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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제로의 "빛의 전사" 사역마
3만년 전부터 이어져왔던 "암흑의 황제"와의 전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어둠에 뒤덮혔던 태양은 다시 빛을 되찾고, 하늘을 새카맣게 가리고 있던 어둠도 사라졌다.
그와 함께, '그'의 임무는 끝나고 새로운 사명이 주어졌다.
그것을 위해서 '그'는 소중한 동료들과 헤어지고, 지금까지 지켜왔던 별을 뒤로 했다.
이제 남은 일은, 원래의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이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을 고향의 전사들에게 알리는 것.
───────그랬을, 터인데.
트리스테인 마법 학원.
지금 이곳에서는 한창 사역마의 소환식이 벌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이형의 생물들이 불려나오고, 학생들은 각자 하나씩의 생물을 자신의 사역마로 삼게 된다.
개중에는 사라만다나 윈드 드래곤같은 고등의 환수를 사역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소녀가, 간절하고 간절한 기원을 담아 소환의 의식을 행한다.
그 순간, 거대한 폭발이 학원 전체를 뒤흔들었다.
학생들은 연기에 콜록거리면서도, 그 결과 자체에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뭐니뭐니해도, 무슨 마법을 사용하든 성공하지 못하고 폭발만 일으키는 '제로의 루이즈'였으니까.
"역시 마법 성공률 제로. 이번에도 실패네."
"아무리 그래도 사역마 소환까지 실패하리라곤."
여기저기서 매도의 말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조금 후, 매도의 관점이 변한다.
"뭐야. 평민이잖아?!"
"우와… 실패는 아니라고 쳐도, 평민을 불러내다니."
루이즈는 화를 참지 못하고, 얼굴이 새빨개져 뭐라고 소리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방금 불려나온 '그'는 주저앉아버린 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무모해…! 상대는 메이지라구!"
루이즈의 외침이 등 뒤에서 들려온다.
'그' 역시 물러설 수만 있다면 물러서고 싶었다.
공포때문이 아니다. '그'는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저 소년은 루이즈를…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만든 친구를 모욕했다.
자신에 대한 모욕뿐이라면 웃어넘겨버렸겠지만, '친구'를 모욕당하는 것은 '그'에게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량면에서 이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한데 물러설 이유는 없다.
"걱정하지마, 루이즈. 이 모습으로도…"
청동의 골렘들이 창을 뻗어온다.
그 창들은, 그의 양손 앞에서 생성된 원형의 금빛 방패에 부딪혀 산산조각난다.
골렘들이 주춤하는 사이, '그'는 왼팔을 옆으로 뻗었다.
그 순간, 왼쪽 팔목에 장착되어있던 브레스에서 무언가가 나타난다.
─금색의 빛으로 이루어진, 한 자루의 검.
그 이후로는, 딱 한발짝이었다.
단 한발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기슈와의 거리를 좁혀버리고 그 사이에 있던 골렘들을 동강내버린다.
그리고, 그 '빛의 검'을 기슈에게 들이댄다.
"이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기슈라고 했지? 나로선 여기까지로 해뒀으면 하는데."
뒤로 발라당 넘어진 기슈로서는, 무언가에 홀린 표정으로 그저 고개를 맹렬하게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세계에서 무수한 인연을 만들어낸다.
"굉장히, 멋있었어요… 평민이 메이지에게 이기다니."
"… 그럴까. 나로선 그다지 어렵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그' 역시, 알고는 있었다.
"기슈를 쓰러뜨리는 너를 본 순간, 미열의 키르케는 정열의 키르케로 변한거라구."
"… 저기, 그거는… 그러니까… 금지사항인데…! 봐주면 안될까?"
─언젠가는 이 세계에서 떠나지 않으면 안된다. 애초에 임무예정지도 아닌 별이었으니까.
"… 당신의 힘을… 나에게 빌려줘."
"사정은 알겠지만,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이라면 안돼. 그래도… 너희 어머니라면, 어떻게든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만, '그'는 사람을 좋아했다. 너무나도.
"뭐냐, 뭐야?! 저 '거인'은?! 주포조차 통하질 않잖아?!"
"이것이, 간달브…! 하지만, 간달브가 저런 거인이었다는 전설따윈─"
─아무리 헤어질 때의 고통이 크다고 해도.
"미안. 일식, 끝나버렸네."
"… 바보가… 그런 말은, 안해도 돼…"
─'그'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었다.
────그리고, 과거의 인연이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다.
흑색의 투구와 갑옷.
하지만 그의 갑주는 이 세계의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였다.
등에 장착되어있는 검 역시도, 이 세계의 검과는 형태가 달랐다.
'그'는, 그 '흑색의 갑옷'을 입은 자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자무샤…!!"
[드디어 찾았다.]
자무샤는 검을 뽑아들고, 대뜸 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 대각선으로 그어진 검격.
예전보다 한층 빨라진 그 일격은, 학원의 탑 하나를 동강내버리고 만다.
인간 사이즈에서, 이 정도라니. 얼마나 더 강해진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다급히 말을 걸었다. 지금이야 인간과 비슷한 크기라고 해도, 우주에서 한손에 꼽히는 검호가 학원 안에서 날뛰게 되면 어떻게 될지
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기다려줘, 자무샤! 우리가 싸울 이유같은 건─"
[말했을 터다. 너는 내가 베어버리겠다, 그렇게 결정했다고. 덤벼라. 이 호시키리마루도, 너와의 싸움을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다!]
검이 휘둘러진다.
휘둘러질 때마다, 자무샤의 검은 거리와 상황을 무시하고 학원을 파괴해간다.
벽이 둘로 쪼개져 무너지고, 건물이 박살난다.
결국, '그' 역시 '빛의 검'을 꺼내들고 맞설 수 밖에 없었다.
검과 검이 부딪히고, 그 소리는 학원 전체에 울려퍼졌다.
─흑색의 무사를 시작으로, 이 세계는 있을리 없는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 가루……!"
"재미있는 세계야. 게다가, 먹음직스러운 생물들도 많아. 아주 마음에 드는데."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아!!"
"호오, 네가? 츠루기도 없이 혼자서 말이냐?"
"혼자가 아니야… 루이즈도 있고, 시에스타도, 기슈도, 키르케도, 타비사도─ 이 세계에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잔뜩 있다. 그들을 위
해서, 절대로 네 마음대로 하게 하진 않아!!"
수많은 별의 생물들을 먹어치우고, 죽음의 별로 만든 공포의 고차원포식체 보가루.
"인페라이저?! 어째서 저게 여기에 있는거야?!"
[나한테 물어봤자, 모르는 건 모른다.]
"… 도와줄거야?"
[한번 베어버린 상대따위한텐 관심없어. 너 혼자 알아서 해라.]
'재앙'에 가까운 힘을 지닌 기계의 괴수 무쌍철신 인페라이저.
[죽어라, 형님들의 원수!!]
"… 저건, 아무래도 너때문에 온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아. 귀찮게시리.]
"잠깐만. 호시키리마루는 왜─ 설마 싸울 셈이야?!"
[삼형제가 똑같은 검에 썰려죽게 생겼군. 뭐, 덤빈 놈들 잘못이지만.]
"잘못됐어. 뭔가 심각하게 잘못됐어, 너!"
레오의 고향, L77별을 멸망시킨 사벨 폭군 마그마 성인의 후예.
[후하하하하하핫! 그 인간들의 도움이 없으면, 너따윈 이 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하필, 이 녀석까지…!"
[몇번이나 말했을텐데. 이 몸은 불사신이라고. 네놈의 공격따위, 조금도 통하지 않는단 말이다!]
'불사신'이라 불리며, 어떤 공격에도 재생해내는 그로잠.
[약속대로, 당신 앞에 다시 왔습니다. 뭐, 별은 다르지만요.]
"당신…! 어떻게 이곳에?!"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럼, 이번에도 작은 게임을 하기로 할까요. 걸리는 물건은, 이 세계 사람들이 당신에게 지니고 있는 '신
뢰'라는 물건입니다.]
사악하기 이를데 없는 지모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힘을 함께 지닌 악질 우주인 메피라스.
'그'와 자무샤는 힘을 합쳐 함께 싸우기도 하고, 따로 싸우기도 하면서 이들을 쓰러트려나갔다.
하나하나, 착실하게.
─그러나, 전율의 암흑황제마저 돌아와버린다.
"어떻게─ 그때, 분명히─"
[너의 애비가 말하지 않았나.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고,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다고. 빛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어둠으로 이루
어진 내 존재 또한 영원불멸일 터다.]
어둠의 황제는 세상의 모든 빛과 불을 빼앗는다. 지구에서 했던 것처럼.
그것을 막으려던 '그'와 자무샤도, 절대적이기까지 한 황제의 힘에 쓰러진다.
[자, 이제 어떻게 하겠나. 지금 이 자리엔 너를 도와줄 형제들도 애비도 없다. 너 혼자의 힘으로, 이 별을 지킬 수 있을까?]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아버지와 대등하게 싸우고, 3만년 동안 일족 최대의 적으로 군림해온 어둠의 황제.
경험도, 실력도 한참 모자란 신참 전사에 지나지 않는 '그'에게는 짊어질 수 없는 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일어났다.
만신창이가 되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된 그의 몸을 일으키는 것은 오직 한가지.
"소중한 친구들을 지키고 싶다"라는 일념 뿐이다.
"지켜내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변신할 힘따윈 남아있지 않은데도, 그는 원래의 '거인'의 모습으로 돌아가 황제와 맞선다.
[맞서겠다는 건가? 이 나에게.]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일어나는 것과 함께, 그의 전우 역시 땅에 검을 꽂고 일어난다.
[어째서냐. 넌 빛의 일족도 아닐 터. 그런데 어째서 나에게 맞서는 거냐.]
[이 녀석을 쓰러트리는 건 나다. 암흑황제인지 나발인지 몰라도, 내 먹이를 가로채는 건 용서못해.]
우주의 무사는, 자신과 '그' 사이에 있을 것이 분명한 우정을 그런 식으로 표현해버린다.
[너는, 인간인 주제에 나에게 맞서겠다는 건가. 인간의 꼬마.]
"이래뵈도, 난 '그'의 주인이라구…! 사역마를, 죽게 내버려두면 주인 실격이잖아."
허무의 마법사는 스태프를 들어올려, 할 수 있는 최대의 주문을 준비한다.
[실로 어리석은 것들이구나.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너희들의 가늘기 짝이 없는 생명줄을 끊어버릴 수 있다. 그런데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가?]
"두려운 건 사실이야. 지금도, 겁나서 도망치고 싶은걸."
"뭐, 어쩌겠어. 저런 골치아픈 남자한테 반해버렸으니까."
"… 그가 물러나지 않는 한… 나도 물러나지 않아."
"저기, 나는 빠져도 되지 않을까? 별 도움도─"
"혼자 도망갈 생각하지 마, 기슈."
지금까지 만들어온 인연들이, 함께 어둠과 맞서준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
"당신은, 다시 한번 패배하게 될거야. 지난 번에 그랬던 것처럼."
'그'는 힘찬 목소리로 단언했다.
"내 이름은 「울트라맨 메비우스」! 동료들의 유대가 나와 함께 하는 한, 어떤 어둠도 우리를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어둠과의 최종 전투가, 다시 한번 개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