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마브러브 IF ~데토네이터 오건~


원작 |

1화 프롤로그


지구에서 아득히 멀리 떨어진─ 아니, 그 정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만큼의 거리에 자리잡은 별이 있다.
이 별에서 가장 진화하고 발달한 생물은 영장류의 생물로, 몸 곳곳에 있는 각질 피부나 섬유질로 된 머리카락을 제외하면 거의 인간과 비슷했다.
그들은 현재의 인류와 비교하여 몇 단계는 우위에 있는 문명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모성이 있는 항성계를 완전히 차지한 상태였다.
본성이 선량하여 무력을 앞세워 정복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행성 하나 정도는 순식간에 제패할 수 있는 우주함대를 보유중이었다.
이대로 계속 세력을 확장하여, 세대를 거듭하다보면 인류와 마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그럴 일은 없었다.

─그들에게 일어난 불행의 첫번째는, 항성계를 벗어나 외우주로 보낸 탐사선들이 모조리 행방불명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같은 항성계의 다른 별로부터의 연락이 차례대로 끊기고.
─지방의 우주 함대가 괴멸되었으며.
─그 진로는 틀림없이 그들의 마지막 남은 모성을 향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그들은, 이 전대미문의 '침략'에 맞서 몇십겹이나 되는 방어선을 치고, 총력을 모아 대항하기로 했다.
행성 주변의 스페이스 콜로니들을 무장시키고, 그들의 별 전체를 방어막으로 감싸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강철의 몸을 가진 악마'들은 너무나도 쉽게 그들을 유린했다.

 


쳐들어온 것은 불과 수십명의 '갑옷'.
성분은 알 수 없으나 금속제의 육체를 가진 그들은, '생물'적인 특징과 '기계'적인 특징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우주의 함대를 전멸시키고 행성의 자동 방어 시스템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키고 곧장 본성에 쳐들어왔다. 남은 것은 오직 지상 병력 뿐.
사령부에서는, 몸의 절반 정도가 유기체계 기계로 이루어진 방위사령관이 모니터를 보며 소리친다.

"방어라인C가 이렇게 쉽게 돌파당하다니…!"

그것을 기점으로, 여기저기에서 연락이 들어오고, 사령부의 허공에 나타난 화면의 숫자가 몇십개로 늘어났다.

<적은 강력합니다! 방위중대는 현재 전리층에서 교전 중!>
<제 19 에어리어에서 증원요청!>

곧이어 방어벽이 완전히 깨지고, '적'은 수도로 거칠 것없이 진입해 들어온다.

<제 11, 12, 13지구에 침입당했다! 주민의 피난을 서둘러라!>
"아직 들어오지 않은 적들이라도 막아라! 전술용이든 전략용이든 남아있는 핵미사일들을 발사시켜!"
<예, 예!>

약간의 절차가 거쳐진 후, 사령관은 눈앞에 뜬 핵 사용 허가의 스위치를 눌렀다.
수백발에 이르는 금지 병기들이 우주를 향해 날아갔고, 그것들은 '적'과 부딪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신이시여… 용서하시길… 어서 빨리 도시 안의 적들을 몰아내는데 전력을 집중시켜라!!"
<사, 사령관!!>
"무슨 일이냐! 방사능에 대한 문제라면 나중에 말해라!"

사령관의 앞에 거대한 화면이 띄워진다.
─그곳에는, 핵미사일들에 직격됐을 것이 틀림없는 '적'들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표, 표적 데미지 없음!! 진격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대로는 ​사​령​부​까​지​─>​
<사령!! 적 전투혹성, 제 2 위성궤도까지 접근!! 스크린에 ​투​영​합​니​다​!​!>​

화면 중 절반이 하나로 통합되고, 거기에 적의 본거지가 모습을 보인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눈'의 형태를 하고 있는 칠흑의 혹성. 생각해보면, 저것 하나에게 자신들의 함대는 전멸당했다. 그것도 한순간에.
이쪽이 가진 최대 위력의 무기조차, 저들을 멈추진 못했다. 이미 그들에게 적을 막을 방법은 전무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저항하는 행위'를 포기하지 않았다. 생명체라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

─물론 그런다고 이 절대적인 전력차이는 뒤집어질 리 없다.

도시 내로 진입한 '갑옷'들은 내키는대로, 닥치는대로 파괴했다.
어떤 자는 손목에서 생겨나, 몇백미터 길이까지 늘어난 빔소드로 건물을 통째로 베어 무너뜨린다.
어떤 자는 보다 효율적인 파괴를 위해 고층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사방으로 빔탄을 쏜다.
어떤 자는 그저 돌진하여 몸으로 부딪히고, 어떤 자는 일부러 민간인만을 찾아다니며 학살을 즐긴다.
도시는 순식간에 대혼란에 빠지고, 이 유래없는 재앙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주민들에게 닥쳐왔다.
그토록 번영했던 별은, 불과 수시간만에 불바다로 변했다.

그런 반면.
딱 하나, 이질적인 '갑옷'이 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전신 백색의 바디. 다른 색인 것은 양쪽 어깨에 달린 남색의 부스트 정도다.
그는 혼자 따로 떨어진 채, 다른 갑옷들과 거리를 두고 오직 '방어부대'만을 상대로… 그것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자세로 싸우고 있다.
싸움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해도, 그 괴멸적인 전투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대충 휘두르는 공격만으로도 이 행성의 전투 병기들이 부서지고 폭발한다. 지금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휘두른 손목의 블레이드에 잘린 비행메카 하나가 추락했다.
그는 지면에 내려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번영의 극에 달하고 있던 이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파괴'라는 두 글자 뿐이다. 자기 부상 열차나 공중을 달리는 자동차도, 자연과 기계가 공존하고 있던 공원도, 높은 수준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던 도로도. 이제는 없다.

잠자코 걸음을 옮기는 그의 눈에.
아직 살아있는 주민이 들어왔다.
그들을 보며 시야를 줌인. 다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는 여성과, 그녀가 안고 있는 갓난아기.
그리고 그는 그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움직이면서 생긴 금속음이 여성의 귀를 자극했고, 여성은 공포밖에 떠오르지 않은 얼굴로 그를 돌아본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겠지만, 상처투성이인 다리는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는 손목에서 아까 전 비행 메카를 추락시켰던 블레이드를 다시 꺼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여성은 아기를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고, 아기는 울음소리를 크게 했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세 걸음, 이라는 시점에서 걸음을 멈춘다.

공포에 질린 채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던 여성이 살며시 눈을 뜨고 위를 올려다본다.
조금전까지 모자에게 다가오고 있던 '갑옷'은, 그 이상 가까워지지 않고 그저 이곳을 응시하고만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그는, 블레이드를 다시 손목 안에 집어넣고 몸을 반쯤 돌려버린다.

 


[오건!!]

그의 귀에, 그 자신의 이름이 들려왔다.
그는 자신을 부른 누군가가 있는 곳을 향해 몸을 완전히 돌려 그곳을 바라본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그와는 대조적으로 칠흑색의 바디와 금색의 부스터를 가진 또 하나의 '갑옷'.
그가 고개를 돌린 틈에 기어서라도 도망치려고 했던 여성은, 그 '갑옷'을 보고는 완전히 굳어버린다.
하지만 새로 나타난 갑옷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

[버러지 상대로 뭘 망설이고 있는거냐.]

그가 침묵을 지키자, '검은 갑옷'이 그 뒤에 이렇게 덧붙인다.

[모든 것을 파괴하라. 그것이 우리들의 위대한 지도자 「미크」님의 뜻인거다, 오건.]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 오건이라고 불린 '하얀 갑옷'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랭그. 이 별은 이미 전투력을 상실했고, 남은 건 비전투원 뿐이다. 그런 자들을 상대로 마무리를 지을 필요는─]
[우리 「이바류더」는 전투종족, 적을 짓밟고 계속해서 승리해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다. 그리고 그 승리의 증표로서 가장 확실한 것은 이 별에 생명체를 남기지 않는거지.]
[그러나…]
[네가 할 수 없다면 내가 본보기를 보여주마.]

'검은 갑옷', 랭그는 왼팔을 뻗어 도망치지 못한 모자를 겨눈다.
왼팔에 붙어있는 빔탄의 발사구가 두 사람을 겨누고, 그의 눈이 레이더처럼 확실하게 표적을 조준한다.
렌즈가 표적을 포착하고, 조준 시스템이 빈틈없이 작동된다. 설령 피하려고 한다해도, 그의 공격은 확실하게 표적에 적중될 것이다.

─그 순간, 랭그의 조준 시스템에 '이물질'이 끼어들었다.

랭그의 총구와 모자의 사이를, 오건이 가로막은 것이다.

[뭣이?!]
[랭그. 아무리 당신의 명령이라고 해도 여길 비킬수는 없다.]

오건의 얼굴 부분에 있는 뱅가드가 삼중으로 추가 잠금이 된다.
─그것은, 설령 랭그와 싸우게 된다고 해도 피하지 않겠다는 '전투태세'를 의미한다.
하극상을 당한 상관으로서는 당연한 일로, 랭그는 분노를 터트린다.

[오건, 네 놈…!!]

두 검고 하얀 이바류더는 서로를 노려보며 침묵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땅이 흔들리고, 오건에게서 조금 떨어진 지면에서 무언가가 바닥을 뚫고 솟아오른다.
오건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이 행성의 대형 이족 보행 메카닉이 이쪽을 보며 서 있었다.
오건이 무릎까지 닿을까 말까한 크기의 인간형 메카닉. 조금전까지 오건과 싸웠던 것 중에도 이것과 같은 기종이 있었는데…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다.
오건은 참지 못하고 메카닉─ 정확히는 그 조종자에게 소리친다.

[어째서 나온거냐!! 도망쳐!!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바류더인 그와, 이 행성의 주민인 조종자 사이에는 '언어의 벽'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오건이 이바류더의 언어로 말하고 있는 이상, 조종자가 그것을 알아들을 수 있을 리 없다.
조종자의 눈에는, 오건조차도 뒤에 있는 모자를 공격하려는 '적'으로 보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그가 서있는 위치에서는 무너지다만 조형물에 교묘히 가려져서 랭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악마 놈이!!"

메카닉이 움직인다.
그와 동시에, 랭그도 움직였다.

[오건, 네놈 정도 되는 녀석이…]

둘이 동시에 움직이자, 오건은 어느 쪽을 우선해야할지 아주 찰나동안 판단을 망설였다.
─그리고, 그것이 치명적인 실수를 가져왔다.
극히 짧은 망설임끝에 랭그를 막기로 했지만, 메카닉의 거대한 주먹─오건 자체와 비슷한 크기의─이 오건을 강타해 그를 날려버린 것이다.
오건은 그 일격에 십수미터를 날려가 벽에 부딪히고 떨어진다. 데미지는 없다고 해도, 중량 차이로 인해 벌어진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오건이 그 자리에서 튕겨져나간 덕분에, 랭그는 문제없이 공격할 수 있었다.

[오건, 잘 봐 둬라!!]

오건이 뒤늦게 랭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렇게 하는거다!!]

랭그의 왼손목에 있는 총구에서, 붉은 광선이 발사된다.
광선은 메카닉을 크게 관통하고, 그 뒤의 모자 앞에 착탄되어 폭발했다.
─그 일격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거리의 반 정도가 날아가버렸다.

[후후후후…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랭그는 공중에 떠서 팔짱을 낀 채 미친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정말로 즐겁고, 유쾌해보였다. 실제로 이것이 전투종족 이바류더로서의 올바른 '행동'이자 ​'​사​고​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건은 불길속에 휘말린 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손이 닿는 일은 없고, 모자는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다음이었다.
뻗었던 손으로 주먹을 쥐고… 바닥을 내려친다.
이바류더의 괴력으로 내려쳐진 바닥은 크게 함몰됐고… 그 속에서 오건은 절규했다.

 


지금의 오건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자신들이, 이바류더가, 어떤 것을 얼마나 잃어버렸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것을 되찾을 수 있는지.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