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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깎던 노인(팬픽&패러디 모음)


[단군할배요] 배고팠겠다


송아는 토끼를 좋아합니다.

어느날 유치원에 토끼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송아는 잡히는 대로 먹을 것을 주고, 토끼가 그것을 먹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았어요.

잠시 후 아빠가 오자 송아는 신나서 외쳤습니다.

 

"아빠, 아빠, 저거 봐라. 토끼, 송아가 준 꽃 먹어."

 

"꽃? 송아, 토끼한테 꽃 줬어?"

 

"엉! 꽃 말고 쑥도 주고 돌도 주고 모래도 주고 아이스크림 껍질도 줬어~ 많이많이 먹으라고."

 

아빠는  지저분해진 토끼장을 보고 송아를 타일렀습니다.

 

"송아야, 토끼는 꽃이랑 쑥 말고 딴 거 먹음 아야~해요. 송아는 밥은 먹어도 꽃이랑 쑥은 못먹지? 토끼도 꽃이랑 쑥은 먹는데 밥은 못 먹거든(돌도 못먹고)"

 

"아아~ 송아도 꽃이랑 쑥 먹고 싶은데.  송아 배고파."

 

집으로 가는 길에 송아가 칭얼대자 아빠가 웃었습니다.

 

"에구 참, 송아 아빠 기다리느라 배고팠겠다. 그럼... 아빠가 꽃이랑 쑥 먹는 법 가르쳐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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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도령이 토깽이가 들고 있던 꽃을 빼앗았습니다.

토깽이는 달라고 팔을 휘저었지만, 쑥도령은 냉정하게 거리를 두고 토깽이를 관찰했습니다.

토깽이의 숨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윽고 토깽이의 움직임이 멎자, 쑥도령은 토깽이를 지게에 싣고 다시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토깽이는 아직 숨이 멎은 게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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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 먼저 이렇게 꽃냄새를 맡고... 아, 맛있다."

 

아빠는 꽃 한 송이를 꺾어 냄새를 맡은 후 기분좋은 표정을 지었어요.

 

"힝 뭐야~"

 

"송아야, 토끼는 꽃을 먹지만 사람은 꽃향길 먹는 거야. 아, 맛있어라~"

 

처음엔 머뜩찮은 표정을 짓던 송아였지만, 아빠가 정말 맛있는 표정을 짓자 그만 홀랑 넘어가버렸습니다.

하지만 송아는 꽃향기를 먹으려다 말고, 안고 있던 토깽이에게 양보했습니다.

 

"아, 토깽이도 아빠 기다리느라 배고팠겠다. 아~"

 

토깽이에게 꽃향기를 먹이고, 자기도 꽃향기를 맡은 후, 송아는 아빠의 옷자락을 당겼습니다.

 

"아빠, 그러면 쑥은 어떻게 해?"

 

"쑥? 그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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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네 집에 도착한 쑥도령은 지게를 내려놓기 위해 몸을 숙였습니다.

등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쑥도령은 등뒤에 있는 토깽이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자신의 머리를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볼 수 없었습니다.

구름이 잠시 달을 가린 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두 개의 그림자가 잠시 하나로 겹쳤습니다.

깔린 그림자는 소리없이, 하지만 필사적으로 저항했습니다.

하지만 사슴벌레에게 아르헨틴 백브레이커를 당한 데미지 때문에, 누르고 있는 그림자가 걸고 있는 헤드락을 풀 수 없었습니다.

위에 있는 그림자가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깔린 그림자의 면적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깔린 그림자의 발버둥도 점차 잦아들었습니다.

 

이윽고 하나의 그림자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습니다.

풀물이 잔뜩 들어 얼룩덜룩해졌지만, 그 모습은 토깽이가 분명했습니다.

발밑에 있는, 넝마가 된 옷을 밟으며, 토깽이는 송아의 방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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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송아는 옛날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토끼와 함께 아빠를 기다리던 때였습니다.

아빠가 와서, 꽃향기를 먹으며 아빠 무릎 위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토깽이, 기다리느라 배고팠겠다..."

 

송아가 잠꼬대로 중얼거렸습니다.

꿈 속에서 먹은 꽃향기는 잠자는 송아의 입을 통해 살그머니 밖으로 나왔습니다.

송아의 옆에 누워 있던 토깽이는 기분 좋게 꽃향기를 맡았습니다.

만약 그것뿐이었다면 뭔가 허전했을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토깽이는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았어요.

입가에 아직 붙어 있던 쑥 이파리를 손으로 떼 입에 넣으며, 토깽이는 만족했답니다.

 

                                                            아, 마 ㅅ 이 ㅆ 어 ㅆ 다
 
네이버 완결웹툰 '단군할배요' 패러디입니다.
6,7화를 먼저 보신 후 감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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