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기적의 오카린티나 9화

일자가 바뀔 무렵이 되자, 햇빛이 있는 시간까지는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던 희미한 온기도, 랩 안에서 완전히 그 모습을 지우고 있었다.
켜진 브라운관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영상을 멍하니 보라보며, 소파 위에서 가볍게 몸을 떤다.

“제법 추워졌구나…….”

자신 한 명밖에 없는 랩 안에서, 누구를 향해서란 것도 아니고, 왠지 모르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화면 안에서 펼쳐지는 출연자들의 대화도, 일몰과 함께 기세를 더해오는 추위를 감추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라고 할까, 시시해.』

테이블 위에 내던졌던 스스로 만든 총 형태 리모컨을 틀어쥐고, 느릿한 동작으로 도무지 흥미가 솟아오르지 않는 화면을 향한다.

“오카베, 있어？”

현관문이 열리는 마찰음과 함께, 들은 적 있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릴 예정을 캔슬해, 상반신만을 틀어 소리가 나는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몸의 움직임에 맞추듯이, TV 화면을 향하고 있던 총구가 현관 쪽으로 조준을 맞춘다.

“뭐야, 조수잖아…….”

낯익은 얼굴에 총구를 향한 채로, 그 생각지 못한 등장에 미간을 모은다. 그런 내 상태를 보고, 평소의 의상 위에 코트를 걸쳐 입은 차림새의 크리스가, 이상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오카베, 이번에는 뭐에 영향 받았어？ 말해두지만, 그런 장난감으로는 나를 쓰러뜨릴 수 없다구.”

현관 앞에서 애용하는 부츠를 벗으며, 너무나도 무례한 시선을 향해오는 크리스. 그 말에, 나는 입가를 경련시키며 오해를 정정한다.

“뭘 착각하고 있어. 채널을 바꾸려고 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거기에 우연히, 네 녀석이 나타났을 뿐이라고.”

“아 그래. 나는 또, 매드 사이언티스트에서 하드보일드로 노선으로 갈아탔나 하고 생각했어.”

작은 미소를 띠는 크리스의 말에, 총구를 내리고 낙담한 표정을 짓는다.

“헛소리를. 만약 관 속에 넣어져도, 나는 전력으로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모습을 피로할 생각이다.”

“어라, 그건 유감. 매드보다 하드가 뼈대 있는 느낌으로 좋은데. 뭐, 헤타레인 오카베에게는 설정이라 해도 과중한가.”

심야에 갑자기 급습한 후, 남의 행동을 마음대로 잘못 해석해, 거기에 더해 불쾌감을 느끼게 하며 비웃는다. 이 무슨 실례천만인 조수일까.

“그래서, 무슨 일이냐？ 뭔가 잊고 간 물건이라도 있었던 건가？”

내가 가볍게 눈을 열며 물어보자, 구두를 다 벗은 크리스는 랩 안에 한 걸음 발을 내디디며 고개를 젓는다.

“그런 게 아니라, 예의 데이터의 일로 왔어. 일단 시작해 봤지만, 그랬더니 당신에게 확인받고 싶은 일이 몇 개인가 나와서 말야. 그래서, 이렇게 해서 일부러 발길을 옮겼다는 거야.”

크리스가 돌려준 재미없는 대답에, 나는 조금 소파에서 일어선다.

“데이터라니, 낮의 녀석인가？ 벌써 해석이 끝났다는 거야？”

“그럴 리 없잖아. 당신의 기억 데이터를 전부 해석하려면, 그야말로 가볍게 해를 넘겨. 그 뿐만 아니라, 또다시 한 해를 넘길 기세야.”

크리스는 PC 앞으로 걸어가, 가는 손끝으로 전원 버튼을 누른다. 머지않아, 새까맣던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약속된 메이커 로고.

“그렇다면, 무엇을 확인하려고？”

나는 모니터에 떠오르는 기동화면을 눈구석으로 보며 물어본다. 그러자 크리스는, 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메모리를 꺼내고 말했다.

“일단 다섯 장. 이미지로 간신히 성립하고 있는 녀석을 가져 왔어. 그것이 당신의 기억의,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싶어.”

OS 기동을 기다리는 크리스가 한 말. 그 의미를 그다지 이해할 수 없다.

“기억의……어느 부분？ 의미를 몰라.”

“즉, 가져온 5장의 이미지가, 오카베에게 있어 어느 세계선의 기억인가. 그것을 확인할 수 있으면, 데이터 해석에 필요한 범위를 좁힐 수 있다는 일. 사실은 해석을 하기 전에, 데이터의 격납 분포나 수형도로, 해당 에어리어를 어느 정도 좁힐 생각이었지만, 역시 내용을 보지 않으면 확신을 가질 수 없어서.”

“그래서, 내게 내용을 확인하라고？”

“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농담 아니라,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야. 솔직히 조금, 얕봤어.”

인간의 기억이, 이렇게 복잡하고 애매하다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쓴 웃음을 띠는 크리스의 표정을 힐끔 쳐다본다.

“일단, 나의 데이터의 일부분을 먼저 해석해, 보존되고 있는 기억의 경향을 추측해 봤어. 그 후에, 대체로의 부분을 계산해서, 당신의 데이터를 가져왔을 작정. 그러니까, 내 추측대로라면, 가져온 5장은 전부, 어딘가 하나의 세계선에서의 기억에 해당할 거지만…….”

“뭔가, 복잡하군.”

나는 에구에구하는 표정으로, 소파에서 일어선다.

“그렇게까지, 딱히 서두를 필요는 없었을 텐데. 딱히 내일이라도 좋지 않나？”

PC 앞에 진을 친 크리스에 다가가며 그렇게 지적하자, 크리스는 조금 난처한 듯한 얼굴을 했다.

“응……그건 그렇지만, 어쩐지 기다릴 수 없어서. 거기에…….”

다른 세계선에서의 기억 이미지를, 마유리나 다루에게 공개해도 좋을지 어떨지 판단이 곤란했다고, 수줍어하는 얼굴로 크리스가 말했다.

“생각해보면, 당신의 기억은 상당히 그거겠지？ 그렇다면, 처음 보는 것은 나와 오카베뿐인 편이 적당할까 하고. 그래서, 이런 시간이라도, 오카베라면 랩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크리스의 말에, 나는“어쩔 수 없어”고 중얼거리며 PC 앞의 의자를 당겨 앉는다. 마치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타이밍으로, OS 기동 완료한 화면을 본다.

“그래서, 어쨌든 보면 되는 거지？”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크리스가 가지고 온 데이터의 격납 장소를 더듬는다.

“응. 그리고, 아는 것만으로 좋으니까 결과를 보고해줘.”

그렇게 말하고, 크리스는 발길을 돌려 PC앞에서 떨어져 조금 전까지 내가 앉아 있던 소파에 털썩 하고 앉았다.

“왜 그래. 보지 않아도 좋은 건가？”

“그런 약속이었고.”

그렇게 말해 소파 위에서 몸을 둥글게 하는 크리스. 그 자세에“그러고 보니, 그런 약속도 하고 있었군”하고 왠지 모르게 그녀다운 우직한 인상을 느끼며, 나는 모니터에 시선을 향한다.
마우스를 다시 조작해, 그리고 그럴 듯한 데이터가 들어가 있을 것 같은 폴더까지 가까스로 도착한다.

『확실히 다섯 장…….』

폴더 안에 들어있는 5개의 데이터. 『01』부터 시작해서 차례대로 넘버링 되어 있는 파일명의 끝에는, 그것이 이미지파일인 것을 나타내는 확장자가 붙어 있다.

『이것이……내 기억 데이터.』

여기가 목적 장소라고 단정해, 일단 제일 빠른 번호가 붙어 있는 파일에 커서를 맞춘다.

『자 그럼…… 뭐가 나올까…….』

열어보자 최초로 눈에 들어온 것은, 어딘가 핀트가 어긋난, 애매함이 돋보이는 이미지였다.

『뭐냐 이건……？』

이미지의 전체적인 노이즈. 마치, 사진 촬영에 조금 실패해 버린 것 같은 느낌의 모양.

『손 떨림 방지 정도는 설정해 두지…….』

하는 두서없는 생각을 하면서, 눈앞의 이미지를 본다. 확실히 분명하지 않은 화면이지만, 그러나 거기에 뭔가 그려져 있는지 정도의 판단은, 가까스로 할 수 있었다.

『……거뭇한…… 인간？』

어슴푸레한 배경 안에 떠오른, 어렴풋이 본 기억 있는 분위기. 거기에 보이는 색을 단서로, 자신의 기억을 뒤진다.

『이것은 확실히…….』

최초로 떠오른 것은, 언젠가의 세계선에서 페이리스를 둘러싸고 대치한, 잘 모르는 검은색 투성이의 중2병 남자.

『확실히 이름은 저온이 어떻다던가 뭐라던가…….  저체온증의 남자？ 으으음, 뭐였지？ 』

기억의 구석을 찾아 돌아다녀보지만, 왠지 모르게 다르다. 이름이라는 게 아니고, 인물 자체의 인식이 왠지 모르게──

『오오, 아니야 아니야！ 생각해냈다구, 그 때의 배지 가게 주인이잖아！』

갑자기 떠오른 기억의 이미지. 그 이미지가 눈앞의 이미지와 겹친다.

『스즈하가 가지고 있던 랩 멤 배지의 위조를, 다루가 의뢰했던 상대다…….』

그렇다고 알자, 지금까지 어슴푸레한 인상밖에 가지지 않았던 이미지 속의 배경이, 갑자기 저녁 무렵의 아키하바라 뒷골목으로 보여 왔다. 이상하다.

『즉 이 기억은, 스즈하를 과거로 보내기 위해, 망가진 타임머신을 수리하고 있었을 무렵의 기억…….』

그리고 그것은, 마유리 앞으로의 반복사(死)가 방문한, 그 α세계선에서의 기억이라는 일에 시원스럽게 생각이 미친다.

『그렇다 해도, 무작위라고 할 수 있는 이 초이스. 어느 의미, 상당히 레어한 인물을 즉시 가져온다고는.』

결과적으로, 1장 째로부터 조속히 해당하는 세계선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뽑기에 강하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열린 이미지를 화면에서 지우고, 다시 눈앞에 나타난 다섯 개의 파일에 시선을 향한다.

『크리스는, 5장 모두 같은 세계선의 기억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4장씩이나 α세계선에서의 기억이라고 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나머지 이미지를 보는 것이 왠지 모르게 무서워진다.
솔직히 말해, α세계선에서의 기억은 내게 있어 그다지 우호적인 입장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할 수 있다면 이대로 미래영겁, 기억의 바다에 깊고 깊게 가라앉아 있어 주었으면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 정직한 본심이다.

『……으음.』

만의 하나라도, 나머지 4장 안에 계속 반복해서 보아 온 처참한 영상이 섞여 있다고 생각하면, 마우스를 움직이는 손가락이 움츠러든다. 하지만──

​『​약​속​…​…​했​으​니​.​』​

뜻을 정해, 두 번째의 이미지를 목표로 한다. 할 수 있다면, 그 꺼림칙한 기억의 이미지만은 나오지 말아줘 하고 바라면서.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로 끝나, 두 장 째, 세 장 째를 열어나가도, 나오는 것은 처참함의 처라는 글자도 보이지 않는 이미지뿐이었다.

두 장 째에 본 이미지.
변함없이 흐릿했지만, 그 내용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스즈하의 모습이라는 일만은, 불가사의하게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또한, 의심할 여지없이 α세계선의 기억과 다름없었다.

계속해서 세 장 째. 뭐라고 하면 좋을지,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듯이 이번에야말로 나타난 검은색 투성이의 남자.
이름은 그다지 생각해 낼 수 없는, 저체온증의 남자의 이미지가 당첨됐다. 적을 찾는 듯한, 첫 번째 장과 합쳐서 벌써 원 페어 확정.
상황을 보는 한, 크리스의 뽑기는 꽤나 치우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네 장 째. 이것에는 적잖이 숨을 집어 삼킨다.

​『​뭐​…​…​뭣​이​라​！​？​』​

위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크리스에게는 보일 수 없다. 나는 화면에 비춰진 이미지를 재빨리 닫고, 신속한 손가락 움직임으로 그 이미지 파일을 PC 내의 다른 영역에 카피한다.

『후. 확보 완료.』

거기에 넣어져 있던 것은, 언젠가 봤던 크리스와 마유리의 모습이었다.

『살색 많은 것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지고의 한 장이다.』

어슴푸레함 속에 보이는, 대조적인 두 명의 바디라인. 자칫하면, 예를 들어 희미한 기미였다 해도, 이 이미지에 상응하는 가치가 존재하고 있는 일은 명백했다. 그렇다면, 백업을 보존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크​흐​…​…​크​흐​흐​…​…​.​”​

“무슨 일이야, 오카베？ 뭔가 갑자기……라고 할까, 왜 숨이 거칠어지고 있어？”

지금까지 말없이 소파에 앉아 있던 크리스가, 내 심경 변화를 알아챈 것인지, 등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거칠어지지 않았다！ 딱히 네 녀석의 초라한…….”

마음껏 당황해버렸다. 실태였다.

“초라……？ 오카베. 잠깐 그거 보여 봐.”

출렁하고 소파에서 일어서는 크리스.

“무, 무슨 소리를！ 보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던 것이 아니었던 거냐！？”

“정확하게는 다르지. 오카베의 기억을 보는 것은, 해석 데이터를 랩에 가지고 와서. 그러한 약속이었을 거야. 일단 신경 써서, 당신에게 먼저 보이는 방법을 취했지만…… 마음이 바뀌었어. 당장 보여.”

의연한 크리스의 태도에, 나는 이를 악문다.

“조수여……네 녀석, 언제부터 사기꾼으로 전락했던 거야？”

“문답무용. 그렇달까, 일단 코피나 닦아, BYEONTAE”

“바보 같은！ 조수 정도로 코피라고！？”

당황해서 코밑을 손으로 닦지만──

『실수했다！ 낚인 건가！？』

아무것도 묻지 않은 손등에, 분한 시선을 떨어뜨린다.

​『​위​…​…​위​험​해​…​…​.​』​

하늘하늘 가까워져오는 크리스의 기색에, 내 안에서 위험을 알리는 경종이, 미친 듯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보면…… 후회한다구.”

“예 예. 됐으니까 얌전하게 보여.”

“허나 거절한다！”

소리를 쥐어짜 거부의 의사를 선언한다. 하지만──

“각하야.”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내 옆에 두둥하고 서는 난폭한 독재자.

“빨리 해.”

조용한 음색에, 몸이 움츠러든다.

“서……서두르지 마라 조수여…….”

“말해두지만 오카베. 당신에게 거부권은 없어. 대체로, 호텔에 돌아가면 원본 데이터가 있다구？ 기특하게 단념하는 편이, 인상적으로 죄가 가벼워질지도 모르지만…… 어느 쪽이 좋은지, 선택해 오카베.”

마치, 내게 죽는 꼴을 택하게 하려는 듯한 크리스의 대사. 그, 너무도 하드보일드한 선택사항을 앞에 두고, 나는 풀썩하고 어깨를 떨군다. 그런 나를 힐끗 보고, 크리스의 손이 마우스에 올려졌다.

“그래서…… 몇 번째？”

“……5.”

“그럼, 네 번째네.”

이미, 생존은 바랄 수 없었다. 크리스는 마우스를 움직여, 화제만발인 네 장 째에 커서를 맞춘다. 그리고──

“뭐야 이거？”

철퇴를 각오했다.
그 α세계선에 있어, 내가 크리스와 마유리의 샤워를 방해한 사건. 크리스는 이미, 그 역사가 실재하고 있던 일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물리적인 흐름을 더해 상황을 추측하면, 지금쯤 내 머리 위에는, 크리스가 치켜든 주먹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아, 충격에 대비한다. 하지만──

“뭐가 비춰지고 있는 거야……？”

충격 대신 방문한 것은, 크리스가 낸 의문의 소리였다.
천천히 눈을 열어, 옆에 선 크리스를 올려다본다. 그 시선은 모니터를 향하고 있어, 모니터에는 예의 이미지가 비춰지고 있지만, 그러나 크리스의 눈동자가 그 이미지의 내용을 인식하고 있는 듯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내 관찰을 긍정하듯이, 크리스가 입을 연다.

“전체적으로는 살색이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크리스에게는, 이 이미지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지 않은가. 럭키잖아.

“오카베…… 이게 무슨 이미지인지, 당신은 아는 거야？”

“뭐……뭐어, 희미하지만, 뭐가 비치고 있는 정도의 판단은…….”

솔직하게 대답해 『큰일났다』고 후회한다. 어떻게 생각해도, 지금 장면이라면『내게도 모르겠어』라고 대답해야 했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직 간신히 크리스의 추격을 피할 찬스 정도는 있었을지도 모른다는데.
나는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이를 간다. 그러나──

“내게는 모르겠는데 오카베에게는 알겠어？ 어째서？”

돌변한 크리스의 표정. 입가에 손끝을 가져다 대, 언제나의 사고 포즈를 피로하고 있다.

“혹시…… 본래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시각으로부터 뇌로의 정보 전달에, 뭔가 수정이 걸린다……든가, 있을 수 없을까？”

뜻밖의 횡재라는 건 이런 건가. 설마 크리스 스스로, 화제의 창끝을 빗겨 나가게 해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이 기회를 놓칠까보냐.』

나는 결사의 각오로, 크리스의 사고에 달려든다.

“그건 재밌지 않은가！ 확실히 시각정보라는 것은, 눈으로 포착한 광경을 정보화 해 눈에 전달！ 그리고 도착한 정보를 바탕으로 뇌 내에서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기억을 보관하고 유지하는 사람이 타인과 다른 영상구성을 뇌 내에서 일으키고 있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야, 실로 재미있는 해석이다！”

이젠 필사적이다. 일단 그럴듯한 단어를 늘어놓아보지만, 그러나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금도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크리스는 나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러네. 그 가능성도…… 있을 지도 몰라. 확실히, 재밌어…….”

입가에 손끝을 댄 채로,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하는 크리스. 그리고──

“있지 오카베. 미안하지만, 한 장만 더 보여주지 않을래？ 그걸 보고, 만약 당신에게는 판별할 수 있고, 내게는 할 수 없다면…… 이번 건의 취지는 빗나가지만, 그래도 조금 신경 쓰이니까.”

“옳지 왔다！”

두말 할 것 없이 흔쾌히 승낙한다. 빗나가기 시작한 크리스의 화제. 그 엇나감을 지지하기 위해, 재빨리 마우스를 잡아, 아직 보지 않은 다섯 장 째의 이미지에 커서를 매끄럽게 움직였다.

“최후의 이미지는, 이 녀석이다！”

벌써, 자신도 어떻게 텐션을 킵해야 할지 몰라, 단지 생각나는 대로 소리를 질러 마우스 버튼을 힘껏 누른다.
흐지부지하게 돼라. 그 일심이었다.

그리고 모니터에 나타나는, 한 장의 이미지. 그 내용에, 사고가 멎는다.

“역시 모르겠네. 어때 오카베, 당신에게는 알겠어？”

그 질문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아…… 알아. 모를 리…… 없어.”

거기에 나타난 이미지. 거기에 비친 인물. 나는 두 눈을 크게 떠서, 모니터 화면을 날카롭게 응시한다.
잊을 리 없었다. 본 순간에, 식별할 수 있었다. 분명 아키하바라의 거리 풍경일 배경을 뒤로 하고, 거기에 서 있는 초로의 남성. 그것이 누구인지를.


『닥터 나카바치…….』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문다. 그 때에 맛봤던 역한 쇠맛이 가슴 안에서 되살아날 것 같고, 격한 혐오감이 머릿속에 솟구친다.


『하필이면, 최후가 이녀석인가…….』

재차 그 모습을 이 눈에 새기게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화면 너머의 갑작스러운 재회를 앞두고, 나의 심중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쾌한 감정이 빈틈없이 깔려간다.
뚫어져라 모니터에 시선을 향하고 있는 나. 크리스가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어온다.

“오, 오카베, 무슨 일이야？ 뭔가…… 화내고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냐.”

언제였던가. 나는 크리스에게, 나카바치라는 남자를 다양한 의미로 『위대』하다고, 『감사』하고 있다고, 그렇게 말했다. 그 때의 생각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데도 이렇게 해서 그 모습을 눈앞에 두게 되자, 어쩔 도리 없게, 어느 특정한 감정이 끓어올라 오는 것을 누를 수 없었다.

“있지, 뭔가가 있었다면, 가르쳐 주었으면 해…….”

마치, 내가 억누르지 못하는 감정을 짐작하듯이, 크리스의 조금 가라앉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쓸쓸한 듯한 음색을 들어, 깜짝 놀란다.

“아니 미안. 정말로 괜찮다. 그냥, 조금 싫은 일을 생각해 냈을 뿐. 하지만 그것도, 벌써 끝난 일. 그러니까,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야. 미안, 이상한 걱정 끼친 건가.”

당황해서, 통제하지 못한 감정의 노출을 수습한다.

“별로, 사과 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보다. 일단 다섯 장 모두 보았지만, 결과는 듣지 않아도 좋은 건가？”

조금 지나치게 노골적인 화제전환이라고도 생각되었지만, 그러나 내가 태연한 모습으로 표정을 누그러뜨리자, 크리스의 표정도 미미하게 누그러졌다.

“어~ 아, 그랬지. 그래서, 어땠어？ 세계선의 특정, 할 수 있을 것 같아？”

“뭐어 어떻게든. 아마, 이 이미지들은 α세계선…… 즉, 마유리의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그 때의 세계선의 기억일 거다…….”

말로 하고, 처음으로 뭔가가 걸렸다. 또다시 떠오르는 의심.

“그래. 그러면 내가 세운 『오카베의 기억분포』는, 일단 잘못되진 않은 것 같네. 이것으로, 해석 범위를 좁히기 쉬워졌어.”

되풀이하는 나의 심경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조금 전과는 바뀐 만족한 얼굴을 보이는 크리스. 그러나──

“다섯 장 모두, 정말로 같은 세계선이지？”

그런 질문을 무심코 말해, 『큰일났다』고 혀를 찬다. 이것으로 또다시, 크리스에게 필요 없는 걱정을 심어버리는 게 아닌가.

“일단 그럴 테지만？ 다섯 장의 이미지는 모두 같은 세계선의 기억. 뭐어, 그것이 α세계선이라고 한다면, 혹시 오카베의 주관으로부터 누락된 과거의 기억도 있을지 모르지만…… 전부,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였던 거지？”

그런 질문을 받아, 나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그런 내 거짓말을 알아차린 표정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면, 빨리 돌아가서 해석 범위를 다시 지정하지 않으면. 이대로 계속 있으면, 해석 끝나는 무렵에는 진심으로 성년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고.”

그런 말을 남겨, 현관으로 향한다.
구두에 발을 넣는 크리스에게, 내가 귀갓길의 동행을 청하자, 크리스는 얼굴을 미미하게 붉혔다.

“그럼, 부탁해볼까. 사실대로 말하면, 올 때, 조금 불안하거나 했으니까…….”

“알았다.”

나는 백의 위에 코트를 걸쳐 입어, 재빨리 외출 준비를 갖춘다. 그리고, 크리스를 따라 현관 밖으로 나와, 닫혀가는 문 틈새로 실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어째서 α세계선의 기억에, 나카바치의 이미지가 있지……？』

랩 안에서, 켜둔 모니터에 비춰지고 있는 이미지. 거기에 있는 존재하지 않아야 할 사실에, 가볍게 미간을 모은다.
그리고 불가사의했다.

『저것은 정말로 ​나​카​바​치​…​…​인​가​？​』​

시각에 비친 모습. 그것은 틀림없이, 언젠가 라디관에서 대치한 한 남자. 착각할 리 없었다. 그렇다는데, 생기 잃은 한 장의 이미지로부터 감지한 인상은, 어딘지 내가 알고 있는 초로의 남성과는 동떨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알 수가 없어.』

나는 솟구치는 의문을 눌러, 천천히 문을 닫는다. 살을 엘 듯한 12월의 냉기가, 왜인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