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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긴의 의뢰일지


Original | ,

3화 메이드와 집사와 큐레이터와


"우우... 우울해."

"왜 그래 슈우지? 역시 그저께 있었던 일 때문이야?"

"응..."

서현은 눈물을 글썽이며 요리를 하고 있는 슈우지에게 물었다. 그러자 한숨을 내쉬며 긍정하는 슈우지. 그런 슈우지를 보며 서현은 동정의 눈빛을 담아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서현이 말하는 그저께 있었던 일 이란 무었인가? 그것은 어찌보면 아주 사소하고도 단순한 일이었다. 일찍 마친 슈우지의 딸 유우키 미사가 쿠사카리 슈우지의 마중을 나온것. 물론 밖이었기에 아빠라거나 하는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의 등장은 쿠사카리 슈우지를 곤란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그날 이후 외야에서는 미키가 너무 휘둘러댄 나머지 지쳐서 외도에 빠졌다느니 애초에 로리콘이었는데 커밍아웃을 한 것이다라느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물론 악의성 없는 흥미본위의 장난성 소문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슈우지를 우울하게 만드는데는 충분했다. 뭐 그래도 악의적인 소문이 돌지 않은것은 그만큼 슈우지가 착하고 착실하게 살아왔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었다.

"뭐 신경쓰지마 곧 잠잠해 지겠지. 어차피 악의도 없는 장난이니까. 그보다 미사에게서 유우에 대한 정보좀 얻은게 있어?"

"아, 그게..."

서현의 말에 슈우지는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미사, 혹시 유우의 사진 있어?"

"물론 얼마든지!"

슈우지의 물음에 미사는 무척이나 당연하다는듯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의 안색이 파리해지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할아버지가 전부 버려버렸네! 빌어먹을 영감탱이!"

"뭐...? 그럼 호적등본은?"

"그거야 얼마든지... 라고 해도 아빠랑 엄마는 정식적으로 결혼한게 아니니까 의미없지 않아?"

"확실히 그렇네..."

이래저래 회피하는 미사를 보며 슈우지는 자신도 모르게 의구심을 느꼈다. 사실 지금에서야 의구심을 느끼는 슈우지가 너무 사람이 좋은 것이지만 말이다.

"너... 정말 내 딸이 맞는거야?"

"아, 진짜! 못믿겠으면 피검사라던가 유전자검사라던가 해보면 되잖아!"

너무나도 자신만만한 그녀의 외침에 슈우지는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됐어."

"이상하네... 진짜."

서현의 말에 슈우지도 공감했다. 일반적으로 위장이라면 증거물품이라던가 이런게 다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미사는 그런것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사진도 없고 호적도, 그리고 그 외에 유우와 관련된 여러가지가 부족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피를... 만약 위장이라면 절대로 피해야할 유전자 검사를 자청해서 하고자 할 정도로 자신이 있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뭐, 일단은 위해를 줄 생각도 없어보이고 일단은 유우와 관련되어있는 것도 사실처럼 보이니 한동안 지켜보는게 어때?"

"그럴 생각이야. 그 말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나는 미사의 아버지니까 말이야.

"헤에, 벌써부터 아빠노릇을 하려는 거야?"

"아빠인건 사실이니까."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옆에서 보면 모자란 오빠와 동생같은 느낌이라고."

"윽!"

서현의 말에 슈우지는 상처받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슈우지와 미사의 나이차는 9살. 일반적인 부녀지간에는 있을 수 없는 나이차였다. 이정도 나이차면 미사가 결혼할 대상은 슈우지보다 연상일 가능성조차 있었다. 더구나 위엄이란 부분은 어느정도 나이차이에 의한 부분이 많았다.

'솔직한 말로 슈우지가 나이를 먹는다고 해도 위엄이 생길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야.'

꽤나 무례한 생각을 거침없이 해대는 서현이었으나 굳이 입밖으로 꺼내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슈우지"

"왜 그래 현?"

"된장국 넘치고있다."

"에엑?!"

서현의 말에 슈우지는 놀라며 넘치는 된장국의 불을 껐다. 그리고 그날 사미다레장 식구들은 여태까지 슈우지가 만든 아침 중에서 유래없이 짠 된장국을 맛볼 수 있었다.




아침을 다 먹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방으로 흩어져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서현과 슈우지, 그리고 미사는 학교에 가기위한 준비를 했다. 그러던 중...

"슈우지 손님왔어."

"네?"

갑작스럽게 밑에서 들려오는 타마키의 목소리에 슈우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으로 자신을 찾아올 사람이 드물뿐더러 이런 아침에 올만한 사람은 슈우지가 아는 사람중에는 없었다. 그렇게 의아해하며 내려가는 슈우지는 1층 거실에 내려오기 무섭게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탓일까? 미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래 슈우지?"

"으응... 아무것도."

"흐음... 빨리가자고. 손님 기다리게 하는건 실례잖아."

"그러네.

미사는 슈우지의 반응에 미심쩍어했으나 슈우지를 찾아온 손님쪽이 더 궁금했기에 슈우지를 재촉해 밖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온 슈우지는 사미다레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앞의 리무진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잠시 후 들려온 목소리에 슈우지는 한층더 인상을 찌푸렸다.

"오랜만이구나 슈우지."

"이... 목소리는..."

기품이 넘치는 새된 목소리... 13년전에도, 또 10년 전에도.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목소리... 슈우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는 한 여인의 모습을...

"하도우... 씨."

"슈우지, 누구? 켁?! 하도우 재벌의 총수가 여긴 왜?!"

미사는 여인의 모습을 보기 무섭게 당황하며 외쳤다. 설마 슈우지를 찾아온 사람이 하도우 재벌의 현 총수인 하도우 루리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한 탓이었다. 그보다 하도우 루리를 보며 미사는 한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어째서 저 먼 미국에 있는 하도우 재벌의 총수가 자신의 아빠인 쿠사카리 슈우지를 찾아왔을까 하는... 하지만 그 의문은 금새 풀렸다.

"역시나 아직 엄마라 불러주지는 않는구나."

"에엑?!"

"자... 잠깐?!"

​"​슈​우​지​군​이​.​.​.​"​

"하도우 재벌 총수의 아들?!"

​"​그​래​서​였​나​.​.​.​"​

서현은 며칠전 격돌한 하도우가의 메이드들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기 무섭게 슈우지는 평소 사람 좋은 그답지 않게 격정적으로 외쳤다.

"제 어머니는 엔네아 한분 뿐입니다! 애초에 하도우씨와는 혈연관계도 없지 않습니까!!"

"누가 혈연관계가 없다는 거니! 내가 직접 배아파 낳은건 아니지만 넌 엄연히 내 아들이라고!!"

"왜 그렇게 저한테 집착하시는 겁니까!"

"네가 내 아들이니까!"

"증거는요!"

"유전자 검사라도 해볼까? 그럼 금방 알게 될텐데?"

"할까 봅니까! 해도 그쪽에서 다 조작할 수 있잖습니까!"

"안해 그딴거! 어차피 그런거 안해도 네가 내 아들인건 변함이 없는걸!"

슈우지와 루리의 격렬한 말다툼에 모두들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사람은 완전 판박이였다. 이래서야 가족이 아니다란쪽을 믿는게 더 힘들 지경이었다. 사미다레장 사람들이 전부 기막혀 하고 있을 때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명의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자신을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사미다레장 여러분 제 이름은 윈필드. 미욱하나마 하도우가의 집사를 맡고있는 사내입니다."

"이런 ​이​유​였​던​거​냐​.​.​.​"​

윈필드를 본 서현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도우 재벌 총수 하도우 루리의 집사이자 하도우 재벌의 중역인 윈필드. 그러한 그가 직접나설만한 일이라면 확실히 '하도우'가 혈족과 관계되거나 혹은 하도우 재벌에 영향을 미칠일인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슈우지의 정체가 하도우 루리의 자식이라면... 확실히 그가 나서고도 남을 정도의 이유로 충분했다. 그렇게 납득을 하고 있던 서현은 문득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에 고개를 내밀어 루리와 윈필드 뒤편을 보았다. 그러자 지난번에 자신과 싸운 메이드가 리무진 뒤에 시립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 아가씨... 꽤 강하던데 누구?"

서현의 물음에 윈필드는 고개를 잠깐 돌렸다. 그리고 서현이 말한 존재가 누구인지를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아아, 츠루노 미츠루기양 말씀이시군요. 저희 하도우가의 특무메이드대의 메이드장이죠."

"검인가..."

서현은 지난번에 있었던 그녀와의 싸움을 떠올리며 그녀의 이름이 꽤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뭐...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말이다. 서현이 잠시 그녀를 살펴보는 사이 닮은꼴 모자(母子)의 싸움이 끝났는지 두사람은 서로를 지켜보며 숨을 헐떡였다.

"헉... 헉... 하도우씨는 ​고​집​불​통​이​로​군​요​.​"​

"그러는 슈우쨩이야 말로 ​심​술​쟁​이​야​.​.​.​!​"​

아직 끝난것은 아닌가 보다.

"슈우지, 슬슬 준비하지 않으면 늦는다고"

서현은 두사람의 말다툼을 끝내기 위해 외쳤다. 서현의 말을 들은 슈우지는 루리를 향해 물었다.

"도대체 여긴 왜 온거에요... 단순하게 날 보러 온 거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슈우지의 말에 루리는 불만을 표했으나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슈우지, 너 생활은 제대로 하고 있는거니?"

"제대로 하고 있습니..."

"물론 너야 제대로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 뒷바라지까지 하면서 알바까지 병행하고 있잖니."

루리는 말하면서 타마키와 야미에를 흘겨보았다. 단지 같은곳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슈우지를 부려먹는 두사람이 못마땅한듯했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야미에와 타마키는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뻔뻔한 두사람이지만 하도우 루리같은 대재벌을 상대로 원한을 얻기는 죽기보다도 싫었다. 그런 두사람을 보며 루리는 다시한번 한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그런 네가 안쓰러워서 말이야... 사람을 한명 붙여줄 생각이야."

"루리씨! 멋대로..."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마. 그녀도 원한 일이니까. 게다가 너랑은 여러므로 면식도 있고"

"누가 원했다는 겁니까! 아가씨!!"

루리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번에도 묘하게 익숙하다고 느낀 슈우지는 자신도 모르게 루리 뒤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하도우 루리의 뒤에 시립하고 있던 메이드복의 소녀는 슈우지가 무척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츠루노양?"

"오... 오랜만이야 슈우지군. 중학교때 이후로 처음이네."

중학교때 신세를 진 중학교 동창인 츠루노 미츠루기. 그녀를 이런식으로 다시보게 될 줄 몰랐던 탓인지 슈우지는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어... 어째서 메이드가..."

"어째서라고 해도... 나 원래부터 하도우가의 ​메​이​드​였​으​니​까​.​.​.​"​

미츠루기의 고백에 슈우지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는 하도우 루리를 째려보았다. 그런 아들의 불합리한 행사에 루리는 화를 내며 말했다.

"왜 그런식으로 쳐다보는거야! 중학교때 그녀가 너랑 같은학교에 다닌건 그녀의 요청이었다고! 얼굴도 모르는 이를 주인으로 섬길 수 없다면서."

루리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미츠루기는 표정을 고치고 예를 갖추며 슈우지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처음 인사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슈우지님을 모시게 될 하도우가 특무 메이드대의 메이드장 츠루노 미츠루기라고 합니다."

"잠깐만요 츠루노양! 이건 좀..."

"슈우지, 빨리 챙기라고 슬슬 출발하지 않으면 지각이야."

서현은 혼란상태에 빠진 슈우지를 끌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조금만 더 그 상태로 있었으면 슈우지는 과열로 인해 쓰러질것 같은 상황이었다. 서현은 슈우지를 방에 끌고간 후 대충 챙긴 가방을 슈우지에게 넘긴 후 재빨리 사미다레장 뒤쪽을 통해 '뛰어' 학교로 향했다. 그것을 본 윈필드와 루리, 츠루노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너무 몰아붙인걸까 윈필드?"

"확실히 아침부터 좀 강했죠."

"으음... 어쩔까나..."

"일단은 슈우지님 방에서 기다리심이?"

"그럴까?"

"저기... 그래도 되는 걸까요?"

미츠루기의 말에 루리는 괜찮다는듯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 슈우짱은 내 자식이니까 분명 이해해 줄거야."

'아까전에도 그것때문에 싸웠으면서...'

미츠루기는 루리의 말에 태클을걸고 싶었으나 메이드의 소양에 태클은 들어있지 않았다. 결국 룰루랄라 하며 슈우지의 방으로 향하는 루리의 뒤를따르는 미츠루기였다.

"아참, 미사라고 했었지?"

"네, 슈우지의 딸인 유우키 미사라고 합니다."

미사의 말에 루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아침은 바쁠테니 나중에 학교 마치고 나서 천천히 얘기해보자. 포춘텔러의 회장님~"

"그러지요 하도우 재벌의 총수님"

루리의 말에 미사는 악동의 미소를 지으며 학교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본 무토 타마키와 야미에는 악어와 고슴도치의 싸움을 보는듯했다고 후에 말했다.




수시간 후 사가미 대학

"아... 정말인지."

슈우지는 아침부터 일어난 당황스런 사태에 아직도 머리가 채 식지 않은 상황이었다. 서현덕분에 가까스로 모면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지끈거리는 머리는 식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음 수강이... 응?"

다음 수강에 쓸 책을 찾던 슈우지는 자신의 가방 맨 안쪽에 낡은 책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책을 꺼내든 슈우지는 천천히 그 책을 살폈다. 곰팡이가 끼지 않은것이 신기할 정도로 낡은책... 슈우지는 이 책을 본적이 있었다.

"분명 미사의 이사짐 안에 있던 책이었지... 서현이 급하게 챙기면서 실수했나보네."

히노에다레 사본. 그것이 이 낡은 책의 이름이었다. 슈우지는 기분전환겸 이 책을 한번 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내 슈우지는 좌절해야만 했다. 고어로 쓰여져 있을 뿐더러 글씨체도 끔찍하리만큼 괴멸적이었던 탓이었다.

"이거... 읽을 수 있기나 한걸까?"

슈우지는 당황하면서도 그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슈우지 너 혹시 수상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아하하... 그냥 아는 사람이 잘못넣은거 뿐이라니까."

책을 읽기위해 도서관으로 향한 슈우지는 우연치않게 연인이라 할 수 있는 마토우 미키와 마주치게 되었다. 척보기에도 수상하기짝이 없는 책을 들고 도서관으로 들어온 슈우지를 그냥 넘길만큼 무관심한 사람이 아닌 미키는 집요하게 책에대해 파고들었다.

"하지만 슈우지 주변에 이런책에 관심있어 할만한 사람이..."

그렇게 파고들던 미키는 문득 한 사람의 존재에 대해 떠올렸다. 그런 낡은책에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이 슈우지 주변에 하나 있었던 탓이었다.

"혹시 서현...?"

"실수로 잘못넣었더라."

슈우지는 미키의 오해를 이용해 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다. 그렇게 순조롭게 위기를 넘기던 중...

"어라 슈우지 그 책은 뭐야?"

서현 본인이 나타나 버렸다. 서현은 슈우지가 들고 있던 낡디낡은 책 히노에다레 사본을 뺐어들며 살펴보았다.

"히노에다레 사본이라... 꽤 희귀한걸 들고있네."

"슈우지~"

서현의 반응을 본 미키는 거무죽죽한 오라를 내뿜으며 슈우지를 바라보았다. 그런 미키를 보며 슈우지는 식은땀을 흘렸다. 결국 슈우지는 이 책의 출처를 이실직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신과 미사의 관계는 속이고 말이다.

"흐음, 유우키 미사가 이걸 들고 있었다고?"

히노에다레 사본을 살펴보던 서현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슈우지에게 물었다. 척 보기에도 개인이 소지하기보단 박물관에 있어야할법한 책이었다. 그런게 중학생 손에... 그것도 이사짐속에 섞여있었다니. 솔직히 그들로서는 궁금할 따름이었다.

"좋아, 이걸한번 번역해보자."

"응?"

"뭐?"

갑작스런 서현의 말에 슈우지와 미키는 살짝 당황해 하며 서현을 바라보았다. 두사람의 시선에 서현은 재미있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히노에다레 사본을 어께에 둘러메었다.

"나 말이야. 사실 히노에다레 사본이 꽤나 궁금했거든."

"알고 있어? 그 히노에다레 사본이란거?"

"뭐, 소문으로만 들었지만서도 말이야."

'설마 실존할줄은 꿈에도 몰랐지만서도.'

서현은 속으로 중얼거린 말을 삼키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뒤쪽세계에서 은밀히 떠돌고 있는 소문중 하나인 히노에다레 사본에 숨겨진 비보. 물론 그 비보의 가치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정확히 서현이 알고 싶은 것은 그 비보의 '정체'. 그것은 로망일까? 아니면 세계를 위협할 정도의 위험일까? 그도 아니면 누군가의 추억일까? 어쩌면 인간은 범접하지 못할 마도일지도 모른다.

"서현... 의외로 로망파구나."

"뭐... 그녀석에게 약간 옮았을지도."

서현의 말에 슈우지는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항상 서현과 함께다니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탓이었다.

"그러고보니 현, 미유는?"

"잠시 본가에.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다나 뭐라나?"

후우카 미유는 팔괘음영가의 대회합에 간 상태였다. 물론 그것을 설명하기엔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따랐기에 그냥 집안 사정으로 넘겨버렸지만 말이다. 그렇게 세사람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수시간 후 사가미 대학 정문.

"에... 그러니까 여기가 사가미 대학인거지?"

사가미 대학에 도착한 하이큐레이터 키리코 렌은 슈우지가 알아보기 쉽도록 슈우지와 처음 만났을때 입은 큐레이터 복장을 한 채로 사가미 대학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진실을 말하자면 슈우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어떠한 복장을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가장 무던한 복장을 선택한 것이지만 말이다.

"슈우지군. 어디 있으려나? 일단 무던하게 도서관에라도 가볼까?"

무던하지만 옳은 선택이기도 했다. 지금 슈우지들은 도서관에서 히노에다레 사본을 본역하는데 열중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도서관으로 향한 키리코 렌은 금새 슈우지를 찾을 수 ​있​었​다​.​(​슈​우​지​에​게​서​는​ 특유의 가난 오라가 뿜어지니까 말이다.)

"슈우지군."

키리코의 말에 히노에다레 사본에 열중하고 있던 슈우지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살짝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살갑게 입을 열었다.

"키리코씨, 언제오신거에요?"

"어제. 그보다 슈우지군 뭐하고 있는거야? 공부하는건 아닌것 같은데."

"아 그게 말이죠..."

"슈우지가 실수로 들고온 히노에다레 사본을 번역중이야."

서현의 말에 키리코 렌은 급격히 인상을 찌푸렸다. 얼마전 상처의 남자가 더티페이스의 관계자로부터 탈취하려다 실패한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럽게 인상을 찌푸리는 키리코 렌을 보며 슈우지는 살짝 당황하며 물었다.

"키리코씨 뭔가 기분 안좋은 일이라도...?"

"슈우지군, 그 책 어디서 난 거죠?"

"그게... 아는 사촌에게서 받은 것..."

슈우지의 말이 채 끝나기 무섭게 슈우지의 이마에서 차가운 강철의 감촉이 느껴졌다. 권총의 총구였다.

"에?"

"슈우지군... 너 혹시 더티페이스라고 알아?"

"저기... 더티페이스가 뭐죠?"

슈우지는 급작스런 상황전개에 채 따라가지 못한채 키리코 렌을 향해 물었다. 하지만 정작 대답은 옆에 있던 서현에게서 나왔다.

"뒷세계에서 유명한 트레져헌터야. 세계 전역에서 각종 비보를 찾아낸 얼굴없는 사나이. 그것이 바로 더티페이스야. 그런데 여기서... 그것도 왜 슈우지에게 질문을 던진걸까나?"

서현은 살기를 드러내며 키리코 렌을 향해 말했다. 일반적인 대학생에게선 절대 느낄 수 없는 밀도높은 살기... 그 살기를 접한 키리코 렌은 서현을 향해 물었다.

"너, 이름이 뭐지?"

"이서현"

​"​소​권​마​인​가​.​.​.​"​

소권마란 말에 서현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 이름을 알 수 있는건 오로지 뒤쪽 세계에 있는 사람들 뿐이었다.

"슈우지 이 사람 누구야?"

"그러니까... 내가 중학교때한 박물관 아르바이트당시 여러가지 도움을 준 키리코 렌 씨야. 직업은 큐레이터고."

"큐레이터라... 뮤지엄인가?"

"박물관?"

서현의 중얼거림에 슈우지는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뭐, 슈우지로서는 모를려나?"

"모를리가 없잖아. 더티페이스인데"

키리코 렌의 말에 서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키리코 렌을 향해 말했다.

"이봐, 슈우지를 왜 더티페이스로 단정하고 있지?"

"왜긴, 구두룡을 사용하잖아. 구두룡같은 비상식적인 무술을 일반인이 익힐거라 생각해?"

확실히 그건 그렇다. 구두룡같은 정신나간 무술을 일반인이 익힌다는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너희들이 들고 있는 히노에다레 사본... 얼마전 우리들이 더티페이스의 관계자에게 탈취당한 물건이었다고. 그걸 들고있다는건 더티페이스라던가 최소 더티페이스의 관계자일터..."

'미사 녀석...'

서현은 이런걸 들고온 미사에게 불만을 터트렸으나 여유롭게 불만만 터트리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키리코 렌은 슈우지 이마에 겨누고 있는 총을 한층더 슈우지 이마에 밀어붙인채 입을 열었다.

"슈우지군... 아니 미스터 더티페이스. 이렇게 된 상황에서 미안하지만 정식으로 소개할께..."

키리코 렌이 말을 흐리기 무섭게 창문이 깨지며 중무장한 이들이 도서관의 벽과 창문을 깨부수고 모습을 드러냈다.

"뮤지엄의 하이 큐레이터 키리코 렌이라고 해."

​"​키​리​코​씨​.​.​.​?​"​

갑작스런 키리코 렌의 싸늘한 모습에 슈우지는 상당히 당황했다. ​더​티​페​이​스​라​니​.​.​.​ 이때까지만해도 슈우지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수상하기짝이 없는 일에 깊게 휘말리게 될지에 대해서 말이다.



막간 - 그시절의 슈우지 -


"그래, 아쉽구나-"

세련되다 못해 하나의 미美를 완성하고 있는 여성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소년으로서도 가능하다면 눈 앞에 있는 여인을 따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소년에게는 할일이 있었다. 그것은 한 사람을 찾는 일. 자신이 아직 어릴적,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적 자신이 좋아하고 원망했고 역시 좋아하고 있는 소녀를 찾는것. 그것이 지금 자신을 버티게 하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어쩔 수 없네- 이런 매력적인 인재를 만났다고 생각하는데..."

키리코 렌은 슈우지를 놓친것이 아쉬웠다. 그라면 좋은 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슈우지는 큐레이터로서의 길을 포기했다. 그것을 원망하는것은 아니지만서도 아쉬운것은 사실이었다.

"이제 뭘 할생각이야?"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는 학업과 알바에 전념하려고요"

"그보단 나랑 크레이터일을 하는게..."

"그리고 한 사람을 찾아야만해요."

"누굴?"

"저에게 살아갈 희망을 준, 저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랍니다."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네-"

보물을, 유물을 찾아헤메는 그녀로서 소중한것을 찾는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알 수 없었다. 수년후 모종의 이유로 인해 한번 크게 틀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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