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IRREGULAR HUNTER - X


Original | , ,

 


이 모든 일의 발단은, 과거에 일어난 한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드칠더에서도 이름높은 과학자이자, '대마도사'의 칭호까지 얻었고.
젊은 나이에 대연구소의 국장의 위치까지 올라 출세가도를 달렸던 그녀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간 하나의 사건.


그녀는 자신의 딸과 함께 살며, 신형 마력로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상부의 강요로 실험이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마력로가 폭주하게 되었고, 그녀는 결계 마법으로 자신과 동료들을 지키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지위를 박탈당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지위를 잃어버린 것이나 지방으로 좌천당한 것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 사건으로 인해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사고로, 딸을 잃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연구에 몰입했다.
사역마와는 다른… 사역마를 뛰어넘은 인조 생명의 생성.
그리고, 죽은 자를 소생시키는 비술.
그녀는 자신의 몸을 혹사해가며 딸을 부활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할 수 없는 모든 노력까지 모조리 쏟아부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행한 연구.
그녀는 그것에, 「프로젝트 FATE」라고 이름붙였다.

 

 

 


IRREGULAR HUNTER - X



25화


 

 

 


"그래, 그 말대로야… 잘도 조사했구나…"


아스라의 스크린 너머로 프레시아가 조소를 보냈다.
저곳에 있는 모든 국원들에게, 그리고 나노하와 함께 보고 있는 페이트를 향해서.


아아, 확실하게 보였다.
자신과, 자신의 뒤에 있는 시험관… 아리시아가 잠들어있는 「관」을 본 페이트가 망연해하고 있는 것이.


"하지만, 이제 모두 끝내버릴거야… 이 아이를 잃고 보내야했던 암울한 시간들도, 이 아이의 대역으로 만든 모조 인형을 딸 취급하는 것도."


경악, 불신, 분노, 혐오.
스크린을 통해, 저쪽의 인간들이 보내오는 감정들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자신은 이제 곧 이곳을 떠날테니까.
쥬얼 시드 11개. 이 정도로 엘하자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어떨지 불확실하지만, 이 이외의 방법이 없다.


"듣고 있니? 네 이야기란다, 페이트."


스크린 너머의 페이트가 몸을 떠는 것이 여기까지 보였다.


"모처럼 아리시아의 기억을 줬는데도 닮은 데라곤 겉모습 뿐. 형편없고 조금도 써먹을 수가 없는… 조금도 제대로 되지 않았어. 모조품의 생명은 결국 모조품, 잃어버린 것을 대신할 수는 없었어…"


사실은 약간 다를지도 모른다.
처음 만들고 성장시켰을 때부터, 저'것'이 아리시아와 모습만 비슷할 뿐 별개의 존재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사역마를 만들어 저'것'을 교육시켰고, 엘하자드로 가는 문을 열 열쇠인 로스트 로기아 쥬얼 시드를 모으기 위해 투입한 것이다.


─저'것'이 자신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걸 보는 것도.


─아리시아와는 다른 물건인 저'것'이, 날이 갈수록 아리시아와 닮아가는 것을 보는 것도.


─그렇게 닮아가면서도, 결국은 다른 인간이 되어가는 저'것'을 보는 것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또다른 지옥에 지나지 않았다.

 


"아리시아는 훨씬 부드럽게 웃어줬어."


인형인 저'것'과는 다르게.


"아리시아는 때때로 어리광부리기도 했지만 내가 하는 말을 정말 잘 들어줬지."


인형인 저'것'과는 다르게.


"아리시아는… 언제나 나에게 상냥했지…"


인형인 저'것'과는 다르게.


시험관 속의 아리시아를 바라보며, 시험관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머리 속에서는 딸이 살아있을 때의 일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 속에서는 그 무렵에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아리시아의 기억까지 줬지만, 역시 너로는 안되는 거였어… 기껏 리니스까지 만들어서 붙여줬는데."


저쪽에서 하얀 소녀가 뭐라고 외치고 있다.
분명히, 저'것'과 싸우면서 쥬얼 시드를 회수하며 자신을 방해한 소녀다. 확실히 마력만은 뛰어났던가.
게다가, 분명히 자신과의 계약이 끊어져 소멸했을 터인 리니스도 있다.


뭐라고 하고 있는걸까.
'그만둬'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해서 흥미없다.


"아리시아를 되살릴 때까지, 내가 심심풀이로 이용한 것 뿐인 인형."


그것이, 저'것'의 존재 이유. 탄생하게 된 동기다.
그 이외에, 저'것'의 존재 가치는 없다.


그러니까.
저'것'은 이제─


"이제 필요없어. 어디로든 알 바 아니니까, 사라져버려."


마지막으로 한마디.
언제나 언제나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한가지 좋은 걸 가르쳐줄게, 페이트."


말하고 싶어서 목까지 치밀어오르는 것을 겨우겨우 참아냈었다.
그것을, 이제야 겨우 말하게 된 것이다.


"나는 말이지, 페이트…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로 싫었단다. 보고 있으면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그녀가 그 말을 마쳤을 때.
화면의 저 편에서, 페이트가 허물어졌다.
실이 끊긴 인형. 지금의 페이트에게 그것보다 더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쓰러진 페이트를 하얀 소녀가 안고 부르짖는 것을 보면서.
프레시아는 끝없는 조소를 보냈다.

 

 

 


"우리들은 이제부터 떠날거야. 멀고 먼 잊혀진 옛 도시… 엘하자드로."


그곳에 도달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돌려받을 수 있다.
아리시아도, 슬픔과 한탄과 증오와 분노와 절망만이 가득했던 지난 시간들도.
그렇기에 이 모든 일들을 해온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이제 어쩔거지?"


프레시아는 고개만을 옆으로 돌려, 슬래시 비스트에게 말했다.
조금 전 프레시아를 포박하기 위해 달려들던 무장국원들 전부를 눈깜짝할 사이에 때려눕힌 최후의 이레귤러.
물론 그 정도 일은 하려고 하면 프레시아 자신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슬래시 비스트가 그다지 강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되지 않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런 괴물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싸운 저쪽의 '기계'들이 강한 거였다. 이 녀석들이 약한 것이 아니라.


"당신들과 계약한 것도 있으니까, 엘하자드로 가는 길의 중간에 떨어뜨려도 좋다면 데려가줄 수도 있는데."


어디의 세계로 떨어질지는 그녀도 모르겠지만.
슬래시 비스트는 벽에 기대어 앉아, 조용히 피가 묻은 손톱을 다듬다가 대답했다.


[… 그 계약이라는 건, 쿠완거들과 한 거겠지? 나하고는 상관없어.]
"어라, 동료아니었어?"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던 적 없어. 목적이 같았으니까 잠깐 어울린 것 뿐이고.]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아까부터 듣고 있으면서 생각했지만.]
"응?"
[쿠완거가 당신을 우리와 동류라고 말했던 것, 조금쯤은 이해할 수 있겠더군. 당신은… 지금까지 내가 만나왔던 이레귤러 중 최악의 외도(外道)다.]


조금 전, 프레시아가 관리국과의 통신에서 보인 언동.
그리고 그 광기로 가득한 얼굴을 봤을 때는, 그조차도 한순간 얼어붙었었다.
인간식으로 표현하자면 등골이 오싹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강철의 파괴왕"이라고까지 불리며, 겁없이 날뛰던 그가.


하지만.
그 '전율'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약간이나마 매료된 것도 사실이다.

쿠완거와 마찬가지로.


"…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건데?"
[글쎄. 그다지.]


그것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어차피 이후에는 말할 기회가 없을테니까.
슬래시 비스트는 발을 옮겨, 방문을 향해 걸었다.


"어디로 가는거지?"
[조금 있으면 여기로 올 녀석이 있으니까. 이길 수 있을거란 생각은 안들지만, 한방 먹여주지 않으면 기분이 안풀려.]


프레시아로서도 그 푸른 레플리로이드에게 방해를 받는 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슬래시 비스트가 그의 발목을 조금이라도 붙잡아준다면, 프레시아로서는 딱히 말릴 이유가 없다.


"그래, 그럼 좋을대로."


그리고 그것이.


'레플리로이드'의 이레귤러와.
'인간'의 이레귤러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나노하는 페이트를 동반한 채 아스라로 돌아왔다.
상처를 입고 쓰러져있는 헌터들은 엑스가 찾아냈고, 그때 나노하들과 함께 아스라로 들어와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물론 이렇다 할만한 부상이 없는 엑스는 문제없이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에 나노하들과 함께 브릿지로 들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페이트와 만난 리니스는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았고, 페이트 역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그 직후.

 


프레시아 테스타롯사의 체포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열어둔 스크린에서.
프레시아로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공격이 날아왔다.


그것은 확실하게 페이트의 마음을 부숴버렸고, 페이트는 의식마저 잃어버린 채 쓰러졌다.
리니스와 알프는 그런 페이트를 붙잡은 채 울부짖었었지만, 화면 너머의 프레시아는 광소를 터트리며 쥬얼 시드를 가동시켰다.


통신이 끊어진 이후, 아스라의 국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은 프레시아가 일으키고 있는 차원진을 막기 위해서.


시간의 정원에서부터 시작된 차원진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지금의 이 페이스로 계속 강해진다면, 차원 단층이 발생하여 세계가 파괴되버릴 때까지 앞으로 30분.
처음부터 그녀는 쥬얼 시드로 엘하자드로 날아간 다음 돌아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 속에서, 엑스는 생각했다.

 


자신은,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하는 것인가.

 


슬래시 비스트의 모습은 확인했다. 당연히 자신도 시간의 정원으로 가서, 슬래시 비스트를 포획하거나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이레귤러 헌터가 해야할 일이니까.


하지만, 그 다음엔?


슬래시 비스트를 파괴한다. 파괴한 후에는 그냥 복귀하면 되는걸까.
지금 이 상황을 보면서, 이 위기를 보면서, 방금 일어난 대화들을 보고 들었으면서.


그런데도, 그저 이레귤러만 파괴하면 되는걸까.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을 해야할까.


지금의 엑스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자신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고 있다.
그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차원진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이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인간'이다.


자신은, 뭘 해야 좋은걸까.


싸울 수 있을 것인가. 「지켜야할 존재」인 인간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에, 크로노가 움직였다.


"크로노 군, 어디 가는거야?!"
"현지로! 가서 원흉을 잡아야지!"


잊혀진 도시 엘하자드.
지금은 사라진 금단의 비술이 잠든 땅.


저 여자는 그런 곳으로 가서 어떻게 할 생각인가.
거기에 도착한다고 해도, 정말로 자신이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어떤 마법을 쓴다고 해도…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어…!!"


그것은 혼잣말이었지만, 프레시아에게 하는 말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크로노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어떠한 마법도, 어떠한 기술도.
과거를 되돌리거나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것은 할 수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나서도 안된다.


─그의 아버지가, 두번 다시 살아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나도 갈게!"
"아, 나도!"


크로노의 말에 나노하와 유노도 움직였다.


"잠깐만. 그런 거라면 우리도─"
"알프 씨와 리니스 씨는 페이트짱을 부탁해요."


알프가 뭐라고 하려는 것을 나노하가 막았다.


"하지만 프레시아는 강해요. 세 사람만으로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지금 두 사람을 가장 필요로 하는 건 저희가 아닐테니까요."


그 말이 리니스와 알프의 움직임을 막았다.
곧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노하의 말에 수긍하며 페이트를 넘겨받았다.


"… 나도. 정원에는 아직 비스트가 있어."


잠시 동안 자신의 고민을 접고, 엑스가 말했다.
지금은, 이레귤러 헌터로서의 임무를 우선해서 슬래시 비스트를 쓰러트리자. 프레시아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에 해도 된다. 그렇게 생각하여 말한 것이다.


"린디 제독, 동료들을 부탁합니다."
"네, 저야말로… 아들과 저 아이들을 잘 부탁해요. 저도 곧 현지로 가겠습니다. 여러분은 프레시아 테스타롯사와 코드 비스트의 체포를."


엑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크로노들과 함께 게이트로 향했다.

 

 

 


네 사람이 시간의 정원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프레시아가 불러낸 수많은 괴뢰병들에 의해 봉쇄된 상태였다.
하나하나가 A클래스의 마도사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갑옷 기사들. 크기도 종류도 천차만별이었지만, 상당한 숫자가 모여있었다.


"크로노 군. 이것들은…"
"괴뢰병… 가까운 곳에 있는 적을 공격할 뿐인 꼭두각시 인형들이야!"


『Stinger Snipe.』


크로노의 S2U가 주문을 외우자, 푸른 빛의 광탄이 나타나 괴뢰병들을 공격한다.
나타난 광탄은 크로노를 중심으로 나선을 그리다가 느닷없이 돌진하여 괴뢰병들을 관통했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크로노의 머리 위에서 회전하며 소모된 마력을 충전시켰다.


"스나이프 슛!!"


크로노의 외침과 함께, 더욱더 가속된 광탄이 남아있는 괴뢰병들마저 일소했다.


그리고 크로노는 남아있는 대형의 괴뢰병을 향해 돌진.
이 거대한 괴뢰병은 양날 도끼를 휘두르며 크로노를 공격했지만, 크로노는 그것을 피하며 위로 뛰어올라 괴뢰병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Break Impulse.』


손으로 접촉한 괴뢰병의 고유진동수를 산출, 거기에 맞춘 진동 에너지를 전달한다.
그와 동시에, 괴뢰병은 마치 유리처럼 깨져나가며 폭발했다.


이 마법은 고유진동수의 산출을 위해서 목표에 접촉한 상태로 잠깐이지만 정지해있어야 하기 때문에, 마법 능력만이 아닌 근접 전투 능력도 요구되지만 지금처럼 정확한 타이밍에 사용하면 최소한의 마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멍하니 있지 말고, 간다!"
"으, 응!"


크로노의 외침에 응답하며, 나노하와 유노가 그를 따라간다.


하지만, 엑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엑스?! 어서 빨리…"

 


「FIGHT」

 


"… 왔어."


파이트 아머로 교체하고, 엑스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 순간 위쪽의 창문을 깨고 나와 떨어져내린 '어떤 것'이 세 사람과 엑스의 사이에 착지했다.


[역시 왔군. 네놈이라면 반드시 올 거라고 생각했다.]


특 A급의 이레귤러, 슬래시 비스트.
그는 뒤에 있는 나노하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오직 엑스만을 보고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이 녀석은 그때…!"


슬래시 비스트에게 크게 당한 적이 있는 크로노는 이를 갈며 S2U를 들어올렸다.
그것을 엑스가 막았다.


"가!"


"?!"
"지금 이 상황에서 프레시아 테스타롯사를 막을 수 있는 건 너희들 뿐이야! 이런 녀석에게 신경쓰지말고 가!"


그 말을 듣고 크로노는 냉정하게 판단했다.
확실히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은 엑스에게 이곳을 맡기고 자신들이 프레시아에게 가는 것이 낫다. 자신들이 슬래시 비스트를 상대하고 엑스를 보내봐야, 마도사가 아닌 엑스로서는 차원진을 진동시킬 수 없을테니까.


"알았다! 그럼 여기는 부탁하겠어!"


크로노는 나노하와 유노를 이끌고 정원의 내부로 들어갔다.
결국 두 사람도 몇번 뒤를 돌아보긴 했지만 크로노와 함께 진입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슬래시 비스트가 움직였다.


['이런 녀석에게'라. 잘 말해주는걸. 아무래도 상관없긴 하지만.]
"……"


슬래시 비스트의 말을 무시한 채, 엑스는 자세를 낮추고 손을 수도의 형태로 바꾼 후 오른팔 전완(前腕)에서 칼날을 만들어냈다. 그것만으로 엑스의 오른팔은 이미 한 자루의 예리한 검이다.
그 반면, 슬래시 비스트는 몸을 숙이고 양손을 뻗어 바닥을 짚어 크라우칭 스타트보다도 더욱 낮은 자세를 취했다. 문자 그대로, '사자가 먹이를 향해 달려들기 직전'의 자세.
옆으로 피한다던가 뒤로 물러난다던가 하는 모든 것을 배제한채, 오직 '앞으로' '최대한 빠르게' 돌진하기 위한 자세로.


강철의 투사와, 강철의 맹수가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했다.


그리고, 한 순간.


서로를 향해, 지면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한편, 나노하들은 정원의 내부로 들어가 프레시아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곳은 붕괴가 시작되었고, 여기저기에 알 수 없는 공간이 연결되었다.
나노하가 신경이 쓰이는 듯 계속 그 공간들을 바라보자 크로노가 이야기했다.


"그 구멍, 검은 공간이 있는 곳은 빠지지 않게 조심해!"
"에, 에?!"
"「허수 공간」. 모든 마법이 일체 발동하지 않게 되는 공간이야! 비행 마법도 삭제되버리고, 만일 떨어지면 자력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엑스 이외에는 중력의 밑바닥까지 떨어져버려서 나올 수 없게 되버려!"
"으, 응! 조심할게!"


나노하는 오싹함을 느끼며 눈을 거두었다. 마법을 쓸 수 없다면 나노하 역시 단순한 9세의 초등학생. 끝까지 떨어져버릴 경우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윽고 세 사람은 가로막는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셋을 맞이해주는 것은 바깥보다도 많은 숫자의 괴뢰병들.


"많아…!"


크로노는 주변을 살펴, 괴뢰병들 너머에 계단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S2U를 고쳐쥐고, 괴뢰병들을 경계하면서 뒤의 두 사람에게 말했다.


"여기서 둘로 갈라지자! 너희들은 최상층에 있는 구동로를 봉인해줘!"
"그럼 크로노 군은?!"
"프레시아를 찾아서 체포할 거야! 그게 내 일이니까! 지금부터 길을 열게!"


크로노가 S2U를 앞으로 내미는 것과 동시에 나노하가 유노를 붙잡는다.
나노하의 구두에는 빛의 날개… 플라이어 핀이 펼쳐지고, 언제든지 날아오를 수 있도록 준비했다.


"가라!!"
『Blaze Cannon.』


강철조차 깨끗이 녹여버리는 열기를 담은 청백빛의 광선포가 괴뢰병들의 포진 중앙을 꿰뚫는다. 휘말린 괴뢰병들도 단지 스쳤을 뿐인 괴뢰병들도, 전부 녹거나 부서지거나 폭발해버린다.
그렇게 블레이즈 캐논에 의해 열린 길을 통해, 나노하는 유노를 붙잡고 날아올라 계단을 향했다.


"크로노 군! 조심해!"


걱정이 섞인 나노하의 말을 들으며, 크로노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콰악, 하는 소리와 함께.
엑스의 왼쪽 어깨를 감싸고 있는 슈츠가 찢어지고 그 아래에 있는 인공 피부가 갈라진다.
발톱에 의해 베여진 듯한 그 상처는, 왼쪽 어깨와 왼쪽 쇄골, 목의 왼쪽에 걸쳐서 나있었으며, 쉴새없이 인간의 피를 닮은 의사 체액이 뿜어져나와 바닥을 물들였다.


자칫 잘못하면 목이 떨어져나갔을지도 모르는 참격.
엑스는 숨을 내쉬면서 오른손으로 어깨의 상처를 감싸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혈'은 쉽게 멎지 않았고, 엑스의 오른손마저 물들였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는.


─오른쪽 어깨부터 왼쪽 허리까지 잘려, 두동강이 나 절명한 슬래시 비스트가 쓰러져있었다.

 


종이 한장 차이로 이겼다고 해도 좋다. 그만큼 슬래시 비스트의 속도는 빨랐으니까. 파이트 아머의 운동 능력이 아니었다면 피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지금 이 자리에서 두 발로 서있는 것은 슬래시 비스트가 아닌 엑스다.


오른손의 온도를 높여 목에 난 상처를 태웠다.
이렇게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재생이 되기 때문에, 지금의 엑스로서는 화상보다 출혈이 더욱 큰 문제였다. 그렇기에 이런 방법을 쓸 수 있는 것이었고.


"… 그럼…"


엑스는 정원 내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머리 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프레시아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이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은 탓이다.


'일단은 그녀를 직접 만나보지 않으면…'


이때의 엑스는 자신의 생각만으로 머리가 꽉 찬 상태였다.
「지켜야할 인간」과 싸워야할지도 모르는 지금 이 상황 때문에.

 


그렇기에, 그의 뒤에서 슬래시 비스트의 몸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도 출격합니다. 정원 내에 디스토션 실드를 전개해서 차원진의 진행을 막겠어요. 전원, 현 상황을 유지해주세요!"


린디의 말에 아스라의 국원들이 일제히 대답하면서 움직였다.
그들 역시 지금까지 린디와 함께 수많은 사건들을 겪어온 이들. 그렇기 때문에 린디의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또한 신뢰하고 있었다.


그때, 브릿지의 문이 열렸다.


[… 나도 데려가주십시오.]
"… 당신은─"


린디의 앞에는, 세 사람의 헌터 중 가장 부상이 심했던 웹 스파이더였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른 둘과 함께 집중 수리를 받고 있었을텐데.


[부상이라면 걱정하지 마시길.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죽을 정도의 부상이라도, 저에게는 '조금 큰 부상'에 지나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갖고 있는 전격의 힘이라면 틀림없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린디는 잠시 동안 말없이 웹 스파이더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했다.

 


그리고, 웹 스파이더가 자신과 함께 오려고 했던 다른 두 헌터들을 라이트닝 웹으로 묶어 수리실에 가둬버리고 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수십분이 지난 후였다.

 


두 사람에게는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사람과 함께 갈 수는 없었다.
이제야 겨우, 찾아냈으니까.


자신이 목숨을 걸어야할, 최후의 전장을.

 

 

 


알프와 리니스는 의무실에 누워있는 페이트의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전히, 페이트는 의식을 잃어버린 채 허공을 응시하고만 있었다.
보석과도 같았던 광채를 잃어버린 눈동자로.


두 사람이 보고 있는 스크린 속에서는 지금 막 엑스가 슬래시 비스트를 쓰러트렸고, 나노하들은 크로노와 갈라져 구동로를 향하고 있었다.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두 사람의 사역마.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알프와 리니스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녀들이 알고 있는 프레시아 테스타롯사의 힘은 강대. 엑스가 함께 갔다고는 해도 과연 제한 시간 안에 그녀를 쓰러트려 차원진을 막을 수 있을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같은 생각을 동시에 떠올린 늑대와 고양이는 곧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아직 누워있는 페이트를 바라보았다.


… 분명, 자신들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은 있을 것이다.
페이트를 돌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도 먼저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적어도, 이렇게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


먼저, 알프가 페이트에게 말을 걸었다.


"… 저 아이들 말야… 아무래도 걱정되니까, 나도 조금 도와주고 올게."


동시에 페이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안심시키려는 듯이 미소를 지어보인다.


"금방 돌아올거야. 그리고… 이 일이 전부 끝나면… 천천히라도 괜찮으니까…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진짜 페이트로 돌아와줘… 앞으로의 시간들은 전부 페이트의 것이니까… 페이트는 이제 자유니까…!"


하마터면 울 뻔했다.
알프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이번에는 리니스의 차례.


"겨우 만났는데… 아직 인사도 제대로 못했죠…?"


페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머금는다.
흘러내릴 뻔했지만, 참았다. 기쁨의 눈물도 슬픔의 눈물도, 아직 너무 이르니까.


"알프랑 같이 갔다올게요, 페이트. 돌아오면… 또 셋이서 같이 이야기해요… 말하고 싶은 것도 많고, 듣고 싶은 것도 잔뜩 있으니까… 제가 만난 새 친구들도 잔뜩 소개해줄테니까… 알았죠, 페이트?"


페이트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 리니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순간, 두 사람은.

 


자신들을 창조한 '대마도사'를 진정한 의미에서의 '적'으로 돌릴 각오를 했다.

 

 

 

 

…… 어머니는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주지 않았다.
그녀가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어머니에게 인정받기 위해서였는데.


아무리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고, 아무리 심한 짓을 당해도.
그런데도, 웃어주길 바랬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서 노력해왔다.
그런 소리를 듣고, 이렇게 확실히 버려진 지금도.


자신은, 아직까지 어머니에게 얽매여있다.


간신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 아직도 켜져있는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알프와 리니스가 한참 고전하고 있던 나노하들과 합류하고 있었다.

 


알프.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어주었고, 자신을 위해 싸워주었으며, 자신을 위해 화내주었고, 자신을 위해 슬퍼해준 자신의 소중한 파트너.
자신은 끝끝내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알프는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어주었다. 자신을 위해서 울어주었다.

 


리니스.
자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쳐준 스승이고 누구보다도 친절하게 대해준 언니이자 소중한 가족의 한 사람.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조금 전에 느낀 그녀의 온기는 그녀가 진짜라는 확신을 주었다.

 


그리고… '하얀 아이'.
몇번이고 부딪히고, 몇번이고 싸웠으며… 몇번이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새하얀 옷의 소녀.
처음으로 그녀를 대등하게 대해주고 똑바로 바라봐준, 신비한 소녀.

 


눈앞이 흐려지면서, 눈물이 고인다.

 


지금까지 마치 시체와도 같이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페이트가 몸을 일으켰다.

 


어머니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그 이외에는, 자신에게 삶의 의미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이외에는,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버리면 끝나는 게 아니야… 도망친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야…!!"

 


왜냐하면.
아직 자신은, 자신들은.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으니까.
그 소녀… 나노하는 그렇게 말했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떨리는 몸을 다잡으며,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섰다.


바르디슈를 움켜쥐고, 그를 응시했다.
그러자, 바르디슈는 모습을 바꿔 무기의 형태로 변했다.


"그 아이가 맞는걸까, 바르디슈… 나…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던 걸까…?"

 


『Get set.』

 


움직였다.
여기저기에 금이 가있고, 당장이라도 부서져버릴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인데도.
스스로 움직여, 페이트에게 응답했다.


그 순간, 눈물이 넘쳐흐른다.


"그렇구나… 바르디슈도… 계속 내 곁에 있어줬으니까…!"


알프와 함께,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소중한 파트너.
그를 끌어안고, 페이트는 한발짝 앞으로 나왔다.


"너도… 이렇게 모든 걸 끝내는 건… 싫은 거구나…?"

 


『Yes, Sir.』

 


지금까지 소녀와 함께 해온 검은 색의 기사가 소녀의 말에 응답해주었다.


페이트는 바르디슈를 들어올려, 강하게 쥐었다.
지금의 그녀에겐, 조금 전과 같은 무기력함이 없다.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힘을 내자!"


바르디슈에게 마력을 공급한다.
그 순간, 바르디슈가 금빛에 휩싸였고.


그 빛이 사라지자, 상처투성이었던 바르디슈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R​e​c​o​v​e​r​y​.​』​

 


그 소녀가 옳았다.
자신들의 모든 것은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진정한 자신으로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자신으로 있는 것을 끝내기 위해서.


페이트는, 걸음을 앞으로 내딛었다.


누군가의 명령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

 


그녀 자신이,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한 최초의 한 걸음을.

 

 

 


───to be continue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