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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ins;Gate 오카린티나 시리즈

オカリンティーナ


원작 |

역자 | 크로센

​* ​사​상​(​思​想​)​:​어​떠​한​ 사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사고나 생각.
* ​미​로​(​迷​路​)​:​어​지​럽​게​ 갈래가 져서,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길.

사상미로의 오카린티나 1화



​​“어서 와, 나의 조수 마키세 크리스……아니, 크리스티나.”

나는 눈물을 참으며, 핀 배지를 크리스의 손에 슬며시 쥐어주었다──

“이것이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이야.”

내가 한 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분명 지금의 크리스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녀가 무의식중에 보인 반응은 내게 있어서는 한 줄기 희망임에 틀림없었다.

잃어버린 여름의 나날들. 그녀를 랩 멤으로 맞아들이고 나서, 허둥지둥했던 일상과 비일상.
그 모든 것을 생각해 냈으면 좋겠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그녀에게 보내고 있던 마음만이라도 기억해 준다면, 분명 조금은 보답 받는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크리스에게 말한다.

“그 배지는, 우리 연구실의 래버러토리 멤버라는 증거. 그리고 넘버 004의 배지는 크리스, 네 거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란 건, 이런 걸 말하는 걸까?

정신 차리면, 나는 크리스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자극할 수 있는 것 같은 말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렇게 크리스와 재회할 때 까지는 그녀가 살아만 있어 준다면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있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다.

병원 침대에서 보내왔던, 이 1개월 간. 크리스를 만나고 싶다. 크리스와 이야기 하고 싶다. 크리스의 미소를 보고 싶다. 그런 억누를 수 없는 감정과 줄곧 마주봐 왔다.

그리고, 『더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고 결론지어 스스로를 봉인했던 것이, 퇴원을 앞둔, 바로 요전 날의 일이었다.

 

크리스와는 만나지 않는다──

 

단지 그 뿐인 결의. 그것을 결심하기 위해, 1개월의 대부분을 소비해 버렸다. 그런, 길고도 짧았던 갈등의 나날들. 그것은 결코 거짓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혹시, 보답 받을 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내가 전해준 배지를 불가사의한 듯, 그러면서도 어딘가 그리워하는 듯이 응시하는, 그런 크리스의 모습에 내 안에서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아주 조금이라도,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좋다. 잃어버린 나날의 단편을 ​크​리​스​는​─​─​크​리​스​라​면​ 생각해 내 주는 게 아닐까?

그렇게 부풀어 오르는 희망을 앞에 두고, 1개월 동안 쌓아 올렸던 나의 결심은 손쉽게 무너져 버릴 듯이 된다.

솔직히, 스스로의 연약함에 손을 들어버렸다.

병원 침대 위에서 쌓아 올렸을 터인 결의. 결코 가볍지 않아야 할 결의를 아주 간단히 없었던 걸로 하려는, 그런 자신이 매우 어리석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태어나, 그리고 살찌우고 커져가는 희망에 견디지 못하고, 나는 크리스에게 이야기 한다.

“어, 어때…… 크리스? 저기, 뭐야. 괜찮다면, 지금부터 우리 랩에…….”


랩에 오지 않을래?


그렇게 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배지를 응시하고 있던 크리스의 변화에, 나는 그 말을 삼킨다.

지금까지 말없이 배지를 응시하고 있던 크리스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단정한 얼굴을 괴로운 듯 일그러뜨리고, 배지를 가진 손을 떨고, 그리고──


“나…… 이걸 알고 있어…….”


스러질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크리스가 발한 중얼거림에, 몸이 경직된다. 『설마』라는 생각과 『역시』라는 생각이 서로 부딪쳐, 기대나 불안이나 그 외의 여러 가지 감정이 서로 뒤엉켜, 사고가 멎는다.

그렇게 경직된 내게, 크리스는 얼굴을 들어 묻는다.


“어째서 저, 알고 있는 거죠……?”


불안한 표정의, 두 눈동자에 눈물이 어린 크리스의 말.

그러나 그 절실한 울림을 지닌 질문에, 나는 대답을 돌려줄 수 없었다. 단지 말없이, 크리스의 눈을 응시하는 일 밖에 할 수 없는 자신. 그것이 맹렬하게 답답해서, 소리가 날 정도로 어금니를 꽉 악문다.

『어째서 나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지? 이건 찬스라고! 이건 크리스를──내가 알고 있는 마키세 크리스를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차라리, 크리스가 잊어버린 나날을 모두 알기 쉽게 들려주면 되는 거다. 나나 크리스가 마주 봤던 3주간을 전하고, 그 결과 크리스가 뭔가 생각해 낸다면, 그 앞에는 한 번은 단념했을 터인 미래가 있다. 거기에는, 보답 받은 내 모습이 있다.

그렇다면 주저할 필요 같은 건 없잖아. 나는 크리스의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으니까. 전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도──


『어째서야!?』


어떻게 해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크리스에게 건네준 랩 멤 배지. 그것이 일으키려 하는 천재일우일지도 모르는 기적.
그런 기적 한복판에 있다는데, 눈앞의 크리스에게 이야기 하는 일도, 그 가녀린 몸을 끌어안는 일도 할 수 없다. 다만 말없이 서서, 그러쥔 주먹을 떨며 어금니를 악무는 일 밖에 할 수 없다.

마치 브레이크가 걸려버린 것처럼 생각되었다. 내 안에 있는 뭔가가, 크리스에의 마음에 강력하게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그렇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이해할 수 없다.

크리스를 눈앞에 두고, 나는 껴안은 딜레마에 얼굴을 크게 일그러뜨린다. 그러자──

“우으…… 머리가…….”

갑자기, 크리스가 괴로운 듯한 소리를 내며 비틀거린다.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휘청거리는 두 다리는 당장이라도 고꾸라질 듯이 보였다.

“뭐야…… 이건?”

대체, 크리스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아마 크리스 본인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광경을 전에 본 기억이 있었다.

이건 페이리스 때와 같다──

그래, 언제였던가 페이리스가 바랐던 세계에서, 나는 지금의 크리스와 같은 상태가 된 페이리스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페이리스는 이후, 모든 것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돌아오는 건가?』


나의 온 몸이 환희에 차 떨린다. 무리라고 단념하고 있던 것이, 다시 한 번 내 손에 돌아올 지도 모른다.

기대로 가득 찬 시선을, 괴로운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크리스에게로 향한다. 그녀의 괴로운 듯한 표정을, 기대에 찬 시선으로 응시한다.

​“​뭐​에​요​…​…​이​건​…​…​.​”​

마침내 크리스는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듯이 웅크려 앉는다. 그 행동에,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을 터인 랩 멤 배지가, 바닥에 굴러 메마른 소리를 냈다.
동그란 금속제 배지는 지면에 굴러, 내 발 밑에 툭 하고 넘어져──그리고 나는 이해했다.

 

──아아. 그런 건가──

 

길가에 내던져진 작은 배지. 그 작은 금속 조각이,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브레이크의 정체를 알려 준다.

어째서 지금까지 몰랐던가.
어째서 잊고 있었던가.
어째서 지금, 이 타이밍에 생각해 낸 건가.

병원 침대에서 괴로워했던, 이 1개월. 거기서 쌓아 올린 결의는 아무래도 상상 이상으로 튼튼하고, 거기에 이르기까지 거쳐 온 사고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내 안에 뿌리 내리고 있었다.


『그렇구나. 독선적인 것 따위, 있을 수 없어, 이제.』


나는 배지에서 시선을 돌려,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은 채 웅크려 앉은 크리스에게 눈을 향한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마키세 ​크​리​스​으​으​으​으​!​!​!​”​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아키하바라 중심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천재 소녀의 이름을 부른다. 대 절규였다.
그 소리의 압력에 놀란 크리스는, 웅크려 앉은 채로 놀란 얼굴만을 내게 향했다.

“마키세 크리스, 아니 천재 소녀여!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

주위 통행인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을 향하지만, 그러나 신경 쓰지 않는다.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왜 그래 대답해! 내 이름을 말해 봐라!”

마구 고함치듯 외치는 내 모습에, 크리스가 무서워하면서도 입을 열었다.

​“​호​…​…​호​오​인​…​…​.​”​

“그렇―다! 피닉스의 호오(봉황; 鳳凰)에 인(院), 그리고 흉악한 진실의 쿄우마(凶真). 세계를 파괴와 혼돈에 빠뜨리는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호오인 쿄우마가 바로 나다! ”

“그,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알고 있으면서, 잘도 내 앞에 얼굴을 내밀었군! 나는 너희 부녀 덕에, 상당히 심한 일을 당했다고!?”

“……아, 저기.”

“정말이지, 나카바치를 처리하기 위해 매복하고 있었는데, 터무니없는 방해를 해대다니! 덕분에 몇 바늘이나 꿰맸는지! 이 수습, 어떻게 해 줄 거냐, 응?”

“어떻게 라고 하셔도.”

“뭐야, 그 각오도 없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가? 너무나도 시시한 여자군, 네 녀석. 너무 시시해서 구역질이 나온다. 이제 됐다. 소문의 천재소녀라고 들어, 네 녀석을 우리 랩에 맞아들일 생각이었지만, 가당치도 않은 빛 좋은 개살구였구나!”

“어…… 어, 그러니까, 뭔가 이야기가 정신없는 내용으로…….”

“시끄럽다! 완전히, 귀중한 시간이 ​낭​비​되​어​버​렸​다​고​!​”​

나는 소리 높여 크리스를 매도하고, 힘차게 오른 다리를 들어 올렸다.

최소한, 마키세 크리스가 지금부터 새로운 생활을 보내가는, 그 방해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치켜든 다리를 길 위에 누워 있는 랩 멤 배지를 향해 내리친다.

이 장소에서, 크리스의 랩 멤 배지를 부순다. 그럴 생각이었다.

폭거라 할 수 있는 행동. 이것이, 단순한 자기만족이라는 것은 거듭해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내리치는 다리를 멈출 생각은 없다.

만약, 이 배지가 계속 크리스의 수중에 있어버리면, 그녀는 언젠가 기억을 되찾아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내가 갈망했던 미래이자, 나의 마음이 보답 받는 세계.

그래, 나만의 마음이 보답 받아 버리는, 그런 세계.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무래도 내게는 그런 세계를 손에 넣는 것은 안 될 것 같다.


왜냐면 그렇잖아. 내게, 그런 자격 따위는 없으니까.


처음에는 마유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눈앞에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그 가냘픈 생명이 꺼져가는 소꿉친구 소녀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를 위해 나는 많은 동료들의 마음을 희생해 왔다.

『아니, 희생 같은 간단한 것이 아닌가──』

우연히 만들어 낸 D 메일을 호기심대로 함부로 써대,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는, 거기에 폭거를 덧씌우는 일을 반복한다.

그렇게 해서 다다른 이 장소는, 결과적으로는 훌륭한 장소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과거의 세계선에서 내가 다른 동료들의 마음을 희롱해왔던 사실은 변함없다.

랩 멤 배지에 새겨진 이니셜의 수. 그것은 동시에, 내가 희롱해, 지워왔던 마음의 수나 다름없다.

그런 내가, 나만이 자신만의 마음을 소중히 안고 살아가는 것 따위, 용서 될 리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결코 크리스와 만나면 안 되었다. 입원 중 침대 안에서 보낸 시간은, 내 변덕과 호기심이 불러일으킨 사건이 대체 얼마나 동료들을 상처 입혀 왔는지를 깨달아, 그에 대한 자신 나름의 구별을 생각해 각오를 다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랬을 터인데──


『세계인지 신인지 악마인지 모르지만, 쓸데없는 연출을 해대다니!』

가슴 속에서 잘 알고 있을, 하지만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세계에 내뱉는다. 내리치는 다리에, 좀 더 힘을 넣는다.


“안 돼!!!”


믿을 수 없었다. 크리스가 보인 행동을, 믿을 수 없었다.

“바, 바보냐 너, 놔!”

“안 돼! 절대로 안 돼!”

어째서 내 다리에 매달리고 있는 거야, 크리스? 뭐야 그 필사적인 얼굴은?

지금의 크리스에게 있어, 이 작은 금속 덩어리는 굉장한 의미 같은 건 없을 터다. 그런데도──

“이유 같은 건 모르지만,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밟아서는 안 돼! 당신이 이걸 밟아서는 안 돼! 당신만큼은!”

언제나 언제나 자신만만하게 내게 지론을 계속 전개하던 천재 소녀. 언제나 내 생각이 논리적이지 않다며 야유하던 천재 소녀.

하지만 지금 내 다리에 매달려 있는 이 소녀에게는, 그런 모습 같은 건 보이지도 않고──

“우와아아아!?”

크리스의 필사적인 저항에 힘이 부친 나는, 몸을 공중에서 반 회전 시키며 땅에 쓰러진다.
엄청 아팠다.

신음을 흘리며 상반신을 일으키자, 달려가는 크리스의 뒷모습이 보였다.

떨어져 있었던 배지는 눈에 띄지 않고, 까딱하면 크리스가 가지고 사라져버렸다는 일이 되어──

“……정말이지, 호오인 쿄우마도 타락했군.”

나는 큰 대자로 땅바닥에 누웠다. 통행인의 시선이 꽂혀, 이게 또 아프다. 하지만, 잠시 동안 일어날 기분이 드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마지막에 눈꺼풀에 새긴,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리는 천재 소녀의 모습을 생각하며, 잠시만 눈을 감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삼천세계를 소개해주신 淸風님께서 중간에서 고생해주신 덕분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오타, 어색한 번역체, 오역에 관해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 花シュウ님이 쓰신 원문은 단어를 굉장히 많이 신경쓰셨습니다만, 그 뉘앙스를 그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제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최대한 한글로 풀어쓰려고 했는데 그래도 허술한 부분이 많습니다.
​​부족한 실력이나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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