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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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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방법같은 것은 없다.
누군가가 행복해지려면, 반대로 누군가가 불행해진다.

─그렇다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다른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어차피 누군가가 희생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을 최소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아버지는 단 한 사람만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다른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어둠의 서'의 공포에서 해방시키는 계획을 생각해냈다.
오직, 한 사람의 소녀를 희생시키는 것으로.

그 소녀가 생활에 아무런 불편함없이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한 것도 그 계획의 일부다. 적어도 '어둠의 서'와 영원한 잠에 빠지기 전까진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는 뜻에서.
… 단순한 위선에, 단순한 자기 위안. 그것은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아버지는 지원을 멈추지 않았고 자신도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 만전을 기했을 터인 계획에 터무니없는 ​불​규​칙​(​i​r​r​e​g​u​l​a​r​)​이​ 끼어들었다.
이름은 엑스. 정확한 정체는 모르지만, 그 '검은 남자'가 보내온 자료에 의하면 경악스러울 정도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기본적으로 높은 신체능력에 오른팔을 포구로 바꾸는 것으로 발사하는 광탄. 거기에 여러가지 형태의 갑옷을 바꿔 착용하는 것으로, 여러 종류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까지 측정된 전투력은 아마도 S클래스의 마도사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 게다가 아직까지 바닥을 드러낸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확실히 그 믹스 포르테라는 괴물이나 마그마 드래곤이라는 전투기인과 싸웠을 때는 필사적으로 보였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녀들과 그녀들의 아버지가 세운 계획을 송두리채 부숴버릴지도 모르는 존재. 당연히 배제하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다.
지금까지는 그 전투력을 경계해서 행동에 나서지 않았지만─

<신경쓸 필요 없다. 그 녀석은 인간에겐 손을 못대니까. 기껏해야 막거나 도망치려고 하는 게 ​고​작​이​겠​지​.>​

그 '검은 남자'가 이야기한 거지만, 사실일까.
확실히 영상 속의 그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수없이 몸을 희생시켰다. PT 사건 때도 그랬고, VS 마그마 드래곤 때도 그랬다. 특히 쥬얼 시드의 폭주로 나타난 거대 괴조를 상대로 싸울 때엔 바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무모한 것에도 정도가 있지.
… 그렇지만, 그 방법에 잘못은 없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몸 하나를 다치게 하는 것으로 도시의 피해를 최소화했고 동료를 지켰으며, 신속하게 괴조를 무력화시켰으니까.

그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다.
자신을 희생해서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주저없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인간.
하나를 희생해서 다른 모든 것을 구하려고 하는 인간.

─어떤 의미로는, 자신들의 아버지와 같은 타입의 인간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는 어디까지나 자신을 희생하지만 자신들은 타인을…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를 희생시키려고 하고있다는 점이다.

……
……
… 그만두자. 이제와서 생각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혹시 자신들의 아버지가 어둠의 서에 선택되었더라면 그는 스스로를 희생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어둠의 서가 택한 것은 그가 아니라 이 세계의 소녀인 야가미 하야테다. 이것만큼은 어떻게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들의 사명은 그런 아버지를 도와서 '어둠의 서'를 봉인하는 것.
그 앞에, 자신들의 감정은 상관없다.

"… 아리아."
"알고 있어. 이제와서 흔들리거나 하진 않아."

아무리 고귀한 정신을 가진 전사가 상대라고 해도.
아무리 동경하고 싶은 인간이 상대라고 해도.
 

자신들은 지금부터, 그를 쓰러트리지 않으면 안되니까.
 
 
 

IRREGULAR HUNTER - X


41화


 
 
 

불행일까 다행일까.
지금의 엑스에게는, 더이상 스톰 이글과 연락을 시도해볼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금의 그는, 공격을 받고 있었으니까.

하얀 가면을 쓴 남자 2인조에게.
이곳은 지금 저 두 남자가 새로 만든 작은 결계 공간의 안이다. 그곳에서 엑스는 공격을 받는 중이었다.
신체 조건은 물론이고 헤어 스타일까지 완전히 똑같은 인간들. 일란성 쌍둥이인가 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으니까.
물론 엑스 자신에게는 인간에게 공격받을만한 짓을 한 기억이 없다. 이레귤러 상대로라면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 하루는 꼬박 걸릴 정도의 일들을 해왔지만서도.

「FIGHT」

두 사람은 스톰 아머로 날아가던 자신을 공격했고, 스톰 아머를 웃도는 스피드의 격투 기술로 공격해왔다. 그것을 따라잡기 위해서 엑스도 격투형의 아머로 교체했다.
그 순간부터 엑스는 두 사람을 능가하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이 자리를 이탈하기 위해서 몸을 날렸다.

「체인 바인드」

엑스의 발밑에 마법진이 떠오르고, 그곳에서부터 빛으로 만들어진 사슬들이 튀어나왔다.

'마도사?!'

보통 인간이 자신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리 없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보통 인간이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시공관리국 소속인가!! 그렇다면 싸울 상대를 잘못 봤다!!"
"……"
"나는 당신들의 적이 아니다!! 아직도 의심한다면 차원항행함 아스라의 함장 린디 하라오운이나 같은 소속의 크로노 하라오운에게 확인─"
"우리들은 관리국이 아니다. 덧붙여 당신이 관리국과 적대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

가면의 남자에게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마자 그 목소리를 데이터 베이스에 있는 목소리와 일일이 대조시킨다.
그 작업이 끝날 때까지 불과 0.5초. 하지만 해당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즉, 이 둘과는 이번이 첫 만남이라는 이야기.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 마도사한테 공격받을만한 짓은 하지 않았는데.'

엑스가 생각하는 동안에도 두 사람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공격을 받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엑스는 혼란을 잊을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이 상황을 넘기고 나서 생각하자'라고 마음 한 구석으로 미뤄둘 수 있었다.

"그렇다면 뭣 때문에 나를 공격하는거지? 마도사에게 원수를 진 기억은 없지만."
"… 이유라면 있다."

신체 스펙이라면 엑스 쪽이 훨씬 위.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연계 공격은 스펙을 넘어서 엑스에게 위협을 주기에 충분했다.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은 당신을 쓰러트려야 하니까!!"
"……!!"

한순간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느라 움직임이 둔해졌고.
그 틈을 노려, 두 가면의 남자가 동시에 엑스의 복부를 걷어찼다.

강철조차도 꺾어 부숴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 담긴 킥이 2격.
그것에 걷어차여진 엑스는 그대로 날려가, 옆 건물의 창문을 깨고 들어갔다.
 
 
 

"쓰러트린건가?"
"아니. 임팩트 순간 지면을 차서 뒤로 물러나 위력을 반감시켰다. 쉽게 쓰러져줄 것 같진 않은데."

말할 것도 없이 이 두 남자는 리제 롯테와 리제 아리아가 변신 마법을 사용해 모습을 바꾼 것이다.
크로노 하라오운의 스승이기도 한 이 두 고양이의 쌍둥이 자매는 힘을 합쳐 마도사 랭크 S의 범죄자를 사로잡은 적도 있다. 실제로 크로노는 아직도 그녀들을 당해내지 못하고 있고.
물론 그것이 엑스가 이렇게까지 압도당하고 있을 이유가 되진 않는다. 엑스는 S랭크 마도사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몰리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두 사람이 엑스를 습격한 이래, 엑스는 단 한번도 반격이나 공격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회피 아니면 방어 뿐. 정말로 그 '검은 것'이 말한 그대로다. 가위 바위 보로 친다면 보를 봉인하고 가위와 바위만 가지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우리들을 상대로 피하거나 막기만 해서 버티고 있다는 쪽이 놀랍지만.'

그렇게 한순간 생각했던 아리아는 곧 고개를 저으며 잡념을 떨쳐냈다.
상대는 힘의 끝을 알 수 없는 전투사. 게다가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는 불굴의 용사이기도 하다. 넘겨받은 즉시 감상을 끝낸 비디오 자료만으로도, 그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깨져버린 창문과 벽을 헤치고 엑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롯테와 아리아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킥을 두 팔을 들어올려 막아낸다. 이어지는 연속 공격도, 계속해서 손을 움직여 흘려냈다.
방어와 회피만이라면 파이트 아머로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하지만 이대로는, 계속 발목만 잡혀있을 뿐인데…'

이래서는 조금 전 비트와 바이트를 상대로 싸웠던 때와 다를 바가 없다.
그때와의 차이점이라면, 그때는 비트와 바이트를 거리낌없이 공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차라리…!'

「AQUA」

엑스의 전신을 물의 갑옷이 감싼다.
속성 아머들은 모두 하나같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그 힘의 방향성은 전부 제각각이었다.

파이어 아머는 「막강한 파괴력」.
스톰 아머는 「기상 조절 능력」.
어스 아머는 「압도적인 방어력」.
아쿠아 아머는 「높은 제어능력」.

그리고 아쿠아 아머에는, '물'의 속성과 '바람'의 속성만이 가진 특징인 '적을 상처없이 붙잡는' 능력이 있었다.

「버블 스플래시」

엑스의 앞에 커다란 공기방울이 생겨났다.
그것을 향해 엑스가 손을 휘두르자, 공기방울은 그대로 가면의 남자1─ 롯테를 향해 날아갔다.

"이런 걸로…"

롯테는 코웃음을 치며 공기방울을 주먹으로 때렸다.
그 순간 공기방울은 단숨에 그녀를 감쌌고, 곧 롯테는 공기방울 안에 갇힌 상태가 됐다.
그제서야 안쪽에서 나오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들어가는 것은 쉬워도 나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주먹을 휘두르자, 그 주먹을 휘두른만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강하게 튕기며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런 성가신 짓을 하다니…!"

이 방법은 비트와 바이트가 상대였다면 쓸 수 없다. 비트에게는 이것을 베어버릴 수 있는 광선검이 있고, 바이트의 경우 구속을 깨고 나올 수 있을 정도의 파워가 있는데다 크기가 크기니까 가두는 것부터가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두 사람처럼 인간 사이즈인데다 특별히 무기를 지니지도 않았다면 문제없다.

계속해서 버블 스플래시를 난사하여, 남은 가면의 남자2─ 아리아를 노렸다.
조금 전 롯테가 붙잡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아리아는 버블 스플래시를 피해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것은 엑스가 노리는 것이기도 했다. 거리가 벌어진다면, 그대로 도망쳐버리면 된다. 자신이 두 사람을 가두려고 하는 건 어디까지나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니까.

「프로스트 타워」

지면에 손을 갖다대자, 그곳을 기점으로 하여 굉장한 스피드로 동결되어가기 시작했고, 바닥이 얼음으로 뒤덮혔다.
그리고 그것들을 일제히 깨트렸고, 아리아는 그 파편을 피해서 더더욱 거리를 벌렸다.

'좋아, 이 틈에…'
"얕보지, 마라!!"

버블 스플래시에 붙잡혀있던 롯테가 기합과 함께 주먹을 내지른다.
마력의 빛에 휩싸인 주먹은 보통 때보다 훨씬 위력이 상승되어있었고, 그에 의해 늘어날대로 늘어난 버블 스플래시는 견디지 못하고 터졌다.
역시, 오래는 버티지 못했다. 버블 스플래시 하나만 사용해서는 떨치기 어려울 것 같다.

「STORM」

바람의 갑옷을 몸에 두르자마자 날개를 휘둘러 강풍을 뿜어낸다.
한순간 두 가면의 남자는 움직임을 멈췄지만 그것 뿐. 강풍이 멎자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더블 사이클론」

엑스의 두 팔에서부터 회오리가 발사되어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 정확히 지면으로 떨어뜨릴 정도의 위력으로, 결코 크게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지만 그렇게 위력을 떨어뜨린만큼 회오리의 범위는 좁았고, 두 사람은 양 옆으로 재빠르게 흩어져 회오리를 피해내고는 계속해서 거리를 좁혀왔다.
타이밍을 맞춰, 동시에 엑스의 머리를 향해서 공격. 엑스의 몸 주변에 생긴 돌풍의 방어벽에 의해 무효화되었지만, 방어벽의 생성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맞을 뻔 했다.

엑스가 조금만 더 비정했거나, 두 사람의 실력이 낮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애를 먹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을 움직이지 못하게 될 정도로 공격할만큼 엑스는 비정하지 못했고, 이런 위협도 되지 않는 공격에 쓰러지기엔 이 두 사람이 강했다.

'이런 곳에서…!'

이런 곳에서, 계속 잡혀있을 시간따윈 없는데.
엑스는 비트와 바이트를 단숨에 날려버렸을 때와 같은 초조함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결국, 그때와 같은 행동을 할 수는 없었지만.
 
 
 

"아, 인제 왔나?"
"다녀왔습니다. 죄송해요, 오늘 저녁 식사 돕지 못해서……"

그렇게 인사를 하며 집에 들어오는 샤멀은 곧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서 들어온 시그넘도 마찬가지.

"비타랑 쟈피라는 진작에 들어왔는데 오늘은 둘이 좀 늦었네."

하야테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비슷비슷하다. 단지 하야테에게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들어오는 시간을 달리 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그걸 위해 시그넘과 샤멀은 10분 정도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들어온 것이다.
시그넘은 샤멀과 함께 걸어들어오면서, '위화감'에 대해 하야테에게 질문했다.

"주인 하야테. 엑스는…"
"응? 아까 낮에 나가서 아직 안들어왔는데. 밖에서 만난 거 아니었나?"

오히려 하야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그넘에게 질문했다.
시그넘은 내심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고, 하야테는 그런 시그넘과 샤멀을 바라보다가 곧 몸을 돌렸다.

"뭐어, 엑스 군도 얼라가 아니니께 쪼끔 늦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겠제. … 돌아오면 한마디 해야겠지만."
​"​말​씀​대​로​입​니​다​.​"​

<시그넘. 엑스 군은, 설마…>
<…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눈치가 빠르니까.>

아무래도 눈치챈 것 같다는 쟈피라의 말도 있었고.
물론 엑스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그의 성격상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을 리 없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아마도,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가 자신들을 찾지 못하고 해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가장 확률이 높으니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두 사람의 가슴 속에서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선은 내가 엑스 군의 번호로 전화해볼게.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면 ​큰​일​이​니​까​.>​
<아, 부탁한다.>

볼켄리터들은 모르고 있었다. 아니, 꿈에조차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자신들이 원인이 되어, 엑스에게 그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는 걸.

그리고 당연하게도.
샤멀이 건 전화에, 엑스가 응답하는 일은 없었다.
 
 
 

"… 결국 연결되지 않았나요? 엑스 씨하고는."
[통신 자체가 불통이야. 이 자식, 갑자기 어디로 간건지.]

나노하들과 함께 아스라에 수용된 스톰 이글은 유노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다.
이곳으로 오기 직전, 최후로 걸었던 통신. 그것에도 엑스는 응답하지 않았다. 아니, 응답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통신 자체가 중간에 끊어져버린 느낌이다. 마치 상대가 고산 지대나 해저로 들어가 전파가 통하지 않게 되버린 것처럼.

'녀석이 우미나리에 있는 이상 그럴 일이 없는데.'

하지만 다름아닌 엑스고, 별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있었던 일은 나중에 만나면 이야기하도록 하고.

[나노하는 괜찮은거냐. 손이 가슴을 뚫고 나온 것처럼 보였는데.]
"아, 일단 생명에는 지장없어요. 그것도 마법의 일종인 것 같고… 마력의 근원인 링커 코어가 이상하게 작아지긴 했지만, 지금부터 저희들이 가는 시공관리국 본국에서라면 치료가 가능하고요."

링커 코어의 강탈.
그렇게 말해도 마도사가 아닌 스톰 이글로서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나노하가 당분간 마법을 쓸 수 없는 상태라는 것만은 이해했다.

[흐음. 그 링커 코어라는 건 나한테도 있는건가?]
"에? 아니오. 이글 씨의 경우에는 중심부에 마력이 뭉쳐져있긴 하지만 마력을 생성하는 링커 코어 자체는 없어요. 요컨대 건전지는 있지만 충전기는 없는 상태라고 해야하나요."
[과연. 그럼 내 경우엔 마력이 소모되면 그걸로 끝이라는거군.]
"네. 그럴 겁니다만… 잘 모르겠어요. 애초에 스톰 이글 씨는 생물이 아니니까 마력이 있는 것 자체가 이상─"

거기까지 말하고 유노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죄, 죄송해요. 나쁜 의미는…"
[?]
"저, 저기…"
[아아, 그건가.]

유노가 무엇에 대해서 사과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챈 스톰 이글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신경쓸 필요 없다. 우리들이 통상적인 생명체가 아니라는 건 우리들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 그런가요…"
[뭐, 너희들로선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들 레플리로이드는 자신이 레플리로이드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 이 강철의 몸은, 우리들에게 있어선 자부심이다. … 엑스처럼 강철이 아닌 걸로 된 예외도 몇명 있지만 말야.]
"헤에…"

감탄하던 유노는 곧 고개를 붕붕 휘두르고 스톰 이글을 올려다보았다.
어째서일까. 이 소년의 눈동자가 지극히 반짝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저기, 실례가 안된다면 그 이레귤러 헌터나 레플리로이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시지 않겠어요? 이글 씨의 경험담도 괜찮은데."
[별 걸 다 궁금해하는 구나, 너는.]
"… 역시 안될까요?"
[그런 소린 안했어. 호기심은 어린 아이들의 특권이니까.]

눈에 띄게 기뻐하는 유노를 보며, 스톰 이글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쨌거나 그에게 있어서도, 호의를 보내주는 상대라고 하는 건 나쁘지 않았으니까.
 

─만약 그때 스톰 이글이 '연락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직접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그 주변을 다시 한번 살폈다면.

─아스라에 탑승하고 있던 그레이엄 직속의 무장국원들이, 새로운 결계의 존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곳에 엑스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지금에 와서는 어쩔 수 없는 이야기지만.
 
 
 

"「스톰 토네이도」!!"

간신히, 두 사람을 회오리에 가두는 것에 성공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엑스는 회오리 속에 갇힌 두 사람을 바라본다.
솔직한 심정을 표현하자면 어째서 자신을 공격한 것인지 캐묻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급한 일이 있으니까.

'벌써 시간이 많이 지체됐어…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가봤자 소용없을텐데. 상황은 이미 종결됐을테니까."

몸을 돌리려는 엑스의 등 뒤로, 가면의 남자가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보통이라면 무시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엑스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말이었다.

"… 무슨 이야기지?"
"그 말대로다. 거기엔 이미 아무도 없을테니까 가봤자 소용없다고 말하는 거야."

이 자들은─

"… 저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알고 있는 건가."
"적어도, 당신보다는 훨씬 많은 걸 알고 있지."

알고 싶지 않았던 부분을 포함해서.
아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말을 이었다.

─본심과는 다른, 그를 이곳에 붙잡아놓기 위한 말을.
 

"알고 말고. 거기서 사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도, 무엇이 목적인지도 알고 있다."
 

모든 것은, 어둠의 서가 지닌 운명 때문에.
모든 것은, 그들 자신이 지닌 상냥함 때문에.
 

"애초부터 부외자에 지나지 않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따윈 아무것도 없어. 아니, 살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손을 떼길 권하지."
 

단순한 프로그램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감정을 지닌 기사들.
그리고 그런 기사들을 가족이라고 부르며 소중히 여기는 소년과 소녀.
 

"당신은, 무력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가능하면, 할 수만 있다면 부수고 싶지 않았다.
운명에서부터 해방되어,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게 지내는 그들을 상상해본 적도 있다.
이들이 어둠의 서와는 일절 관련이 없는 단순한 가족이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결국 꿈 속의 환상.
현실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
 

그렇기에 그녀들은, 이 이야기 속의 악역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신들은…"
 

한순간.
그 말들 속에 섞인 감정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엑스는─
 
 
 

[당연히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왜냐하면 너는 여기서 쓰러질테니까.]
 
 
 

「버스터 캐논 : 풀 차지 슛」
 
 
 

엑스가 두 사람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두 사람이 엑스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그 악마는 엑스의 지척까지 다가와, 어깨에서 만들어낸 캐논을 엑스에게 겨누었다.
에너지를 풀 차지시킨, 제로 거리 포격.

「EARTH」

VAVA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어스 아머로 체인지한 스피드는 놀라울 뿐이었다.
하지만 엑스의 아머 중 가장 높은 방어력을 자랑하는 어스 아머조차, VAVA의 풀 차지 슛을 막아내진 못했다.

엑스의 등에 부딪힌 포격이 엑스를 지면으로 추락시켰고.
그럼에도 계속해서 밀어붙여, 엑스를 땅속으로 박아넣었다.

​"​─​─​─​─​─​─​─​─​─​!​!​"​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VAVA가 발사한 포격의 굉음에 의해 깨끗이 지워졌으니까.
직경 십여미터 이상의 크레이터가 생겨나고, 엑스는 그 한가운데에 파묻혔다.

"너, 는……!!"

아리아와 롯테가 경악성을 올린다.
알고 있다. '검은 남자'가 전해준 데이터 속에는 저 악마와 엑스의 싸움도 있었으니까.

─그 흉악함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VAVA는 두 사람의 경악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것 같다.

[어차피 너희들도 이 녀석을 죽일 생각이었잖아. 내가 퇴장시키나 너희가 퇴장시키나 다를 바 없을텐데. … 뭐, 나는 이 녀석을 죽일 생각까진 없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며 VAVA는 수납 공간에서 작은 물체를 끄집어냈다.

"틀려…! 우리들은 그가 이 일에서 손을 떼주길 바랬을 뿐이야… 우리도 죽일 생각까진 없었어…!"
"잠깐, 기다려! 당신 손의 그건─!!"

롯테의 외침에 아리아도 VAVA의 손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는 얼굴 모양의 기계.

─4체의 이레귤러들을 변질시키고, 최후에는 거대한 괴물로 변했던 악마의 프로그램.
 

​─​리​미​티​드​(​L​I​M​I​T​E​D​)​.​
 
 
 

[들리냐, 엑스.]

……

[네놈이니까, 이걸 붙인다고 침식당할 거라는 생각은 안해.]

……

[하지만, 당분간은 닥치고 있게 되겠지.]

……

[그럼, 나중에 보자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바이러스 침입 감지.

가슴에 무언가가 올려지는 느낌이 들고.
무언가가 파고드는 듯한 느낌이 이어졌다.
고통이나 촉감도, 희미하게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데이터 베이스에서 동형 바이러스 탐색.

─탐색 완료. 「리미티드 바이러스」로 인식.

손을 움직여본다. 리미티드를 떼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손에 감각이 없다. 움직이고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겠다.

─백신 프로그램 활성화─ 불가능.

─침식 개시. 앞으로 166초 이내에 침식 완료.

리미티드 바이러스는 '그런' 물건이다. 직접 닿지 않는 한 휴대폰도 감염시킬 수 없지만, 직접 닿아버리면 자신이라고 해도 방법이 없다. 애초에 닿지 않는 것 이외에는.

─침식 진행의 정지를 위해 프로그램 강제 종료.

'웃기지… 마…!!'

아직은 안된다.
아직은, 잠들 수 없다.

─프로그램 종료까지 앞으로 5, 4, 3…

'아직, 나한테는, 해야할, 일이, 있어…!!'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 정신을 차렸다.
아니, 차리려고 했다. 차리려고 하면 할수록, 의식이 멀어져간다.

일어서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엑스의 의지와는 달리.
 

─2, 1, 0. AI 기능 정지. 강제 셧다운.
 

그의 시야는 곧, 완전한 암흑으로 가려졌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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