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급작스런 세츠나의 공격... 그것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캉-!
그 순간 미리 예측이라도 한 것인지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대걸레를 하마노츠루기의 끝부분이 막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막혔음을 깨달은 세츠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몇 번이고 결정적인 공격찬스를 잡았지만 번번히 아스나의 가드에 막혀서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마치 예지라도 하고 있는 듯 했다.
"직감인가... 엄청난 게 각인되어버렸군..."
시로의 중얼거림에 에반젤린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직감이라니? 별 의미 없는 거 아니야?"
에반젤린의 말에 시로는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뭐... 보통사람의 직감이라면 그렇겠지만... 문제는 보통사람의 직감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야. 현재 아스나에게 각인된 것은 직감을 넘어서 예지수준에 이르고 있는 초직감... 본래 감이 좋았던 것이 아무래도 내가 각인 시킨 소드엔진의 영향에 의해 초직감으로 발전되었나 봐... 봐, 저 절묘한 각도에서 날아온 세츠나의 공격을 막아냈지? 보통 저 각도에서 날아오는 공격은 어지간해선 막기 힘든데 말이야."
확실히 그랬다. 방금 아스나가 한 공격은 어지간한 달인도 막기 쉽지 않은 공격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가볍게 막은 것이다. 공격이 어디서 올지 미리 예측하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였다.
"정말이네... 신명류를 쓰고 있지 않다지만 세츠나의 검기도 상당한 수준인데 말이야..."
"확실히 제가 준 계기에 의한 신체능력 상승만으로는 저 검기를 상대하는 것에는 조금 무리가 있겠군요..."
크우넬과 에반젤린, 두 사람은 세츠나와 아스나의 시합을 보면서 각자의 감상을 내뱉었다. 그만큼 세츠나의 검기는 날카로웠다. 그렇게 시합을 지켜보던 크우넬은 문득 에반젤린에게 말을 건넸다.
"옛 친구인 에반젤린. 내기나 하지 않을래요? 저는 아스나가 이긴다는 쪽으로 걸겠습니다. 아, 그쪽의... 에미야 시로라고 했나요? 에미야씨도 같이 하시겠습니까?"
크우넬의 말에 에반젤린은 크우넬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뭘 걸 건데?"
"아스나의 대한 정보... 일까요?"
"뭐... 괜찮겠지...? 네가 뭔 수작을 부렸든 아스나가 초직감을 지니게 되었다 하더라도 세츠나를 이기기는 힘들 것 같으니까..."
에반젤린의 승낙에 크우넬은 고개를 들어 시로를 향해 물었다.
"그쪽은?"
"나도 아스나에 대해서는 조금 관심이 있었던 터라 말이지..."
"그럼 내기는 성립된 것 같군요... 자~ 그럼 저 신명류 검사가 졌을 경우에는..."
크우넬은 갑자기 불길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로브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것은 흔히 고양이귀라 불리는 그것이었다. 더불어 고양이귀 말고도 어떤 만화에 나올법한 로리에, 로리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옷이 함께 들려있었다.
"내일 하루 동안은 이 옷을 입고 지내주세요."
"잠깐만!!!!"
에반젤린은 광분을 하며 크우넬에게 태클을 걸었다. 크우넬은 그것을 무시하면서 시로에게 물었다.
"당신은... 당신의 정체를 가르쳐 주는 것이 어떨까요?"
"내 정체 말인가...? 뭐 상관없겠지."
시로는 크우넬의 제안에 가볍게 수긍하고는 두 사람의 시합에 집중했다. 그렇게 한참을 싸우고 있던 아스나의 움직임이 갑자기 더뎌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함괘법의 시간이 다 된 듯 싶었다.
"타임오버인가...?"
"그런 듯 하네요... 역시 제가 준 계기만으로는 모자랐나 보네요."
크우넬은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아스나에게 염화를 날렸다.
-연료가 바닥이 난 것 같군요. 뭐 처음이니 어쩔 수 없겠지요?
"어라... 또 당신?"
-자, 아까 말했던 대로 해보세요.
"하지만 난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괜찮으니까 어서요. 그대로 있으면 세츠나가 공격해 들어올걸요?
크우넬의 말에 아스나는 부랴부랴 아까의 말을 떠 올렸다.
"에... 그러니까... 왼손에 마력, 오른손에 기..."
양 손에 마력과 기가 머물자 아스나는 또다시 아까와 같은 힘이 차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세츠나는 그런 아스나를 보면서 속으로 확신했다.
'역시... 저것은 다카하타 선생님의 전투법인 함괘법...!'
에반젤린도 아스나의 모습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 말도 안돼!! 기와 마력의 융합인 함괘법은 다카미치도 내 별장에서 몇 년에 걸쳐 익힌 건데...! 그것을 저리 간단히...!!!"
"네, 다카미치가 많이 노력했지요... 기와 마력을 융합해 몸의 안팎에서 휘감기는 강력한 힘을 얻는 고난이도 기술... 상반된 힘을 융합해 얻은 힘의 강대함은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일반인인 아스나는 다카미치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런데도 저 정도의 힘을 얻는 것이 가능하지요."
"그걸 어떻게 저 여자가 쓸 수 있는 거야!!!!"
에반젤린의 절규에 시로는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이유는 둘 중 하나로군... 선천적으로 사용이 가능했거나, 아니면 이전부터 익히고 있었거나... 뭐 내 생각에는 둘 다 인듯 하지만..."
그러나 시로의 말은 에반젤린의 절규에 묻혀버렸다. 시로는 입을 다물고는 조용히 시합을 바라보았다. 서로 비등한 상태... 아마 조금만 균형이 흐트러져도 금방 승패가 갈려지리라...
"에잇!! 세츠나!! 카구라자카 아스나를 상대로 뭐 이리 꾸물거리는 거야!!! 5초 안에 쓰러뜨려!! 아니 죽여버려!!!"
광분하고 있는 에반젤린... 그때 크우넬이 에반젤린을 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판돈을 좀 더 올려볼까요?"
"뭐?!"
에반젤린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크우넬이 말을 이었다.
"내가 걸 판돈은... 나기 스프링필드... 사우전드 마스터에 대한 정보입니다. 어떻습니까?"
그러나 에반젤린의 반응은 예상외로 시큰둥 했다.
"이런... 반응이 시들하군요..."
"뭐... 이제는 별로 상관없거든... 저주도 풀려가고 있고..."
에반젤린의 말에 크우넬은 심하게 놀라며 물었다.
"천하의 사우전드 마스터가건 저주가 풀려가고 있다고요?! 농담이지요?"
"농담 아니야."
크우넬은 못 믿겠다는 말투로 말했다.
"나기 녀석의 마법실력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 괴물 같은 마력으로 건 저주였는데... 풀려가고 있다니요? 지난 15년 동안 꿈쩍도 안하고 있던 저주가 왜?"
크우넬의 말에 순간 에반젤린의 눈이 변했으나 이내 원상복귀 시키며 말했다.
"시로가 손을 썼지."
"저기 있는 에미야씨 말입니까?"
"그래, 시로가 단검을 꺼내들더니 그것으로 나에게 걸려있던 등교지옥의 저주를 해주 해줬어. 뭐 워낙에 지독한 저주라서 완전히 해주 되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그 말을 들은 크우넬은 자신도 모르게 시합을 관전중인 시로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지? 나기가 건 저주를 풀다니...'
크우넬은 내기를 잊은 채 시로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시합 중이던 세츠나와 아스나는 격렬한 시합중임에도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어떻게 일반인인 아스나가 함괘법을 쓸 수 있는 걸까?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겠지. 이 재능이라면 수업방법에 따라선 정말로...! 아니 이미 나 정도의 실력자와 맞먹을 정도니... 이거 도쿄에 상경 중인 사범대리 아오야마 모토코 님을 뵈어야 하는 걸까?'
'힘이 넘치고 있어!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어! 세츠나에게 이기기는 힘들 것 같지만, 이 정도라면 네기의 힘이 될 수 있을지도...'
두 사람의 박진감 넘치는 결투에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츠나야 이름이 알려질 대로 알려진 무도사천왕 중 한명이지만 아스나의 경우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탓이었다.
"머리를 숙이고 왼쪽 손을 위로..."
세츠나가 공격을 들어오자 아스나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간 '직감'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머리를 숙이자마자 세츠나의 공격이 빗나가고 그리고 왼손을 쳐서 빈틈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를 앞으로 내밀어 파고든다!"
그대로 빈틈을 파고드는 어깨치기가 세츠나의 가슴에 작렬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넘어진 세츠나... 아스나는 그런 세츠나를 향해 하마노 츠루기를 겨누었다.
"어때?"
"굉장하네요. 훌륭했어요. 아스나!
세츠나는 몸을 회전시켜 그 탄력으로 일어나 공격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미 아스나에게 각인된 초직감에 의해 예측된 상황... 아스나는 세츠나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세츠나의 발을 향해 하마노 츠루기를 휘둘렀다.
"앗?!"
요란하게 넘어지는 세츠나.
'신명류까지 써야하나...?'
이미 일반검술로는 상대하기 힘든 수준까지 와 버렸다. 결국 세츠나는 신명류의 봉인을 풀고 전력으로 상대하기로 결심했다. 한편 아스나는 세츠나를 상대하던 중 문득 크우넬이 했던말을 떠올렸다.
'다시는 당신이 보는 눈앞에서 누군가가 죽는 일이 없도록 말이지요...'
아스나가 딴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세츠나의 공격이 날아왔다.
-신명류 오의 참공장(斬空掌) 산(散)!
아스나는 몸이 가는대로 몸을 움직이며 생각에서 벗어날 줄 몰랐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광활한 어느 숲... 자신의 눈앞에 한 사람이 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중년의 남자... 그 중년의 남자는 가슴 부분에서 엄청나게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에서는 계속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중년의 남자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향해 온 힘을 짜내어 입을 열었다.
"꼬마아가씨, 나를 위해 울어주는 거냐? 에헤... 이거 기분이 좋은데? 다카미치, 기억말인데... 내 부분만 신경 써서 지워주지 않겠나? 이 꼬마아가씨의 앞날에 나 같은 퇴물의 죽음 따위는 필요 없어."
그때 나의 입에서 알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싫어... 나기도 떠나고 이제는 아저씨까지..."
중년의 남자는 남아있는 모든 힘을 짜내었는지 무척이나 힘겹게 자신의 머리위에 손을 얹었다.
"부디 행복하거라 꼬마아가씨... 네겐 그럴 권리가 있어."
"싫어..."
눈물이 끊임없이 흐른다.
그리고 나는 그런 안타까움을 담아 소리를 질렀다.
"안돼... 안돼 가토씨...! 가면 싫어!!!!"
그리고 빛에 휩싸였다.
-신명류 오의 참암검!!
캉-!
아스나를 공격해 가던 세츠나는 갑자기 변한 아스나의 기질과 하마노 츠루기의 모습에 심히 놀람을 금치 못했다. 더불어 기로서 강화된 자신의 무기가 두동강 난 것에 대해서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싫어... 가토씨... 싫어... 가면...”
"아스나...?"
"싫어!!!!!!!!!!!!!!!!!!!!!!!!!!!!!!!!!!!!!!!!!!!!!!!!!!!!!!!!!!!!!!!!!!!!!!!!!!!!!!!!!!!!!!!!!!!!!!!!!!!!!!!!!!!!!!!!!!!!!!!"
요란한 아스나의 외침이 경기장 전체를 휩쓸었다. 그것도 모자라 주위에 있던 마력이 아스나를 중심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대검이 된 하마노 츠루기를 어깨에 걸친 아스나는 그대로 함괘법에 의해 생긴 힘을 하마노 츠루기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힘껏 발을 내딛으며 하마노 츠루기를 힘껏 휘둘렀다.
"위험해!"
위험을 느낀 세츠나는 다가오고 있던 카즈미에게 태클을 넣으며 아스나의 참격을 피했다.
콰콰콰콰-!!!
아스나가 하마노 츠루기를 휘두름과 동시에 하마노 츠루기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졌다. 그것은 마치 세이버가 사용하던 엑스칼리버의 섬광과도 같았다. 경기장 밖에 있는 호수를 가르며 날아가는 섬광... 마침 그 섬광이 향하고 있던 방향은 시로와 에반젤린 크우넬이 있던 방향이었다.
"위험하군..."
섬광에서 강력한 힘을 느낀 시로는 재빨리 투영을 개시했다. 그리고 잠시 후... 시로의 앞에 7장의 선홍색의 꽃잎이 펼쳐졌다.
"로 아이아스(치천을 뒤덮는 일곱 원환)!"
콰콰콰콰콰!!
섬광은 최강의 방패에 가로막히고서도 한동안 강렬한 기운을 내뿜더니 이내 7장에 이르는 로 아이아스의 꽃잎 중 한 장을 부숴버리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런 강렬한 참격을 낸 아스나는 탈진 했는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너무나 엄청난 참격 이었던 터라 모두들 얼떨떨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세츠나의 승리를 알리는 카즈미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어떻게 된 거지?”
갑작스런 아스나의 폭주에 놀란 에반젤린이 크우넬을 보며 물었다. 그러나 크우넬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때 아스나의 참격을 막은 시로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뭔가가 계기가 되어 감정이 격발되어 기운이 폭주한 듯 하군...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 일반인 아니었어? 그런데 저런 제어력이라니...?!!”
에반젤린은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말했다. 분명, 아까 폭주하고 있을 때 아스나는 주위의 마력과 동조, 그리고 제어했다. 그리고 그 제어력은 상당해서 이 일대를 뒤덮었던 것이었다(그래봤자 경기장 인근 까지였지만).
“크우넬... 이라고 했나요? 세츠나가 승리했으니 내기는 제가 이겼군요... 그럼 가르쳐 주세요... 아스나의 정체는 뭐지요?”
그러나 크우넬은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말했다.
“지금은 말하기가 뭐하군요... 다음에 학원제가 끝나고 나서 티타임 때 말하기로 하지요... 어차피 네기군에게 전할 말도 있으니...”
크우넬은 그 말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아스나의 시합을 보고 있던 다카미치는 찹찹한 마음이 들었는지 주머니에서 말보로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담배연기를 한껏 들여 마시고는 옛일을 회상하며 내쉬었다.
“보고 있어 사부? 그 어렸던 아스나가 저렇게나 훌륭하게 자랐어... 그리고... 아직도 사부를 기억해 주고 있어...”
다카미치의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아스나의 폭주로 인해 경기장이 거의 대파되었기에 경기장의 교체를 위해 3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지루한데 네 옛날 얘기나 해주지 않겠어?”
쉬고 있는 시로를 향해 에반젤린이 말했다. 시로는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시간도 널널하니 그래볼까?”
시로는 옛 일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18살이 되던 해, 겨울... 2월 경에 성배전쟁이란 것이 일어났지... 뭐 이것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복잡해지니까 넘어가고... 어쨌든 그 성배전쟁이란 것을 종결시킨 나와 내 사부이자 연인이었던 토오사카 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런던에 있던 마술사의 본거지인 시계탑에 들어가게 되었지...”
연인이라는 말이 나오자 에반젤린의 표정이 약간 미묘했으나 시로는 그냥 넘어가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마탑에 들어가서 죽어라 마술을 단련했지...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되자 나는 마탑에서 나와 세계를 떠돌았지... 전에 말했던 정의의 아군이 되기 위해서 말이야... 정말인지 수많은 전장을 전전했어... 때론 하나의 목숨을 구하고... 때론 기천의 목숨을 죽이며... 계속 그렇게 전장을 전전하며 사람을 구했지... 그러다보니 어느새 세계에 있던 거의 모든 조직에 블랙리스트로 들어가 있었지... 거기다가 마탑에서도 나를 봉인지정으로 정하고 나를 잡거나 멸하려 했지... 그리고 그 때부터 정말 싸움이 끊이질 않았지... 눈만 뜨면 싸움, 싸움, 싸움... 그렇게 수없이 많은 싸움을 계속하다가 결국은 죽게 되었지...”
시로의 말에 에반젤린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이봐! 너는 지금 여기에 살아 있잖아?! 그런데 무슨 소리야?!!!”
“일단 계속 들어봐. 그리고 죽기 직전... 나는 세계와 계약을 했다. 세상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정의의 아군이 되기 위해... 그리고 수호자가 되었다. 1000을 지키기 위해 10을 멸하고 1000000을 지키기 위해 10000을 멸했다. 그렇게 마모되는 나날이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었으니까... 비록 이상은 내 것이 아닌 거짓된 것일 지라도 그것은 ‘진짜’니까...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내가 겪었던 성배전쟁에 영령으로서 소환되었지... 그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누나가 되는 사람을 구하려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지...”
이야기를 다 들은 에반젤린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참으로 당황스런 이야기네...”
“믿기지 않는 것이 당연할 지도... 나도 다시 인간의 몸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말이야...”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참, 시로. 너 다음시합이 다카미치라고 했었지?”
에반젤린의 말에 시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에반젤린의 등 뒤에 붉은 악마가 강림했다.
“내 대신 다카미치를 좀 박살을 내줘... 부탁이야~”
무척이나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내용은 한없이 무섭고 거칠었다. 시로는 엄청난 포스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자~ 그럼 2회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카즈미의 말과 동시에 관중석에서 요란한 외침이 들려왔다.
“자~ 2회전의 첫시합!! 죽음의 안경 다카하타.T.다카미치 대 붉은 바람 에미야 시로~!!!”
시로는 언제 붙었는지 모를 자신의 별명을 들으며 경기장에 올라섰다. 경기장에 올라선 시로는 다카미치를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다카미치... 에반젤린이 너를 좀 혼내주라더군...”
“그래? 아까 진 것이 상당히 분했나 보네?”
너무나도 여유로운 다카미치의 모습에 생각 같았으면 그대로 에반젤린의 앞에 데려다 놓고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시합이 시작이 코앞이었기에 마음을 진정시키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2회전 제1시합 시작!!”
카즈미의 외침과 함께 다카미치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소리 없이... 그리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시로에게 날아가는 다카미치의 발권... 그러나 시로가 취한 행동은 그저 손을 앞으로 내민 것 뿐 이었다.
콰과광 쾅쾅쾅!!
그러나 다카미치의 발권은 마치 장벽에라도 가로막힌 듯이 허공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다카미치를 비롯한 모두가 의아해 하며 시로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된 거지?”
“별거 아니야. 방패로 막은 것 뿐.”
시로의 말과 함께 시로의 손끝에서 일곱장의 꽃잎이 보였다. 아까 아스나의 참격을 막은 로 아이아스였다.
“과연...”
다카미치는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몸안의 기와 마력을 갈무리 했다. 그리고 함괘법이 시전되며 다카미치의 몸이 빛에 휘감겼다. 그리고 다카미치의 몸이 빛에 휘감기자마자 주머니 쪽에서 섬광, 호살 발권이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