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두 사람의 무도회에, 난입객들이 끼어든다.
청룡은 부러진 스피어 대신 역린검을 휘두르고, 주작은 그 이름처럼 '불의 새'가 되어 날아든다. 목표는 물론 말할 것도 없이 루퍼스다.
쓸 수 있는 무기도, 쓸 수 있는 능력도 아까 전의 싸움에서 다 썼다. 남은 것은, 그저 달려드는 것 뿐이다.
─1초.
고작 눈깜짝할 사이 동안, 두 사람은 동시에 주먹에 얻어맞았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그 주먹에 맞고 엄청난 기세로 지면에 박혔다가 튕겨오르듯이 일어난다.
그 상태에서 한번 더 위에서 떨어지는 주먹에 투구를 맞고, 바닥에 쓰러진다. 투구는 완전히 박살나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2초.
'기계'를 향해 돌진하려는 루퍼스의 다리를, 쓰러진 상태에서 양쪽으로 붙잡는다.
붙잡았지만, 루퍼스는 청룡이 붙잡은 오른발을 청룡과 함께 들어올려 주작의 위로 떨어뜨린다. 한순간, 발을 붙잡은 손을 놓쳐버린다.
─3초.
하지만 청룡은 주작과 부딪힌 반동을 오히려 이용하여 몸을 일으켰고, 역린검을 내려친다.
루퍼스의 머리에 부딪힌 역린검은 그대로 깨져나갔고, 루퍼스는 그대로 청룡의 이마에 머리를 박았다.
─4초.
청룡이 두 무릎을 꿇어버리는 순간 주작이 붙잡은 왼발을 통해 불을 일으켜, 루퍼스의 전신을 불로 휘감았다.
두 팔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그 불꽃을 걷어버리고, 루퍼스는 두 주먹을 휘둘러 주작의 등판을 때렸다.
그것을 본 청룡이 일어나려고 하자, 오른발을 움직여 그녀를 걷어차 날린다.
아직도 주작이 자신이 왼발을 놓지 않자, 왼발을 그대로 들어올려 강하게 지면에 내딛는다. 그 충격으로, 주작은 바닥에 파묻혀버린다.
─그리고, 5초.
두 사람은, 루퍼스를 상대로 주어진 시간을 벌어냈다.
그 5초 사이에 백호는 블랙크로스를 들어올리고, '기계'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것을 포착한 루퍼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백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
「8번째 폭력」이 포효한다.
포효와 함께, 루퍼스는 어깨에 장착된 포스 캐논을 다시 한번 발사했다. 이번에는 백호를 표적으로 해서.
그 포스 캐논의 앞으로, 현무가 뛰어들었다.
[─────!!]
현무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른다..
태어나서 한번도… 라기보다, 상상조차 못해본 충격. 전신을 갑옷의 형태로 바꿨음에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도, 버텼다.
방패가 부서지고, 내부의 갑옷마저도 부서진다.
그런데도 버텨냈다. 오직 '부탁받은 것'을 지키기 위해서.
[───────────!!]
지면에 딛고 서있던 발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꺾여가고, 전신의 뼈에서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결국, 현무를 공격한 포스 캐논은 방향을 틀어 하늘로 올라갔다.
그 시점에서 현무는 의식을 잃고 뒤로 쓰러져 다운. 루퍼스는 현무를 밟고 앞으로 나아갔다.
일섬(一閃).
은빛의 선이, 루퍼스의 앞을 지나갔다.
말할 것도 없이 라이네스가 휘두른 드래곤 소드.
제대로된 손잡이도 없고, 까놓고 말해 여기저기가 깨지고 이빨이 나가 '검'의 형태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지만 그녀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FORCE CANNON」
싸움이 다시 시작되고, 3번째의 포스 캐논.
이번에는 '기계'에게 사용했을 때와 같은 '산탄'의 형태였다.
그것들을, 검으로 베어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벤다. 수직으로 잘라서 없앤다.
벤다. 수평으로 잘라서 없앤다.
자른다. 한꺼번에 4개가 사라졌다.
베고, 베고, 베고, 베고, 또 벤다.
천이 잘려나가, 손이 베이기 시작하면서 피가 흘러내린다.
검을 휘두르는 속도를 빨리 하면 할수록 상처가 벌어지고 흘러내리는 피의 양도 많아진다. 당연히, 고통도 늘어난다.
결국, 라이네스는 날아오는 모든 광탄들을 혼자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순간 코앞까지 다가온 루퍼스를 발견했다.
루퍼스의 주먹과 드래곤 소드가 부딪힌다.
드래곤 소드는 루퍼스의 주먹 장갑을 약간 갈라냈지만 거기까지. 드래곤 소드마저도 산산히 부서져 흩어졌고, 라이네스는 그 반동으로 어깨가 탈구되어 날려갔다.
청룡과 주작이 시간을 벌고.
라이네스와 현무가, 루퍼스의 공격을 연속으로 2번 막아냈다.
그 사이에, 백호는 '기계'에게 블랙크로스를 넘겨주고 루퍼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속도는 이 자리에 모여있는 모든 이들 중 최속.
라이네스와 부딪히느라 빈틈을 드러낸 루퍼스의 팔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
─뜨겁다.
루퍼스는 백호에게 붙잡힌 팔에서 강렬한 통증과 열을 느꼈고,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리고 그런 루퍼스의 목에 백호의 이빨이 박힌다.
장갑을 돌파한 이빨이 피부를 찢고, 목적을 이루었다.
루퍼스는 거세게 분노하며, 백호를 쳐서 떨어뜨렸다.
목의 상처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데미지 자체는 경미. 신경쓸 것 없었다.
그보다 큰 문제는, 더이상 누를 길이 없는 이 거대한 분노였다.
[아까부터… 떨어져나간 놈들이 하나하나 돌아와서는 날파리처럼 굴어대고…!!]
등의 아머가 움직인다.
어깨 위에, 두개의 캐논포가 얹혀졌다.
─그것과는 별개로, 다른 캐논포들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허리에 2문.
양쪽 무릎 아래에 2문.
두 팔에 각각 1문 씩.
허벅지에 2문.
어깨의 것까지 합쳐, 총 10문의 캐논이 모습을 드러낸다.
[더이상 네놈들한테, 이 세상의 멸망을 지켜보라는 소리따윈 안한다… 그 대신…]
총 10문의 대포들이, 빛을 뿜어낸다.
[이 자리의 전원 지옥으로 떨어져라!!!!]
「GLEIPNIR」
"──────────!"
디아나가 이제까지 부른 어떤 노래보다도 크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퍼진다.
그와 동시에, 브류나크 역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마력을 모조리 긁어모아 터트린다.
[뭐, 라고?!]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수많은 '사슬'.
그리고 반투명한 '영혼'들로 이루어진 끈들이 한데 모여, 루퍼스를 구속한다.
발사하려던 에너지가 전부 흩어져버리고, 루퍼스조차도 몸을 뒤틀며 풀려고 했지만 쉽게 풀리지 않았다.
[우리들한테 남아있는 힘 전부를 들이부은거다… 쉽게 풀리면 곤란하지…!!]
[웃, 기지마…!! 이딴 것 쯤 얼마든지이이이!!]
팔을 벌리고, 다리를 벌린다.
점차 사슬과 끈들의 사이가 벌어져가고, 벌써 몇개는 끊어졌다.
─하지만, 이미 필요한 것은 모두 모였다.
"블랙크로스 파이널 모드! 섬멸검 「제노사이드」!!"
블랙크로스의 최종 형태.
모든 종류의 무장이 사용 불가능이 되었을 때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최후의 모습.
외장의 껍질이 모조리 벗겨지고, 코어 메탈만이 남겨진다.
그리고 그 코어 메탈로부터, 칠흑색의 장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극히 흉악하고, 지극히 거친.
말그대로, '신'조차 죽일 것같은 검이.
[뭐냐, 이제와서… 그딴 걸로 뭐가 된다고…!!]
[네 패배다, 괴물.]
백호의 말이 루퍼스의 귀에 들어왔다.
[뭘 위해서 다른 녀석들을 희생시키며 블랙크로스를 주워다 넘겨줬다고 생각하는거냐…]
거기까지 듣고서, 눈치챘다.
─이 녀석들이, 자신의 약점을 눈치챘다는 것을.
지금의 루퍼스는 「폭력」이고, 「사이보그」이며─ 「키메라 클론」이기도 하다.
페이탈 프라이멀 입자를 힘의 근원으로 삼는, 합성 생물 수인.
[… 하핫, 그래서 그게 뭐라는 거냐!! 유감이지만 내 FP 입자는 심장부에 모여있거든?!]
그 약점은 루퍼스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AFP 입자 무기를 경계하여 사이보그의 장갑으로 몸을 감싼 후 자신의 FP 입자를 제어하여 심장에 집중시켰다. 그것으로 완전히 상반되는 힘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몸 중에서, 가장 방어력이 뛰어난 부분. 그렇기에 루퍼스는 자신만만하게 소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모르겠냐. 내가 뭐하러 네놈을 물어뜯었는지…!!]
백호의 말과 함께.
몸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마, 말도 안돼…!! 설마?!]
─지금껏 제어할 수 있었던 FP 입자들이, 멋대로 활성화되어 날뛰고 있다.
혈관을 타고 흘러, 신경으로 전달되고.
손으로 퍼지고, 다리로 퍼지고, 머리로 퍼지고, 전신으로 퍼졌다.
백호는, 루퍼스를 물어뜯는 것으로 자신의 FP 입자를 집어넣어, 루퍼스의 FP 입자를 활성화시켰다.
지금의 루퍼스는, 말그대로 '괴수'. FP 입자를 통해 이상 진화를 일으킨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전신 구석구석까지 FP 입자가 들어차있다.
[웃기지 마!! 이렇게 끝날 것 같으냐아아!! 끝나지 않아!! 끝나지 않는다고오오!!]
구속을 풀기 위해 전력을 집중시켜 몸을 움직인다.
폭주하듯이, 미쳐 날뛴다.
하지만 그런 괴물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슬'과 '끈'이 구속했다.
"아니오. 이걸로 끝입니다. 당신도, 당신의 「폭력」도."
'기계'는, 단지 조용히.
루퍼스의 바로 앞에서, 그렇게 고했다.
머나먼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처럼.
용사의 검이 마왕의 심장을 찌르듯이.
전사의 검이 용의 심장을 가르듯이.
'기계'의 검이, 자루만 남긴 채 루퍼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내려오던 하늘이, 다시 올라간다.
─포효하던 바다가 가라앉아, 평온을 되찾는다.
─움직이던 산맥이 멈추고, 천천히 뒤로 쓰러진다.
─일어나던 대지가 다시 누워, 흙으로 돌아간다.
깨어났던 「폭력」도, 깨어나려던 「폭력」도.
'머리'를 잃어버리고, 다시 한번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마도 이번엔, 두번 다시 깨어나지 않을 깊은 잠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