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IRREGULAR HUNTER - X


Original | , ,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대로 잠이 들면, 자신이 원했던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건강한 몸.
사랑하는 수호기사들과, 소중한 가족들과의 행복한 생활.
이대로 잠들면, 그런 세계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고.
 

─고개를 휘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손을 움켜쥐며 휠체어의 손잡이를 으스러져라 붙잡았다.
하야테는 지금 '그녀'의 유혹을 떨쳐낸 것이다.

"그치만 그건… 그냥 꿈이야. 나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아. 너도 그럴거야. 아니야?"

현실이 아닌 꿈.
꿈은 언젠가 깨어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꿈'인 것이다.
결코, 그 안에서 안주하고 일어나는 것을 포기해선 안된다.

"… 제 마음은 기사들의 감정과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당신을 사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을 죽이게 될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

'그녀'가 자신의 의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조금.
조금만 더 있으면, '그녀'는 '그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을 멸망시키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저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힘의 폭주… 당신을 침식하는 것도, 폭주하여 당신을 전부 먹어버리는 것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녀'를 올려다보던 하야테는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 각성할 때, 지금까지의 일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됐어. 원하는대로 살 수 없는 슬픔, 나도 조금은 알아… 기사들도 마찬가지야! 줄곧 슬픔을, 외로움을 겪어 왔어!"

'어둠의 서'를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만 사용해온 역대의 주인들.
'그녀'와 수호기사들을, 오직 도구로서만 다루어온 역대의 마스터.
기나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인간으로서의 의지를 배제당하고 감정을 묻어둔 채로 살아와야 했던 수호기사들과 '그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슬픔.
하야테는 아주 약간이지만,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그래도, 잊으면 안돼."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침묵을 지키던 '그녀'의 머리 위에, 하야테의 손이 얹어졌다.
─휠체어의 손잡이를 붙잡고 몸을 일으켜 손을 올린 것이다.

"지금 네 마스터는 나야. 마스터가 하는 말은… 잘 들어줘야지?"

두 사람의 발밑에, 백색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녀'는 하야테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고, 하야테의 양손이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이름을 줄게… 더이상 '어둠의 서'라던가 '저주받은 마도서'라고 하게 놔두지 않겠어. 내가 그렇게 놔두지 않아!"

하야테의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붉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난 관리자야. 난 그럴 수 있어."
"… 무리입니다. 자동 방어 프로그램이 멈추질 않아요… 관리국의 마도사와 기계전사가 싸우고 있지만… 그것도…"

누구보다도 이 싸움을 멈추고 싶은 것은 하야테 뿐만이 아니다.
'그녀' 자신 역시, 더이상 아무도 죽이지 않고 아무것도 부수고 싶지 않았다.
하야테는 강하게 생각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소리쳤다.
 

「멈춰」, 라고.
 
 
 

IRREGULAR HUNTER - X


47화


 
 
 

갑자기, '그녀'의 움직임이 이상해졌다.
손이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날개가 떨린다.

<밖에 계신 분? 에, 그러니까… 관리국 분? 저는, 그러니까… 거기 있는 아이의 보호자, 야가미 ​하​야​테​예​요​!>​

그리고 '그녀'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
지금까지 들어온 '그녀'의 목소리와는 다른, 작은 소녀의 목소리였다.
거기에 그것은 나노하가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하야테 짱?!"

잠시 동안, '그녀'의 반응이 멎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 나노하 짱? 진짜로?!>
"응! 나노하야!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어둠의 서' 씨랑 싸우고 있어!"

그 와중에도, '그녀'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둠의 서의 자동 방어 프로그램. 관리자인 하야테의 '멈춰'라는 지시조차 거부하고, 멋대로 움직이면서 전투를 재개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을 안에 있는 '그녀'와 힘을 합쳐 전력을 다해 억누르며, 하야테는 말을 이었다.

<미안해, 나노하 짱. 어떻게든 그 애를 멈춰줄래? 마도서 본체랑은 컨트롤을 분리했지만, 그 애가 그러고 있으면 관리자 권한을 쓸 수 없어! 지금 거기에 나와있는 건 자동 행동의 방어 프로그램 뿐이니까!>

어둠의 서 완성 후인데도 관리자가 깨어있다.
즉, 어둠의 서를 제어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

이것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유노는 황급히 나노하에게 염화를 걸었다.

<나노하!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지금부터 하는 말대로 나노하가 할 수 있으면 하야테도 페이트도 엑스 씨도 밖으로 나올 수 있어!>

그 말을 듣고, 나노하는 결심을 굳혔다.
지금부터 유노가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라고 해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결심.

그리고 유노로부터 나온 말은.

─나노하에게 있어, 가장 자신있는 일이었다.

<어떤 방법을 써도 좋아!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을 마력 데미지로 날려버려! 전력전개로, 봐주지 말고!!>

잠시동안 놀란 얼굴을 하고 있던 나노하였지만, 그 의미를 이해한 순간 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유노 군! 알기 쉽네!"
『It's so.』

엑셀리온 모드의 레이징하트를 앞으로 내뻗었다.
그것을 보며 '그녀'가 마침내 구속을 깨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획은 간단. 솔직히 말해 계획이라고 할 것도 없다.
지금 나노하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공격을 퍼부어, 그것으로 '그녀'를 쓰러트린다.

'하지만 저렇게 움직이고 있어선…!'

[나한테 맡겨라.]

스톰 이글이 나노하의 앞으로 나왔다.

"이글 씨…"
[마력 데미지라면 나보단 네가 훨씬 더 낫겠지. 나는 저 여자의 움직임을 막겠다. 너는 그 틈을 노려서,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힘으로 날려버려.]
"그렇지만, 이글 씨 혼자서는!"
[안심해라. 그렇게 간단히는 안당해. 네가 힘을 쓸 정도의 시간은 벌어놓을테니까. 하는 김에 움직임도 막고. 그러니까 너는 준비나 하도록 해. 저걸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녀석으로 한방.]
"… 네!"

날개를 크게 펼치고,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아까 전까지의 포구가 아니라, 원래의 손으로 변한 오른팔을.

[마지막으로 하나 더. 내가 어떻게 되든, 절대로 신경쓰지마라. 네가 할 일에 집중해.]

그 말만을 남긴 채, 대답을 듣지도 않고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나노하 이외에도, 스톰 이글에게 뭐라고 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무슨 생각이야, 너.】
[어라, 이젠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된 모양이군. 다행이네.]
【그딴 문제가 아니겠지! 무슨 생각으로 저런 거랑 싸우겠다고 한 거냐!!】

리미티드에게도 느껴졌다.
'그녀'─ 어둠의 서의 방어 프로그램이 지닌, 어마어마한 힘이.

아무리 리미티드로 강화된 스톰 이글이라고 해도.
아무리 고드카머신을 쓰러트린 전적을 지녔다고 해도.
저것은, '그녀'는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눈을 뜬지 얼마 안된 리미티드라고 해도 그 정도는 안다.

【지금도 안늦었어. 이대로 도망쳐! 안그러면 죽을거라고!】
[미안하지만, 그렇게도 안돼.]

리미티드가 이해하고 있는 것을 역전의 전사인 스톰 이글이 이해하지 못할 리 없다.
이 절망적일 정도의 힘의 차이라면, 리미티드보다도 더 잘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 나왔다.
움직임이 정지됐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상대를 나노하가 포격으로 맞추긴 어렵다. 설령 맞춘다고 하더라도, 아까처럼 방어벽에 가로막혀버리면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싸우기로 했다.

─이제야 겨우, 찾았으니까.

[마력 데미지라는 건 이렇게 하면 되는건가?]

스톰 이글이 움켜쥔 주먹에 빛이 맺히기 시작했다.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그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남은 마력의 빛이다.

【?! 미쳤냐, 너?! 안그래도 얼마 안남은 목숨 없애려고 작정했어?!】
[그럴 작정이다만. … 저기 말이다, 리미티드. 나는 별로, 오래 살고 싶어서 지금까지 버텨온 게 아냐. 살고 싶어서 네 힘을 빌린 것도 아니고.]

스톰 이글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리고 어떤 기분으로 그렇게 목숨을 버렸는지.

아마도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도 그 두사람과 마찬가지니까.

[나는… 이런 때를 위해서 지금까지 버텨온거다!!]

마력이 담긴 주먹으로, '그녀'를 공격했다.
 
 
 

"… 미안해, 아리시아."

비가 내리는 초원에서.
페이트는 슬픔을 담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대로 계속, 이 평화로운 세계에서.
모두와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도 더이상 싸우지 않고, 프레시아도 범죄자가 아니며, 아리시아도 살아있는 세계.
정말로,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것은 안된다.
 

"하지만, 난 가지 않으면 안돼."

지금 이 순간에도.
페이트의 소중한 친구는 싸우고 있을 것이다.
자신 혼자만 편안한 꿈속으로 도망칠 수는 없다. 도망쳐서는 안된다. 그것만은 할 수 없다.

─자신은 더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

아리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페이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페이트를 향해 펼친 그 손바닥 위에는 페이트의 분신─ 바르디슈가 대기 상태로 놓여져있었다.

"……!!"

페이트의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비와 함께 섞여 땅으로 떨어졌다.
페이트는 아리시아가 내민 바르디슈를 받아들고, 천천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자신의 '언니'인데도, 자신보다 훨씬 작은 몸.
그녀의 몸이 생명을 잃고, 성장을 멈춰버린 몸.

그럼에도 지금 페이트는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

"… 미안해…"

이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지 못하는 것을.

"고마워…"

이런 자신을, 용서하고 보내주는 것을.

아리시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나는… 페이트의 언니인걸. 기다리고 있는거지? 다정하고 강한 아이들이."

페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울면서, '언니'의 말에 수긍했다.

"그럼… 잘가, 페이트."

아리시아는 웃고 있었다.
작별의 순간인데도, 두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는데도.

─페이트가 나가버리면, 자신이 사라져버리는데도.

페이트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아리시아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가능하다면 현실에서도… 이렇게 있고 싶었어."
 

빛으로 변한 아리시아의 몸이 사라졌다.
페이트의 품안에 안겨있던 소녀는, 그렇게 신기루처럼 모습을 감추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왼주먹이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녀'가 뻗어서 펼친 손바닥에서 나온 마법진과 부딪혀, 흑빛의 스파크를 일으킨다.
얼마나 밀고 당기기를 했을까. 별안간 스톰 이글의 왼주먹이 폭발을 일으켰다.

[큭…!!]

고통을 참으며, 그것이 재생되는 동안 왼발을 휘둘렀다.
왼발 역시 '그녀'의 바로 앞에서 마법진과 부딪혀 스파크를 일으켰고, 이번에는 엉망진창으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나선으로 비틀린 왼발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스톰 이글의 다리에서 떨어져나갔다.
바다로 떨어진 왼발은 곧 폭발을 일으켜 사라졌고, 천천히 재생이 진행됐다.

스톰 이글이 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다.
맞을 때까지 때린다. 닿지 않아도, 때린다.
양손과 양발에 마력을 담고, 끊임없이 '그녀'를 향해 공격했다.

아무리 몸이 부서지고, 아무리 고통에 마비가 올 것 같아도.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공격을 계속했다.

【이제 그만둬! 진짜로 죽는다고!!】

스톰 이글이 죽는다고 해서 리미티드까지 파괴된다는 일은 없다.
오히려, 스톰 이글의 숨이 끊어지면 자신이 이 육체를 완전히 침식하여 차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리미티드는 스톰 이글을 말리고 있었다.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자아.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이 '이성'은, 시그마가 만든 리미티드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파괴밖에 모르는 그들과는 달리.
이 오리지널 리미티드는, "인격"을 가지고 자라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리미티드의 "인격"은, 자신에게 동조해준 스톰 이글을 "동료"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자살행위를 하고 있는 걸 막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거야?! 뭣때문에?!】
[미안하군… 하지만, 말한다고 해서 이해받을 수 있는 게 아냐…!]

왼팔이 어깨까지 날아간다.
재생이 진행되지만, 이번에는 그 자리가 불길에 태워져버려 왼팔은 팔꿈치 부근에서 재생이 멈췄다.

─그, 팔꿈치만 남은 팔로 때렸다.

이미 스톰 이글이 '그녀'를 향해 날린 공격은 수백회 이상. 그럼에도 그 중 단 한발도 '그녀'에게는 닿지 않았다.

뭐라고 표현해도 좋을까.
이만큼, 절망적일 정도의 힘 차이를.

하지만, 말했듯이.
아무리 힘의 차이가 난다고 해도.
아무리 패배가 정해져있다고 해도.

스톰 이글에게는 물러날 생각따윈 없었다.

[이제야 겨우… 찾아냈다고!!]

오른손톱을 휘두른다. 손톱은 물론 손가락까지 방어벽에 날아가버린다.
개의치않고, 손가락이 날아가버린 주먹으로 방어벽을 때렸다.

'그녀'가 주먹을 휘두르자, 스톰 이글의 오른쪽 날개에 적중되었다.
폭발을 일으키고는 몸에서 떨어져나간 오른쪽 날개를 붙잡아, 그대로 휘둘러 '그녀'의 방어벽을 때렸다.
 

─쩌적, 하고.
 

방어벽에, 금이 갔다.

【무슨 소릴 하는거야, 아까부터… 뭘 찾고 있었다는 건데?!】

리미티드의 말에, 스톰 이글은 웃었다.
어마어마한 고통에 휩싸여있으면서도 미소지었다.

처음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느꼈을 때부터.
웹 스파이더가 죽었을 때도.
마그마 드래곤의 소식을 들었을 때도.

계속, 계속 그가 원해왔던 것.

[내가… 죽을 장소다!!]
 
 
 

"… 미리 묻지만… 너는, 제로라도 '진짜 제로'는 아니지?"
"아아. 정확히 말하자면 '네가 기억하고 있는 제로'가 이 세계에 구현된 거지만, 그런 어려운 말따윈 솔직히 별로 관심없어. 중요한 건 그 여자가 기억을 개편하려고 들길래 그게 싫어서 움직였다는 것 뿐이고."

정말로, 똑같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과.

자신에게 있어서 '제로'는 친우인 동시에, 강함의 상징.
엑스 자신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기에, '엑스가 가진 제로의 기억'은 실제로 '그녀'가 행한 기억개편에 저항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지금까지 혼자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엑스는 고개를 두어번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 여긴 어디인거야?"
"너도 대강은 알고 있잖아. 그런 것까지 일일이 나한테 묻지마."

제로의 말대로, 엑스도 이곳이 어디인지 정돈 짐작하고 있었다.

자신은 '그녀'에게 흡수되었다.
이곳은, '그녀'가 엑스의 기억을 읽어 재구성한 세상.
아마도 '그녀'는 하야테에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꿈'을 꾸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깨어나지 않는, 행복한 꿈을.

"잘 알고 있군."
"… 조금 전까진 몰랐지만 말야."

신음소리를 흘리며 엑스는 그렇게 말했다.
작은 위화감은 있었지만, 이곳이 '꿈'일거라고는 생각못했다.
시그마나 VAVA가 자신과 사이좋게 지낸다던가, 아르카디아인데도 하야테들이 있다던가.
생각해보면 이상한 것 투성이인데도, 그때엔 눈치챌 수 없었다.
 

"거짓말하지마."
 

─그런 엑스에게, 제로가 냉정하게 말했다.

"뭐…?"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어. 내가 알고 있는 걸, 네가 몰랐을 리 없잖아?"

꿈에서 깨어난 계기는 분명 제로와의 만남이다.

하지만.
꿈을 꾸고 있는 중에도.

엑스는 마음 한구석에서, 이것이 '꿈이다'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이곳이 행복했기 때문이겠지."
"……"

부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제로의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자신은 분명, 이 '꿈속에서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웃기지도 않는군."

제로의 말이 엑스의 상념을 끊어냈다.
엑스가 고개를 들어올리자, 제로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한순간 숨을 집어삼켰다.

지금의 엑스를 보고 있는 제로의 눈은 한없이 냉정했다.

"네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잊어버린건가. 내가 돌아올 때까지, 모두를 지켜내겠다고 했을텐데? 더이상 아무도 상처입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서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그런데도 이런 꼴이라고? 그런 꿈 속의 세계에서 행복함을 느끼며 도망치고 있었다고?"

제로의 목소리에 서서히 노기(怒氣)가 섞이기 시작했다.

"100년이 길긴 길었던 모양이군. 그렇게도 정의감으로 가득하고 책임감에 충실했던 네가, 모든 걸 버리고 꿈속으로 도망치려고 들 정도라니."
 

"네가, 뭘 알아!!"
 

제로의 계속되는 폭언에 엑스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슬픔과 분노와 자기 혐오로 가득한 얼굴로, 엑스는 제로를 향해 말했다.

"너는, 지금까지 자고 있었고, 지금도 잠들어있는 너는 모르잖아… 내가 지난 100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계속 싸워왔어! 이젠 나 자신조차 얼마나 되는 이레귤러와 싸웠는지 모를 정도로 끝도 없이 싸워왔어! 그러던 중에 동료들도 하나둘씩 사라져갔고! 내 곁에는, 내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될 때까지 계속 싸워왔다고! 내가, 내가 얼마나 괴로워했는데! 얼마나 슬퍼했는데!!"

이젠 싸우고 싶지 않아.
이젠 더이상 아무도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그렇게 소리없이 울었던 적도 있지만, 결국 엑스는 싸워야 했다.

이레귤러가 생겨나고, 인간이 위협받는 한.
엑스는 싸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것만이라면 참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단지 상처입는 것 뿐이었다면 견딜 수 있었을지도 몰라…!!"

싸움으로 입는 상처도 아팠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도 훨씬 더 괴롭고 아프고 슬펐던 것이 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버렸어…"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눈에서 흘러나오는 액체가 바닥으로 떨어져 고였지만, 그런 것에 신경쓸 틈은 없었다.

"그거 알아, 제로…? 이쪽으로 와서 하야테를 만나기 전까진 말야… 나는… 아무것도 못느끼게 되버렸어… 동족을, 레플리로이드를! 아무리 이 손으로 부수고 죽여도! 더이상 괴로운 것도 슬픈 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버렸어! 걸어가다 돌멩이를 밟아부수는 거나 이레귤러를 죽이는 거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되버렸어! 그게… 그게 무엇보다도 괴롭고 슬펐다고…! 이러다가 언젠가, 정말로 아무런 감정도 못느끼게 됐는데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될까봐! 그게 무엇보다도 무서웠어!"

자신의 마음이 파괴되어가는 것을 스스로 지켜보면서.
엑스는 두려워했다.
마음이 파괴되어가는 것.
물론 그것도 두려운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가장 두려웠던 건.
 

─마음이 파괴되어간다는 걸 자각해도,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가는 자기 자신이었다.
 

"현실로 돌아가도… 결국 나는 또 누군가와 싸우고 상처입히고 죽이게 되겠지… 그럴바엔, 이대로 잠들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 잠들어버리면 더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니까… 더이상 슬퍼하지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스스로 깨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웠으니까.
다시 또, 예전과 같은 싸움의 나날로 돌아가는 것이 무서웠으니까.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 이젠 더이상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 상처입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떨까.
결국 자신은 또 누군가와 싸워서 상처입혔다. 이레귤러들과 싸워서 파괴했고, 웹 스파이더를 죽게 했으며, 마그마 드래곤을 자신의 손으로 없앴고, 다시 또 새로운 적들이 나타났다.

싸움의 연쇄는, 어느 세계에 와도 엑스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도망치려고 했던 거야… 나는… 그게, 나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제로는 눈을 감고, 엑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엑스의 이야기가 끝나자, 눈을 뜨고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너는 변하지 않았지."
 

"… 뭐?"

우는 얼굴 그대로, 엑스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웃는 얼굴도 아니고, 부드러운 표정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엑스는, 제로가 잠시 웃었던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손에 피를 묻히고, 아무리 많은 레플리로이드를 파괴했고, 또 아무리 마음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너는 100년 전과 똑같아. 나한테는 지금의 너도, 그때처럼 여전히 고뇌하고 또 고뇌하는 착해빠진 녀석 그대로일 뿐이야."

천천히 몸을 숙여, 엑스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제로는 그대로 일어서며, 엑스를 일으켜주었다.

"하지만, 엑스. 지금 너는, 아주 중요한 걸 잊어버리고 있어."
"… 중요한 거, 라니…?"
"너도 사실은 알고 있는 거겠지만 말야."

제로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숨을 골랐다.

"네 싸움은… 절대로 무의미한 게 아니었어."

100년.
그 오랜 시간 동안, 엑스는 끊임없이 싸워왔다.

그 동안 셀 수도 없을만큼 많은 이레귤러들이 엑스에 의해 파괴되었지만.
 

─엑스에 의해 구해진 사람들은, 그보다도 훨씬 많다.
 

"너의… 이레귤러 헌터의 싸움은 분명 빛이 존재하지 않는 어둠 속을 방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몰라. 백년이 아니라 천년을 싸워도 끝나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네가 싸우는 것으로 구원받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어. 너로 인해서 평화를 얻은 사람들도 있어. 이날 이때까지 너의 싸움으로 지켜온 생명들이, 구해온 미래들이 있어. 네가 지난 세월을 부정하는 건, 네가 구해온 것들조차 부정하는 게 되버려. 그러니까 너는… 가슴을 펴도 돼."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싸움이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싸움'이었다는 것을.

언젠가 사람들은, 엑스가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들의 미래를 엑스가 지켰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말야, 넌 지금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었어. 이레귤러 헌터이기 때문에 사람을 지킨다, 가 아니잖아?"
"… 그럼?"

제로에게서 무슨 말이 나올지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왜냐하면 너는… 사람을 지키고 싶어서 이레귤러 헌터가 된 거니까."
 
 
이레귤러 헌터이기 때문에.
그 의무감으로 사람들을 지켜왔다.
 
그게, 아니었는데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아니다.
자신은.
 
 
너무나도 좋아하는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이레귤러 헌터가 된 것이었다.
 

어째서 지금까지 잊고 있었을까.
왜 지금까지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던 걸까.
 

─찾고 있었던 답같은 건, 처음부터 바로 옆에 있었는데.
 

눈물은 어느 사이엔가 멈춰있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뒤, 제로가 말했다.

"… 그래서, 정신은 들었어?"
"… 응. 고마─"
"아니, 거기까지. 고맙다는 인사는 '오리지널'한테나 돌려줘. '오리지널'이 여기에 있었다면 분명 나하고 같은 소릴 했을테니까."
"그런 것치곤, '진짜 제로'보다 달변인 것 같지만."

엑스는 소리없이 웃었다.
소매로 얼굴을 닦아, 눈물자국을 지워냈다.
다시 엑스가 눈을 떴을 때, 엑스는 의지로 가득찬 얼굴로 바뀌어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하면 나갈 수 있지?"
"그 방법은 이미 알고 있을거야. 지금의 너라면."

엑스는 잠시 놀란 얼굴을 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 응. 그럼, 돌아가볼게."

그 말만을 남기고, 엑스는 몸을 돌려 달려갔다.
전력질주. 그것을 지켜보며, 제로는 조용히 천정을… 그 너머에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너는 그걸로 됐어. 언제나… 있는 힘을 다해서 앞으로 달려가지."

이젠 괜찮을 것이다.
지금의 엑스에게는, 엑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자신같은 카피는 이제 무대에서 퇴장할 때다.

"망설이지마라. 뒤돌아보지마라. 포기하지마라. 자기 자신을 속이지말고, 이런 곳에서 우물쭈물 거리지 말고,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말고, 고뇌하면서도 앞을 보며 달려나가라.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자랑하는 친구인 '엑스'니까."

천천히, 천천히.
제로의 몸이 청색의 빛에 휩싸여갔다.
아니, 제로만이 아니다. 지금 이 공간 자체가, 청색 빛의 입자로 변화해 사라져갔다.

그럼에도, 제로는 말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버린 엑스를 향해서.

"언젠가… 다시 만나자. '진짜 나'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스파이더도! 드래곤도! 무슨 생각으로 그 녀석들이 그랬는지!]

엑스를 대신하여, 믹스 포르테에게 공격을 받고 숨을 거둔 웹 스파이더.
싸움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엑스에게 결투를 신청한 마그마 드래곤.
두 사람은 모두, 같은 것을 원했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두 사람이 추구하고 있던 것.
그것은 곧 스톰 이글이 원하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우리들은 모두, 그걸 위해서 다시 살아돌아온거야! 오직 그것만을 위해서!]

웹 스파이더는 엑스를, 동료를 지키기 위해 몸을 바쳐 적을 쓰러트렸다.
마그마 드래곤은 오랜 숙원이었던 '엑스와의 정당한 결투'를 벌였다.

그리고, 지금의 스톰 이글이 하고 있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지옥에서 돌아온, 세 사람의 이레귤러 헌터.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죽음을 위해서!!]
 
 

누명을 쓰고 쫓겨나 싸울 수밖에 없었던 웹 스파이더.
수만명을 희생시키고도 목적을 이루지 못했던 마그마 드래곤.
힘에 굴복하여, 동료에게 총을 들이댄 스톰 이글.

'소원을 이루는 보석'인 쥬얼 시드는, 확실히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 소원은 결코 '다시 살아나고 싶다'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스스로에게 자부할 수 있는 죽음을 되찾기 위해서 일시적인 삶을 얻었던 것 뿐이다.
 

쥬얼 시드는 소원을 스스로 이룰 수 있도록 생명을 부여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웹 스파이더와 마그마 드래곤은 그것을 이루어냈다. 남은 것은 자신 뿐이다.

[이제와서, 다시 살아가고 싶다곤 생각해본 적 없어! 용서를 구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그래도! 적어도 우리는! 우리들 자신에게만은! 우리 스스로에게만은 가슴을 펴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죽음을 찾고 싶었던 것 뿐이야!!]

천공의 귀공자는 절규하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그의 몸에서 수없이 많은 파편들이 떨어져내리고 있는데도.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하는 '어둠의 서'.
 

그것을 상대로 싸워, 동료를 되찾고 세계를 지키기 위한 싸움.
이보다 더 훌륭한 죽음의 장소가 얼마나 있을까.

[어차피 여기서 살아남아도 일주일도 못갈 목숨! 이 자리에서 모두 불태워주마!!]

최후의 마력까지 긁어모으며, 스톰 이글은 주먹을 휘둘렀다.
 
 
 

리미티드는 생각했다.
도대체 어째서, 자신이 들러붙는 녀석은 이런 놈들 뿐인 걸까 라고.

하지만.
그래도, 더이상 리미티드는 스톰 이글을 말리지 않았다.

자신은 스톰 이글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렇게까지 죽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하다 못해, 그와 고통을 공유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하다못해.
이, 바보같을 정도로 명예로운 전사의 최후까지는 어울려 주자고 생각했다.
 
 
 

타카마치 나노하는 생각했다.
어째서 「이레귤러 헌터」라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 뿐인 걸까 라고.

모두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동료를 위해, 사람을 위해, 세계를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동료도 사람도 세계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걸까.
자신에게는 무리다. 나노하에게는 자신의 목숨도 중요하니까. 나노하가 죽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슬퍼할지 알고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목숨을 내던지며 싸우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스톰 이글에게는 '시간'이 없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이해했다.
그리고 스톰 이글은 그 얼마 안남은 시간조차 모조리 소비해버리며 싸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그를 싸우지 못하도록 말리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스톰 이글의 마지막 무념을 완전히 짓밟는 일이 된다. 말린다고 해서 들을 것 같지도 않고, 막는다고 해서 멈출 것 같지도 않았다.

스톰 이글이 했던 말을 생각해냈다.
자신이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말고, 나노하는 나노하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라고.
 

─자신이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

─그것은, 그가 목숨을 버리며 만들어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는 것 뿐.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그 사실을 이해한 순간, 타카마치 나노하는 왈칵 눈물이 흘러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참아내고, 마력을 집중시켰다.

스톰 이글이 기회를 만들어주길 믿어의심치 않고 기다리며.
 
 
 

그로부터 수초 후.

─처음으로.
스톰 이글의 주먹이, 방어벽을 깨트렸다.

남아있는 모든 마력이 담긴 스톰 이글의 라이트 어퍼컷이 '그녀'를 보다 높은 곳까지 띄우고.

나노하는, 지금까지 축적해둔 마력을 발사했다.

"엑셀리온 버스터, 배럴 전개! 중거리 포격 모드!"
『All right. Barrel shot.』

여섯장의 날개를 활짝 펼친 레이징하트로부터, 무형의 충격파가 발사되었다.
그것이 '그녀'에게 적중되고, 곧 불가시형의 바인드가 발동되어 '그녀'를 허공에 고정시켰다.
이것으로 '그녀'는 더이상 피하지도 못하고 방어벽을 펼치지도 못한 채, 무방비로 나노하의 포격앞에 노출되었다.
 
 
 

하야테의 손이 '그녀'를 감싼다.
그리고, 하야테는 '그녀'에게 선언했다.

"아쳔의 주인의 이름으로… 그대에게 새 이름을 주리라. 강하게 지탱하는 자. 행운의 순풍. 축복의 외침. 『린포스』."

'그녀'─ 린포스의 몸이, 백색의 빛으로 감싸였다.
 
 
 

"… 바르디슈. 여기서 나가자. 잔버 폼, 할 수 있겠어?"

페이트가 보고 있는 꿈. 그 중심.
이곳에 서서 페이트는 자신의 분신에게 말했다.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는 거나 다름없다.

그녀의 분신은, 언제나 충직하게 이렇게 대답해왔으니까.

『Yes, sir.』
"… 착하구나."

페이트가 바르디슈를 들어올림에 따라, 그녀의 복장이 배리어 자켓으로 변했다.

『Zanber form.』

전투도끼형의 모습을 하고 있던 바르디슈가 형태를 바꾼다.
날이 두개로 갈라지고 옆으로 펼쳐지며, 자루가 줄어들어 거대한 뇌광의 검과 같은 형태가 된다.

"질풍, 신뢰!!"

검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페이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거짓된 세계에서 나가기 위해서.
 
 
 

느껴졌다.
바깥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그리고, 자신을 부르고 있는 동료들의 외침이.

"… 미안해. 지금 바로, 나갈테니까."

스톰 이글은 이미 그 목숨을 거의 소모했다.
그것이 느껴질만큼, '바깥'에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이곳과 '바깥'을 가로막는 벽을 깨기 위해서는.
안과 밖에서, 함께 공격할 필요가 있다.

"… 이젠 망설이지 않을테니까. 뒤돌아보지도 않을테니까. 다시 한번… 힘내볼테니까."

엑스의 몸을 갑옷이 감싼다.
파이어, 어스, 아쿠아, 스톰, 파이트, 블래스트, 스피릿.

그 어느 것과도 다른, 칠흑색의 갑옷이.

"XXX(트리플 엑스) 구속기관 해제."

이날 이때까지 봉인되어있던 여덞번째 갑옷.
다른 7개의 갑옷을 모두 합친 것 이상의 힘을 가진, "세계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최악의 갑옷.

"파이널 락 개방. 100% 완전 전개 허가."

하지만 지금의 엑스에게, 이것을 사용하는데에 주저는 없었다.
─더이상,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아머 코드 「얼티메이트」. 풀 차지."
 
 
 

방어 프로그램이 불러낸 바다 괴수들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바다 속에서 솟아올랐지만, 곧 유노와 알프가 펼친 바인드 진에 걸려 구속당했다.
이것으로, 나노하를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엑셀리온 버스터! 포스 버스트!"

레이징하트의 창 끝에 마력의 띠가 생겨나고, 그 사이에서 생겨난 분홍빛의 광채가 점점 커져간다.
커져가고, 커져가고, 커져가서.

나노하 자신보다도 거대해지고, '그녀'를 향해 겨누어졌다.
 
 
 

"브라이트 잔버!!"
 

금빛의 뇌광검이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천정을 뚫고, 공간을 찢고, '꿈'을 깨트리며.
'그녀'의 몸을, 수직으로 둘로 갈랐다.
 

"노바 스트라이크!!"
 

흑빛의 포화가 벽을 때린다.
벽을 뚫고, 공간을 부수고, '꿈'을 파괴하며.
'그녀'의 몸을, 수평으로 둘로 갈랐다.
 

"브레이크 슛!!"
 

분홍빛의 포격이 '그녀'를 강타한다.
회피할 틈도 없이, 방어할 틈도 없이.
'그녀'를 묶은 바인드 채로 날려버린다.
 
 
 

세 종류의 '빛'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방어 프로그램을 파괴하고.
 
 
 

곧이어, '마도사'와 '용사'와 '기사'들이 모여 멸망에 대항하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to be continue
드디어 부활한 얼티메이트 아머.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