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기적의 오카린티나 3화
정신 차리면,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아 있었다.
오렌지 빛 석양에 비춰지고 있는 주위의 경치를 보자, 자신이 상당히 한가로이 걸어왔다는 일을 재인식했다.
『그러고 보니, 빨리 돌아오라고 했었지…….』
장을 보러 나와서 돌아오지 않는 내게, 화가 치민 크리스가 걸어 온 한 통의 전화. 그 대화 끝에 들은 크리스의 말을 떠올린다.
『좀, 너무 시간을 들였던 걸까?』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생각하자,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느렸던 내 발걸음에, 조금이지만 활력이 돌아왔다.
『아무튼, 이제 와서 서둘렀다고 해도, 딱히 뭐가 바뀐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랩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빨리 하는 부분에서, 나와 크리스의 알력 관계가 보이는 듯한 생각이 들어, 스스로에게 조금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
『으음. 정신적인 우위는, 저쪽이 완전하게 높은가.』
하고, 조금 허무한 생각을 하면서도, 집으로 향하는 길을 서두른다.
물론, 지금까지 랩에 있어서의 『창설자』와 『조수』라는 입장 관계에 커다란 변동은 없다. 하지만 표면상은 허세를 부려도, 실제로는 완전하게 굴복한 것도 사실.
『이 무슨 복잡한 관계냐.』
가슴 속에서 작게 내뱉고, 나는 조금만 더 발걸음을 빨리 했다. 혼나는 건, 싫었다.
이윽고 우리의 거성을 안고 있는, 온갖 사람이 모여 사는 오래된 이층 건물이 시야에 보였다.
그 낡은 모습을 멀리에서 보며, 나는 장을 봐 온 봉투를 가볍게 고쳐 쥐고──
『저 녀석들. 뭘 하고 있는 거지?』
브라운관 전문점 앞에 설치된 편안한 벤치에, 낯익은 2명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석양에 비친 몸집 작은 소녀와 거인 남자. 말할 필요도 없이, 마유리와 다루였다.
손에 든 비닐봉투를 크게 흔들면서 종종걸음으로 가까워지자, 아무래도 상대방 역시 이쪽의 접근을 알아차린 듯 해──
“아~ 오카린! 겨우 돌아왔어~!”
“오―. 이 무슨 상당한 중역 출근인데―”
소꿉친구와 한쪽 팔이, 황혼이 늘어진 한길에 소리를 울리며 벤치에서 일어섰다. 나는 두 명의 옆에서 발을 멈춰, 조금 차 오른 숨을 정돈하며 물어본다.
“둘 다, 여기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빈 벤치 위에 전리품으로 찬 비닐봉투를 올려놓으며 두 명을 교대로 보자, 마유리의 얼굴이 기쁜 듯이 피었다.
“그건 말이죠~, 오카린을 기다렸던 거예요~.”
추운 날 씨 속에서, 다루와 둘이서 내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마유리. 그 말에 조금 놀란다.
“설마, 일부러 밖으로 마중 나온 건가? 게다가, 마유리뿐이라면 몰라도 다루까지?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야?”
어딘가 석연치 않은 내 표정에, 다루가 커다란 상반신을 다른 곳으로 틀며 외쳤다.
“무례함여. 나라도, 지금부터 전장으로 향하는 전사에게 적어도 격려라도 해야지, 하고 생각했니깐여.”
다루가 한 말 속에서 뜻 모를 단어를 찾아내, 그대로 따라 해서 되묻는다.
“전장? 무슨 소리야?”
그런 내게, 마유리가 미소 지어 보였다.
“뭘 또~. 숨겨봤자 안돼요, 오카린. 미유시도 다루군도, 제대로 알고 있는 거예요.”
“그래그래. 오카린, 귀하의 무운을 빕니다…… 라고 할까, 너무 늦달까, 리얼충은 *쥭어¹하고 생각함여.”
만면의 미소와 히죽히죽하는 얼굴을 눈앞에 두고, 나의 곤혹은 보다 깊어간다.
“그러니까 대체 무슨 소릴…….”
다시 입을 연 내 말을, 마유리의 눈부신 목소리가 차단했다.
“그럼, 오카린. 크리스 쨩이 기다리다 지쳐 할머니가 되기 전에, 가 줘.”
마유리가 환하게 웃고는, 빙글 하고 등을 돌린다.
“그런 거라구. 암튼, 가능한 한 폭발해서 죽지 않게 조심하라구염, *나으리².”
다루가 어울리지 않게 웃고, 빙글하고 내게 등을 돌린다.
그리고 마치 미리 짜고 있었던 것 같은 타이밍으로, 둘이 동시에 걷기 시작한다.
“아니, 그러니까 잠깐 기다리라고 너희들.”
얼굴에 당황한 기색을 띄워, 떠나가는 두 명을 불러 세우려 팔을 뻗지만──
“안 돼 오카린. 지금은 크리스 쨩이 있는 곳에 가주지 않으면”
“그렇다구. 당신의 전장은, 여기가 아니니깐염.”
되돌아보지 않는 둘에게 들은 말은 뭔가 다양하게 이해하기 어려워서, 나는 뻗은 팔을 맥없이 움츠렸다. 그리고 저녁놀에 물드는 거리를 걸어가는, 크기가 다른 두 등을 말없이 배웅한다.
『이건 대체, 무슨 연극이야?』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벤치에 두었던 비닐 봉투를 고쳐 쥐고, 발길을 돌려 랩으로 이어진 계단에 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