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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컬 브레이커

リリカルブレイカー


원작 |

역자 | 淸風

제 6화 내 소리가 들려?



 아……지금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게!

 우선 양 팔다리가 뿌직 부러지고, 거기에다 늑골이 금가, 좀 아파서 웅크렸더니만 천하장사가 몸에 확 올라탄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생각하고 보니, 마왕과 페이트가 디바이스를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뭐가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솔직히 뭐가 일어난 건지 전혀 모르겠다. 애초에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하고 생각하다, 주얼 시드의 발동에 말려들었던 게 떠오르고, 몸을 움직이려 했더니 그 감각이 없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인식한다. 자신이 어딘가 낯익은 용이 되어 있다. 아니, 그 안에 있다고 해야 할까.
 오케, 상황 파악. 주얼 시드의 폭주체에 먹혀서, 앞으로 나노하와 페이트에 의한 슈퍼 풀 박살 타임이군요.
 우와아.
 아까의 고통은 포톤 랜서라거나 디바인 슈터를 빗발치듯 두드려 맞았던 건가. ……버스터 라거나 스매셔는 좀 더 아픈 건가. 너무 싫다.
 그런 걸 생각하고 있자, 용은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빨라. 자신이 하늘을 난다……고 하기보다 하늘을 나는 통조림 안에 있다는 감각에 당황하면서, 소리를 내보거나 이 용을 움직여보려 하지만 딱히 별 변화는 없다.
 으읏, 감각과 사고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아픈 건 싫지만 어쩔 수 없지. 얌전히 나노하 일행의 슈퍼 풀 박살을 맛볼 수밖에 없겠지. 그 두 사람이 있다면 이 상태는 금방 해결될거다.
 그런 낙관적인 생각을 안으며, 앞으로 시작될 슈퍼 풀 박살 타임에 전전긍긍하는 나였다.





 바람을 가르며 용은 똑바로 페이트와 알프를 향해 날아오른다.

“아까보다 빨라?!”
“큿!”

 그 거체로 인해 크게 회피행동을 취하려 한 두 사람은 용이 스쳐 지나가며 불규칙적으로 날갯짓해 생겨난 기류에 사로잡혀, 움직임을 잃는다.
 거기에 용의 브레스가 후려치듯 닥쳐온다.
 흑염이라고 부르는 것도 부족해 보이는 가혹한 일격. 아까까지는 덩어리 형태로 쏴냈던 공격은 격류가 되어 호를 그린다. 덩어리와 다르게, 한 번 피해도 그대로 머리의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으니 더없이 성가시다. 끊임없이 내쏘는 격류에 페이트도 알프도 회피를 하는 것만으로 필사적. 반격에 옮겨갈 여유가 없다.

​“​디​바​인​…​아​큣​?​!​”​
『Round Shield.』

 페이트를 원호하려 나노하는 디바인 버스터를 쏘려고 했지만, 마력이 모이는 걸 느낀 용은 목적을 나노하로 바꾼다.
 바로 라운드 실드를 발동시켜 공격을 막지만, 흑염의 격류는 실드 위에서도 나노하의 마력을 바득바득 깎아간다.

“나노하!”

 바로 유노가 체인 바인드로 용을 묶으려 하지만, 날개를 한 번 흔들자 얽혔던 체인이 쉽게 찢겨버린다.
 그 동작 덕분에 한 번은 브레스가 끊겼지만, 그리 틈을 두지 않고 유노에게 향해 다시금 공격을 발한다.

“유노 군!”

 다행히, 브레스 그 자체의 속도는 빠르지 않다. 실드를 해제한 나노하가 바로 안는듯한 자세로 유노를 보호한다.

“저런 위력의 공격을 준비 없이 쏴대는 건 반칙이야!!”

 격류에 우왕좌왕 도망다니며 소리치는 나노하.
 나노하의 외침에 유노도 마음속 깊이 동의한다.
 용의 브레스와 나노하의 디바인 버스터. 직접 부딪치면 아마 나노하가 밀어낼 수 있겠지. 하지만 디바인 버스터를 발사하기 위해서는 얼마간 준비를 해야 하는데 반해, 용의 브레스에는 그게 없다. 위력 그 자체에 큰 차이가 없는 데 이래서는 나노하가 반칙이라고 외치는 것도 어쩔 수 없겠지.

“디바인·슈터! 슛!”

 나노하가 발동시킨 건 대 페이트용으로 배워둔 마력유도탄, 디바인 슈터.
 복수의 마력탄은 탄속은 느리지만, 마력을 모을 필요도 대규모의 마법진으로 제어할 필요도 없어서 발사속도와 연사성능이 뛰어나다. 위력 그 자체도 디바인 버스터에는 미치지 않지만, 자동 추적과 배리어 관통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견제에는 최적이라 할 수 있겠지.
 최고 속도로 이동하면서 발사한 마력탄은 분홍빛 호를 그리며 용에게 차례차례 착탄한다.

“해치웠어?!”
“아니, 아직이야!”

 착탄에 의해 만들어진 폭연을 날갯짓으로 날려버린 용의 모습에는 전혀 상처가 없었다.

“거짓말…….”

 확실히 디바인 버스터보다도 위력은 낮지만, 그래도 평범한 마도사에게 직격시키면 한방에 기절시킬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은 있다.
 전탄이 명중했음에도 불구하고 참고 있는 느낌조차 들지 않으니 역시나 나노하도 쇼크를 숨길 수 없다.
 용은 낮게 으르렁대며 나노하에게 눈길을 향하고 포효한다. 새빨간 눈동자에 분노를 담은 용이 나노하 일행을 향해 날개짓 하려 한 순간――뇌격의 탄환이 용의 날개를 노려 날아온다. 그 충격에 행동을 멈춘 용이 뒤를 돌아보자, 전격을 쏴낸 쪽에는 아무도 없는 하늘이 펼쳐져 있을 뿐.

​“​하​아​아​아​아​앗​!​!​”​

 그걸 노리고 날아온 건 용의 턱을 노린 알프의 혼신의 일격. 온몸을 내던지는 듯한 기세로 용의 아래턱을 주먹으로 쳐올린다.
 역시나 그 큰 몸에도 머리를 흔드는 일격은 들은 모양인지 그 큰 몸이 크게 흔들린다.

“아……자?”

 확실한 반응을 느끼고 용을 돌아본 알프가 본 건, 얻어맞은 턱을 크게 벌려 다시금 쏘려 하고 있는 흑염의 흔들림이었다.
알프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른다.

『Thunder rage get set.』
『stand by ready.』

 전광이 용의 거체를 얽듯이 옭아맨다.

“선더 레이지!!”
“디바인 버스터!!”

 거기에 쏟아지는 수많은 뇌광과 분홍빛의 섬광이 십자 모양으로 용을 쏴댄다. 울려 퍼지는 용의 고통의 외침.
 하지만 그 일격을 맞고도 용은 아직 건재했다. 몸 겉을 덮는 비늘은 군데군데 벗겨 떨어져 약간의 대미지를 입히고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만, 몸 그 자체는 완벽히 멀쩡하다.
 오히려 어설프게 상처입힌 만큼 오히려 화나게 한 것뿐인 것처럼도 보인다.

“이건…….”
“좀 곤란하네.”

 새빨간 눈동자에 끓는 분노를 담아 포효하는 용의 모습에 유노와 알프의 혼잣말이 겹친다.
 디바인 버스터와 선더 레이지. 나노하와 페이트의 공격마법 중에서도 양쪽 모두 상위의 위력을 자랑하는 마법이다. 그게 직격했는데도 저 정도의 대미지라면, 격추는 쉽지 않겠지. 나노하도 페이트도 보다 위력이 높은 공격수단은 가지고 있지만, 그걸 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어떨지가 문제였다.
 바인드를 손쉽게 억지로 찢어발기는 힘에 더해서, 농담같은 속사성을 가진 화력과 악몽같은 갑주. 이를 모두 가진 괴물이라 부르기에 충분한 존재였다.





 ――――뭐야, 이 무지막지한 강함은.
 눈앞에 펼쳐지는 악몽같은 광경에 절규하고 있었다. 아니아니아니 진짜 말도안돼.
 뭐야, 이 녀석의 괴물같은 강함은. AAA 클래스의 마도사가 둘이나 있으니까 바로 봉인 될 거라고 낙관하고 있었지만, 그건 굉장히 잘못된 인식이었던 모양이다. 역으로 압도한다니 대체 뭐야 이거.
 혹시, 지금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볼 수 있다면 온몸이 파랗게 질려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게 틀림없다. 버스터도 선더 레이지도 먹고서도 멀쩡하다니 대체 얼마나 튼튼한 거야.
 덤으로 그 아픔은 제대로 자신에게 전해지니까 처치 곤란하다. 눈을 떴을 때 즈음은 아니지만, 온몸을 잔뜩 두드리는 듯한 고통이 몸에 날뛰고 있다.
 내 몸이 제대로 있다면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겠지. 글썽글썽 수준 정도가 아냐.
 아니, 그런 건 어쨌건 좋다. 내가 어떠냐보다 페이트나 나노하 일행이 위험하다. 내 탓으로 저 녀석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따위의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떤 수를 쓰든 이 용을 억누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상태로 어디까지 주얼 시드의 힘에 저항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나한테 그런 게 가능할지 어떨지.
 그래도 할 수밖에 없다. 내 탓으로 저런 작은 애들이 다치는 건 절대로 보고 싶지 않으니까.
 몸의 감각이 없는 이상,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순한 기원.
 멈춰, 멈추라고 강력히.




 끊임없이 흑염의 흐름을 쐬어, 나노하와 페이트 양쪽 모두 공격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악셀 슈터나 포톤 랜서같은 건 수없이 쏴대고 있지만, 그런 공격들은 기껏해야 브레스를 몇 초쯤 멈추는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용 자신의 공격도 브레스만이 아니어서, 날개나 꼬리를 통한 직접 공격이나 날개의 날갯짓으로 만들어내는 돌풍 등, 여러 가지 공격을 하게 되었다.
 덤으로 고정포대처럼 한 자리에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용 자신도 공중을 끊임없이 이동하며 공격하는 스타일로 바뀌어 왔다.
 유노나 알프가 각각 방어 지원을 하고 있기에 큰 대미지는 받지 않고 있지만, 이대로는 언젠가 이쪽이 먼저 힘이 떨어져 버릴 건 명백하겠지.
 그걸 알고 있기에 초조함이 생겨나, 틈이 생겼다.

“페이트!!”

 용의 돌진으로 알프가 분단되어, 거기에 날개가 만들어낸 돌풍의 충격에 날아가는 페이트.

“큿!”

 자세를 가다듬기 위해 페이트의 움직임이 한순간 멈춘다.
 그 순간 휘둘리는 용의 꼬리. 회전도 방어도 제때 맞출 수 없다.

“페이트!!”

 거기에 끼어든 건 하얀 사람. 하늘을 가르며 닥쳐오는 꼬리의 일격에 밀려나면서도, 마법진의 빛이 충격을 상쇄한다.

“부탁이야, 페이트! 힘을 빌려줘!”

 한 번 멈춘 뒤에 다시금 휘둘려 오는 꼬리의 일격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소녀는 간절히 바란다.

“페이트에게도 싸울 이유가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만은 힘을 빌려줬으면 해! 내……소중한 친구를, 유토 군을 구하기 위해서!”

 나노하의 머릿속에 떠오른 친구의 모습. 언제나 새치름한 얼굴로 사람을 놀려댈 뿐. 그런 주제에, 이쪽이 낙담하고 있을 때에는 다부진 미소를 띄우며 격려해 준다.
 그 친구가 지금 눈앞에서 위험한 일을 겪고 있는 거다. 1분 1초라도 빨리 구해낸다. 그걸 위해서는 겉치레같은 건 할 여유가 없다.

“친구…….”
“페이트도 알고 있잖아, 유토 군을!”

 나노하가 페이트에게 그리 물어왔지만,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름을 들려줘 봐야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애초에 페이트와 연이 있는 사람 따윈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밖에 없는 거다.
 대체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하려고 할 때 어린애 한 명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노하―!!”
“이녀석!!”

 유노와 알프의 바인드가 용의 꼬리를 붙들어 맨다. 두 사람의 바인드는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고 박살 났지만, 나노하와 페이트 두 사람이 빠져나갈 틈을 만들기에는 그걸로 충분.

“그 애가 저 용의 안에……?”

 주얼 시드를 자신에게 건네준 소년. 단순한 어린애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이 세계 사람이 알 리 없는 걸 차례차례 말해온 수상한 소년.
 자신이 밥을 사겠다고 꼬셔 놓고서 돈이 부족해, 결국 자신도 부족한 돈을 냈다. 그 때 낙담한 모습이 너무나 익살스럽고 웃겨서, 다음에 떠올릴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자신이 괜찮다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부족했던 돈을 반드시 돌려주겠다고 말하고 울며 돌아간 이상한 소년.
 애초에 서로 잘 모르는데 어떻게 다시 만날 생각이었던 걸까?
 그게 리니스에게 들은 적 있는 코미디언 같은 거라고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태클 걸 곳밖에 떠오르지 않은 소년의 얼굴을 떠올린다.

“우리만으론 저 주얼 시드는 봉인할 수 없어……그래도 함께 하면!”

 그 하얀 애가 말한 대로였다. 저 주얼 시드의 폭주체인 용은 막강하다.
 여태까지처럼 서로가 멋대로 싸워서, 그 틈을 찌르는 것만으로는 저 용을 쓰러뜨리기에 부족하다.
 자신과 알프만으론 힘이 부족하다. 그래도 저 애가 말하는 대로 힘을 합친다면.

“알프.”
“아―, 예이예이. 일시 휴전이네. 알았어. 이런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지.”

 자신이 말을 꺼낼 것까지도 없이, 알프는 그 의도를 헤아려준다. 애초에 저 주얼시드를 강제로 발동 시킨 건 자신들이다.
 그러면 거기에 말려 들게 한 책임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아까 전의 포격보다 강한 마법, 있어?’

 용의 브레스를 피하면서 하얀 애에게 염화를 날린다.
 자신의 최강 공격마법을 쓰면 반드시 저 용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도 끝장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저 용을 확실히 끝장내기 위해 다른 방법이 탐난다.

‘……응! 있어 있어! 아끼고 있는 큼지막한 녀석이 있어!’

 페이트의 의도가 전해진 거겠지. 나노하는 들뜬 목소리로 염화를 돌려준다.
 페이트와 협력할 수 있는게 정말로 기뻤겠지. 혹은 친구라는 녀석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올랐기 때문일까.
 서로가 회피행동을 취할 때 엿본 표정은 웃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그만큼 시간이 걸려버려……슛!’

 날개를 통한 공격에서 피하면서 디바인 슈터를 날린다.
문자 그대로 견제밖에 되지 않은 일격이지만, 공격할 수 있는 때 해 두지 않으면 한 순간에 박살나 버린다.

‘나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강한 공격은 그만큼 모으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건 페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들이 그 시간을 만들게!”
“그런 거지!”

 유노의 바인드가 거체를 묶어, 거기에 알프가 주먹을 박는다.
거체가 흔들리는 건 한순간. 그대로 추격해서 반격을 먹을 법한 멍청한 짓은 피한 채로, 바로 빠져나간다.

“아크 세이버―!!”

 바인드를 찢어발긴 용이 알프를 쫓기 전에, 금색의 칼날이 용의 머리를 노려 날아온다. 절묘한 각도로 흔든 날개가 칼날을 쳐낸다.

“지금.”
“응! 버스터!!”

 틈을 두지 않고 분홍빛 격류를 반대 방향에서 쏴낸다.
피하기에는 시간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용은 흑염을 내뿜는다.
격돌하는 흑염과 분홍빛 섬광이 서로 버틴 건 수 초.

“쪼매난놈!”
“알고있어!”

 겹겹이도 준비된 바인드가 용의 입을 막듯 펼쳐진다. 얽어맬 수 있는 건 단 한 순간이라도, 싸움에 있어 그 한순간이 커다란 틈을 낳을 때도 있다.
 실제로 정말 약간 약해진 흑염을 분홍빛 빛이 한순간에 삼켜, 용의 머리를 때려 갈긴다. 흔들린 거체는 바로 자세를 바로잡아, 빠르게 날며 브레스로 호를 그린다.
 디바인 버스터는 결정타로써 부족하다. 하지만 확실히 그 대미지는 쌓여간다. 지금 정도의 대미지로는 필살의 일격을 쏘기 위해 모으는 시간을 벌 수 없다. 그렇다면 그게 가능할 정도까지 대미지를 입혀서 약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슛!”

 디바인 슈터를 용의 눈앞에서 유폭시킨다. 눈속임.

“하아아앗!”

 염화를 통해 맞춘 대로의 타이밍.
 용이 시야를 뺏긴 잠깐의 틈에 페이트가 순식간에 접근해, 칼날을 쳐내린다. 가장 방어가 얇고 무른 곳. 붉은 눈으로.
 용의 절규가 울려퍼진다.

“할 수 있어! 이길 수 있어, 페이트!”
“응.”

 서로 멋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타이밍을 맞춰 가는 걸로 방어에 여유가 생겨, 공격의 찬스가 늘어간다.
 4사람 전원이 그 확실한 반응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참나! 대체 얼마나 터프한거야!”

 알프의 힘빠진 듯한 외침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용의 이빨을. 브레스를. 날개를. 대체 어느 정도의 횟수를 막고 피해 왔는지. 어느 정도의 공격을 쳐먹였는지.
 확실히 대미지는 쌓이고 용의 움직임도 둔해져 그 힘도 줄어든 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쪽의 여력이 빠져나갔다.

 마법을 쓸 때 소모되는 건 마력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움직이면 기력도 체력도 소모된다. 적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강적일수록 그 소모 정도는 격렬하다.
 나노하도 페이트도 숨을 헐떡이고 있다. 알프도 유노도 별반 차이 없다.
 마지막 일격을 날릴 정도의 여력은 남기고 있다. 하지만 그걸 쓰기 위한 포석을 쌓아나갈 힘은 남아있지 않다. 앞으로 하나. 정말 자그마한 조각이 부족하다.

“이자식!!!”

 한순간의 틈을 찔러 페이트가 용의 목덜미에 매달린다.

『Thunder smasher.』

 영거리 사격. 그 일격은 확실히 더욱 강한 대미지를 주었지만, 그와 함께 페이트의 틈을 만들게 된다.

“아.”

 포효와 함께 용의 몸이 선회해, 페이트를 털어버린다.

“페이트!”
“페이트!!”

 나노하와 알프의 소리가 겹친다.
 무방비한 페이트를 노리고 쳐내려오는 날개. 회피도 방어도 수비도 제때를 맞출 수 없다.
 다음 순간에 찾아올 자신의 끝을 상상하고 반사적으로 눈을 감는 페이트.
 풍압이 페이트의 몸을 흔든다.




“…………?”

 하지만 그다음에 찾아왔어야 할 공격이 찾아오지 않는다.
조심조심 눈을 떠 보면 용의 공격은 페이트에게 맞기 바로 수 센티 정도 전에 멈춰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어안이 벙벙한 나노하의 말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어째서 용이 움직임을 멈췄는가.
아무도 대답을 내지 못한 채로,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내 소리가 들려?!!)


 정적을 깨부순 건 목소리 한 마디. 나노하와 유노에게는 낯익은, 페이트는 들은 적 있는. 알프는 처음 듣는 목소리.
 소년의 소리가 확실히 모두의 머릿속에 울리고 있다.

“유토 군?!”

(페이트! 나노하! 내가 이 녀석을 억누르는 동안……빨리!)

 그 소리는 고통스럽게 떨리고 있었다. 깨닫고 보면 용은 뭔가를 참듯 가늘게 떨리고 있다. 그걸 눈치챈 페이트는 바로 빠져나와 거리를 벌린다.
 이제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명확하다. 먹혔을 터인 소년의 의지가 그 용의 움직임을 억누르고 있는 거겠지.

“유토 군, 괜찮은 거야?!”
(전혀! 안 괜찮아!! 안 괜찮지만 빨리 주얼 시드를! ……봉, 인!! 빨리……못 하면! 무지개 뿜은 사진을 퍼트리……!!)
“아아앗! 그러니까 무지개 같은 거 안 뿜었다니깟!!”

 페이트에게 있어 이야기 마지막 부분은 의미 불명이었지만, 말투와는 정반대로 의외로 여유있어 보이는 소년의 모습에 나노하와 유노는 함께 안도의 숨을 흘린다.
 하지만, 그리 시간에 여유는 없어 보인다. 흑룡은 포효하며 그 몸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

(알프! 유노! 바인드를!! ……나 혼자선, 버틸 수 없어!!)

 소년의 외침에 바인드가 겹겹이 용의 몸에 휘감겨간다.
 몸의 제어를 되찾은 건지 마력의 사슬에 저항하며 날뛰기 시작하지만 바인드를 깨부수지는 못한다. 지금까지의 대미지에 더해 소년이 억누르고 있기 때문인지, 아슬아슬하게 묶어둘 수 있다.

“나노하!!”
“페이트!!”

 두 사람이 서로를 부르기도 전에, 나노하와 페이트는 각자 최강의 공격을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Phalanx Shift.』
​“​아​르​커​스​·​쿨​타​스​·​에​이​기​어​스​.​ 질풍의 천신이여, 지금 인도에 따라 쳐라. ​바​르​엘​·​자​르​엘​·​브​라​우​젤​.​”​

 페이트의 영창과 함께 주변에 차례차례 광구가 떠올라간다. 반짝일 때 마다 그 수가 늘어나, 그 수는 총 30을 넘는다. 그 모두가 연사형의 큰 광구. 합계 38개의 포톤 스피어에서 초당 7발의 일제 공격을 4초 연속으로, 총 1064발의 포톤 랜서로 적을 꿰뚫는다.
 스승인 리니스에게 배운 현재 페이트가 가진 최대 최강의 공격마법.


“유토 군……반드시 도울게!”
​『​S​t​a​r​l​i​g​h​t​ Breaker.』

 심호읍과 함께 실링 모드로 변형한 레이징 하트를 높게 든다. 나노하의 주변에 분홍빛 섬광이 차례차례 나타나, 전방에 설치된 거대한 마법진의 중앙으로 모여간다.
 그 광경은 이름의 유래가 된 밤하늘에 유성이 떨어지는 모양. “별의 빛(스타 라이트)”를 나타내, 더더욱 그 빛을 더해간다.
 나노하가 지금까지 쓴 마력만이 아니라 다른 마도사가 쓴 주위의 잔재 마력까지도 모아 재이용하는 걸로 술사의 한계를 넘은 위력을 내쏘는 필살의 공격마법.

 필사적으로 구속을 떨쳐내려 날뛰는 용을 억누르며, 그 안에 있는 소년은 그 광경을 보면서 생각했다.



――――죽겠어. 진짜 죽겠다.



 비살상설정. 이론적인 대미지는 주지 않는 순수마력공격.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육체가 상처입지 않는다는 이야기고 고통은 당연히 있다.
 지금까지 먹은 공격도 울 정도로 아팠다. 하지만 앞으로 자신이 받을 공격은 그걸 모두 더한데다가 덤도 딸려줄 정도의 위력을 자랑할 것은 상상하기 힘들지 않다.
 그런 걸 AAA 클래스 마도사 두 사람이 동시에 쏴내는 거다.


――튀고싶어. 지금 당장 용의 구속을 풀고 진짜 튀고싶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엔 정말로 그 소녀들을 상처입혀 버린다. 의지를 되찾은 뒤 계속 용이 움직임을 멈추기를 빌었지만, 그게 이뤄진 건 페이트의 영거리 공격을 먹인 직후다.
 그때까지 축적된 대미지와 그녀가 준 쇼크로 간신히 자신의 의지를 겉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된 거다.
 다음에도 잘 될거라 할 수도 없고, 그 이상으로 그녀들에게 여력이 남아있질 않다.
 자신에게 선택지가 없다는 걸 깨달은 소년은 절망하고, 앞으로 찾아올 운명을 받아들였다.


“포톤 랜서·팰렁스 시프트……!”
“이게 내 전력전개!”

 그런 소년의 비장한 결의도 모른 채로 두 사람의 소녀는 모든 힘을 내쏜다.

“쳐부숴라……!”
“스타 라이트……!”

 38개의 포톤 스피어가 격렬한 스파크를 일으키고, 분홍빛 광구는 직경 1미터를 넘어서도 아직 빛을 더한다.

“파이어!!!”
​“​브​레​이​커​―​―​!​!​!​”​

 그리고 각각의 방아쇠가 당겨진다.

 무수한 번개의 창이.
 분홍빛 섬광이 기둥이 되었다.
 굉음과 함께 용의 모습을 삼켜, 단말마가 울려퍼진다.


“우와아…….”
“……죽은, 걸까.”


 그 무시무시한 광경을 본 사역마와 페럿 유사품은 함께 경련이 일어나는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두 사람은 확실히 들었다.
 단말마는 용이 지른 것 만이 아니라.
​“​으​갸​―​―​―​―​―​―​―​!​!​”​하​는​ 소년의 절규가 확실히 두 사람의 귀에 닿았다.
■PREVIEW NEXT EPISODE■

일시적이라 해도 페이트와 손을 잡은 나노하는 확실한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나노하와 페이트.
그녀들의 힘에 의해 구해진 유토 역시 새로운 힘을 눈뜨려 하고 있었다.

유토 ‘비밀’

역자의 말:
 팰렁스 시프트는 오타 아닙니다. 원래 미드칠더어라는게 카이사르를 시저라고 발음하게 되는 곳이잖아요. 같은 원리라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아​르​커​스​·​쿨​타​스​·​에​이​기​어​스​·​·​·​ 는 어원이 있다기보다는 단순한 나노하 자작의 의미불명 텍스트라, 이게 발음이 맞을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유토에게는 애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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