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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깎던 노인(팬픽&패러디 모음)


[태평한화골계전] 차계기환


김 선생은 일찌기 담소를 즐겨하니, 그가 일찍이 벗의 집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주인이 술상을 내오되 안주는 단지 채소 뿐이라며 먼저 사과하였다.

"집은 가난하고 시장마저 멀어서 맛있는 음식은 전혀 없고 담박한 것뿐이니, 그저 부끄러울 따름일세."

그때 마침 한 무리의 닭들이 마당에서 어지럽게 모이를 쪼고 있는 것을 보고, 김 선생이 말하였다.

"대장부는 천금도 아까워하지 않는 법이네. 내 말을 잡아 안주를 장만하게."

"그러지."

주인은 서슴지 않고 칼을 들어 마당으로 뛰쳐나가 한 칼에 말의 목을 쳤다. 낭자한 피가 사방에 흩뿌려지고, 주인은 그 피를 뒤집어쓴 채 돌아보며, 망연자실해하는 김 선생에게 물었다.

"그런데 하나뿐인 말을 잡으라니, 그러면 무엇을 타고 돌아가겠다는 말인가?"

김 선생은 피눈물을 흘리며 답했다.

"마당의 닭을 빌려 타고 가겠네."

"그러게."

김 선생의 대답에 주인은 크게 웃고서 닭을 한 마리 내주니, 김 선생은 그 자리에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 말고기와 함께 먹고 돌아갔다.
그 뒤로 김 선생은 두 번 다시 담소를 즐기지 않았다 한다.
 
원작에선 집주인이 손님의 센스에 감탄하며 닭을 잡아주지만,
여기선 횡재다! 를 외치는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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