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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미 연애 광상곡

黄薔薇恋愛狂想曲


원작 |

역자 | 淸風

5. 자폭과 자멸


“하아~.”
“하아~.”
 요시노와 레이 쨩은 동시에 크게 한숨을 쉬었다.
 여기는 레이 쨩의 방. 요시노와 레이 쨩은 침대 위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양쪽 다 힘이 완전 빠져 있다.
 둘이 축 늘어져 있는 이유는 양쪽 모두 마찬가지. 소문에 휘둘려 일으킨 행동의 결과, 육체적이라기보다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다. 자신 혼자라면 낫지만, 각자의 전투 결과를 보고하다 보니 더더욱 기분이 침울해져 버렸다.
 소문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평소대로 평범하게 보내면 괜찮아. 같은 소리를 말한 건 언젯적 일이었을까. 전혀 진실미가 없는 소문이었다면, 혹은 그 소문이 거짓이라는 걸 자신이 알고 있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었겠지만, 약간 진실스러운 부분이 섞여 있거나 자기 자신이 소문과 관계있는 것 같은 장면을 목격하거나 하면, 그러지 못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에리코 님과 유키 군의 소문을 듣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사이 좋은 듯이 함께 걷고 있는 걸 목격해 버리니,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게 되었다.
 거기서, 요시노와 레이 쨩이 분담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상황이 되었던 거다. 유키 군에게는 요시노, 에리코 님에게는 레이 쨩. 각자가 자신이 만난 상대에게 확인했다는 거다.
“애초에, 내가 언니한테서 넌지시 이야기를 끌어낸다니, 처음부터 무리였어.”
“응, 그건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생각에도 실수였던 것 같아.”
“그, 그렇게 단언하는 건.”
“그치만, 침착하게 생각해 보면 에리코 님에게 레이 쨩이 당할 수 있을 리 없는걸.”
“그야 그렇지만, 요시노도 그건 남 일이 아니잖아.”
“으…….”
 다시금 둘이 모여 크게 한숨을 내쉰다.
 요시노는 유키 군과의 대화를 살며시 떠올렸다.



“―――에리코 님과는 어떤 관계니?”
 요시노가 그렇게 묻자, 유키 군은 척 보기에도 동요한 것처럼 눈을 바삐 두리번두리번 움직였다. 이윽고 요시노의 그 눈은 요시노의 얼굴에 멈춰서, 질문을 꺼낸 요시노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것 같아 보였다.
 유키 군은 뭔가를 입에 담으려 했다가 역시 한 번 입을 닫고, 일단 위치를 바꾸자고 말한 뒤 걷기 시작했다. 앞을 걷는 유키 군의 뒤를, 조금 늦게 따라 걷는다. 걸어가는 동안 두 사람은 양쪽 다 입을 열지 않았다. 아마 유키 군은 걸어가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게에 들어가는 건 어떤지 유키 군이 물어봤지만 요시노는 고개를 가로저어, 결국 주변의 공원에 들르기로 했다.
 겨울의 공원은 황량했다.
 주위는 이미 컴컴했기 때문인지, 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없다. 아니면, 요즘은 애들이 밖에서 노는 일 자체가 적은 걸까. 요시노 자신은 어릴 무렵부터 몸이 약해서 밖에서 기운차게 노는 걸 동경하고 있었지만, 바란다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실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른다.
 가로등이 은은하게 빛을 내고, 겨울인데도 몇 마리의 날벌레가 모여있다. 그런 식으로 위를 올려다보고 있자, 갑자기 눈앞에 캔이 나타났다.
“뜨거우니까 조심해.”
“고마워.”
 뜨겁다고 해도, 장갑을 끼고 있으니까 문제는 없다. 요시노는 캔 홍차를 받아들었다. 장갑을 지나서 전해지는 따뜻함에 기분이 좋아진다.
 유키 군은 산 캔 커피를 따서 한 모금 마신다.
“에리코 씨에 대한 일이었지?”
 캔에서 입을 떼고, 하얀 김을 내쉬면서 우선은 그렇게 이야기를 잘랐다.
“유미에게서 들은 거야? 그렇다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과외를 받고 있어.”
“응, 그건 들었어.”
 장갑을 벗고 요시노도 캔 뚜껑을 따서, 한 입 훌쩍거린 뒤 약간 얼굴을 찌푸린다. 뜨거운 걸 잘 못 먹는 요시노한테는 아직 좀 너무 뜨거웠다.
“에에, 그럼, 그 외에 뭔가 있어?”
“숨겨도 의미 없어. 봤으니까.”
“봤다니?”
“봤어. 우연히. 어제, 에리코 님과 둘이서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걷고 있었잖아. 그러면 뭐야? 그것도 가정교사로서 업무의 일환이니?”
 내가 생각해도 말이 날카로워진다고 느끼면서도, 말을 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었다. 요시노의 말을 들은 유키 군은 지금까지 보여준 침착한 태도에서 모습이 확연히 바뀌었다.
“에, 어, 어제라니, 봤어?!”
“응, 봤고말고. 두 사람이 즐거운 듯 보내고 있는 모습을.”
“아아, 자, 잠깐 기다려! 오해니까!”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손을 붕붕 흔든다.
 하지만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이 요시노의 의심을 더더욱 강하게 만들어 간다.
“헤에, 오해라니, 뭐가 오해인 걸까?”
“확실히 함께 있었지만, 특별히 수상쩍은 건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그, 두 사람의 향후에 대해서를.”
“두, 두 사람의 장래설계에 대해서라고?!”
“아니야, 그런 소리 안 했어! 가정교사를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 서로 친밀하지 않아서 의사소통에 좀 지장이 있으니까, 일단 좀 이야기를 하면서 두 사람의 사이에 있는 벽을 얇게 해 가자. 그런 것 뿐이니까.”
“……그래서, 둘이서 데이트?”
“데, 데이트일 리 없으니까. 단지 둘이서 거리를 걷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을 뿐이니까.”
“그걸 일반적이라고 데이트라고 하잖아?”
 저도 모르는 새 두 사람 다 목소리가 좀 커졌다. 서로 그걸 눈치챘는지, 계산한 듯 동시에 손에 든 캔을 입에 대고 한숨을 돌렸다.
“……일단, 요시노 양이 걱정하는 것 같은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에리코 씨에게 이상한 짓을 했다거나, 그, 일단 에리코 씨에게 폐를 끼칠법한 일은.”
“하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별로 에리코 님을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니야.”
“에? ……에에, 그, 에리코 씨는, 작년의 황장미님이었지?”
“그런데.”
“요시노 양은 올해의 황장미 봉오리고, 요는 에리코 씨와는 ​뭐​냐​…​…​릴​리​안​에​서​의​ 손녀든가, 에 해당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에리코 씨를 걱정해서 물으러 온거 아니야?”
“앗…….”
“에리코 씨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면, 왜 그렇게 화가 나서”
“아니, 그건, 그.”
 그 순간 횡설수설하기 시작하는 요시노.
 그렇다. 요시노가 에리코 님에 대해서 물은 건, 요시노가 에리코 님의 손녀기 때문에 아직 자연스럽다. 하지만 에리코 님에 대해서 신경 쓰고 있지 않다고 하면, 왜 돌아가는 걸 기다려서까지 추궁하고 있는 건지가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되어 버린다. 애초에, 요시노와 유키 군은 단순한 친구. 사귀고 있는 관계 같은 게 아닌 거니까.
“무, 무, 뭐냐니, 그건 그거야.”
“그거?”
“그게……맞아, 남동생을 걱정한 유미 양에게 부탁받아서.”
“아까, 우연히 봤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아, 아니, 그건.”
“그리고 애초에 나와 에리코 씨도 딱히 약속하고 있었던 게 아니니까, 지켜보려고 해도 무리가 있는게.”
“그, 그러니까, 그건 말야.”
 논리적으로 반격당해, 바로 그럴싸한 소리로 피하는 게 불가능해 졌다. 이런 반격은 상상 범위 밖이었다고 할까, 애초에 계획이 무작정 되어가는 대로 한다는 느낌이었지만, 여하튼 요시노는 막다른 대까지 몰렸다. 거의 자폭이었지만.
“………….”
 유키 군은 말 없이 요시노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다.
 이럴 때는 아직 뭔가 말해 주는 편이 나은데. 기다리고 있으면 이쪽에서 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니까.
​“​그​러​니​까​…​…​…​…​…​…​야​.​”​
 소리가 작아진다. 유키 군이 “에?”하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신​경​…​…​쓰​였​으​니​까​야​.​”​
“응?”
“둘 다 내가 아는 사람이니까, 그, 그런 걸 보면, 시, 신경 쓰이잖아? 그야, 무슨 일인지 물으러 오고 싶어 질만한 일이잖아?”
“에, 그게.”
“예를 들어! 닛코 선배가 우리 시마코 양과 친밀해져, 그야말로 데이트라는 느낌으로 거리를 걷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온 날에는, 쳐들어가서라도 사정을 물어보고 싶어지잖아? 그런 거야!”
“음―, 상상이 안 가.”
“그렇게 딱히, 구체적으로 그림을 떠올리려고 안 해도 괜찮아! 누구랑 누구라도 됐으니, 일단 그렇게 생각하잖아? 생각하지? 생각할게 당연해!”
“그런 소리를 해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야!”
 일방적으로 단정한 뒤에.
“이, 일단 그런 거니까, 따, 딱히 유키 군이 신경 쓰여서 왔다거나 하는 게 아니니까 말야!”
 마지막에 그 말을 남기고 유키 군의 얼굴을 보지 않도록, 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얼굴을 보이지 않도록 하며 잽싸게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물러갔다.
 과연 남아있는 유키 군이 어떤 걸 생각했을지는, 요시노가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뭐라고 할까, 그건 완전히 혼자 날뛴 거잖아.”
 관자놀이를 누르며 질린 듯 말하는 레이 쨩.
 요시노는 뺨을 부풀리면서 딴쪽을 향했다. 말한 대로였지만, 들으면 들은 대로 기분이 좋을 리는 없으니 토라진 시늉을 한다. 어린애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상대가 레이 쨩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소리를 하면, 레이 쨩도 완전 엉망이었잖아.”
“그러니까, 언니를 상대로는 무리야. 그런거.”
 주눅든 듯이 시트에 긴 손가락으로 동그랗게 선을 그린다.
“전화로는, 에리코 님은 아무 소리도 안 했었어?”
“역으로 추궁당했어.”
 레이 쨩에게는 전화를 걸어서 자연스레 유키 군과 있었던 일을 끄집어내라는 명령을 내렸었지만, 역시나 짐이 무거웠던 모양이다. 두 사람의 대화를 재현하면, 이 아래 같은 내용인 모양이다.



”오랜만이에요, 언니. 건강하셨어요?’
‘오랜만이구나, 레이. 덕분에 무사안녕해.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를 건 거니?’
“아니, 그……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로는 안될까요?”
‘그럴 리 없지만, 지금까지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잖니.’
“여여, 역시 언니가 졸업해서 조금 그런 부분이 바끼웠다고 할까.”
‘후후, 무슨 일이니. 뭔가 있었니?’
“아뇨, 그……언니, 대학 생활은 어떠세요?”
 이 뒤에, 별 의미 없는 잡담이 20분쯤 이어진 모양이지만, 핵심에는 전혀 관계 없으니 생략한다.
 간신히 레이 쨩이 이야기를 꺼낸 건, 서로의 근황 보고가 일단락 된 후였다.
“저기, 그래서, 언니. 최근 귀에 들린 소문이 있는데요.”
‘응, 어떤 거니?’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든가.”
‘아아, 가정교사 말이지? 유미 쨩에게라도 들었으려나.’
“뭐어, 그래요.”
‘그래서, 그게 무슨 일 있니?’
“에에……어, 어떤 느낌인가요?”
‘그렇구나, 막 시작한 참이라 나도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시행착오를 하면서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일까. 그래도, 생각한 것보다는 즐거워.’
“그, 그런가요. 즐거우시군요. 에에, 그 외에는 뭔가 없나요?”
‘그 외? 뭐야, 레이 너도 가정교사라도 할 셈이니?’
“아, 아뇨 딱히 그런 건. 단지, 어쩐지 어떤 걸지 흥미가 생겨서.”
‘흐응…….’
 점점 대화가 부자연스러워 가는 중, 이 즈음에서 물러났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진지한 레이 쨩은 ​노​력​했​던​…​…​모​양​이​다​.​
“하, 학생과는 잘 지내고 있어요?”
‘유키 군? 아―, 그러고 보니 하나데라 학생회장이니까 알고 있겠구나.’
“예, 예에, 뭐어.”
‘그래……뭐야, 혹시 레이, 유키 군이 신경 쓰이니?’
“에, 아뇨, 아, 아, 아니에요.”
​‘​헤​에​…​…​그​렇​구​나​,​ 유키 군은 귀엽다고 생각해. 유미 쨩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무심코 껴안고 싶어 질 정도로.’
“껴, 껴, 껴안으셨어요?!”
‘아직 안 했어.’
“아, ‘아직’?!”
‘그래도 유키 군 순진하니까. 저번에 어쩌다, 살짝 내 가슴팍이 보였던 정도로 얼굴이 새빨개져 버려서. 껴안았다가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나…….’
“어어어어어, 언니?!”
‘무슨 일이니, 레이. 상태가 이상해.’
“그, 그렇지 않아요, 저, 죄송해요. 전화를 너무 길게 했으니 오늘은 이 즈음에서 실례할게요.”
‘그래? 오랜만에 레이랑 이야기해서 즐거웠단다.’
“저, 저도요. 그럼, 실례할게요…….”


 뭐 이런 절망적인 느낌이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래도 나도 노력했잖아?”
“뭐~가 노력이야. 중간부터 명확히 놀림받고 있었잖아!”
 요시노의 삼엄한 분위기에 눈을 크게 뜨는 레이 쨩.
 남에 대해 잘난 듯 규탄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심경이었다.
 자메 모두 훌륭하게 전사했다. 조금 둔감한 것 같은 유키 군은 그렇다 쳐도, 에리코 님은 자칫했다간 뭔가 뒤를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뭐라 해도 ‘그’ 에리코 님이다. 재밌다고 생각하면 어디까지든 목을 찔러넣을지도 알 수 없고, 요시노가 얽혀 있다고 알면 더더욱 그렇겠지. 앞으로 당분간 움직임을 주의할 필요가 있을 거다.

 이 요시노의 생각은 며칠 뒤에 현실이 된다.

 단지 그건, 요시노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임을 보였다.

 
계속
~가운데 말~
 움직이기 시작한 황장미 세자매. 맞서 싸우는 유키는 과연 얼마나……

역자의 말:
 여러분, 광상곡이예요, 광상곡! 노동절 만세예요!
 요시노의 밀기가 그렇게 허무하게 막힐 거라곤 생각을 ​못​했​지​만​…​…​요​시​노​니​까​요​.​

 자, 그럼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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