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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페이지 미스터리


차려 놓은 밥상


화려한 아파트의 게이트 앞에서 한 남자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곳은 카드를 찍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구조였다. 마침 이곳에 들어가려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그의 다급한 표정만으로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저, 카드를 놓고 오신 거죠?”

“예. 이거 어쩌면 좋나…… 실례지만 지금 들어가실 건가요?”

“그럼 같이 들어가요. 나도 이런 적 몇 번 있었다우.”

아줌마가 카드를 기계에 갖다대자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남자는 여성에게 몇 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그녀와 함께 들어갔다.

두 사람은 마침 안에서 나오던 경비원과 마주쳤다. 과연 갑부들만 산다는 곳답게 젊고 건장한 경비원이었다. 그는 미심쩍은 눈으로 남자를 잠시 살폈지만, 남자의 말쑥한 차림새를 보고 안심했는지 이내 시선을 거두고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도 카드를 찍는 구조였다. 여자는 8층을 찍고, 남자는 19층을 부탁했다. 여자는 말이 많은 성격이었는지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짧은 시간 동안 와르르 말을 쏟아냈다.

“여기 사시면 문단속 잘 하고 다녀요. 옆 동네가 도둑 들었다고 온통 난리예요. 여기 사람들은 비싼 관리비 내고 사니 도둑 걱정할 필요 없다고 자랑하지만, 세상사 알 수 없으니.”

“그런가요? 전 처음 듣네요.”

“아마 실제 사건은 더 많이 일어났을 거예요. 사람들이 쉬쉬하고 지나갔겠지. 뒤가 구리면 신고해봤자 잃는 게 더 많지 않겠어요?.”

그때 엘리베이터가 8층에 섰다. 여자는 아직 할 말이 많다는 표정으로 내렸다. 문이 닫히자 그는 중얼거렸다.

“그래서 내가 이 동네를 골랐지.”

털려도 신고할 수 없는 작자들이야말로 남자의 좋은 표적이었다.

18층에서 내린 남자는 곧장 cctv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아슬아슬하게 카메라의 사각지대가 되는 곳에서 그는 청진기를 갖다대 안의 동정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게 확실했다. 지금까지 그의 판단이 틀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남자는 가방 안에서 도구를 꺼내 단 3분 만에 문을 땄다. 어떤 잠금장치가 있더라도 우회적으로 파고들면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작업과정은 몸으로 최대한 가렸기 때문에 경비실에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얼굴이 남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는 이미 변장을 하고 온 터라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는 휘파람을 불었다. 모든 것이 자신을 맞이하는 것 같았다. 값비싼 가구들과 거대한 TV, 하이엔드 오디오는 주인의 재력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테이블 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꽃과 과일이 가득했다. 특히 탐스러운 과일들에서 나오는 달콤한 향을 맡자 남자는 마음이 흔들렸다. 오늘은 이 아파트에서 처음으로 작업을 개시한 기념일인 만큼, 잠깐의 자축은 무방할 것이었다.

그는 장갑을 끼고 과일을 집었다. 서투르게 대충 먹고 갔다간 지문과 타액 등을 남길 우려가 있었다. 그는 가방에서 칼을 꺼내 과일 몇 개를 토막낸 후 입에 넣었다. 달콤한 즙이 입안에 가득 퍼지자 천국에 온 느낌이 들었다. 비싼 과일은 과연 다르다고 생각하며 그는 활짝 미소지었다.

이것이야말로 차려진 밥상 그 자체 아닌가.

 

연락을 받고 18층으로 간 경비원들은 한숨쉬었다.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였다. 그들은 쓰러진 사내를 자루에 담아 질질 끌고 갔다. 뒤이어 관리사무소에서 온 사람이 집안을 정리하고 약물이 들어간 과일을 새로 채워넣은 후 문을 교체했다.

이 아파트의 방범은 실로 빈틈없어서, 빈 집이 된 순간부터 이곳은 거대한 파리지옥으로 변한다. 입주자들은 이러한 시스템의 취지를 듣고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한편 유지 비용은 지금 나간 도둑이 몸으로 해결해 줄 것이었다. 장기 매매 시장에서 인간의 온전한 신체란 금덩이나 다름없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간 직원들이 cctv를 조작하는 것으로, 한 사람의 존재는 깨끗이 사라졌다.

진정한 도둑 박멸이란 이런 것이라고, 관리소장은 흐뭇하게 웃었다.

일본풍 미스터리가 되었네요.
지금 보니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점이 보입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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