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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ins;Gate 오카린티나 시리즈

オカリンティーナ


원작 |

역자 | 크로센

귀향미아의 오카린티나 8화



랩 문이 조용히 닫힌다.
마유리가 돌아갈 때 말한, 내일을 의심하지 않는 이별의 문구가, 귓속에 남아 있었다.

현관 앞에서, 마유리의 귀가를 배웅하고 있던 크리스. 의연한 태도로 서있다. 그 뒷모습을 정면으로 보며, 나는──

​『​드​디​어​인​가​…​…​.​』​

하고 각오를 다진다.

다루가 돌아가고 마유리가 돌아가, 지금 랩에 남은 것은 나와 크리스 둘.
아마 여기서부터가, 크리스가 말한 『다음에 이야기 해』의 『다음』의 시작.

크리스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뛰쳐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내용이라고 해도──

“크리스!?”

내 눈 안에서, 크리스가 무너지듯 마루에 주저앉았다. 갑작스러운 일에 나는 소파에서 뛰쳐나와 크리스에게 달려갔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당황한 나를 마루에 딱 붙은 채로 크리스가 말렸다.

“괜찮다니, 너…….”

“괜찮다고, 말했잖아.”

내 걱정을 뒷전으로, 크리스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지금까지 내가 앉아 있던 소파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휘청휘청 대면서, 뭐가 괜찮다는 거야.”

내뱉듯 말해, 나는 크리스의 몸을 받치려고 손을──

“손대지 마!”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일갈에, 뻗었던 손을 끌어당긴다.

“지금은…… 아직, 손대지 마…….”

그렇게 중얼거린 크리스는, 두 다리를 비틀거리면서 내 옆으로 빠져나가 자력으로 소파까지 다다라 앉는다. 풀썩 하고 몸이 가라앉은 순간 붉은 빛이 감도는 긴 머리카락이 둥실둥실 춤추었다.

나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크리스의 맞은편에 서서, 가만히 그녀의 모습을 바라본다.

고개를 숙인 채 축 처진 모습. 무릎 위에서 깍지 낀 양 손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다. 그런 눈앞의 크리스가, 어떻게 해도 견딜 수 없어──

“몸이 안 좋으면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해도 상관없는데?”

그런 제안을 했다.

“그건 안 돼. 이제, 시간이 없으니까.”

그러나 내 말에 크리스는 숙인채로 고개를 흔든다.

“오카베. 이야기하기 전에, 하나만 약속했으면 좋겠어.”

“약속?”

크리스가 들이댄 당돌한 제안. 나는 의미를 알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네 이야기를 바보 취급한다든지, 의심한다든지, 그런 말 할 생각은 없지만?”

“으으응, 그런 게 아냐. 당신이 내 이야기를 믿고 있는 건, 알고 있어. 그런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들어도, 이상한 생각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크리스는 목소리를 크게 떨며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 또 다시 나는,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

“약속해 줘. 절대로, 바보 같은 생각 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줘.”

“아니 그러니까, 생각하는 것도 뭣도, 아직 아무 것도 듣지 않았──”



“부탁해! 약속해 줘!!!”



고개 숙였던 크리스의 소리. 그 비명과도 닮은 울림이, 랩 안을 흔들었다.

그 절박한 기백에 압도되듯, 나는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약속하면, 되는 거지?”

그런 내 말에 크리스의 목소리가 조금이나마 진정된다.

​“​절​대​로​…​…​라​구​.​”​

“끈질기군. 약속한다고 말했잖아. 이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에게, 두 말은 없다.”

조금이라도 크리스를 침착하게 하려고, 나는 크게 가슴을 편다. 그런 내 태도에 크리스는 조금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아직 크리스의 표정은 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흐르는, 긴 침묵. 나는 말없이 크리스가 이야기하는 것을 기다린다.

이윽고, 크리스는 또렷한 어조로──


“당신은, 이틀 후에, 죽어.”


그런 말을 했다.

『그런가. 나는 죽는 건가』

그렇게 생각해,

“뭣이라!?”

일단, 놀라 보인다. 그리고 놀라움 이상으로 냉정한 사고로 생각한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냉정함이 조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냉정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죽는다고 한 크리스의 말. 그것을 믿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분명 그 말은, 사실이겠지. 그 말대로, 이틀 후에 나는 죽는 걸까. 하지만 그런데도 냉정하게 있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이걸로, 여러 가지 납득이 가는군.』

마음 속 어디선가, 그런 마음이 싹트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크리스가 고한, 내 사망선고. 그 의미를 손에 넣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던 몇몇 의문이 녹기 시작한다.

세계선의 이동을 알고 있던 크리스.
갑작스럽게, 미국으로 귀국하는 것을 연기한 크리스.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크리스.
믿고 기다려달라고 한 크리스.
힘없이 무너진, 만신창이의 크리스.

그 이유가, 백일하에 드러난 듯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개 숙인 크리스의 머리에 슬며시 손을 얹는다. 방금 전처럼 접촉거부는 되지 않았다.

“뭔가, 너무 무리하네. 너도, 나와 별 차이 없잖아.”

언제였던가, 크리스에게 들은 대사를 그대로 돌려주었다.
내 말에 크리스가 작게 몸을 떤다.

“오카베만큼은…… 아냐.”

“비슷하잖아.”

그렇게 잘라 말해, 나는 크리스의 머리를 난폭하게 쓰다듬었다.

“어, 어이, 그만둬 오카베…….”

고개 숙인 채 토해지는 작은 비난. 나는 그것을 무시해, 예쁜 머리카락을 계속 쓰다듬는다. 그리고 말한다.

“그렇지만 말이다, 조수여.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어? 상황을 보는 한, 네가 그걸 안 것은, 상당히 전이지 않나? 그것을, 이틀 뒤라는 마지막 순간까지 말하지 않는다는 건, 어쩔 작정이야?”

“그건 다양하게, 이유가…… 랄까, 그만해 줘. 머리카락이…….”

“그만두지 않아. 나는 조금 화가 나 있으니까. 충분히 벌을 받아야하지 않겠나, 크리스티나여.”

“우우…….”

크리스는 단념한 듯, 내가 하는 대로 있었다. 나는 가차 없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요염한 붉은 머리카락에 손끝에 가볍게 얽힌다.

“오, 오카베……. 내 이야기를 듣고, 어째서 그렇게──”

“냉정한 거야, 인가?”

크리스의 말을 예측해 대사를 가로챈다. 크리스는 머리를 흔들어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나는 대답을 돌려준다.

“글쎄, 내게도 잘 모르겠는데. 하지만 반대로 뭐랄까, 산뜻한 심경이야. 아, 물론 화난 건 틀림없어. 그래서 쓰담쓰담 하고 있으니까.”

“므우…….”

나는, 내 손에 몸을 맡기는 크리스를 보며, 빈손을 입가에 대고, 생각한다.

“그럼, 남은 시간은 이틀인가. 어떻게 해야…….”

내가 중얼거린 그 말에, 크리스가 갑작스럽게 얼굴을 들었다.

“어이, 크리스!?”

상냥하게 쓰다듬고 있던 머리카락이, 크리스의 갑작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손에 강하게 감긴다. 머리카락이 뽑힐 듯이 되어, 나는 당황해서 크리스의 움직임을 팔로 멈춘다.

“너, 갑자기 움직이면……!”

눈앞으로 보이는 크리스의 눈동자에, 말을 삼킨다. 오늘, 처음으로 얽힌 시선. 거기에 보이는 색에 놀란다.

“오카베! 약속했잖아!”

필사적. 그 한 마디. 단지, 그 만큼을 눈동자에 품고 있는 크리스의 발언.

“이상한 생각 하지 않는다고! 바보 같은 생각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잖아!”

“잠깐잠깐잠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자기희생은, 당신답지 않아!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은 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뭘 말하는 거야!? 어째서 내가 자기희생 같은 걸, 랄까 일어서지 마! 머리카락 뽑힌다고!”

“아프잖아!”

“당연하지! 바보냐, 너는!?”

“바보는 당신이야! 자기희생 같은 폼을 잡아서…….”

​“​그​―​러​―​니​―​까​―​!​ 왜 내가 희생한다고, 단정하고 있어!?”

“그렇다면, 그럴 작정이 없다는 거야!?”

“당연하잖아!”

“그럼, 나머지 이틀로, 뭘 할 생각이야!?”

“뭐고 자시고간에, 뻔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는 방법을 찾는 게 당연하잖아!”

그러자 크리스의 움직임이 멈췄다. 필사적이었던 눈을 멍하니 해서,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본다.

“……그런 거야?”

“물론이지. 나는, 세계가 붕괴해도, 홀로 살아남아 줄 생각이다. 불만 있나?”

“하지만, 당신. 자신이 죽는 것으로, 다른 사람이 무사하면 좋다든지, 그런 걸 생각해서…….”

“뭐냐 그건. 어디 사는 성인군자야? 꼭 소개해라. 이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산 제물로 삼아줄 테니.”

​“​거​짓​…​…​말​…​…​.​”​

“거짓말이 아냐. 진심이다. 라고 한달까, 보통 그렇게 하잖아?”

내 미간이 꿈틀꿈틀 움직인다. 크리스의 눈초리가 실룩실룩 경련한다.

“미안, 오카베. 잠깐 타임.”

크리스는 빠른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 윗도리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이, 이 녀석은, 이 상황에서, 누구에게──』

문득, 크리스가 전화 거는 상대에, 왠지 모르게 짐작이 간다.

『설마…… 그 녀석……인가?』

내 뇌리에, 한 소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만날 수 있을 리 없는,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나 있는 소녀.

『가……간과하고 있었어. 당연하다면, 당연해. 어째서 그 일을 생각하지 않았나, 나여. 한심해도 정도가──』


“나야! 당장, 랩에 와서, 설명해 줘!”


내 안에서 떠오르기 시작한, 스스로에의 경멸을, 크리스의 노성이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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