가능할까.
여러 가지 떠오르는 건 있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다카마치가 그 자리에 나타났다는 건 제대로 마법의 소질도 있단 거겠지. 남자로써 한심하지만, 이 뒤는 전부 다카마치에게 내던져 두자고 안도하는 소녀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폭주한 주얼 시드가 유노를 덮치는 걸 알고 있으니만큼 그대로 신경 쓰지 않고 잠이 드는 건 힘들기 마련이다.
왠지 신경 쓰여서 집을 빠져나가, 마키무라 동물병원까지 상황을 보러 간 게 실수였다.
유노가 도움을 부탁하는 소리가 들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카마치 녀석이 건물 안에 들어간 것과 내가 마키무라 동물병원에 도착한 건 거의 동시였다.
이건 괜찮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뭔가가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싶었더니, 얼마 안 가 폭주체에게 습격당한 다카마치와 유노가 뛰쳐나온다.
그걸 보고 무심코 벽에서 몸을 내밀어 버린 나.
나와 확실히 눈이 마주친 폭주체.
“자, 잘잤어?”
우선 손을 들고 폭주체와 인사를 해 보았다.
“…….”
빙글 하고, 목?을 갸웃거리며 전체를 살피는 듯 나를 본 것 같은 기분이 안 드는 것도 아니다.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생물체?에 대해 손을 들고 있는 초등학생 남자. 실로 얼빠진 광경이다.
“그럼, 그런 걸로.”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오른쪽으로 돈다. 그리고 전력으로 달린다.
“역시, 쫓아 왔다?! 우왓, 우왓 우왓?!”
“도미네 군?! 어째서 여기에?!”
내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 건지 다카마치가 유노를 안고 돌아왔다.
“어, 어쨌거나 달려!!”
“응? 응?! 무슨 일이야?!”
다카마치와 나란히 전력질주. 무서워서 돌아볼 수 없지만, 틀림없이 폭주체는 쫓아오고 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얌전히 집에서 자고 있었으면 좋았을 걸!
“너희들에게는 자질이 있어. 부탁해. 내게 약간만 힘을 빌려줘.”
다카마치에게 안긴 채로 짐승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보다 너, 이 상황에서 잘도 태연하게 말할 수 있구나.
“자질?”
“너……동물이 말하고 있어도 태연하게 받아들이는구나.”
순응성 빨라, 너.
“도미네군이야 말로.”
아니,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뿐이고.
“저기, 설명을 계속해도 될까요?”
“응. 냉큼 간략하고 잽싸게 요점만 말해.”
조심조심 물어오는 페럿 유사품에게 딱 잘라 말한다. 안 들어도 나는 알고 있지만, 다카마치는 그렇지도 않으니까.
바로 뒤에 위기가 육박하고 있으니 잽싸게 끝내줬으면 싶다. 내가 쓸데없이 끼어든 탓이라는 태클은 없이.
“나는 어떤 걸 찾기 위해 이곳이 아닌 세계에서 왔어.”
“그런 서론은 됐으니까 일단 뒤를 후딱 어떻게든 해줘!!”
바로 뒤에 폭주체가 있는데 서론부터 설명할 상황이 아니잖아?!
후딱 레이징 하트를 다카마치에게 넘겨서 어떻게든 하라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는다.
“―――읏!”
전신을 오한이 덮친다. 등뒤를 쫓아 오던 프렛셔가 한 순간 사라졌다.
울음소리는 머리 위에서.
“위험해!”
나는 망설임 없이 다카마치를 들이 밀치고, 자신도 있던 자리서 뛰쳐나간다. 다음 순간에는 직전에 우리가 있던 땅바닥이 와르르 부서진다.
“위, 위험…….”
한순간이라도 늦었다간 그 폭주체의 깔개가 되어 있었겠지. 아니, 저런 놈한테 제대로 맞았다간 진짜 죽어 버린다.
“괜찮아, 다카마치?!”
우물쭈물하고 있을 틈은 없고, 진짜 위기다. 후딱 다카마치를 변신시켜서 어떻게든 하게 만들자.
“큐~”
다카마치는 눈을 완전히 까뒤집고 기절해 있었다.
……어라? 어이―?
“아니아니, 눈을 뒤집고 있을 때가―?!”
“큐~”
흔들흔들 다카마치를 흔들어 보지만 정신을 차릴 것 같지는 않다.
“어이, 잠깐 유노?! 후딱 어떻게든 해!”
“이걸!”
유노가 입에 물고 있던 붉은 보석을 내게 건넨다.
“내 힘을 써 줬으면 해요. 내 힘을……마법의 힘을”
예? 이 짐승은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습니까?
“바보냐! 지금은 개그를 해도 좋을 상황이 아니잖아! 멋대로 내 사망 플래그를 세우지 맛!!”
고함치면서 무심코 유노의 목을 꽉 조른다.
“레이징 하트를 넘길 상대는 내가 아니라 다카마치잖아?! 나한테 넘겨서 어쩌자고?!”
“뀨~?! 뀨~?!”
“나한테 마법의 힘 같은게 있겠냐! 그런 농담을 하고 있을 상황이야, 에에, 어이?!”
“노, 농담같은 게 아니에요! 다, 당신에게도 제 목소리가 들렸지요. 그렇다면 그 애와 당신에게는 마법의 자질이 있을 터예요!”
“……진짜?”
듣고 보면 다카마치 외의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았던 염화가 나한테도 들려왔었다는 게 떠오른다.
아―, 마법의 소질이 없으면 염화도 들리지 않는 거였던가?
“사, 살려 살렷!”
그 말을 듣고 유노의 목을 아직껏 조르고 있었다는 걸 눈치챈다.
페럿 유사품이 탭을 하는 모습은 정말 얼빠져서 좀 더 보고 있고 싶었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손을 느슨하게 푼다.
“코, 콜록! 빨리 안 하면 늦어져요.”
다카마치에게 눈을 돌려보지만 뻗어있다. 눈앞에는 지금도 바로 덮쳐 올 기색 가득한 폭주체. 음수는 마력이 바닥나 도움이 안 된다. 내 손에는 빨간 보옥 레이징 하트.
“……진짜로?”
내 중얼거림에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다.
“내가……레이징 하트를?”
다카마치 대신 내가 레이징 하트를 쓴다. 상상치도 못한 사태에 당황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마법의 힘이라는 평범하겐 가질 도리 없는 힘에 대한 갈망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다.
다카마치가 마법의 자질이 있다고 해도 자신에게는 있을 리 없다고 확신하고, 처음부터 포기하고 있었다. 설령 살아가는 세계가 바뀌었다 해도 자신은 평범한 사람으로써 진부한 인생을 보낼 거라고.
하지만 지금. 내 손안에 있는 건 그걸 바꿔줄 수 있는 붉은 돌. 계속 내가 써 나가면 원작 플래그를 전력전개로 브레이크해서 갖가지게 끝나버릴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한 번쯤이라면 괜찮으려나― 하는 삿된 마음이 스친다.
마법이라고 하는 미지의 힘을 얻는다. 과연 힘이 없는 사람 중 이 유혹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좋아……해 주겠어!”
눈을 뒤집고 음냐음냐 하고 있는 다카마치를 가로누이고 폭주체와 마주 선다. 그 사이 폭주체의 주의를 끌고, 다카마치가 말려들지 않도록 거리를 벌린다.
폭주체를 바로 정면에서 바라본다. 검은 안개가 공모양이 되어, 거기서 검은 촉수 같은 걸 여럿 뻗친 자연계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형태.
공포에 몸이 떨린다. 만화나 소설에서는 흔히 보이는 표현이지만 설마 자기 몸으로 체험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저쪽에서 기절해 있는 꼬맹이는 잘도 태연히 이거랑 마주칠 수 있었구나. 그 담력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역시 전투민족인 일족의 피가 이룬 업인건가. 장래가 두렵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말을 복창해줘! 나, 사명을 받은 자이리”
“나, 사명을 받은 자이리!”
유노의 말을 복창하면서 폭주체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소리를 지르는 동안 몸 안쪽에서 솟아오르는 흥분이 약간씩이긴 하지만 공포를 앞질러간다.
“나, 사명을 받은 자이리. 계약 아래, 그 힘을 해방해서”
“나, 사명을 받은 자이리. 계약 아래, 그 힘을 해방해서”
두근. 자신의 심장 고동과 함께 온몸을 뭔지 알 수 없는 것이 약동하며 맴도는 걸 느낀다.
“바람은 공중에, 별은 하늘에, 그리고 불굴의 마음은 이 가슴에”
“바람은 공중에, 별은 하늘에, 그리고 불굴의 마음은 이 가슴에!”
이제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속에 잠드는 힘. 마력이 전신을 맴돌아 가는 것을.
“이 손에 마법을. 레이징 하트, 셋 업!”
“이 손에 마법을. 레이징 하트, 세에에엣 어어어어어업!”
전신을 지배하는 고양감을 유지한 채로 레이징 하트를 든 손을 올려, 포효한다. 온 몸에서 흘러 넘치는 힘. 그게 모여서
『connect error』
““에?””
모두 흩어졌다.
“…………….”
“…………….”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배리어 재킷도 발동하지 않은 채로 아까까지 느꼈던 마력의 격류도 지금은 사라져 버렸다.
“어이, 거기 있는 짐승?”
극히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말을 건다.
“예, 옛!”
짐승이 굉장히 겁먹은 것처럼 보이는 건 분명히 기분 탓이겠지.
“아무것도 안 일어나는데?”
“에, 그게…….”
유노가 거북한 듯 눈을 피한다.
“아무것도 안 일어나잖아, 에에, 어이!! 뭐야, 사람에게 기대를 시켜 놓고 불발이라니 대체 무슨 괴롭힘이야! 돌려줘! 내 두근거림과 설레임을 돌려줫!!”
“그, 그런 소리를 해도―?!”
유노의 목을 조이며 흔든다. 뭐야, 뭐야! 모처럼 불타올랐는데! 배신했구나! 내 순진무구하고 아담한 기대를 배신했구나!
“――――핫?!”
등뒤에서 들려오는 맹렬한 으르렁 소리.
“으앗?!”
눈치챘을 때는 폭주체가 눈앞에 덮쳐 왔다. 순간적으로 비켜서 몸에 맞는 걸 피한다.
폭주체는 피했지만, 폭주체가 부딪친 걸로 완전 박살 난 벽돌담의 파편이 쏟아져 내린다.
“아파, 아팟! 으앗, 우와아아앗?!”
자그마한 파편만이 아니라, 제대로 맞았다간 꼬맹이의 머리쯤이야 토마토처럼 박살낼 법한 커다란 파편을 필사적으로 피한다. 위험해, 진짜 위험하다니까?!
곤란해 곤란해 곤란해! 농담 떼놓고 장난수준이 아냐. 이대로는 진짜 죽어 버려.
기대의 다카마치는 전주 뒤편에서 아직도 음냐음냐 하며 눈을 뒤집고 있다. 아아, 정말, 진짜 울고 싶어 졌다.
“어이, 짐승. 이 녀석을 들고 다카마치를 깨워. 이렇게 된 이상 저녀석에게 맡길 수 밖에 없어.”
자신보다 쪼매난 여자애에게 부탁하는 건 한심할 뿐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꽉 움켜쥔 레이징 하트를 유노에게 넘기고, 부서진 벽돌 파편을 두 손으로 이것저것 집어 올린다.
자신이 지금부터 일으킬 일의 뒤에 있는 결과를 상상하고, 깊게 한숨을 내쉰다. 까놓고 말해서 하고 싶지 않다. 진짜로 하고 싶지 않다.
“그, 그래도 그런 시간은.”
“시간은 내가 만들 거야. 뒤는……맡긴다!!”
지금의 말을 헤로인에게 말한 거라면 폼좀 나겠지만, 상대는 겉보기에 말하는 짐승에다가 마법소녀의 마스코트다. 카타르시스도 뭣도 있을 턱이 없다. 솔직히 맥이 빠지지만, 애초에 자기 탓이니 남에게 불만을 말할 수 없다.
손에 든 돌을 던져, 잽싸게 뛰어나간다. 돌에 맞은 폭주체의 의식은 날 향했고, 바라던 대로 내 뒤를 쫓아 온다.
전력질주 하면서 절실히 생각한다. 이렇게 되느니 얌전히 집에서 자고 있을걸, 하고.
이상, 회상이라는 이름의 현실 도피 종료.
어떻게 생각해도 자업자득이네요, 빌어먹을!
달린다. 필사적으로 달린다. 수없는 골목을 꺾어 지나, 다른 사람이 말려들지 않도록 통행인이 적을 법한 길을 골라 질주한다.
“으앗, 뭔가 뻗쳐왔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촉수를 꼴사납게 구르며 회피. 콘크리트벽이 시원스레 뚫린다.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안돼. 한순간이라도 정신을 빼뒀다간 죽어 버린다.
“이런 죽음은 너무 싫잖아―!!”
다시금 전력질주 재개. 하지만 슬프다. 지금의 나는 단순한 초등학생. 꼬맹이의 다리와 체력으로 도망갈 수 있는 거리야 빤히 보인다.
“위험해…….”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동안 막다른 길에 들어서 버렸다. 완전히 길이 없다. 벽을 등지고 숨을 헐떡거리는 나에게 한 발씩 다가오는 폭주체.
확실히 어떻게 봐도 완전무결한 핀치에 박힌 기분이 든다.
게다가 지금 문득 떠오른 게 있다. 눈을 뜬 다카마치는 어떻게 나를 찾아내 주는 걸까.
이제와서 눈치챈대도 별 수 없었다.
절망감이 더더욱 늘어날 뿐이었다.
“젠장―! 모처럼 마력이 있다거나 한 뒤에 이런 끝인가―!! 평범한 사람은 평범한 사람 답게 스토리의 줄기에는 엮이지 말고, 구석에서 개그라도 하고 있으란 소리냣―?!”
세상의 불합리함을 한탄해 보아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폭주체가 몸을 웅크려, 나를 덮치려 한 순간――.
분홍빛이 흘러넘쳤다.
“봉인해야 할 건 흉측한 그릇. 주얼 시드!”
“주얼 시드를 봉인.”
『sealing mode. set up. stand by ready.』
분홍빛에 휩싸인 폭주체가 순식간에 보석으로 그 모습을 바꿔, 학교 교복을 본뜬 하얀 배리어 재킷을 몸에 두른 소녀가 손에 든 지팡이――레이징 하트의 보석부분에 빨려 들어간다.
아무래도 아슬아슬하게 살아난 모양이다. 역시나 주인공이라 쓰는 히로. 타이밍이 굉장히 절묘하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힘이 빠져, 맥없이 주저앉는다. 아아, 지쳤다.
“괜찮아, 도미네 군?”
주얼 시드의 봉인을 끝마친 다카마치가 의식을 잃은 듯한 유노를 안고 나타났다.
“지쳤어. 더는 달리기 싫어어.”
“아하하. 수고하셨습니다.”
“너도 말야. 수고했어.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으으응, 나야 말로. 도미네군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다카마치가 무심코 꺼낸 말이 내 가슴팍에 푹 틀어박힌다.
“아, 아하하하하.”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내가 없었으면 좀 더 매끄럽게 잘 풀렸습니다. 같은 소리를 입에 담을 수도 없어, 마음속으로 싹싹 빌면서 마른 웃음을 띄울 수 밖에 없었다.
“그, 그보다 어떻게 내가 있는 곳을 알아낸 거야?”
“에? 그게……”
내 소리를 듣고 다카마치는 멍한 표정을 띄워, 그 눈길을 다른 쪽으로 향한다.
“아~, 과연.”
그 눈길을 따라가면 저절로 말하려고 한 걸 이해할 수 있었다. 눈길의 끝에는 폭주체가 박살 낸 곳. 이런 게 있으면 뒤를 쫓는 건 손쉽겠지, 하고.
냉정해져서 생각해 보면 폭주체가 내뿜는 마력을 탐지한다는 수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 여유가 없으면 제대로 생각도 할 수 없어지는구나, 하고 절실히 반성하고 있자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폭주체에 의한 파괴의 흔적을 누군가가 신고했겠지. 깊은 밤이라 해도, 그만큼 화려하게 저질렀으니 당연하다. 도망치고 있던 내가 우연히 일반인에게 조우하지 않았던 건 완전 운이겠지.
“호, 혹시나 우리들, 여기 있으면 큰일 나는 거 아냐?”
폭주체의 탓에 아이 씨의 병원이나 도로변의 벽 같은 게 대단한 꼴이 되어 있고, 내가 달려온 길도 보면 참혹한 상태다.
“이, 일단 도미네 군, 어, 어라?”
“어이―, 놓고 간다―?”
“빨랏?! 어느 새?!”
말할 것도 없이, 누가 오기 전에 튈 수밖에 없다. 사정청취 같은 걸 당해도 곤란하고, 여하튼 척 보기에 꼬맹이니까 이 일과는 상관없이 혼날 건 확실하다.
이래 봬도 품행 방정하게 지내고 있던 몸이다. 일부러 그런 식으로 귀찮은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기다려―, 하며 쫓아오는 다카마치의 목소리를 뒤로, 앞으로의 동향에 대해 근심하는 내가 있었다.
일단 인기척 없는 공원까지 도망.
“뭐, 여기까지 오면 괜찮겠지. 헤엑…헤엑….”
“으, 응. 그치. 하아…하아….”
호되게 달려댄 탓인지 다카마치는 완전히 지쳐서 벤치에 걸터앉는다. 그러고 보면, 이녀석 운동은 완전 꽝이었지.
그런 말 하는 나도 폭주체에게서 죽도록 도망친 만큼, 다카마치와 비슷한 정도로 지쳐있다. 지쳐 있지만, 다카마치에 대해서는 켕기는 게 있다보니 바로 앉고 싶은 걸 참는다.
“잠깐 기다리고 있어. 음료수 사 올테니까.”
“으, 응.”
숨을 헐떡이는 다카마치에게 유노를 맡겨, 빠른 걸음으로 자판기까지 달린다.
아―, 발걸음이 휘청거린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평소에 좀 더 몸을 단련해 뒀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혼자서 그런 걸 시작해도 작심삼일로 끝나는 걸로 땡이었겠지.
“여기, 오렌지로 괜찮았어?”
“응, 고마워.”
자판기에서 돌아왔을 즈음에는 완전히 회복된 다카마치에게 주스 캔을 건넨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함께 와 버렸는데, 이 뒤에 나 할 거 없구나.
슬슬 체력도 한계여서 벤치에 앉아 축 기댄다. 아―, 피곤하다. 한동안 달리기 싫어어.
“죄송합니다, 당신에게도 폐를 끼쳤습니다.”
“오―, 눈 떴구나.”
“예. 저는 유노·스크라이어라고 해요.”
다카마치의 무릎 위에서 꾸벅 인사하는 페럿 유사품. 한밤중의 공원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힘든 광경이다.
원작대로, 회복에 마력을 쏟은 거겠지. 붕대가 풀린 몸에 눈에 띄는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도미네. 도미네 유토야. 거기에 있는 다카마치하곤 반 친구.”
손에 든 홍차 캔을 입에 흘려 넣으며 자기소개를 한다.
“죄송합니다, 당신들을 말려들게 해 버렸어요.”
꾸벅 고개를 숙이는 음수에게 다카마치와 둘이 눈을 맞춘다. 뭔가를 호소하는 듯한 눈길에 나는 어깨를 움츠릴 뿐이다.
“저기,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나, 괜찮아.”
“뭐어, 잘 됐으니 장땡이잖아?”
특히 내 경우에는 뭐가 일어날지를 알고서 말려들……아니, 쳐들어갔다고 해야 하나? 그 결과 쓸데없이 뛰어다니거나 하는 걸로 피해를 크게 만들었다고 말 못 할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유노에게 불만을 터뜨릴 수 있을만한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미안하다고 하면 안되는 입장이다.
“뭐, 일단 오늘은 집에 돌아가자. 이 시간에 누군가 찾아냈다간 귀찮고.”
“아, 응, 그렇구나. 앗차, 유노 군은 어떡할까?”
“다카마치에게 맡길게. 나는 레이징 하트를 쓸 수 없는 모양이고, 다카마치 쪽이 적임이겠지.”
역시나 이 이상 원작의 흐름을 박살 내는 건 곤란하다. 그리고 뭣보다 부모님에게 유노에 대해 설명하거나 돌보거나 하는 게 귀찮다.
“일단, 보내줄게.”
초등학생인 내가 뭘 할 수 있다곤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다카마치와 힘이 바닥난 유노 둘이서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이 걸린다.
다카마치는 내 제의에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에, 그……잘 부탁합니다.”하고 얌전히 응해 주었다.
유노를 안은 다카마치와 둘이서 느긋이 다카마치 가로 향하는 길을 걸어 나갔다.
다음 날, 다카마치가 남몰래 가방에 넣어온 유노에게서 수업중에 염화를 통한 상황설명이 진행된다.
다카마치도 어제는 어제대로 가족에게 설명하거나 집을 빠져나간 걸 변명하거나 하느라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여유는 없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된 겁니다.』
유노의 이야기는 원작대로, 유노가 발굴한 주얼 시드가 수송중에 사고로 이 세계에 흩뿌려져서, 유노가 그걸 회수하러 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염화라는 건 편리하다. 내게 마력이 있으니까 염화와 비행마법쯤은 터득하고 싶다. 염화는 젖혀두고 비행마법은 자질 없을 것 같지만.
『그런 거라면, 응. 나, 협력할게.』
좋겠다, 다카마치는. 레이징 하트가 있는 덕에 벌써 염화를 쓸 수 있고. 지금 나는 염화를 쓰지 못해서 이야기를 들을 순 있어도 이쪽에서 생각을 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
염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카마치가 일부러 유노를 학교까지 끌고 온 건 그게 이유다.
『에, 으, 그래도……그럴 순 없어요.』
적당한 때에 마법을 배워 둘까. 디바이스가 없으면 연습에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지만, 무슨 일이든 시도해 볼 일이니 여러 가지로 도전해 보고 싶다.
다카마치와 유노의 이야기를 흘려 들으며 자신이 마법을 쓰는 걸 상상해, 혼자서 흥분한다. 지금의 기분이 표정으로 나왔다간 아마 본 사람이 기분나쁘지 않을까.
『그치만 유노 군이 곤란해하고 있으면 놔둘 수 없는걸. 주얼 시드 찾기, 나도 도울게.』
『고, 고마워요.』
그렇겠지. 원작대로 다카마치는 주얼 시드 수색에 협력할 모양입니다.
『저기, 도미네 군은 어떡할래?』
머리에 울리는 소리에 다카마치에게 눈길을 향해보자, 강아지 같은 눈길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마법을 쓸 수 없다. 적어도 지금은. 따라서 정작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지킬 수단이 없다. 다카마치는 초등학교 3학년 주제에 정신연령은 동년대보다 훨씬 높아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어중간하지 않다. 위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주얼 시드를 찾으러 가고 나를 꼬시려 하지도 않는다.
한 번 결심한 것에 대해서 전력전개로 매진하는 강인한 심지를 이미 가지고 있다곤 해도, 그래도 평범한 초3 여자애다. 혼자보다는 둘. 둘 보다는 세 사람이 마음이 든든하다고 그 눈길이 웅변하고 있다. 본인에게 자각은 없을 테고, 내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아련해진 기억 속에서 다카마치의 모습을 되새겨 본다.
지나칠 정도의 책임감. 한 번 결심했다간 완고하게 절대 물러나지 않는 브레이크 부서진 덤프차. ……유노는 브레이크를 걸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역할을 완수하지 못했었지.
으으. 이대로 원작대로 나아가면, 내가 손을 빌려줄 필요는 전혀 없다. 없긴 하지만 모든 걸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도 그것대로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설령 모든 걸 알고 있다 해도, 나는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그래도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버리는 건 단순한 자뻑이려나.
답을 내지 못한 채로 수업의 끝을 고하는 차임이 울려 퍼졌다.
결국, 쉬는 시간에 다카마치는 알리사나 쓰키무라와 계속 함께 있었기에 주얼 시드 수색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이런저런 일로 눈 깜짝할 새에 방과 후. 다카마치와 유노를 포함한 세 사람이서 앞으로의 일을 상담하기 위해 이동 중. 구체적으로는 신사를 향해서.
“그래서, 내가 레이징 하트를 쓸 수 없었던 건 왜 그런 거야? 이제 와서 실은 마력 없습니다―로 끝나진 않겠지?”
주얼 시드 수색에 대해 협력 운운하기 전에 제일 확인하고 싶었던 걸 바로 질문한다.
“유토 씨에게 마력이 있는 건 확실해요. 그렇지 않으면 제 염화도 들리지 않았을 테니까.”
다카마치의 어깨에 탄 유노가 확실히 단언해, 고민하는 듯 입가에 손? 아니, 앞발을 대며 생각에 잠긴 듯한 행동을 취한다.
“레이징 하트에게도 확인해 보았지만, 링커 코어까지, 아, 마력을 낳는 원천을 말하지만, 회로를 접속할 수 없었다는 모양이에요.”
“응―, 그래서, 요는?”
이 세계에 마법은 일종의 프로그램 같은 거라고 지식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어찌 된 일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당신의 마력은 다른 사람에 비해 깨어나기 힘든 체질이라는 모양이에요.”
“뭐야 그거?”
그런 설정, 들은 적 없다. 다카마치도 흥미진진한 듯 음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링커 코어를 가진 자는 자질과 계기만 있으면 마법을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물론, 쓰는 마법의 종류나 성질 같은 건 본인의 자질이나 정도에 따라 큰 차가 있습니다, 하고 덧붙인다.
다카마치의 경우에는 계기는 레이징 하트. 인텔리전트 디바이스는 확실히 마법의 발현을 서포트하고, 보조하는 기능이 있었을 터……있었나?
자세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다카마치의 링커 코어와 어찌저찌한 방법으로 링크를 성립시켜 그 마력을 깨운 거겠지.
“단지,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예외가 있다고 할까. 극히 드물게 자질이 있어도 각성하기 힘든 체질의 사람이 있는 모양이라…….”
“그게 나?”
“예. 유토 씨의 경우, 염화나 마력을 감지하는 정도는 눈을 뜬 모양이지만…….”
“스스로 마력을 쓸 정도까지는 아직 각성하지 않았다고.”
“……예. 그 말 대로예요.”
우와―, 뭐야 이 미묘한 끝. 전~혀 도움 안 되는구나, 나.
“하아.”
“괘, 괜찮아. 링커 코어 그 자체는 가지고 있으니까 뭔가의 계기로 깨어날지도 몰라.”
어깨를 축 늘어뜨린 나를 보기 힘든 듯 격려해주는 다카마치.
“……이게 이긴 쪽의 여유란 녀석인가.”
“아, 아니야, 나는 그럴 셈은!”
“넌 모르겠지! 힘이 없는 자의 괴로움이!”
“에엣?!”
확 손가락을 가리킨 내게 다카마치는 허둥지둥 당황하며 쩔쩔맨다. 갑자기 태도가 바뀐 내게 당황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 저기 유토 씨.”
“페렛 유사품은 다물고 있어. OK?”
“에? 아니, 저는 페렛이 아니라”
“셧업, 입다물어, 조용히.”
유노의 말을 손을 들어 끊는다. 결코, 여기서 유노의 정체가 다카마치에게 알려지면 앞으로 재미없어진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정말 약간이지만 내 감각에 잡히는게 있었다.
“좀 더 다카마치씨 댁의 나노하 양으로 놀고 싶긴 하지만, 그럴 상황이 아닌 모양이야.”
“에?”
“아, 이건?!”
다카마치와 유노가 얼굴을 마주보며 끄덕인다. 그건 확실히 마력의 발현. 장소는 우리들이 지금부터 향하려 했던 신사 쪽이다.
아무래도 내 지식대로 그 신사에서 주얼 시드가 각성한 모양이다. 나라 하는 요인을 빼놓고는 원작과의 차이는 거의 없는 모양이다.
“가자! 도미네 군! 유노 군!”
“응.”
“뭐어, 힘내.”
달려가는 다카마치의 곁에 나란히 서서 응원한다. 역시나 여자애 혼자 가게 하는 건 마음이 걸려서, 따라가기는 하겠지만.
“남의 일?!”
“아니, 그치만 간대도 나, 아무것도 못 하고. 괜찮아, 뼈는 주워줄게.”
“그거, 전혀 괜찮지 않으니까?!”
“아하하하, 사소한 건 신경쓰지 마. 머리 벗겨진다?”
“안 벗겨졋!”
그런 바보같은 말을 주고받으며 2번째의 주얼 시드도 무사히 봉인 완료.
말하면서 달린 탓에 쓸데없이 체력을 써버리거나, 레이징 하트의 기동 패스워드를 다카마치가 잊어버리거나 하는 트러블도 있었지만 끝이 좋으면 장땡이다.
폭주체에 습격당할 뻔한 언니도 무사해서 잘 됐다. 역시나 귀여운 여자애는 최우선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도미네 군은 앞으로 어떡할 거야? 나는 유노 군과 함께 주얼 시드를 계속 찾을 예정인데.”
무사히 계단을 내려가는 언니와 강아지를 바라보면서 조심조심 물어보는 다카마치.
“그렇구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건은 무사히 해결된다. 되긴 하지만 알리사나 쓰키무라와 사이의 일 같은 건 결코 부담이 가벼운 일이 아니다.
다카마치도 유노도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설령, 싸울 힘이 없어도 쓰키무라나 알리사와의 완충제가 되거나, 두 사람의 힘을 빼주거나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힘을 빌려주는 의의는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걸 말할 수 있는 동료는 많은 편이 좋겠지.
위험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자기 몸이 소중하다고 모든 걸 자신보다 어린 두 사람에게 맡겨놓고, 뒤는 맡길 거라고 하는 건 뒷맛이 나쁘다.
지식만이 아니라 실제로 이렇게 관계해 버린 거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의사로. 그러니까, 뭐어.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와주겠다 생각하는 건 그리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울게. 나도.”
“도미네 군!”
다카마치의 표정이 확 빛난다. 이 미소를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내 선택은 그리 잘못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다.
“뭐, 큰 도움은 되지 못하겠지만. 다카마치도 유노도 앞으로 잘 부탁해.”
“응, 이쪽이야말로. 아, 나는 나노하면 괜찮아.”
“아, 고마워요.”
“아―, 유노도 그렇게 딱딱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나도 앞으로 마법에 대해서라거나 여러 가지 배우고 싶고. 경어도 안 써도 괜찮으니까.”
“아, 예, ……가 아니라, 응, 알았어. 앞으로 잘 부탁해.”
“아아.”
“셋이서 힘내면 분명 잘 될 거야. 다들 힘내자!”
이렇게 되어서 흐르는 대로 주얼 시드 수색 나노하 양 팀이 결성되는 게 된다.
“이렇게 훗날 하얀 마왕이라 불리는 마포소녀가 탄생하게 된 거였다.”
“이상한 모놀로그 붙이지 말아줘. 마왕이라니 뭐야?!”
아니, 뭐어, 이 무렵에는 아무도 이 애가 그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에, 에? 어, 어째서 도미네군이 울고 있는 거야?”
“아니, 시간의 흐름이라는 건 잔혹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순수하고 귀여운 여자애가 올해 중에 악마. 10년 뒤에는 마왕이라 불리게 되어 버리는 거다.
내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려 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얘기 소재긴 하지만.
“잘 모르겠지만, 혹시나 정말 이상한 거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
무시무시한 감. 이것도 전투민족의 피가 이룬 업인가.
“자아 자아?”
“어째서 거기서 눈을 피하는 걸까?”
“큰일이야, 유노. 다카마치가 레이징 하트로 나를 쏘려고 하고 있어.”
“와왓, 나, 나를 방패로 쓰지 말아줘!”
“그런 거 안해!”
“뭐어, 그리고 아무래도 좋지만 난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아.”
“갑자기 말 바꿨어?!”
“말을 돌리는 건 특기야.”
“……정말 괜찮을까.”
유노의 불안스런 혼잣말이 아무도 모르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