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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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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광탄이 괴뢰병들을 관통하고 폭발시킨다.
알프의 송곳니가 갑옷을 물어뜯고 부숴버린다.
리니스의 번개창이 사방으로 난사되어 적을 쳐부순다.
유노의 바인드가 범위 안의 괴뢰병들을 한꺼번에 묶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뢰병들의 숫자는 줄어들질 않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힘들었다. 숫자만 많을 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하나하나가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페이트가 모습을 드러내고부터는 상황이 일변.


망설이지 않는 페이트는 강했다.
스스로 이 모든 일을 끝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한 결의를 한 그녀는, 나노하들과 힘을 합쳐 단번에 모든 괴뢰병들을 격파했다.


돌아온 페이트에게, 결의를 굳힌 페이트에게.
알프와 리니스가 눈물을 흘리며 껴안았고, 나노하 역시 기뻐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는 기뻐할 시간도 없었다. 아직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으니까.


나노하와 유노는 구동로를 향해서.
페이트와 알프, 리니스는 프레시아를 향해서.
열쇠를 진 소년과 고녀들은, 싸움의 마지막을 위해서 달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는 자가 있었다.

 

 

 


IRREGULAR HUNTER - X



26화


 

 

 


[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저 꼬마들 진짜로 인간이긴 한건가.]


같이 싸우는 건 오늘이 처음이면서 호흡이 딱딱 맞아떨어진다는 제외하고, 파괴력이나 컨트롤 능력도 심상치 않았다.
물론 싸운다고 해서 질 것 같진 않았지만,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강하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하지만 여기도 이제 끝인가. 슬슬 나도 몸을 빼내지 않으면…]

 


【아직 이 근처에 있었나.】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네놈이야말로 이런 곳에 아직 있었나, 라고 돌려주기 위해서.


─하지만,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본능적인 혐오감에 의해 구토할 뻔했다.


[네놈, 그 모습은…!!]
【어떠냐. 훌륭하지 않아? 이것이 이 몸의… 최종 형태다.】


주먹을 움켜쥔다.
극도의 혐오감으로 인해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손에 힘이 들어간 탓이다.


자신도, 상당히 비틀려진 이레귤러라고 생각했지만─


[네놈은… 나 이상의 쓰레기가 된 것 같은데.]
【그건 슬프군. 하지만 원래 한발 앞서나가는 혁명가는 이해받기 어려운 법이니 신경쓰지 않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큭큭거린다. 그 헛소리에 장단을 맞춰줄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레플리로이드로서 태어난 자라면, 누구라도 이 괴물에게 자신과 같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분명 자신도 외도(外道)에 떨어진 쓰레기지만, 이'것'은 이미 레플리로이드조차 아니다.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다.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보이고 있는 행동 하나하나가.
비위에 거슬려서 참기가 어려웠다.


추악하고도 추악한, 존재해선 안될 '괴물'.
눈앞의 이 녀석은, 그 정도로 구역질이 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느닷없이 손을 뻗어왔을 때는 주저없이 캐논을 발사할 수 있었다.

 


다가오던 손에 캐논이 적중된다.
폭발이 일어나고, 연기를 뿜으며 손을 뒤로 물리지만 데미지를 받은 것 같진 않다.


[이건 무슨 장난이냐.]
【지금의 이 상태를 인간식으로 말하자면 '배가 고프다'고 하는건가. 마침 잘됐다. 너도 먹어치워주마.】


그 말과 동시에, '괴물'이 포효하며 달려든다.
그것을 보고 있던 반역자도 가면 아래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싸움을 건 거다, 그거군?]


웃음이 나왔다. 그런 거라면 오히려 바라던 바다.
─이쪽도 마침, 지금 당장 쳐죽여버릴까 말까 그걸로 고민하던 중이었으니까.
이렇게 노골적으로 싸움을 걸어와준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원래부터 상대가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말자 주의이기도 하고.


버스터를 들어올리고 캐논을 겨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식중독에 걸리게 만들어주마, 쓰레기.]

 


한 사람의 『반역자』와.
한 마리의 『괴물』의 싸움.


그것은 틀림없이, 이 '정원'의 붕괴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었다.

 

 

 


프레시아는 아리시아의 시험관과 함께 있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그녀의 딸은, 이제 생명을 지니지 않은 유기물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 단 하나 뿐인 딸. 그렇기 때문에 버릴 수 없었다. 포기할 수 없었기에 여기까지 왔다.


"이제 조금이야… 아리시아…"


길고도 긴, 칠흑의 어둠을 걷는 것 같았던 시간이 이제서야 겨우 끝난다.
앞으로 조금만 더 있으면, 자신과 딸은 엘하자드에 도착할테니까.


<​끝​났​습​니​다​,​ 프레시아 ​테​스​타​롯​사​.>​


시험관에 기대 앉아있는 그녀에게 염화가 걸려왔다.
기억에 있는 목소리다. 분명 자신을 막으려고 하던 시공관리국 전함의 함장이었던가.


<차원진은 제가 억누르고 있고, 구동로는 이제 곧 봉인. 저의 동료들이 당신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저쪽에서 보면 그것은 ​'​체​크​메​이​트​'​겠​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차원진을 누르고 있다고 해도, 필요한 조건은 이미 갖추어져있다. 그렇게 되면 구동로도 더이상 필요없다.
자신에게 동료들이 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언제올지.


<잊혀져버린 도시 엘하자드… 그리고 거기에 잠들어있다는 비술은 존재조차 애매한 전설에 ​불​과​합​니​다​.>​
"……!"


그 말에는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린디의 그 말은 자신의 소망을, 자신이 이제까지 해온 모든 일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이야기였으니까.
냉정을 유지하려고 해도, 그녀 역시 사람. 이렇게 정면으로 부정당하게 되면 반사적으로라도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야… 엘하자드로 향하는 길은 차원의 틈에 있어… 시간과 공간이 부서졌을 때, 그 틈에서 사라져가는 광채… 길은 분명 거기에 있어…!"
<… 굉장히 불리한 ​도​박​이​군​요​.>​


세계를 하나고 둘이고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렇게 하면서까지 엘하자드에 도달하고 싶은건가.


<당신은 거기로 가서, 도대체 뭘 할 생각인거죠? 잃어버린 시간과, 범한 잘못을 되돌릴 ​생​각​인​가​요​?​!>​


딸을 잃었기 때문에 슬퍼하는 것은 안다.
딸을 지키지 못했던 자신을 증오하는 것도 안다.
자신 역시 남편을 사고로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 슬픔과 분노와 증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서 되는 일이 있고 해선 안되는 일이 있다.
프레시아가 하고 있는 이 일은 '도를 지나쳤다'는 말조차 무색할만큼 광기로 가득한 것. 막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레시아 테스타롯사는.
딸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대마도사는.


"… 그래. 나는… 되찾을거야… 나와 아리시아의 과거와 미래를…! 되찾을거야… 이렇게 되지 않을 세계의 모든 것을!!"


주저없이 외쳤다.
자신의 소원을 위해서라면, 그 날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라면.
한번 더 살아있는 딸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세계의 모든 것을 휘말리게 하겠다고.


폭음이 들려왔다.
이 방으로 들어오는 입구가 날아가고, 소년 집무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없이 괴뢰병과 싸워 상처입고, 피 흘리는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크로노 하라오운은 이곳에 나타났다.


"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되지 말았어야 할 것'으로 가득 차있다고!!"


훨씬 옛날부터.
언제나, 누구나.
후회하는 일이 있다. 되돌리고 싶은 과거가 있다.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일들이 있다.
이 세상이든 저 세상이든,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짊어지고 있다.


크로노 하라오운 자신도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되지 말았어야할 현실'에서 도망칠지, 아니면 맞서 싸울지!! 그건 그 사람 본인의 문제다!! 하지만!! 자신의 슬픔에 멋대로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말려들게 할 권리는 어느 세상의 누구에게도 없어!!"


그는 지금 '시공관리국의 집무관'으로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인간 「크로노 하라오운」으로서, 전신전령을 다해 진심을 담아 소리치며 프레시아 테스타롯사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장소에, 페이트 테스타롯사가 도착했다.

 

 

 


[저는 안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린디와 함께 정원에 도착한 웹 스파이더는 돌연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네, 이쪽엔 제가 있을테니까요. 어디로 가실거죠?"
[프레시아 테스타롯사 쪽으로. … 그 녀석은 아마 사람을 공격하지 못할테니까요.]


웹 스파이더 역시 이 사건의 대략적인 사정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때 프레시아 테스타롯사가 보여준 광기는 보통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마도, 죽이지 않는 한 어지간해선 막기 어렵겠지.


'저쪽 세상'에도 '이쪽 세상'과 마찬가지로, 로봇 3원칙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이것으로 인해 과거의 로봇들은 인간에게 해를 입힐 수 없었지만, 레플리로이드들은 다르다. 애초에 레플리로이드라는 것 자체가 기존의 로봇 3원칙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로 판단하여 더욱 유연하게 사고하는 새로운 개념의 로봇을 뜻하며, 엑스는 그 중에서도 특히 그런 능력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는 그 "스스로의 의지로 판단하는" 능력을 더욱 훌륭하게 성장시켰고, 결국 로봇 3원칙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의지로 인간을 지킨다고 택했다. 그것이,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엑스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웹 스파이더가 아는 엑스는 인간을 공격할 수 없다. 아니,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쯤 머리가 부서져라 열심히 고민하고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엑스는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인간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무리 그 여자가 비틀리고 또 비틀린 '이레귤러'라고 해도 인간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웹 스파이더가 알고 있는 엑스라면 틀림없이 그렇게 하겠지.


'그렇지만 그래선 안돼.'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십여분. 린디가 억제하는데 성공했다곤 해도 저쪽이 멈춰주지 않으면 결국 다시 차원진이 일어나버릴 것이다.
엑스가 그 '아무도 다치지 않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줄 시간같은 건 없다. 자칫 잘못하면 이 정원과 아스라는 물론이고 자신들이 있던 저 세계까지 한꺼번에 날아가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차라리 자신이.

 


인간을 죽일 각오같은 것은 머나먼 옛날에 했다.
그리고, 전장에서 파괴당할 각오같은 것은 매일마다 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스톰 이글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마그마 드래곤은 어떻게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좋은 이야기를 하진 않았겠지. 그렇기 때문에 강제로 묶어버린거고.


웹 스파이더는 다시금 각오를 되새기며 달렸다.
자신들과 함께 넘어온 이레귤러들이 전부 파괴되버린 이상,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다시 이런 전장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그에게 있어서는.
여기야말로, 「군인으로서 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엑스 역시 프레시아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웹 스파이더의 예측대로, 인간을 죽인다고 하는 선택은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프레시아를 말리고 이 사태를 진정시킬 방법이 없을까. 고민의 방향은 그쪽으로 완전히 굳혀져있었다.


물러터졌다는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다.
한심하고 멍청하다는 취급을 받아도 상관없다.
인간들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든, 다른 레플리로이드들이 어떤 말을 하든 상관없다.


그래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인간을 죽이는 것만은 할 수 없다.

 


엑스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만이 아니라, 크로노와 페이트를 비롯한 사람들이 이곳에 도착한 다음이었다.
지금 막 도착한 엑스를 발견한 프레시아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따뜻하다거나 그런 종류가 아니라, 무서울만큼 냉정하고 잔혹한 미소를.


"하나하나 차례대로 나타나다니… 결국 비스트도 당신을 막진 못했나보군. 하지만 이미 늦었어! 엘하자드로 가는 길은─"


프레시아의 말은 중간에 끊어졌다.
그녀 자신의 의지는 아니다. 갑작스럽게 내온 기침에 피가 섞여나왔기 때문이다.


"어머니…!"


페이트가 프레시아를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프레시아는 그것을 날카롭게 잘랐다.


"여긴 뭐하러 온 거야… 이제 너한테 볼일은 없으니까 사라지라고 했을텐데."


아무리 들어도, '어머니'가 '딸'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진짜 모녀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것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요."


그런 소리를 듣고도, 페이트는 흔들림없이 이야기했다.
그 루비와도 같이 붉게 빛나는 두 눈엔, 작지만 강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리니스와 알프는 한발짝 뒤로 물러나있다. 지금 이 자리는 이 두 사람의 것. 자신들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레시아도, 이미 페이트밖엔 보고 있지 않았으니까.


"저는… 저는 분명 아리시아 테스타롯사가 아닙니다. 당신이 만든 인형에 불과한 존재일지도 몰라요."


본인에게 있어선 가장 괴로운 진실일 터인 이야기.
그것을, 페이트는 자신의 입으로 인정했다.


자신의 의사로,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 반면, 프레시아 쪽은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걸까, 하고.


"하지만 저는… 페이트 테스타롯사는, 당신이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당신의 딸입니다."


페이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한 의지를 담아 말했다.
그 선언 이후, 잠시 동안이지만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을 깨트린 것은, 프레시아의 웃음이었다.


"하… 하하… 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분노, 증오, 혐오, 경멸, 광기, 그리고…… 슬픔.
그 모든 감정들이, 웃음소리에 담겨있었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이제와서 널 딸이라고 생각하라는 거니?"
"… 당신이… 그걸 바란다면."


정면에서 비웃어졌고.
정면에서 경멸당했다.
그럼에도 페이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걸 바란다면, 저는 이 세상 누구에게서나… 어떤 것을 상대로 싸우더라도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시공관리국이 상대든.
정체불명의 기계생물이 상대든.


─설령, 저 '푸른 소년'이 상대라고 해도.


"제가 당신의 딸이기 때문이 아니에요."


정상적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
그것도, 누군가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가짜의 생명.
그렇지만 그녀의 의지는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그녀 자신의 것이다. 아리시아 테스타롯사가 아니라.

 


"당신이… 제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페이트는 손을 뻗었다.
이것은 그녀의 간절한 소망인 동시에, 간절한 애원.
그토록 심한 일을 당하고, 그토록 심한 말을 들어도.
그래도 눈앞에 있는 이 여성은, 자신의 어머니다. 그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프레시아는 자신을 향해 내밀어진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진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시시해서 더는 못봐주겠군.】

 

 

 


페이트도, 알프도, 리니스도, 크로노도.
그리고 프레시아와 엑스조차도.

 


위에서부터 떨어져내린 '것'을 보고, 잠시 동안이지만 넋을 잃었다.

 


거대한 '기계'.
크기는 플레임 맘모스와 비슷할까. 하지만 플레임 맘모스는 아니었다.


그 형태를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곤충, 조류, 포유류. 여러 종류의 생물들이 가진 특징을 한 몸에 지닌 추악한 모습.


다른 사람들은 그 추악하고도 혐오스러운 모습에 놀랐다.
하지만 엑스가 놀란 이유는 조금 다르다.

 


─그는 알고 있다. 이렇게 생긴 존재를.

 


하지만 지금의 그 목소리는, 그가 알고 있는 그 존재의 것이 아니라─


"쿠완거?!"
【정답이다.】


부멜 쿠완거─ 아니, 지금은 전혀 다른 존재가 되버린 레플리로이드가 잔혹한 웃음을 띄운다.

 

 

 


리미티드의 힘으로도 엑스에게는 이길 수 없다.
처음 엑스에게 다운당했을 때부터, 부멜 쿠완거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리미티드로 능력을 강화한다고 해도 엑스는 그 강화된 능력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시작하자, 해답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자신 혼자의 힘으로 안된다면, 다른 이레귤러들의 힘까지 사용하면 된다.

 


물론 이것은 단지 다섯이서 한꺼번에 달려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렇게 해봤자 각개격파 당해버리면 똑같으니까.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다음의 방법이다.


다섯 이레귤러들의 힘을, 전부 자신이 가진다.


우선 다른 녀석들에게 가지고 있는 리미티드를 나누어주어 사용하게 한다. 그럼으로서 다른 이레귤러들의 힘도 최대한 이끌어내진다. 자신이 그들을 먹어치웠을 때에도 가장 효과적으로 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도록.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들이 리미티드를 사용한 채 죽어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들을 먹어치우려다가 자신이 반대로 잡아먹힐 위험도 있으니까. 그런 저항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신​(​사​이​버​엘​프​)​이​ 완전히 기능 정지된 상태여야 했다.
결국 다른 이레귤러들은 그의 계획대로 헌터들과 싸우다 쓰러졌고, 거기에 더해 다른 헌터들을 일시적으로 전투불능에 몰아넣었다는 부수입까지 가져왔다. 이로서 헌터 넷을 동시에 상대로 싸우진 않게 된 것이다.


슬래시 비스트의 경우에는 리미티드의 숫자가 모자랐기 때문에 미처 줄 수 없었지만, 상관없다. 리미티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의 스피드는 충분히 쓸만한 능력이었으니까, 그대로 먹어치운 것이다. 굳이 이곳으로 돌아온 것은 그 능력이 탐났기 때문. 덧붙여서 다른 자들과 달리 슬래시 비스트는 거의 원형을 남긴 채 기능이 정지됐기 때문에, 그의 육체를 흡수하는 것으로 파손된 부분을 상당히 복구할 수 있었다.


즉, 지금의 자신은 이레귤러 다섯명분의 힘. 게다가 리미티드 4대에 의해 더욱더 상승되어있는 상태다. 비록 여기 오기 전에 만난 녀석은 먹어치우는데 실패했지만, 그때 입은 부상도 지금은 전부 재생했으니까 당초 예정에서 빗나갈 일은 없다.


자신이 당할 때 느꼈던 충격량.
그리고 슬래시 비스트와의 싸움.
그것들을 관찰한 결과로 산출할 수 있었던 엑스의 힘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어떻게 된 녀석이야…! 그러면 너는 처음부터 동료들이 우리들에게 쓰러지길 기다리고 있었다는건가!"


크로노의 외침에, 그'것'은 검지손가락 하나만을 들어올려 좌우로 까딱거렸다.


【아, 그건 좀 다른데 관리국의 집무관.】
"… 뭐?"

 


【처음부터 그 녀석들을 동료라고 생각한 적 없으니까. 이용 가치가 있어서 이용한 것 뿐이야.】

 


이것이, '이레귤러'인가.
일련의 이야기를 들은 크로노를 비롯한 인간들은 전율마저 느꼈다.


"… 무엇을 위해서?"
【응?】
"무엇을 위해서 거기까지 힘을 원한거지? 정말로 나를 쓰러트리기만을 위해서일 리는 없을텐데."


부멜 쿠완거에게는 호승심이라고 불리는 감정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오직 엑스만을 쓰러트리기 위해 이런 위험 부담이 극심한 일을 계획했을 리 없다.
그 짐작대로, 그'것'은 작게 큭큭거리며 어깨를 움직였다.


【물론, 네놈을 쓰러트리는 건 한 과정일 뿐이야. 내 진짜 꿈은 따로 있지.】


두 팔을 들어올려서 벌린다.
그것만으로도, 몸이 짜부러질 듯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 힘으로 네놈을 쓰러트리고, 이 세계의 인류를 멸망시킨 후 레플리로이드만의 세상을 만든다… 그리고 나는 그 세계를 지배하는 왕이 되는거다!! 그 꿈을 이루는 건 시그마가 아니야! 바로 이 몸이다!!】

 

 

"… 겨우, 그런 걸 위해서─"


욕망.
레플리로이드를 이레귤러로 만드는 최대의 근원 중 하나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이'것'은 그 욕망에 완전히 사로잡혀있다.


아무리 이성적인 척 하고, 냉정한 척 해도 결국은 이것이 본성.


【… 뭐, 그건 그렇다치고.】


문득, 그 거대한 몸을 반쯤 돌려, 자신의 뒤에 있는 프레시아를 바라보았다.
프레시아는 본능적으로, 시험관에 있는 아리시아를 감싸듯이 자리를 옮겼다.


【결국 너도 이 정도였던가. 생각했던 것보다 별 거 없었군.】
"이제와서, 무슨 소리를…"
【흔들렸잖아? 저 꼬맹이의 제안에. 아니, 이 경우엔 '애원'이라고 해야하나.】


그럴리가 없다.
이 녀석이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자신은 페이트를 비웃었을 것이다. 그녀의 애원을 흙발로 짓밟아 무시했을 것이다.


─그럴 터인데도, 대답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이제 됐다. 죽어라!!】

 


왠만한 사람보다도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프레시아를 공격한다.
그 속도는 문자 그대로 신속(迅速). 플레임 맘모스에 필적하는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그 스피드는 슬래시 비스트에 필적했다.


본래의 컨디션이 아닌데도 그 속도에 대응하고 제대로 방어벽을 펼친 것만으로도 프레시아는 경의를 받기에 충분할 것이다.


프레시아의 지팡이로부터 만들어진 육각형의 마법 장벽이 그'것'의 주먹을 막아낸다.
방어벽은 스파크를 일으키며 주먹을 튕겨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사납게 웃고는 주먹에 힘을 더욱 강하자, 그대로 깨져버렸다.

 


죽는다.
그녀 또한 대마도사. 단 1초라도 시간이 더 있었던가, 단 1m만이라도 거리가 더 벌어져있었더라면 무엇인가 대책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도 없고, 거리도 너무 가깝다.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할 일은 오직 하나 뿐이다.
몸을 던져, 아리시아가 들어있는 시험관을 감쌌다.
틀림없이 둘이 함께 부서져버리는 것이 고작인데도, 반사적으로.

 


악마의 주먹은, 모녀를 향해 용서없이 내려쳐졌다.

 

 

 


『Blitz Action.』

 

 

 


한 사람의 소녀가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둘 다 단순한 고깃덩어리가 되버렸을 것이다.
페이트는 그 순간에 마법을 사용해 끼어들었고, 프레시아와 아리시아를 안은 채 날아올랐다. 악마의 주먹은 간발의 차로 페이트의 망토 끝을 찢으며 바닥에 꽂혔다.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다니…!】


이를 갈며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엑스의 주먹을 발견했다.

 


『Stinger Snipe.』


"체인 바인드!"
"포톤 랜서, 파이어!"


안면에 주먹을 맞고 비틀 거리는 사이, 주황색의 쇠사슬이 나타나 악마를 묶은 후 푸른 빛의 광탄과 금색의 번개창들이 날아와 그의 몸을 두들겼다.

 


​【​G​A​A​A​A​A​A​A​A​A​A​A​A​A​A​A​A​A​A​!​!​】​

 


그럼에도 악마는 끄떡없이 구속을 끊어버리고 두 손을 뻗으며 달려들었다.
엑스는 똑같이 악마를 향해 달려들었고, 자신의 손으로 악마의 손을 붙잡아 밀어내며 정지시키려고 한다.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돌진이 완전히 멈췄다.

 


'파워… 나와 호각… 아니… 이건… 나보다 더…!'


두 사람의 힘은 대등하다. 아니, 대등했다.
방금의 충돌로 엑스의 힘을 가늠한 악마는 웃으면서 더욱더 힘을 가했고, 순식간에 엑스는 뒤로 밀려나 쓰러지기 일보직전이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악마의 오른손을 붙잡은 채, 오른손을 버스터로 바꾼다.
그대로 차지해서 사격. 버스터의 포구를 손바닥으로 틀어막은 꼴이 된 악마의 왼손바닥이 관통되고, 곧 왼손이 통째로 폭발한다.


─그것이, 재생해버렸다.


눈깜짝할 사이에.


"뭐…!"


【뭐하는거냐, 엑스! 네 힘은 고작 그 정도냐! 그럼 이번엔 내 차례다!!】


악마는 희열로 가득한 웃음을 터트리며 움직였다.
지금의 그는 자신이 얻은 다른 이레귤러들의 힘을 한시라도 빨리 사용해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파이어 웨이브」


입에서부터 플레임 맘모스의 것과 같은 화염줄기가 발사된다. 당연히 위력은 플레임 맘모스 본인의 것보다도 위다.
불꽃을 피해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버스터를 난사. 하지만 그것들은 장갑에 가로막혀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차일 펭귄 리미티드와 같은 초경질의 바디…! 그래서 아까 크로노들의 마법 공격도 통하지 않았던가!'


「샷건 아이스」


양쪽 쇄골에서부터 구멍이 열리고, 곧 얼음창들이 그 안에서 발사되어 엑스를 노린다.
몸을 위로 띄우고, 뒤로 굴리고, 옆으로 옮긴다. 그때마다 그를 노리던 얼음창들이 바닥에 꽂혔다.


「일렉트릭 스파크」


얼음창들의 공격이 끝나자, 양손바닥을 위로 들어올렸다가 그대로 바닥에 내려쳤다.
그와 함께 생겨난 전격의 줄기가 사방으로 퍼졌고, 엑스는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야 했다.


「부메랑 커터」


여기에, 그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칼날들의 참격이 이어졌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칼날을 날리지 않고도 휘두르는 것만으로 날카로운 참격파가 만들어질 정도의 위력.
그것들을 쉴새없이 쏟아내며, 엑스를 노린다.


'큰일났다… 이대로는…!'


자신이 피하면 피할수록, 녀석이 공격하면 할수록 정원의 붕괴가 빨라진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트윈 슬래셔」


그 사이에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악마가 다리를 휘둘렀다.
얼굴을 노리고 날아온 그것을, 간신히 팔을 들어올려 막아내 직격만은 피했지만 그 충격으로 날려가 벽에 부딪혔다.


"크, 윽……!"


【후, 후후… 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거다! 바로 이거야! 내가 원했던 힘이! 저 엑스조차도 능가하는 최강의 힘! 지금의 나는 레플리로이드를 능가했다!!】


일그러진 기쁨만이 담긴 광소가 터진다.
뭐라고 받아쳐주고 싶긴 하지만, 정말로 강해졌다. 오직 '전투'만을 위해서 만든 아머인 「파이트」로도 이 상태라면, 다른 아머로 바꿔착용한다고 해도─


【하하하, 하… 하… 하…】


─서서히, 반응이 이상해졌다.


"……?"
【우, 우, 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악마는.
머리를 감싸쥔 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내 저럴 줄 알았다니까.]


후욱, 하고.
몸에 쌓인 먼지를 불어내며 중얼거린다.


지금 그가 쥐고 있는 작은 단말기는, 정원 내부에서 악마가 날뛰는 것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화면은 악마가 머리를 붙잡고 괴성을 토해내는 것까지 보여주었다.


[「리미티드」. 저 엑스조차도 한번은 의식을 빼앗기고 조종당해 '붉은 섬광'과 싸우게 만들었던 금단의 기계. 그런 걸 한번에 4개나 덕지덕지 쳐붙여놓고, 네 주제에 견딜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렇게 평가하는 그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태평했다.


리미티드는 저 녀석이 아는 것과는 달리 단순히 파워업이나 시켜주는 기계가 아니다.
지금까지 리미티드가 얌전히 힘을 빌려주면서 부멜 쿠완거가 멋대로 하게 내버려둔 것은, 어디까지나 '데이터 수집'을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다른 이레귤러들은 그 데이터 수집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죽어버리는 바람에 의식을 빼앗기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끝난 지금은 부멜 쿠완거의 의식을 소거해버리고 몸을 점령하려는 것이고.


[뭐, 이렇게 될 줄 알고 안가르쳐준거지만. 근데 이제 저건 부멜 쿠완거가 아니고… 그렇다고 리미티드라고 부를 수도 없고. 그 자식한테 보고할 땐 뭐라고 보고할까…]


그러고보니, 예전 리미티스 사건 때도 저 비슷한 녀석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리미티드를 사용한 이레귤러 넷이 하나로 합성된 형태였지.


아마도, 그 이름은─

 


[믹스 포르테(Mix Forte)라고 했던가.]

 

 

 


 

NAME : 믹스 포르테
"아머 아르마딜로", "런처 옥토퍼스", "모프 모스", 볼트 캣피쉬" 4체의 리미티드 이레귤러들이 합체한 모습. 그 힘은 5배 이상.
이것은 과거에 등장한 개체로, 지금 새로이 나타난 믹스 포르테는 형태도 능력도 포함된 레플리로이드도 다르다. 덧붙여, 현대에 새로 나타난 믹스 포르테 쪽이 과거의 개체보다 더욱 포악하고 강력하다.

 

 

 


비명이 멈추고, 새로운 악마… 믹스 포르테가 눈을 뜬다.


【데이터 수집 종료.】


​【​「​우​리​들​」​.​】​【​지​금​부​터​.​】​


【모든 인간.】【모든 레플리로이드.】


​【​찢​고​.​】​【​부​수​고​.​】​


​【​죽​여​서​.​】​【​없​앤​다​.​】​


4개의 리미티드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일제히 떠들어댄다.
하지만 하는 말은 어지러워도, 그 의미만큼은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악의로 가득하다면, 알아듣지 못할 리 없지만.

 


"… 하게 내버려둘 것 같으냐."

 


위압감도 전투력도, 예전의 믹스 포르테 이상.
… 쓰러트릴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엑스는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정원 붕괴까지 앞으로 8분.


─메뉴얼 동작 강제 정지까지 앞으로 3분 57초.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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