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크윽!”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온 두 사람은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기묘한 압력을 느끼며 계속 깊은 곳으로 빨려들었다.
얼마가 지났는지는 모른다. 그저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두 사람을 짓누르는 기묘한 압박뿐...
어느 순간 두 사람을 짓누르던 기묘한 압력이 사라졌다.
그리고 기묘한 압력에서 벗어난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것은...
광활히 펼쳐진 하늘, 한눈에 다 볼 수 없을 듯이 거대한 나무 한그루, 그리고 마술적인 효과를 지닌 채 만들어진 도시.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은 현재 밑에 보이는 도시에서부터 800m 상공에 있다는 것.
“젠장!”
아처는 당혹감을 느끼며 아래를 보았다.
높아도 너무 높았다.
뭐 휴유키시에서는 빌딩에서 마구 뛰어내리고는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였다. 영체화도 생각해 보았지만 성배를 지나온 탓인지 수육 되어 영체화가 불가능했다.
보구로 낙하의 충격을 줄여볼까 했지만 밑에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 탓에 그것도 그만 두었다. 결국 남은 방법은 저 거대한 나무에 매달려 낙하 속도를 줄이는 것뿐.
“트레이스 온”
주문의 영창과 동시에 아처의 손에 금빛으로 빛나는 줄이 생겨나 있었다. 아쳐는 그것의 진명을 외치며 나무를 향해 던졌다.
“금줄(모든 재액을 묶는 황금의 끈)”
금줄, 옛날 조선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액을 막기 위해 문 앞에 걸어놓던 줄, 원래 금빛으로 된 줄이 아니었으나 조선인들의 신앙과도 같은 믿음에 의해 보구로 승화된 주술적의미를 지닌 도구.(더불어 보구가 되면서 절대 포박(‘마’속성 한정)의 기능이 부가 되었다.)
금줄은 아주 정확히 거대한 나무 가장 가까이 있는 굵은 가지에 묶였다.
“찻!”
아처는 강하게 줄을 잡아당겼다.
나무쪽으로 향하는 아처의 몸, 아처는 줄을 당겨 잡은 후 아까보다 강하게 줄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빠직-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금줄이 풀려버렸다.
“크헛!”
의외의 상황이었는지 아처는 자세조차 가누지 못한 채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미 지상에 거의 도달했다는 것...(그래봤자 100m정도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이미 영령이 된 아처에게는 약간(?)의 상처정도로 끝날 수 있는 높이였다.)
“에-ㅅ!”
밑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떨어지기 직전 아처는 아래를 보았다. 아래에는 10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과 1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소녀가 서 있었다.
순간 아처는 느꼈다.
소년의 붉은 머리카락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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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대발광의 영향 탓일까? 마법진의 구속력이 약해진 틈을 타 네기는 노도카를 수면의 안개로 재웠다.
그리고 아주 신속한 움직임으로 품안에서 카모를 꺼냈다.
“카모~ 이게 무슨 짓이지?”
상당히 화가 났는지 네기의 이마에는 친숙한 혈관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성격 좋은 네기는 좀처럼 화를 내는 일이 없었지만 한번 화를 내면 아버지인 나기와 필적한다고 주위사람들에게 소문이 나 있었다.
물론 카모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아하하... 형님”
“애교로 넘어가려 하지마. 카모”
네기의 미소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자신의 위험을 느낀 카모는 어떻게든 네기의 주위를 돌리기 위해 횡설수설 외쳤다.
"형님, 형님 위에...!“
“위에 뭐...”
아무리 영리하다고는 하나 겨우 10살짜리, 네기는 카모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한사람,
“에-ㅅ!”
네기는 너무도 놀라 외쳤다.
갑자기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다니...
네기는 구하려고 마법을 펼칠 준비를 했다. 수년의 노력 끝에 이제 기본마법은 거의 반사적 수준으로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바람이여!”
네기의 외침과 함께 바람들이 네기의 의지에 따라 떨어지고 있는 사람을 감쌌다. 바람에 의해 낙하속도가 줄어들자 떨어지고 있던 사람은 아주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고맙군.”
떨어진 사람은 180cm중반에 온몸을 붉은 천으로 두르고 있는 남자였다. 네기는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한 사람이 떠올라 버렸다.
“아...아처형?”
“어떻게 나의 이름을... 나를 알고 있나?”
남자의 물음에 네기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이런...”
갑자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년에 아처는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당황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다른 세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소년의 도움으로 아슬아슬하게 착지하고 나서 주위를 살펴본 아처는 건물마다 있는 일본어 간판에 이곳이 일본임을 확신했다. 그러나 이곳은 아처가 있던 세계는 아니었다. 이런 거대하면서도 특이한 형태의 도시가 있다면 적어도 소문정도는 들어 봤을 테니까 말이다. 자신은 미래의 영령... 정보전을 소홀히 할리 없다.
“저기.. 이봐, 나를 알고 있나?”
아처의 물음에 소년은 눈물을 훔치며 아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6년 전, 불타는 마을을 기억 하세요? 그때 저를 구해주셨잖아요.”
“6년 전이라...”
아처는 전에 불타는 마을에서 나기라는 마술사의 부탁으로 한 꼬마를 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 전...
“하지만 성배를 지나왔으니까요”
어느새 착지한 길가메쉬가 아처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말했다.
확실히 성배라면 가능성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일단은 만능의 그릇이니까. 설령 그것이 오탁에 의해 내용물이 오염되었을지라도.
“이름이?”
“네기 스프링필드입니다.”
소년은 아처에게 이름을 말했다. 아처는 소년의 이름을 듣고서 생각해 냈다.
네기 스프링필드- 나기 스프링필드의 아들.
자신이 이전에 구한 꼬마.
“설마 그때 그 꼬맹이?”
아처는 놀라 외쳤다.
아처와 네기, 두 사람의 기묘한 재회의 순간이었다.(이 순간 노도카와 카모는 잊혀진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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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학원장실
“허허... 이계의 마술사라...”
코노에몬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아처라는 이름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의 눈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거기다가 그가 아는 마술체계는 이곳 마법사들을 마법체계와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뭐... 저희도 심하게 당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다지 심하게 당혹스러워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아처는 최대한으로 유리한 고지를 잡기위해 일부러 너스레를 떨었다. 만약 이곳에 아예 눌러 살게 될 경우를 대비한 행동인 것 이였다.
“원인은 알만하군...”
“저희도 그렇습니다만...”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성배가 저기 저 거대한 세계수의 마력방출에 의해 반응해 버린 탓이리라...
“그런데 네기군이 말한 생명의 은인이란 말은?”
“뭐 별일은 아닙니다.”
여기서는 왠지 숨겨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아처는 말을 얼버무렸다. 학원장도 그것을 느꼈는지 그 부분은 그냥 넘어갔다.
“그래 자네들은 어쩔 생각인가?”
“글쎄요... 아는 사람이라고는 네기밖에 없으니... 하지만 아직 어린 꼬마에 불과한 네기에게 신세를 질수도 없고 말이죠.”
확실히 그랬다. 네기는 선생을 하고 있다지만 아직 꼬마.
돈은 필요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누나인 네카네에게 송금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니 더 이상 부담을 주는 것도 뭐했다.
“그럼 당분간 우리학원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가?”
학원장의 제안은 아처로서는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일이였다. 확실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 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지내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더욱이 아처와 길가메쉬는 호적조차 없다. 뭐 뒷세계에서야 흔한 일이기는 하지만 신분이 모호하다는 것은 일상에서는 꽤나 불편한 일이다.
그런데 학원장이 그것을 알아서 해결해주겠다는 얘기였다.
“그럼 저희야 좋지요.”
“에~ 일을 해야해요?”
뒤에서 길가메쉬의 투덜거림이 있었지만 아처는 그 투덜거림을 묵살한 채 이야기를 이었다.
“그럼... 어느 것이 좋을까?”
몇 분을 고민하던 학원장은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 네기선생의 보조가 좋겠군! 자네 특기는 무엇인가?”
학원장의 급작스러운 질문에 아처는 당황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대답해 버렸다.
“요리랑 분석일까요?”
“그럼 가정가사교사 겸 기숙사 관리인으로 하기로 하고 거기 길가메쉬라 했나? 자네는 관리인 보조로 하지”
어느새 결정되어버린 아처와 길가메쉬의 직업... 길가메쉬는 뭔가 말을 하려 했으나 학원장의 눈빛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받아 들이면 쫓아낸다.’
학원장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길가메쉬는 난생 처음으로 집없는 사람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온 두 사람은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기묘한 압력을 느끼며 계속 깊은 곳으로 빨려들었다.
얼마가 지났는지는 모른다. 그저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두 사람을 짓누르는 기묘한 압박뿐...
어느 순간 두 사람을 짓누르던 기묘한 압력이 사라졌다.
그리고 기묘한 압력에서 벗어난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것은...
광활히 펼쳐진 하늘, 한눈에 다 볼 수 없을 듯이 거대한 나무 한그루, 그리고 마술적인 효과를 지닌 채 만들어진 도시.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은 현재 밑에 보이는 도시에서부터 800m 상공에 있다는 것.
“젠장!”
아처는 당혹감을 느끼며 아래를 보았다.
높아도 너무 높았다.
뭐 휴유키시에서는 빌딩에서 마구 뛰어내리고는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였다. 영체화도 생각해 보았지만 성배를 지나온 탓인지 수육 되어 영체화가 불가능했다.
보구로 낙하의 충격을 줄여볼까 했지만 밑에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 탓에 그것도 그만 두었다. 결국 남은 방법은 저 거대한 나무에 매달려 낙하 속도를 줄이는 것뿐.
“트레이스 온”
주문의 영창과 동시에 아처의 손에 금빛으로 빛나는 줄이 생겨나 있었다. 아쳐는 그것의 진명을 외치며 나무를 향해 던졌다.
“금줄(모든 재액을 묶는 황금의 끈)”
금줄, 옛날 조선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액을 막기 위해 문 앞에 걸어놓던 줄, 원래 금빛으로 된 줄이 아니었으나 조선인들의 신앙과도 같은 믿음에 의해 보구로 승화된 주술적의미를 지닌 도구.(더불어 보구가 되면서 절대 포박(‘마’속성 한정)의 기능이 부가 되었다.)
금줄은 아주 정확히 거대한 나무 가장 가까이 있는 굵은 가지에 묶였다.
“찻!”
아처는 강하게 줄을 잡아당겼다.
나무쪽으로 향하는 아처의 몸, 아처는 줄을 당겨 잡은 후 아까보다 강하게 줄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빠직-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금줄이 풀려버렸다.
“크헛!”
의외의 상황이었는지 아처는 자세조차 가누지 못한 채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미 지상에 거의 도달했다는 것...(그래봤자 100m정도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이미 영령이 된 아처에게는 약간(?)의 상처정도로 끝날 수 있는 높이였다.)
“에-ㅅ!”
밑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떨어지기 직전 아처는 아래를 보았다. 아래에는 10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과 1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소녀가 서 있었다.
순간 아처는 느꼈다.
소년의 붉은 머리카락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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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대발광의 영향 탓일까? 마법진의 구속력이 약해진 틈을 타 네기는 노도카를 수면의 안개로 재웠다.
그리고 아주 신속한 움직임으로 품안에서 카모를 꺼냈다.
“카모~ 이게 무슨 짓이지?”
상당히 화가 났는지 네기의 이마에는 친숙한 혈관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성격 좋은 네기는 좀처럼 화를 내는 일이 없었지만 한번 화를 내면 아버지인 나기와 필적한다고 주위사람들에게 소문이 나 있었다.
물론 카모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아하하... 형님”
“애교로 넘어가려 하지마. 카모”
네기의 미소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자신의 위험을 느낀 카모는 어떻게든 네기의 주위를 돌리기 위해 횡설수설 외쳤다.
"형님, 형님 위에...!“
“위에 뭐...”
아무리 영리하다고는 하나 겨우 10살짜리, 네기는 카모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한사람,
“에-ㅅ!”
네기는 너무도 놀라 외쳤다.
갑자기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다니...
네기는 구하려고 마법을 펼칠 준비를 했다. 수년의 노력 끝에 이제 기본마법은 거의 반사적 수준으로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바람이여!”
네기의 외침과 함께 바람들이 네기의 의지에 따라 떨어지고 있는 사람을 감쌌다. 바람에 의해 낙하속도가 줄어들자 떨어지고 있던 사람은 아주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고맙군.”
떨어진 사람은 180cm중반에 온몸을 붉은 천으로 두르고 있는 남자였다. 네기는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한 사람이 떠올라 버렸다.
“아...아처형?”
“어떻게 나의 이름을... 나를 알고 있나?”
남자의 물음에 네기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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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갑자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년에 아처는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당황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다른 세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소년의 도움으로 아슬아슬하게 착지하고 나서 주위를 살펴본 아처는 건물마다 있는 일본어 간판에 이곳이 일본임을 확신했다. 그러나 이곳은 아처가 있던 세계는 아니었다. 이런 거대하면서도 특이한 형태의 도시가 있다면 적어도 소문정도는 들어 봤을 테니까 말이다. 자신은 미래의 영령... 정보전을 소홀히 할리 없다.
“저기.. 이봐, 나를 알고 있나?”
아처의 물음에 소년은 눈물을 훔치며 아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6년 전, 불타는 마을을 기억 하세요? 그때 저를 구해주셨잖아요.”
“6년 전이라...”
아처는 전에 불타는 마을에서 나기라는 마술사의 부탁으로 한 꼬마를 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 전...
“하지만 성배를 지나왔으니까요”
어느새 착지한 길가메쉬가 아처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말했다.
확실히 성배라면 가능성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일단은 만능의 그릇이니까. 설령 그것이 오탁에 의해 내용물이 오염되었을지라도.
“이름이?”
“네기 스프링필드입니다.”
소년은 아처에게 이름을 말했다. 아처는 소년의 이름을 듣고서 생각해 냈다.
네기 스프링필드- 나기 스프링필드의 아들.
자신이 이전에 구한 꼬마.
“설마 그때 그 꼬맹이?”
아처는 놀라 외쳤다.
아처와 네기, 두 사람의 기묘한 재회의 순간이었다.(이 순간 노도카와 카모는 잊혀진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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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학원장실
“허허... 이계의 마술사라...”
코노에몬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아처라는 이름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의 눈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거기다가 그가 아는 마술체계는 이곳 마법사들을 마법체계와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뭐... 저희도 심하게 당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다지 심하게 당혹스러워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아처는 최대한으로 유리한 고지를 잡기위해 일부러 너스레를 떨었다. 만약 이곳에 아예 눌러 살게 될 경우를 대비한 행동인 것 이였다.
“원인은 알만하군...”
“저희도 그렇습니다만...”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성배가 저기 저 거대한 세계수의 마력방출에 의해 반응해 버린 탓이리라...
“그런데 네기군이 말한 생명의 은인이란 말은?”
“뭐 별일은 아닙니다.”
여기서는 왠지 숨겨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아처는 말을 얼버무렸다. 학원장도 그것을 느꼈는지 그 부분은 그냥 넘어갔다.
“그래 자네들은 어쩔 생각인가?”
“글쎄요... 아는 사람이라고는 네기밖에 없으니... 하지만 아직 어린 꼬마에 불과한 네기에게 신세를 질수도 없고 말이죠.”
확실히 그랬다. 네기는 선생을 하고 있다지만 아직 꼬마.
돈은 필요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누나인 네카네에게 송금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니 더 이상 부담을 주는 것도 뭐했다.
“그럼 당분간 우리학원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가?”
학원장의 제안은 아처로서는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일이였다. 확실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 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지내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더욱이 아처와 길가메쉬는 호적조차 없다. 뭐 뒷세계에서야 흔한 일이기는 하지만 신분이 모호하다는 것은 일상에서는 꽤나 불편한 일이다.
그런데 학원장이 그것을 알아서 해결해주겠다는 얘기였다.
“그럼 저희야 좋지요.”
“에~ 일을 해야해요?”
뒤에서 길가메쉬의 투덜거림이 있었지만 아처는 그 투덜거림을 묵살한 채 이야기를 이었다.
“그럼... 어느 것이 좋을까?”
몇 분을 고민하던 학원장은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 네기선생의 보조가 좋겠군! 자네 특기는 무엇인가?”
학원장의 급작스러운 질문에 아처는 당황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대답해 버렸다.
“요리랑 분석일까요?”
“그럼 가정가사교사 겸 기숙사 관리인으로 하기로 하고 거기 길가메쉬라 했나? 자네는 관리인 보조로 하지”
어느새 결정되어버린 아처와 길가메쉬의 직업... 길가메쉬는 뭔가 말을 하려 했으나 학원장의 눈빛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받아 들이면 쫓아낸다.’
학원장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길가메쉬는 난생 처음으로 집없는 사람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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